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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우연일까? 시작일까?
작가 : 해르
작품등록일 : 2020.7.31

어린 시절부터 줄곧 함께한 우연과 제노
곁에 있으면 투닥거리 바쁘고 곁에 없으면 허전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서서히 형태가 변해가는데
과연 두 사람은 지금의 이 친구관계를 청산할 수 있을까?

 
5화 -네 손에 들어있는것이 정녕 그것이냐
작성일 : 20-08-11 14:39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9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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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왔다.”

 “나도 왔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두 사람은 신발을 벗으며 안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말했다.

 

 “어서 와.”

 

 그러자 집 안쪽에서 둘을 반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우연의 여동생 우희로 소파에 누워 거실의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우희가 우연의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자신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우희는 굉장히 반가워 보였다. 그런 우희의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도 우연은 찬찬히 거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내 우희 말고서는 다른 사람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우연이 우희에게 물었다.

 

 “오늘 가을이랑 우리 집에서 논다고 하지 않았나? 가을이 벌써 갔어?”

 “아니 오늘 가을이랑 못 놀았어.”

 “왜?”

 

 제노가 소파 한구석에 가방을 내려다 놓으며 묻자 우희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늘 단원평가 보는 날이었거든, 근데 가을이 엄마가 가을이가 시험 너무 못 봐서 노는 거 안 된대.”

 “저런....”

 “정말 시험이 인생에 전부는 아닌데 말이야. 그렇지 않아?”

 “음 그렇지.”

 

 맞는 말이긴 한데 글쎄 우희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을까? 우희가 건넨 질문에는 단박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제노였지만 마음속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그였다. 이윽고 제노가 소파에 앉자 마찬가지로 제노 옆에 앉은 우연의 눈에 우희가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가방이 보였다.

 손을 뻗어 그 가방을 들어 올리자 살짝 열린 지퍼 틈새로 끼어있던 하얀색 종이가 우연의 교복 치마 위로 떨어졌다. 아... 이게 오늘 보았다는 그 시험지 구나 그렇게 생각한 우연이 그것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빨간 색연필로 커다랗게 적힌 시험 점수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시험지가 아닌 비가 쭉쭉 내리는 우중충한 시험지였다. 하이고. 이것 봐라..

 

 “글쎄... 시험 점수 30점 받은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우연의 말에 놀란 우희가 황급히 우연을 바라보니 자신의 시험지를 열심히 흔들고 있는 우연이 보였다.

 

 “아... 아무튼 그래서 오늘 못 놀았어.”

 “말 돌리는 것 봐라.”

 

 눈앞에 대고서 시험지를 흔들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을 아예 보지 못했다는 듯 우희는 말을 돌리었다

 

 “아! 마침 잘 됐다. 제노 오빠 나랑 이거 만들자 가을이랑 같이하려고 했는데 결국 못했어.”

 “어?”

 

 갑자기 화제가 자신에게로 넘어오자 제노는 잠시 당황하였다. 그러나 자신을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하고 있는 우희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잠시 피식하고 웃더니 이내 우희가 손에 들고 있는 상자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래 어디 보자...”

 

 그에게로 보낸 자신의 구조 요청을 다행스럽게도 제노가 받아들이자 우희는 속으로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이런 자신을 본 그의 입꼬리가 씰룩 씰룩거리고 있는 것 같았지만 뭐. 지금은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며 안도하는데 갑자기 그가 손만 씻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화장실을 향하였다.

 

 “뭐?? 아니 잠깐만!!!”

 

 아니 오빠!!! 이렇게 가버리면 나랑 언니랑 둘만 남잖아!!! 우희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속으로만 이렇게 외쳤다. 그러나 이 표정을 보지 못한 제노는 태연히 화장실을 향해 걸어 나갈 뿐이었다.

 자신이 기껏 돌린 화제를 제노가 순식간에 아무 소용없게 만들어버린 이 상황이 우희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혹시나 싶어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우연을 바라보니 그녀는 아까부터 한결 같이 계속해서 우희만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한 손에는 여전히 비내리는 시험지를 들고서는 말이다.

 하지만 우희가 지금 이토록 불안해하는 것에 비해 막상 우연은 우희의 시험 점수에 대해선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이럴 때마다 열심히 화제를 돌리는게 귀여워서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던 거였는데. 이를 알 길이 없는 우희는 쉴틈없이 우연의 눈치를 보았다.

 

 “아... 오늘 토마토 값이 얼마였더라...”

 

 계속해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우희의 눈빛을 견딜 수가 없어진 우희가 갑자기 생뚱맞은 소리를 하며 거실 테이블 위에 있던 전단지를 들어 올렸다. 이렇게하면 전단지로 그나마 우연의 시선을 막을 수 있어서 였다.

 아... 제노 오빠 언제 나와...? 작게 중얼거린 그녀가 의미 없이 전단지에 그려진 토마토만 바라보고 있는데...

 

 “풋.”

 

 어디선가 작게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응...? 뭐지? 우희가 조심스레 방패로 쓰고 있던 전단지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눈에 보인 건 고개를 아래로 박고는 연신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는 우연의 모습이었다.

 

 “프흐흐흑,”

 

 우희가 잠시 멍하게 그 모습만 바라보고 있자 얼마 되지 않아 우연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놬ㅋㅋㅋ 진짜 선우희. 너 또 속냐...?”

 “엉?”

 “나 네 시험 점수에 별생각 없어. 내가 언제 너한테 시험 점수 갖고 혼낸 적 있었냐?”

 “...그러게.”

 “내가 혼냈다면 처음부터 혼냈겠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괜히 찔려서는 지 혼자 북치고 장구 치고 다 하고 있다 하하하.”

 “......”

 “아 재밌었다.”

 

  우연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가방과 우희의 가방을 들고선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그런 우연의 뒷모습을 아무 말 없이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던 우희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는 소리쳤다.

 

 “아니 그럼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지 말던가!!! 아니면 시험지를 흔들고 있지 말던가!!! 계속 그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안 속냐!!!”

 

 언니에게 오늘도 속았다는 억울함과 짜증에 우희가 버럭 화를 냈다. 그러나 들려오는 것은 마침 손을 다 씻고 나온 제노의 웃음소리와 함께 ‘그러게 누가 속으라고 했냐고! 라고 얄밉게 외치는 우연의 목소리뿐이었다.

 

 * * *

 

 우연이 방에서 나오자 두 사람이 사이좋게 페이퍼 토이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별다른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본 우연은 천천히 주방으로 가 냉장고 안에 있는 내용물들을 확인했다. 냉장고 제일 아래 칸에서 채소를 꺼낸 우연이 제노에게 물었다.

 

 “야, 너 오늘 집에 몇 시에 갈 거냐?”

 “나? 이따 9시쯤 오늘 할머니 교회에서 늦게 오신다고 하셨거든. 이모는 야근이고”

 “넌 우리 집에서 저녁 먹고 가겠다는 말을 그런 식으로 돌려서 말하는구나.”

 “아잉.”

 

 자신의 말의 논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우연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제노가 어깨를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그 애교에도 우연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치워라. 저녁 대신 죽빵 날아가기 전에.”

 

 그저 지금의 평온한 표정과는 완전히 상반된 살벌한 경고만을 내놓았을 뿐.

 

 “아이잉, 왜 구래.”

 “......”

 

 그러나 우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노는 더욱더 심하게 애교를 부렸다. 그러자 그 옆에서 제노의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희도 나지막이 말했다.

 

 “오빠 그만해. 진짜 짜증 나려고 해.”

 “짜증 난다니!!! 도대체 어디 가?? 응? 어디가 짜증 나 우희야? 응? 응?”

 “와... 진짜... 싫다.”

 

 두 자매의 단호한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제노가 더욱 애교를 부리자 우희에게선 진심을 가득 담은 순도 100%의 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쯤에서 그냥 제노에 대한 모든 관심을 차단하기 시작한 우연은 둘의 실랑이 사이로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너희 저녁 뭐 먹고 싶냐?”

 “삼겹살!!!”

 “소고기!!!”

 

 저녁 메뉴를 묻자마자 빠르게 실랑이를 종결시킨 두 사람은 곧바로 기다렸다는 듯 고기 종류를 외쳤다.

 

 “응 기각.”

 

 그리고 우연은 태연히 그들의 요구를 기각시켰다.

 

 “그럼 치킨!!!”

 “햄버거!!!”

 “응, 안돼.”

 

 하나씩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를 외치는 둘에게 이번에도 단호한 거절의 말이 들려왔다. 그러자 갑자기 오기가 생긴 둘은 여러 가지 저녁 메뉴들을 번갈아서 외쳤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들에게 우연이 들려주는 대답은 ‘응, 기각’과 ‘응, 안돼.’ 이 둘을 똑같이 번갈아서 들려줄 뿐이었다.

 

 “아니 연아. 너 그럴 거면 도대체 뭐 먹고 싶냐고 왜 물어보는 거야?”

 “맞아!!!”

 

 계속되는 우연의 거절에 억울해진 제노와 우희가 우연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우연은 그런 두 사람의 불만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냉장고 안쪽을 열심히 뒤적거리었다. 그리고 이내 무언가를 찾아낸 그녀가 냉장고 바깥으로 손을 뻗으며 그것을 흔들었다.

 

 “닭 요리 중에 먹고 싶은 거로 골라, 치킨 빼고.”

 

 “닭튀김!!!”

 

 * * *

 

 저녁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이 함께 거실 탁자 주변에 둘러앉아 아까 만들던 페이퍼 토이를 만드는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난이도이기에 쉽게 페이퍼 토이를 만드는 제노와 우희와는 달리 어쩐지 우연은 아까부터 첫 단계인 얼굴에서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심지어 그 얼굴마저도 풀이 잘 붙지 않아 여러 번 덧붙이는 것을 반복해 캐릭터의 하얀 얼굴 곳곳에 까만 검댕이가 묻어 있었다. 우연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상황을 보니 자신만 아직도 첫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에 비해 둘은 벌써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음이 보였다.

  음... 이쯤 대면 내 풀이 불량품인 거 아니야? 왜 내 것만 안 붙는 것 같지? 상황이 이렇게 되니 자신의 실력보다는 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던 우연이 다시 본인의 페이퍼 토이에 집중하기 시작했을 때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띠리릭

 

 “다녀왔습니다.”

 “큰오빠 왔다!!”

 

 벌떡 일어나 외친 우희가 기다렸다는 듯 현관 쪽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나 거실로 걸어 들어오는 사람은 우희가 그토록 기다리던 큰오빠 우진이 아닌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문채로 껄렁껄렁하게 들어오는 우재였다.

 

 “어라? 큰오빠가 아니라 막내 오빠네?”

 “이 앞에서 만나서 같이 들어왔어.”

 

 우희의 질문에 그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우진이 대신 대답했다. 우재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은 봉투 안에서 요거트를 하나 꺼내 우희에게 건네주었다.

 

 “자, 우희가 말하던 요거트가 이거 맞아?”

 “응 이거 맞아 고마워 오빠.”

 “아이스크림 사 왔는데 먹을 거지?”

 

 우희에게 요거트를 건네느라 잠시 몸을 숙였던 우진이 숙였던 몸을 바로 하며 제노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형.”

 

 우진이 말을 건네기도 전에 먼저 아이스크림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던 제노가 웃으며 그에게서 아이스크림이 담긴 봉투를 건네받았다. 여러 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 중 신중히 자신이 먹을 것을 고르던 제노가 이내 빠삐코 하나와 초코퍼지 하나를 골라 빠삐코는 우연에게 던져주고 자신은 초코퍼지의 포장지를 뜯었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주방으로 옮겨 다른 아이스크림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냉동실 안에 정리해서 넣어놓았다. 마찬가지로 우진은 그 옆에서 자신이 사 온 물품들을 하나하나 냉장고에 집어넣고 거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에 거실 탁자 위에 앙증맞게 앉아있는 페이퍼 토이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오기 전까지 이거 만들고 있었던 거야?”

 “응!!! 어때 잘 만들었지 오빠?”

 “그러네, 이거 팔도 움직이는 건가?”

 “응 이렇게 앞뒤로 움직이기도 해.”

 

 우진이 자신이 만든 페이퍼 토이에 관심을 가지자 신이 난 우희가 페이퍼 토이를 손에 들어 올려놓고서는 이것저것 열심히 설명했다. 그런 우희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리액션을 해주던 우진은 아까부터 조용히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있는 다른 한 명의 동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본래라면 진작 때려치웠거나 아예 만들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우연일 텐데 그녀는 아까 제 노에게서 받은 아이스크림도 뜯지 않은 채 열심히 만들기에 치중하고 있었다. 항상 우연이 끈기 없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던 우진으로서는 지금 이 우연의 이 모습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연이도 만들고 있었어?”

 “어...”

 “웬일이야. 이런 거 귀찮다고 우희가 부탁해도 잘 안 해주면서”

 “그냥.”

 “어라..? 근데 지금 우연이가 만들고 있는 캐릭터 요번에 새로 나온 캐릭터인 거야?”

 “?”

 

 우연이 하던 동작을 멈추고 우진을 바라보자 그때까지도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우재가 우진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형?”

 “그러게 무슨 말 하는 거야 오빠?”

 

 우희도 우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둘의 질문을 받은 우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연이 손에 들고 있는 페이퍼 토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캐릭터 새로 나온 캐릭터 아냐?”

 “아닌데 최근에 새로 나온 캐릭터 없는데...”

 “응? 난 저런 캐릭터 본 적이 없는데, 그럼 왜 쟤 얼굴에는 달마시안처럼 점박이가 그려져 있어? ”

 “......”

 “풉”

 “푸하하하하하”

 

 거실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제노는 아이스크림을 정리하던 것을 멈추고 바닥 아래로 쓰러져 자신의 배를 붙잡고 웃고 있었고, 우희는 탁자 위에 쓰러져 웃었으며, 우재는 손뼉을 치고 소파를 치는 것을 반복하며 이 셋 중 가장 활발한 몸짓으로 우연을 비웃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웃고 있지 않는 사람은 문제의 말을 내뱉은 우진과 문제의 페이퍼 토이를 만든 우연 이 둘이었다. 겨우 웃음을 멈춘 우재가 우진이 한 말을 해석하였다.

 

 “그러니까 형 말은 선우연이 만들고 있는 게 너무 형편없어서 저게 새 캐릭터가 아니고선 원래 있던 캐릭터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말이지?”

 “...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

 “대박이다. 진짜... 아, 너무 배 아파.”

 

 핵심을 완벽하게 간파한 우재의 말에 우진이 재빨리 변명하려 했지만 우재가 이를 듣지 않았다. 우진은 어쩐지 자신을 바라보는 우연의 눈빛에 얼굴이 뚫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야, 우연아 오빠는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 저... 그게... 뭐냐”

 

 하지만 아무리 변명하려 해도 도저히 그럴싸한 말들이 떠오르지 않는 그였다. 우진은 그저 버퍼링 걸린 사람처럼 아... 저... 그게... 만 반복해서 말하는 중이었다.

 

 “됐어, 이제 그만해 오빠.”

 “아니 우연아 오빠는 정말로.”

 “나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그만하라고.”

 “진짜로...?”

 “응”

 

 하지만 우진은 계속해서 우연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우연은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자신 만들고 있는 이 캐릭터가 자신의 손에 운명을 맡긴 그 시점부터 본래의 캐릭터와 너무나도 멀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드는 자신조차도 어쩜 이렇게 못 만들 수가 있는지 그 사실이 너무나 신기해서 어디 끝까지 한번 가보자 하는 생각에 만들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러니 우재의 말에 상처받았다거나 화가 났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다만 우연이 정말 짜증나는 것은...

 

 “미친... 큭 새 캐릭터.. ?

 “으하하하 아이고 으하, 아 나 죽어.”

 

 이때까지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웃고 있는 제노와 우재 두 사람이었다. 우연은 나지막이 그 둘에게 경고했다.

 

 “작작해...”

 “아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웃기잖아? 안 그러냐? 제노야?”

 “그러니까 형 하 눈물 난다 진짜.”

 “......”

 

 자신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웃고 있는 그 둘을 째려보던 우연은 이내 그 시선을 거뒀다. 왜냐하면 저 둘이 계속 쳐 웃든 소파를 쳐 대든 무엇을 하든 관심 끄는 게 내 정신건강에 더 이로울 것 같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노와 우재는 이런 우연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새 우연이 만든 페이퍼 토이를 가져가 선우연이 새롭게 재창조한 캐릭터라며 손에 올려놓고, 머리 위에 올려놓는 등 생쇼를 떨었다. 그런 두 사람의 행동을 한심하게 쳐다보던 우진에게 우연이 종이봉투를 건네어 보이자 자연스럽게 둘을 향한 관심이 사그라졌다.

 

 “이게 뭐야?”

 “열어 봐.”

 

 우진이 종이봉투를 열고 꺼내자 나온 것은 아까 우연이 현준에게서 받은 학교 안내문이었다.

 

 “아 한화고 장학생 안내문이구나, 제노 너도 받았니?”

 “아직, 연이가 받았으니까 아마 곧 받겠지?”

 “바로 내일 받을 거 같은데...”

 “어째서?”

 “선생님 책상에 붙어있던 메모 봤어. 9월 7일 제노 점심시간 상담이라고 적혀있던데.”

 “아...”

 

 제노의 입에서 바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우연이 상담을 받았으니 곧 자신의 순서가 다가오리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올해는 장학생 규정이 바뀌었구나? 우재 넌 알고 있었어?”

 “...정확히는 아니고 대충은.”

 “그래? 근데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은 것 같은데...”

 “응 담임 선생님도 세부적인 부분 몇 개만 바뀌었지,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하셨어.”

 “흐음...”

 

 우진은 안내문에 적힌 글을 꼼꼼히 읽어 보았다. 그런 우진을 바라보던 우연의 눈에 집에 도착하고 나서 아직도 옷을 갈아입지 않은 우진이 양복이 보였다.

 

 “오빠 이따가 봐도 되니까 어서 옷부터 갈아입고 와.”

 “어? 아... 그러고 보니 도착해서 옷도 안 갈아입고 있었네.”

 “양복 다 구겨지겠다.”

 “알았어, 얼른 갈아입고 나올게, 우재 너도 방에 가서 옷 갈아입고 나와.”

 “어.”

 

 * * *

 

 우재가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돌아오자 자신보다 먼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우진이 거실 탁자 앞에 앉아 아까 보지 못했던 안내문을 읽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앞에는 우연이 앉아 있었고 제노는 뒤에 있는 소파에 앉아 그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우재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제노의 옆에 앉았다.

 

 “흐음... 그렇구나, 작년이랑 다르게 이 부분만 바뀐 거구나.”

 “뭐, 그래도 크게 달라진 건 없잖아? 성적 잘 받아야 하는 건 같으니까.”

 “그건 그렇지만, 입학시험은 그렇다 쳐도 그 이후에는 너희한테 좀 힘들 수 있겠는데... 괜찮겠어, 둘 다?”

 

 그렇다. 이번에 바뀐 장학생 안내문은 확실히 작년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렇게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장학생의 기준이 전보다 한 단계 높아져 학생 입장에서는 힘들 수 있는 부분이었다.

 

 “별로... 상관없어.”

 “나도, 애초에 아직 입학시험도 안 봤는데 붙을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 거 아니야?”

 “맞아, 떨어질 수도 있는 거고.”

 “... 너무 남 얘기하듯이 말하는 거 아니야?”

 

 이거 너희 얘기야 얘들아... 우진이 난감하듯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한 번 바라보더니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웃어 보일 뿐이었다. 얘네들은 여유가 넘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지금 여기서 걱정되는 건 나뿐이니 응?

 

 “내버려 둬, 형 쟤네 저러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야?”

 “그건 그렇긴 한데... 아!”

 

 갑작스럽게 소리치는 우진 때문에 우재는 깜짝 놀라며 외쳤다

 

 “뭐야?? 왜 그래?”

 “아니 장학생 제도가 바뀌는 거면 우재 너도 다음 연도부터는 장학생 기준이 바뀌는 거야?”

 

 놀란 가슴을 다스린 우재가 말했다.

 

 “난 또 뭐라고 아니 난 그대로야 다음 해 입학할 신입생들만 바뀌고.”

 “아... 그렇구나, 다행이다. 형은 너도 바뀌는 줄 알고.”

 “아니니까 안심하십쇼 형님.”

 “그래 알았다.”

 

 마치 조직의 부하가 보스에게 하는 것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우재의 태도에 우진은 웃음 지으며 가볍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오빠는 너희 둘 다 한화고 합격했으면 좋겠다.”

 “왜?”

 “왜라니? 이때까지 노력한 것이 좋은 결실로 이루어지면 좋은 거지.”

 

 글쎄... 과연 내가 합격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노력했던가? 아닌 것 같은데... 오빠가 보기엔 그렇게 보였나?

 

 “그리고 한화고는 우리나라 명문고 중에서는 가장 좋은 학교니까 시설도 좋고, 게다가 우연이가 의사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지 않을까? 어때 우재야?”

 “....글쎄”

 “네 친구 중에서도 의사가 꿈인 친구들 있잖아. 뭐 그렇지 않더라도 부모님이 의사이신 분들도 많이 계시니까.”

 “......”

 “그러면 아마 우연이도 그렇게 되겠지? 그렇다면 그분들께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물어볼 수 있겠고... 아무래도 검색해서 알아보는 것과 직접 경험한 사람에게 듣는 건 다르니까.”

 “그렇지...

 

 그러나 우진의 말을 듣는 우재의 얼굴에 서서히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리고 그건 우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진의 말을 듣는 내내 탁자 아래에 있는 그녀의 손은 자신의 손톱 옆 부분을 연신 긁어대고 있었다. 꼭 무언가를 불안에 떠는 사람처럼.

 

 “음... 역시 그렇게 생각하면 꼭 합격했으면 좋겠네. 이건 이따가 우준이 오면 보여주자.”

 “응.”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우연에게 우재의 시선이 향했다. 우연을 바라보는 우재의 눈빛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선명한 그늘이 느껴졌다. 우연은 자신을 향한 우재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으나 이것을 티 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둘이 이런 미묘한 감정을 눈치챈 건 비단 서로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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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2020 / 8 / 25 240 0 7301   
11 11화- 그렇게 매번 모르는 척 2020 / 8 / 25 247 0 7161   
10 10화-판도라의 상자(2) 2020 / 8 / 25 231 0 8637   
9 9화-판도라의 상자 2020 / 8 / 25 245 0 8537   
8 8화-정체불명의 손님 2020 / 8 / 18 235 0 6130   
7 7화- 상담의 결과 2020 / 8 / 18 242 0 6668   
6 6화-단지 시간이 필요한 일 2020 / 8 / 11 263 0 6552   
5 5화 -네 손에 들어있는것이 정녕 그것이냐 2020 / 8 / 11 234 0 9773   
4 4화- 우리 모두 언제나 뒷통수를 조심하자 2020 / 8 / 10 239 0 7480   
3 3화-그거 안해도 아무일도 안일어납니다 2020 / 8 / 10 248 0 7064   
2 2화-하고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는거지 2020 / 8 / 4 269 0 10075   
1 1화- 넝쿨째 굴러들어온 그녀석! 2020 / 7 / 31 411 0 7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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