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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의 창가
작가 : 솜댕
작품등록일 : 2020.8.11

'그'가 죽었다. 정원의 첫사랑이자 남자친구인 '그'는 예고도 없이 투신 자살을 했다. 장례식장에 찾아간 정원은 그곳에서 기괴함을 느끼고 도망친다. '그'의 아버지에게서 받은 '그'의 편지만이 그녀에게 남은 것이었다. 정원은 펴지를 읽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았을까...? 정원은 점점 그의 흔적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1화: 임관선(林觀先)
작성일 : 20-08-11 17:34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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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빛을 본 그 순간부터 나는 가문의 적자이자, 상을 보는 존재였다. 그 중에서도 과거의 상, 전생을 보는 나는 언젠가부터 아버지께 상을 보는 법을 배웠다. 아버지는 현재의 상을 보는 분이셨다. 과거의 상은 눈동자로, 현재의 상은 전체적인 얼굴의 굴곡으로, 미래의 상은 귓바퀴의 모양새로 알 수 있었다. 앞선 생을 보는 아이, 내 이름은 그런 의미로 지어졌다. 임관선(林觀先), 나는 무거운 이름에 짓눌린 아이였다.

 

 

 나의 탄생은, 아니 전생을 보는 능력의 탄생은 가문으로부터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현재의 상을 볼 수 있는 자는 넘치지만, 과거와 미래의 상을 볼 수 있는 자는 지금껏 드물게 태어났다 하여, 나는 부모의 존대를 받으며 자라왔다.

 

 

 “과거의 상을 보실 때에는 눈을 깊게 맞추셔야 합니다. 그 안으로 걸어가듯이, 목적지가 그 곳인 것처럼 태연스레 마주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안에 들어간 것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현생의 상을 보는 것은 다른 말로는 ‘관상’이라 하였다. 얼굴의 모든 굴곡을 따라 그의 생을 짐작하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난 자는 그 굴곡을 따라 그 자의 모든 생이 보인다 하였다. 후생을 상은 귓바퀴의 모양새로 알 수 있었다. 노인이 된 후에, 그의 귓바퀴의 둘레와 그 안의 깊이와 모양새를 보면, 그 자가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환생하는 지 알 수 있다 하였다.

 

 나의 능력인 전생의 상을 보는 것은 눈동자, 더 깊은 곳... 눈동자 안의 창을 열어 그 영혼과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 자의 영혼의 창에서 전생에서 벌인 죄악들과 업적들을 볼 수 있다 하였다.

 

 그 생을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나는 항상 궁금했다. 앞과 뒤를 모르는 생이라 의미 있던 것이 아니었는가. 전생도 후생도 진정한 지금의 나일 리가 없는데, 왜 집착하는 것일까. 그것에 앞서서 나는 다만 전의 생을 훔쳐볼 수 있다하여,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인가. 나의 집은 커다란 궁궐과 같았고, 집 안에 몇 개의 방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밖은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로 가득하고, 바깥 풍경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라 있는 건물들이 전부였다. 이런 운명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도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그 삶에 대한 기회가 나에게도 있었다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아버지를 마주하지 않아도 됐을까. 아버지의 미소는 결코 자신의 아들에게 내어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나의 눈일 뿐이었다.

 나의 눈에 담긴 아버지의 모습은 욕망에 눈이 먼 사람처럼 보였다.

 

 

 *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누군가의 ‘전생’에 들어간 것은 내가 8살 때의 일이었다. 아니, 다만 처음으로 본 것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생이었다. 성인이 된 지금도 똑똑히 기억나는 것은, 그가 마지막으로 잡고 있던 손이었다.

 

 “아야! 정신 차려라. 니 집에 가신 어머이를 생각해야 안칸니? 뭐이 주저앉안? 일어나라! 해 지믄 또 잡아간다. 얼른 가뿌려야 안잡힌다 아야!”

 내 시야에는 앳된 얼굴의 청년이 보였다. 그는 계속해서 ‘나’를 흔들고 울먹였다. 얼른 가자고, 정신 좀 차리라고. 나중에는 그가 울부짖는 소리로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만하라니. 니라도 가라 안칸나. 내는 가망이 없다. 니도 집에 니 동생들 생각해라. 니까지 잡히믄 우예할라 그러노.”

 내 손을 그를 계속해서 밀었다.

 “아이 된다. 아이 된다. 니 이래 두고 가믄 내 평생 후회한디. 아이 된다.”

 그는 끈질기게 나를 붙잡았다. 그의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내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검은 코트가 젖었다. 그는 나의 젖은 코트를 아직 모른다. 나는 필사적으로 그를 밀어냈다. 저 멀리서 익숙하지만 알 수 없는 외국어들이 오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더욱 세게 밀었다.

 

 낯선 목소리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나는 소리를 죽였다. 그는 나를 계속 돌아보며 결국 뛰어갔다. 저 녀석은 발이 빨라 잡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나는 안심이 되었다.

 

 저벅저벅...

 땅을 으스러뜨리는 발자국 소리에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귀가 찢어질 듯한 총성을 들었다.

 

 탕. 탕. 탕.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쇠붙이가 나의 몸을 관통했다. 피부를 뚫고 내장을 지나가는 그 생생함은 나의 생을 앗아가는 소리였다.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검은색 코트가 점점 젖어들었다. 나의 시야에는 그들이 신은 두꺼운 군화가 들어왔다. 땅을 으스러뜨리는 그들의 한 발 한 발이 나의 머리를 울렸다.

 

 “오나카스이다.( お腹すいた。)”

 

 그것이 마지막 장면이었다.

 

 나는 서둘러 그 상황 속에서 빠져나왔다.

 죽음에 대한 공포감과 처음 느껴보는 이질감에 숨을 쉬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심장이 100M 전력질주를 한 것처럼 위아래로 마구 뛰었다. 방금 내가 본 장면은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나와 눈을 마주하고 있는 동갑의 여자아이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해맑은 미소를 보내왔다. 앙증맞은 손과, 아기자기한 필기구, 반짝거리는 눈망울. 그 눈 속에는 그녀와는 전혀 다른 낯선 이가 비춰져 있었다. 나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젖은 검은 코트 사이에 스며든 그 붉은 선혈을 나는 잊을 수가 없었다.

 

 

 *

 나는 전생을 볼 수 있는 대신, 진정한 그 사람을 마주할 수 없게 되었다. 점점 나이가 들며, 눈이 마주치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나는 그 안에 사로잡힌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 나는 과거의 사람들과 공존할 뿐이었다. 나는 편견과 선입견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이었다. 나는 점점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을 보지 않으면, 현재의 그들과 함께하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나는 그 느낌이 진정한 것이던지 아니던지 상관하지 않았다. 그런 느낌이 드는 것만으로 충분했으니까. 그렇게 바닥을 보며, 눈을 피하며 나는 평범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혼자만 다른 세상에 사는 이 처절한 고독감이 나를 덮쳐도 나는 이제 남들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다고 끊임없이 내 자신을 세뇌시켰다.

 

 

 *

 -‘그래서 네가 그렇게 특별했던 거야.’

 

 하얀 종이, 그 안을 채운 그의 흔적들 위로 정원의 눈물이 톡 하고 떨어졌다. 그녀의 눈물과 만난 그의 흔적은 그 주변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정원은 자신이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혼자였던 그를 지금, 그것도 그의 유서로 인해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정원의 감정을 뒤흔들었다. 원망, 분노, 슬픔...

 

 온갖 감정들이 그녀에게 퍼졌다.

 

 그와의 첫 만남이 생각났다. 흰 피부에 제법 몸집이 큰 그는 단정한 옷차림과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색의 렌즈를 끼고 있었다. 에메랄드빛의 눈동자가 이질적이지만 묘하게 잘 어울린다고 정원은 생각했다. 대학 입학 후, 첫 전공 수업, 그는 가까스로 지각을 면해, 비어 있는 몇 안 되는 정원의 옆자리에 앉았다. 정원은 그를 힐끔힐끔 쳐다봤지만, 그는 고개를 숙이고 거친 숨만 고를 뿐이었다.

 

 “임관선”

 

 출석을 부르는 와중에, 흔하지 않은 이름이 강의실을 울렸다. 그는 순간 당황했는지, 처음으로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네.”

 의외로 낮은 음성에 정원을 다시금 그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 고개를 든 후, 무언가에 빠져 있는 사람처럼 앞을 응시했다. 화려한 렌즈 탓인지 그의 초점이 맞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이내 거친 숨을 애써 참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는 점점 젖어들었고 그는 계속해서 그 땀을 훔쳐내기에 바빴다. 수업 내내 이상한 그의 행동이 정원은 신경이 쓰였다. 교수님이 수업을 마친다고 말씀하시자마자, 교실을 도망치듯 나가려는 관선을 정원이 붙잡았다. 관선은 놀란 듯 뒤를 쳐다봤다.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

 

 까칠한 관선의 눈동자에 정원은 순간 놀라 붙잡은 옷깃을 놓쳤다.

 

 “아... 저... 다름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관선을 잡았던 것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다. 창백하고 땀을 엄청 흘리길래 쓰러질 것 같았다고 하면 싫어하려나... 정원은 붙잡았을 때와 달리 생각이 복잡해졌다.

 

 다시 관선을 쳐다보자, 그의 표정은 이내 풀려있었다.

 

 “저... 저기 괜찮으신가 하고요... 땀을 막... 흘리시길래.”

 

 정원과 관선의 눈이 다시 한 번 마주했다. 그의 화려한 렌즈의 색이 그의 눈을 다 덮을 수는 없었다. 관선이 눈을 마주한 채 정원에게로 얼굴을 점점 들이밀었다. 그의 숨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에 정원은 순간 고개를 돌렸다.

 

 “이름이 뭐에요?”

 “윤정원인데요... 저기... 너무 가까운데...”

 “아! 죄송합니다.”

 “몸 괜찮으신거면 전 가볼게요. 또 다음 강의 있어서.”

 

 관선은 자신을 지나치려는 정원을 붙잡았다. 정원이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세요?”

 “같이 밥 먹어요.”

 그는 어느 샌가부터 땀을 흘리지 않았다. 언뜻 벅찬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표정에 정원은 생각했다. 그가 참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결의에 찬 그의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정원은 웃음 짓고 말았다.

 

 “그래요.”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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