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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종결] 범죄 은행 (이상 가면)
작가 : 셀폽티콘
작품등록일 : 2020.7.31

당신이 할 수 있는 사소한 범죄를 저축합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범죄를 출금할 수도 있습니다.
현금으로
혹은 또 다른 범죄로...

 
8. 맥거핀과 살인 사건
작성일 : 20-08-11 12:17     조회 : 381     추천 : 4     분량 : 7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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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뭐, 007 작전이 따로 없었다.

  - 내 방송에서 봤수다. (……) 방송도 그렇게 나가버렸는데 (……) 경찰들도 당신에게 집중하겠지 (……)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시구려, 경찰들이 감시중이겠지. (……) 내 볼 때 당신은 그 뱃지 절대 못 쓸 거우 (……) 거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거 나한테 파시오. (……) 내 천만 원 드리지. -

 

  유 강사에게 전화를 했다는 남자의 목소리는 상당히 나이가 있게 들리는 60 – 70대 정도의 남성 목소리였다. 적어도 이상 가면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유 강사의 집과 주소를 알아내었는지, 귀신도 모를 노릇이었다. 노인이 첫 번째로 유 강사에게 요구한 것은 미행을 따돌리는 방법이었다.

 

  “아파트에서 출발한다면 미행을 따돌리는 게 불가능할 거우다. 아파트는 나오는 입구가 하나뿐이니까. 직장으로 가십시다. 거기 옥상으로 올라가면 옆 건물로 넘어가는 게 어렵지 않을 거요. 도시의 건물들은 언제나 다닥다닥이거든. 건물 옥상에는 이미 갈아입을 옷가지를 내가 가져다 놓았수다. 그걸로 갈아입으시고…….”

 

  노인의 요구대로 유 강사는 옆 건물 입구인 빵집 옆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눌러 쓴 것이 정말 저 사람이 유 강사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쩌지요?’

  건물 앞에서 서성대던 마빡이 형사가 물어 왔다. 지금 미행을 놓쳐 주어야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김 검사가 대답했다.

  ‘아니요. 지금은 티나게 따라 붙으세요. 적당한 지점에서 놓칩시다. 한번 시도로 미행이 붙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의심할 겁니다.’

 

  마빡 형사의 연기는 꽤 그럴 듯 했다.

  그는 한동안 자신의 앞을 지나치는 유 강사를 쳐다보지 않고 있다가, 뭔가 의심스러운 듯 그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리고는 ‘아’하는 표정으로 그를 쫓기 시작했다. 2과 검거 1위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연기였다.

  김 검사의 예상은 적중한 것 같았다.

 

  “이런 이런 꼬리가 붙었구랴. 하긴 뭐 이쯤으로 미행을 따돌린다면 대한민국 형사가 아니겠지. 일단 왼쪽에서 첫 번째로 나타나는 떡볶이 집으로 들어가서 대기하구랴. 내가 곧 다시 연락하리다.”

 

  노인의 지시는 그랬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떡볶이 집 앞으로 택배 오토바이가 등장했다. 다시 전화벨이 울리고 노인의 지시가 떨어졌다. Go.

  유 강사가 씹던 떡복이를 던지더니 갑자기 내달렸다. 그리고 환상적으로 몸을 날려 오토바이 뒤로 휘익 올라탔다.

 

  “야, 이거 진짜 미행이었으면 식은 땀 좀 흘렸겠는데요.‘

  먹던 떡볶이를 들고 도로 위에서 안타까움에 치를 떠는 연기를 잘 보여 준 마빡 형사였다. 그는 남은 떡볶이를 차 속으로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대머리를 계속 쓰다듬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실 그들이 미행하고 있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유 강사가 아니라 그의 핸드폰이었다. 핸드폰에 심어 놓은 도청용 칩은 핸드폰을 꺼도 6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었다. 도청뿐 아니라 위치 정보까지 그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주기 때문에 굳이 미행을 붙지 않아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아, 먹고 싶으면 사먹어요. 이거 다 내 돈 내고 산 건데…….”

  마빡이가 마구 뺏어 먹으러 드는 빡샘을 향해 꽤액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이 선배도 못 알아보고. 퉤퉤퉤.”

  “악. 이 못된 털보 선배 자식이…….”

 

  보통의 미행과는 달리 차 속은 여유로움이 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김 검사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두 가지 걱정 때문이었다.

  첫째는 유 강사가 핸드폰을 어딘가에 버리는 경우였다. 하지만 그 경우를 대비해서는 드론을 준비하고 있긴 했다. 전원이 꺼진 채 인체와 멀어진 핸드폰은 1분 이내에 자동으로 경고음을 보내주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핸드폰 주변으로 빠르게 드론을 날릴 계획을 세우고 있긴 했다. 워낙 발달한 드론 기술 탓에 대부분 위치 추적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실패 확률도 적진 않았다.

  둘째는 추적 장치의 배터리가 다하는 6시간이 넘도록 노인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였다. 사실상 이 경우에 대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보음조차 울리지 않는 상황이므로 신호가 끊긴 지점을 찾아가야 했다. 하지만 핸드폰은 계속 움직이고 있으므로 그 지점을 찾는 것 자체가 실상 어려운 일이었다.

  최대한 노인이 빨리 출현하도록 상대의 방심을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미행을 실패하는 궁극적 목적도 거기에 있는 셈이었다.

  경찰청의 도움으로 수시로 자동차를 바꿔가면서 그들은 핸드폰 도청에 온통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내 한참을 지켜 봤는데……. 확실히 꼬리가 떨어진 모양이구려. 이제 본격적으로 만나 봅시다. 택시를 잡아타고 ○○로 12-3길로 오우.”

  시내를 굽이굽이 돌아다니던 유 강사의 핸드폰에 그런 메시지가 전해지자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만세, 만세를 외쳤다.

 

  ‘국가 권력을 위협하는 반동 세력들을 이번 기회에 싹쓸이해서…….’

  빡쌤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며 범인에 대한 일망타진의 의지를 불태웠다.

 

  ‘털도 싹쓸이하고…….’

  마빡 형사도 자기 대머리를 쓸어 넘기며 합세했다.

 

  “고생하셨우. 주소지에 닿으면 거기 내려서 오른쪽에 있는 길을 따라 오르슈. 등산로는 하나뿐이니까 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꺼유. 20분쯤 산을 쭈욱 올라 가슈. 그러면 약수터가 하나 있을 거유. 내 거기서 기다리리다.”

  노인의 마지막 전화였다.

 

  “드디어 작전 시작입니다. 최종 목적지를 알았으니까, 유 강사와는 다른 길로 가세요. 좀 밟아요. 범칙금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우리가 먼저 약수터에 도달해야 합니다. 김 반장님 형사과에 지원 요청하세요. 혹시라도 우리가 놓칠 경우 산을 포위해야 합니다.”

 

  그렇게 급박하게 수사는 진행되고 있었다.

  도착한 산은 무지하게 가팔랐다. 이런 곳에 약수터가 있을까 싶을 만큼 등산로는 좁았다.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었다는 듯 길은 잡초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다가 간신히 유 선생의 뒷모습을 저만큼 멀리서 발견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김 검사와 김 반장의 핸드폰이 가장 먼저 요란하게 진동했다. 그리고 몇 초 차이로 빡쌤을 거쳐 윤선의 핸드폰까지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어댔다.

 

  “살인 사건입니다.”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입니까?”

  “그게…… 사건 현장에서, 방송에서 나왔던, 그 이상 뱃지가 발견되었습니다.”

  “뭐요, 이상 뱃지?”

  전화를 받던 김 검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상 뱃지를 팔겠다고 지금 지금 자신들의 앞을 걸어가고 있는 유 강사는 뭐라는 말인가.

 

  “뱃지가 두 개일 수도 있는 걸까?”

  김 반장이 중얼거렸다.

 

  “아뇨. 분명 이상 가면은 하나라고 했어요.”

  김 검사가 대답했다.

 

  “둘 중 하나는 가짜라는 이야긴데…….”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표정으로 빡쌤이 웅얼거렸다.

 

  “이 새끼를 일단 잡아야죠. 아녜요?”

  식은땀을 흘리며 마빡이 분노에 찬 얼굴로 말했다.

 

  “맞아요. 이제 와서 유 강사를 포기할 순 없어요. 작전은 그대로 진행하세요.”

  “그럼 저쪽은요. 저쪽에서는 확실하게 이상 뱃지가 나왔다는데……. 우린 직접 본 건 아니잖아요?”

  “우리도 확실하거든요. 아무리 털이 많아도 그렇지 전화 통화 직접 들었잖아요? 이쪽 작전을 포기시킬려고 저쪽이 가짜를 만든 걸 수도 있잖아요?”

  마빡이 절대로 유 강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결연함으로 소리쳤다.

 

  “이렇게 하죠. 저하고 정 형사님이 그쪽으로 갈게요. 아무래도 액션이 필요한 건 저쪽보다는 이쪽인 것 같으니까.”

  “제가 왜 거기로 가요? 액션하면 전데요”

  윤선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싸움은 진짜 자신이 있는 윤선이었다. 빡쌤하고 일대 일로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있는 윤선이었다.

 

  “네, 하지만 이쪽에 이상 전문가가 필요할 것 같진 않으니까요. 저쪽이라면 뱃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아 봐야 하고, 새로운 사건이니까…….”

  여자라고 무시하는 거라는 생각에 윤선은 기분이 좀 상했었다. 하지만 이상 전문가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김 검사의 말에 그냥 고개를 끄덕여 주기로 했다.

 

  “싸움은요, 힘으로 하는 게 아녜요. 경험과 속도죠. 태권도, 유도, 이종격투기…… 특히 이종격투기가 전국체전 종목이었으면 제가 국가 대표 됐을 걸요. 빡쌤요. 빡쌤도 1대1로 붙으면 저한테는 안 될 걸요.”

  살인현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윤선은 싸움이 뭔지에 대해 쉼 없이 떠들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김 검사가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윤선 씨는요, 정말 대단한 분이신 것 같아요.”

  “네?”

  정 형사님이라고 꼬박꼬박 불러오던 김 검사였으므로 윤선 씨라는 호칭에 놀란 그녀가 대답했다.

 

  “왜 그렇잖아요. 이렇게 외모도 고우신데, 머리도 좋으시잖아요, 이상 전문가면 책을 많이 읽으셨다는 거 아니에요? 게다가 싸움도, 태권도에, 유도에, 이종격투기까지, 와 이걸 다 잘 하신다는 거잖아요. 와우. 이런 사람이랑 살면 남편 되실 분은 정말 든든하겠어요, 전 솔직히 공부하느라 책도 별로 읽은 게 없고, 게다가 운동은 잼병이거든요. 아아, 저는 직업이 이러니까 운동 잘하는 아내를 만나야 하는데……. 밖에서야 형사님들이 지켜주신다고 하고, 집에서는 아내가 딱 지켜주면 보디가드가 따로 없을 거 아네요. 하하하. 그래서 운동 좀 하신다는 분들하고 일부러 만나보기도 했거든요. 근데 대부분 그런 분들은 머리가 비었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책은 좀 읽어야지. 책이 뭔지도 모르는 여자들은…….”

 

  책, 책을…… 좀 읽는다는 게 몇 권일까?

  5권? 아니면 10권? 최근에 읽은 이상에 관한 책을 다 합치면?

  대략 5권정도 되는 것 같긴 했다. 하지만 그게 자신의 일생동안 읽은 책의 전부였다.

 

  “저도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닌데…….”

 

  검사정도 되는 남자에게 이런 극찬을 받은 일이 없던 까닭에 윤선은 갑자기 말을 잃어버렸다. 고딩 때 좀 날리는 여자애들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질질 끌고 다닐 때도, 공부 잘 하는 애들 앞에서는 이상하게 주눅이 들곤 하던 그녀였다.

 

  “그렇게 겸손하실 것 없어요. …… 처음부터 윤선 씨 말을 들었어야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네? 왜……, 갑자기 제 무슨 말을 들어요? 저는 결혼 안 할 건데…….”

  “아니요. 아까 못 들으셨어요?”

  “뭘요?”

 

  윤선에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경찰청에 순경으로 근무하고 있는 룸메이트 민서에게서였다. 그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넸지만 워낙 충격적인 사실이라 뒷부분의 내용을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었다. 게다가 뒷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귀를 막아 버린 탓도 있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곳이요. 33번지 인근이라던데요. 무슨 연립 주택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뭐였더라…….”

  운전을 하던 김 검사가 옆에 놓아두었던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 다시 주소를 확인하고 있었다.

 

  “행복 연립 301호”

  거의 무의식적으로 윤선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야, 하고 부르던 햇살에 가려진 여자아이의 얼굴과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종이 가루의 영상. 아주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의 모습이 그녀의 의식을 온통 잡아끌고 있었다.

 

  “아, 맞아요. 행복 연립. 근데 301호는 뭐죠?”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13인의 아해가……”

  갑자기 떠오른 이상의 시를 윤선이 다시 중얼거렸다.

 

  “네?”

  “피해자요. 피해자가 누구죠? 혹시 아이가 죽은 건가요?”

  “글쎄요.”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건 김 검사도 윤선과 마찬가지였다. 워낙 급박했던 범인 검거 작전 중에 받은 연락이었다. 빨리 장소를 옮겨야 한다는 생각에 사건에 대한 자세한 질문은 미뤄 두었던 것이다.

 

  잠깐의 침묵을 깨고 김 검사의 핸드폰이 먼저 울었다.

 

  - 검사님, 여긴 틀렸습니다. 노인은 나타나지 않았고요. 유 강사라는 놈. 잡긴 했거든요. 이게 돈을 벌려고 사기 친 거라는데요. 허접하게 생긴 뱃지를 하나 내밀었는데, 돈 벌려고 자신이 인터넷 주문해서 만들었답니다. 전화해서 확인해 봤는데, 구매한 건 사실이고요.-

  33번지에 도달하기 전에 김 반장에게서 걸려온 전화의 내용은 대략 그랬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33번지에 있던 뱃지를 놓치고 자신들은 엉뚱한 일에 매달렸던 것이었다.

 

  “애초에 윤선 씨는 왜 33호에 뱃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거죠?”

  “사실 그 추리는 제께 아니었어요.”

  “그럼요?”

  “이 분요. 이 분이 날개 소설에 나오는 33번지. 무서워하는 아이와 무서운 아이에 대해 알려 줬거든요.”

 

  윤선은 ∴nPn = n(n-1)(n-2)……(n-n+1)이라고 찍혀 있는 문자를 김 검사에 내밀었다. 동현에게서 받은 문자를 중간에 ‘윤선에 대한 각성’만 지우고 3개를 보여 주었다. 자신에 대해서 각성했다는 문자는 어쩐지 좀 사적인 내용일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게 뭐죠? 확률 계산식인가?”

  “맞아요. 하지만…… 그건 수학식으로서가 아니라 이상의 시구의 일부분으로 보내진 거예요.”

  “이런 게 시라고요? 그런데…… ‘호구’이라는 분은…… 혹시 남자친구…….”

  호구는 동현을 가리키는 명칭이었다. 동현을 이름대신 호구라고 저장해 놓은 탓이었다.

 

  “아니에요. 도서관에서 근무하시는 분이신데. 도서관 9호실에 주로 계시기 때문에……. 9호를 쓴다는 게 실수로……. 암튼 이상에 대해서는 저보다 전문가시라서…… 제가 도움을 좀 받았어요.”

 

  건네주었던 핸드폰을 다시 받아들면서 윤선은 이상한 죄책감이 드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차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끼어든 차 한 대가 위협적으로 차창을 스치며 지나갔다. 망할 하수도 공사는 차들을 온통 난폭하게 만들고 있었다.

  뭔가가 공중에서 떨어진다고 느낀 상황에 자기 몸을 던져서 자신을 감사 안아주던 남자……. 그의 어색한 웃음과 김 검사의 절제된 웃음이 대비되는 듯 했다.

 

  “근데 그 메시지는 무슨 뜻이에요?”

  “글쎄요.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오늘 유 강사 미행 시작하기 전에 저한테 보내온 거거든요. 저도 그 뜻을 생각해 보는 중이었어요.”

  “하긴 이상의 시가 다 그렇죠.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니까요. 그러고 보면 참 복잡하게 사는 인간들 많아요.”

  “…….”

 

  복잡한 인간들……. 그리고 자신과 같은 단순한 스타일의 여자…….

  - 오해하지 말아요. 난 당신같은 스타일에는 전혀 관심 없으니까.-

  윤선은 갑자기 침울해 지는 감정을 느꼈다.

 

  유 강사를 따라 올라갔던 산길은 33번지와는 정 반대편에 있었다. 마치 일부러 그쪽으로 수사팀을 유인한 거라고 해도 믿겨질 만큼. 아무리 서둘러도 차속에서의 시간은 길었다.

  윤선은 날개의 첫부분, 오감도 1호의 내용, 거울처럼 대칭으로 놓여 있던 거리들에 대한 이야기, 유독 1과 3을 많이 사용하는 이상의 문학 창작의 특징 따위를 설명해야 했다. 사실 그녀가 스스로 알아냈다기보다는 거의 동현에게 들은 내용들이었다.

 

  폴리스 라인이 그어진 사건 현장에는 많은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피해자가 누구예요. 아이가 다쳤나요?”

  윤선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을 붙잡고 물었다. 자신이 외면하고 돌아왔던 아이의 일이 몹시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방이 시뻘건 핏자국으로 물들어 있는 301의 침실 앞에 도착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피범벅이 된 아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말
 

 슬슬 사건이 숨막히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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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바다라 20-08-11 13:17
 
이상 작가님 책들 뒤적여야 하는 거 아니죠~?!!
저는 윤선씨처럼 단순해서 이곳에서만 따라갈래요~
윤선씨 정신없겠네요~ 김검사님까지 그러니~

피해자가 아이가 된다면...제가 예상한 거랑은  다르게 돌아가는 듯 ㅋ
위정자들을  다루는 이상가면인줄 알았거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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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폽티콘 20-08-11 13:32
 
ㅋㅋㅋ
이상 책 뒤적일 필요 전혀 없습니다.
그렇게 복잡하게 가지 않습니다.
단지 사건의 시작부분이라 아직 밝힐 수 없는 것들이 좀 숨어 있다. 정도로만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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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삼일 20-08-11 13:34
 
유 강사가 범인? 아님? 몰라!
그래야 재밌는 추리소설이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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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폽티콘 20-08-11 14:48
 
ㅎㅎㅎ
유 강사...
넘 대충 찍으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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