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만 백만번째
작가 : 박재경양
작품등록일 : 2016.8.22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남자를 만나기는 애초에 글러 먹었고, 회사에서 만난 남자친구라는 놈은 등쳐먹고 사기나 치고 다니고. 하는 일 하나없는 여자 나이 서른. 진서는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렇게 된 바에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이나 하면서 엄마옆에 있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웬걸, 차주혁, 할리우드에서는 크리스라고 불리는 뮤지컬 배우가 제주도에 찾아왔다. 그것도 진서의 집에! 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잘생긴 남자가 왜 우리 집에 있는거지?

 
13. 내가 덮친거니?
작성일 : 16-10-18 16:24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429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 지금 가는 중이라고!”

 그렇게 진서는 지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평소라면 발신자 전화번호를 꼭꼭 확인했을텐데, 오늘은 달랐다.

 보기만해도 심장떨려서 죽을 것 같은 남자 차주혁을 옆에 달고 다니느라 혼이 빠져나갈것만 같은데 어떻게 발신자 전화번호 따위를 확인하고 있느냔 말이다.

 “… 여보세요? 진서야, 나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신자 전화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받은 전화는 다름 아닌 구남친 정태진이 건 거였다.

 “…”

 그래, 정태진한테 전화가 오면 한껏 욕을 해주리라 다짐했다.

 몇번이고 다짐했다.

 하지만, 막상 전화가 오니 쌍욕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욕을 해야 할지, 아니면 평소처럼 굴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전화는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온 전화였다.

 그 말은 진서가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도로 와서 고난의 시간을 보낼 동안 이 자식은 여태 다른 여자 만나고 노닥거리고 있었다는 거였다.

 “잘 지냈어? 그간 연락한번 없었다, 그렇지?”

 ‘내가 너랑 왜 연락을 하냐고 이 자식아!’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올 뻔 했지만 꾹 참았다.

 “…”

 “제주도에 갔다고… 들었어. 마침 내일 제주도로 출장가는 데… 한번 볼래?”

 진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떻게 들었지? 진짜? 누구야, 누구냐고!’

 서울에 있는 친구들한테 조차도 말 안하고 내려왔는데, 누구한테 들은거지…

 진서는 빠르게 그 사실을 말할만한 입 가벼운 친구들 목록을 뽑아 봤지만 너무 많아서 가늠할 수가 없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더니… 그나저나 이 기집애들 잡히기만 해봐 아작을 내버릴 테니까.

 “그래, 그러자.”

 응? 보자고? 진서는 자신이 한 말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내가 왜 저 자식을 만나? 왜 갑자기 또 친절한 척 하는거야? 아아아아…

 진서의 머릿속은 이미 하얗게 질려 버렸다.

 ‘지금이 아니면 말할 수 없어! 어서 마음속에 고이 담아 두었던 쌍욕을 입밖으로 내뱉으란 말이다!’

 하지만 진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아... 난 왜 이렇게 착한거니.’

 진서는 그렇게 아무 말도 못하고 친절하게 굴어버린 자신을 자책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신을 잃을 정도로 섹시한 차주혁이 옆에 있다는 것은 보잘 것 없는 일이 돼 버렸다.

 ‘멍청하게 거기에서 또 친절한 척을… 왜 쿨한 척을…’

 진서는 브레이크 한번도 밟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돌진했다.

 신호를 무시하는 것은 기본, 횡단보도를 건너는 할머니를 치어 버릴뻔 하기를 두어번...

 하지만 진서의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혁이 옆에서 무어라 말이라는 것을 하는 듯 보였지만 진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계속 이런 말들이 맴돌았다.

 ‘결혼, 배신, 결혼, 배신...’

 진서는 애써 머리를 흔들며, 다짐했다.

 ‘복수할거야. 복수하자. 복수해도 돼. 그럼그럼.’

 

 *

 

 두 손 가득 고기며 채소를 잔뜩 사 온 진서를 기다리는 것은 엄마의 호통소리였다.

 한 사흘은 굶은 사람처럼 마트를 털어 왔건만, 망할 정태진의 전화 한통으로 식욕은 모두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내가 얼마나 고기가 먹고 싶었는데… 하아…’

 원망해봐야 이미 소용없었다.

 늘 맞는 엄마의 등짝스매싱 조차도 아무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진서는 거친 운전 때문에 간이 콩알만해진 주혁과 고기더미를 품에 안은 채 분노하는 엄마를 뒤로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태진에게 미련이 남아서는 아니었다.

 미련은 개뿔.

 언젠가 만나면 여태 당했던 일을 다 되갚아 주리라 생각했는데, 미련이라니.

 진서는 방문을 쾅 닫고는 기대 앉았다.

 심지어 그 자식은 상냥하거나 다정하지도 않았다.

 생긴것도 별로인 자식이 어디서 여자를 후리고 다니는지, 늘 진서 말고도 연락하는 여자가 몇 명씩 있었다.

 그때마다 진서는 모르는 척 눈감아 주었다.

 정태진을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싸워서 그런 사소한 일로 또 싸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엇다.

 뒤이어 이어질 뻔한 거짓말도 시간이 갈수록 지쳐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진서에게는 잔다고 거짓말을 하고 클럽간 것도 진서 친구들한테 발각돼서 한밤중에 잠옷바람으로 가서 잡아온 것도 손에 꼽을 수도 없었다.

 그 자식과의 악몽같은 인연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미 자기는 애진작에 마음이 떠나 놓고는 진서가 울면서 헤어지자고 할 때까지 말 한마디 안하던 매정한 자식.

 그런 자식과 오래도록 사귄 이유는 딱 하나였다.

 정태진은 진서의 말을 귀 기울일 줄 알았다.

 진서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비오는 날 진서가 듣는 음악은 무엇인지 어떤 전시를 좋아하는지... 모든 것을 잊지 않았었다.

 그 친절함, 세심함은 어느 남자에게도 느낄 수 없던 거였다.

 그 느낌 하나로 오래도록 사귀었다.

 결국에는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는 결론만을 남기고 각자의 갈길을 가게 되었지만.

 ‘정말 잘 헤어졌어… 꼴도 보기 싫어… 근데 왜 만나자고 한거니 이 멍청아.’

 이 막막함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진서는 밖으로 나가 고기를 먹고 싶지도,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차주혁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이럴때 술이 최곤데 마트에서 술을 안사왔네 젠장.’

 그렇게 입맛을 다시던 진서의 앞에 반가운 것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점심때 사온 막걸리였다.

 ‘아까 사온 막걸리! 남았었네! 아싸!’

 막걸리만이 진정한 남자친구인듯, 진서는 반갑고도 소중하게 막걸리 병을 들었다.

 ‘여기에서 먹다가 걸리면 또 난리 칠거니까…’

 진서는 품에 막걸리 병을 담고 또 담고는 조용히 방을 빠져 나갔다.

 마침, 엄마는 상추를 씻겠다는 주혁을 말리느라 진서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상추보고 샐러드라고 하는 상전이 상추를 씻는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상전 차주혁을 모시고 있는 엄마가 조금 불쌍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진서 코가 석자였다.

 그렇게 조용히 집안에서 빠져나온 진서는 안전하게 마당에 안착했다.

 가로등 불빛도 들지 않는 마당은 어둑했다.

 그래서 진서는 더 마음에 들었다.

 멀리에서 풀벌레 소리도 애틋하게 들렸다.

 ‘모두 나의 혼술을 반기는 군!’

 진서는 별채에 등을 기댄 채, 막걸리를 들었다.

 안주 따위, 그런건 없었다.

 막걸리의 맛도 모른채 진서는 꿀떡꿀떡 목구멍 깊이 술을 밀어 넣었다.

 그냥 오늘 있던 모든 일을 스킵하고만 싶었다.

 

 

 *

 

 다음날 아침.

 진서는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았다.

 “으으 머리야… 여기가 어디… 아 침대구나.”

 진서는 겨우겨우 몸을 일으켰다.

 어제 두병째 막걸리를 원샷한 건 기억이 나는 데 그 이후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진서의 바람처럼 정말 저녁을 스킵하고 말았다.

 내일 아침이야 어떻게 되든 별 상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당장 어제의 진서를 뜯어 말리며 막걸리를 마시기 전에 상추라도 안주로 먹으라고 호통치고 싶었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주혁이 오고, 뭐라고 한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별말 안했겠지? 뭐 말할게 있어야지. 해봤자 뭐… 정태진 욕이나 하고 말았겠지.’

 그래도 영 찝찝했다.

 게다가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술김에 욕정에 사로잡혀서 주혁을 겁탈했으면 어쩌나 덜컥 겁이 났다.

 생각해보니 여태 너무 금욕적인 생활을 했어서 그러고도 남았다.

 남자와 한이불을 덮고 잔 게 1년전에 정태진과가 마지막이었으니...

 ‘설마, 내가 그랬겠어. 간이 콩알만해서 괜찮을거야.’

 진서는 평소 소심하니 그럴 수도 없을 거였다.

 물건 하나도 제대로 흥정할줄 모른다고 엄마한테 매일 얻어터지기만 하는 진서이니...

 진서는 천천히 이불을 걷어내고, 팔을 뻗어 보았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머리가 울렸다.

 “아이씨, 망할 숙취. 아놔. 화장실이 어디야. 우엑…”

 진서는 입을 틀어막고는 팔을 뻗었다.

 ‘어?’

 방문이 있어야할 자리에 방문이 없었다.

 워낙 방이 작아서 그렇게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게 진서 방의 특징이었다.

 고개를 돌리고 말 것도 없이 직각으로만 고개를 돌려도 모든 게 한눈에 들어오는 작고 아담하다 못해서 좁아 터지는 그 방.

 그런데 이상했다.

 직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진서는 고개를 180도 돌려 보았다.

 ‘응?’

 진서의 방이 아니었다.

 ‘뭐야, 여기 어디야…’

 침대도 진서의 침대가 아니었다.

 천장도, 벽지도 모두 진서의 방이 아니었다.

 진서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침대가 탄력이 넘치는 게 절대 진서의 침대는 아니었다.

 쓴지 십년이 족히 넘은 진서의 침대는 매트리스가 꺼지다 못해 스프링이 주저 앉아 있었으니까.

 근데 문제는 침대가 아니었다.

 ‘으악…!’

 진서는 악을 지르려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주혁, 주혁이 옆에 있었다.

 곤히 자고 있는 주혁은 달랑 속옷 한 장만을 걸치고 있었다.

 헐렁한 속옷 사이로 주혁의 치골이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설마…’

 진서는 자신의 몸을 만져보았다.

 입고 있어야 할 옷이 없다…!

 ‘뭐야!!!! 악!!!! 나 뭐니, 덮친거니? 설마? 헐…!’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아무래도 안되겠다 2016 / 10 / 26 319 0 3547   
19 절대 짐승이 아니에요, 인간이라고요 2016 / 10 / 26 418 0 4453   
18 취향은 아니지만, 여자친구입니다 2016 / 10 / 26 301 0 4154   
17 옷은 집어 던져 버려요 2016 / 10 / 24 317 0 4235   
16 불길한 예감 2016 / 10 / 24 314 0 4159   
15 강제로 한거 아니고요, 진짜에요 2016 / 10 / 24 307 0 4496   
14 정말 아무짓도 안할게요 2016 / 10 / 20 306 0 4105   
13 13. 내가 덮친거니? 2016 / 10 / 18 277 0 4294   
12 12. 복수 할래요? (1) 2016 / 10 / 3 504 1 4104   
11 11. 절대 밀착, 떨어지지 않기 2016 / 9 / 26 493 0 4523   
10 10. 이러면 큰일나요 2016 / 9 / 22 379 0 4037   
9 9. 같이, 무슨 짓을 하려고? 2016 / 9 / 19 367 0 3993   
8 8. 막 더듬고 그러는거 아니에요 2016 / 9 / 19 428 1 4206   
7 7. 따뜻하고 길다랗고 가는 것 2016 / 9 / 8 322 1 4419   
6 6. 이상한 짓 하면 때려요 2016 / 9 / 8 377 1 4764   
5 5. 비싼 몸 2016 / 8 / 31 322 1 4520   
4 4. 야릇한 입술 2016 / 8 / 31 342 1 4563   
3 3. 뭐 이리 커? 2016 / 8 / 24 327 1 4180   
2 오자마자 스캔들 2016 / 8 / 22 305 0 3644   
1 처음뵙겠습니다, 키스 2016 / 8 / 22 653 0 396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