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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복제인간 소녀 기억 되찾기 프로젝트
작가 : 차근
작품등록일 : 2020.8.3

아무도 없는 이곳에 나는 누구..?
병실을 나서자마자 목숨을 위협하는 괴생명체들..!
그리고 초인적인 운동신경을 내뿜는 몸!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살고 보자!
탈출 중에 만난 남자가 완전 잘 생겼잖아?!
다 필요 없고 너만있으면 될 것 같아!
화끈한 복제인간 소녀의 기억 되찾기 프로젝트!
yjmllm132@naver.com

 
06. 탈출
작성일 : 20-08-10 23:09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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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럼. 계획 있지.”

 

 보라는 웃음을 거두고 메고 있던 가방을 풀었다. 가방에서 챙겨온 작업선을 꺼내어 재준에게 내밀었다.

 

  “이거. 허리에 둘러.”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재준은 더 따져 물을 힘도 없어 고분고분히 허리에 작업선을 둘렀다. 그사이 보라는 전기 릴을 최대한 끝까지 풀어냈다. 그리고 플러그 부분을 소화기에 묶었다.

 

  “준비됐어?”

 

 재준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지금은 이 여자한테 목숨을 맡기는 수밖에 없어.’

 

  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라는 전기 릴과 연결한 소화기를 프로젝트 창문 밖으로 던지고 줄을 당겨서 문을 닫았다. 이어서 전기 릴의 몸통을 통유리를 향해 힘껏 집어 던지고 머리를 감쌌다.

 

 ‘힘이 얼마나 센거야!?’

 

 유리에 릴이 부딪히자마자 벼락 맞은 것처럼 금이 가는 것을 보고 재준이 몸을 돌려 머리를 감쌌다. 귀를 막아도 고막을 찢어버릴 것 같은 소리를 내며 통유리가 산산이 부서졌다.

 

 저게 여자의 몸에서 나올 수 있을 힘이란 말인가?

 

 재준은 따져 묻고 싶지만, 묵묵히 보라의 행동을 눈에 담았다. 유리가 깨지자마자 강한 바람이 불었다. 한동안 깨진 유리 파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큭-!”

 

 바람에 날린 유리 조각이 재준의 뺨을 긋고 지나갔다. 눈가 바로 밑이 따끔했다. 보라가 앞으로 가서 높이를 확인했다. 3층에서 내려다봤을 때 보다 훨씬 까마득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바다 너머로 핏빛 여명이 떠오르고 있었다.

 

  쿵쿵쿵쿵!!

 

 귓가를 때리는 바람 사이로 카타나의 발소리가 점점 근접해왔다. 비상계단을 타고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았다. 보라는 얼른 재준이 두른 작업선의 반대쪽을 허리에 묶고 릴 선을 잡았다.

 

  “먼저 내려가.”

 

 뒤에 내려가는 사람이 아랫사람의 체중이 버텨야 했다. 체중으로 따지자면 재준이 두 번째로 내려가야 했지만, 지금의 체력으로는 보라가 손을 놓치면 그녀의 무게까지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남자의 자존심이 꿈틀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래를 슬쩍 내려다본 재준이 릴 선을 잡고 천천히 발을 아래로 뻗었다.

 

  키에에엑--!!

 

 카타나의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건물 전체에 퍼져나갔다. 보라는 재준이 완전히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보며 연결된 작업선을 단단히 붙잡았다.

 

  “이쪽으로 오고 있어.”

 

  쾅-!

 

 엄청난 바람 소리에도 불구하고 비상문 쪽에서 굉장한 소리가 났다. 카타나가 문 바로 뒤에 있다. 조금씩 내려가던 재준이 위를 쳐다봤다.

 

  쾅-!

 

 보라는 마른 침을 삼켰다. 문이 초록 불로 바뀌었다. 복제인간 관리 시스템 내피가 문을 연 것이다. 하지만 바깥쪽으로 당겨야 열리는 문이라 카타나는 쉽게 들어오지 못했다.

 

  쾅-!

 

 문이 찌그러졌다. 엄청난 힘이었다.

 

  ‘이제 곧 들어온다.’

 

 보라는 발에 힘을 꽉 주고 녀석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콰앙-!

 

  키에에엑--!!

 

 두 마리가 동시에 문을 박살 내고 달려왔다. 녀석들은 쏟아질 듯 복도로 들어와서 곧장 앞으로 달려왔다.

 

  “뭐해! 어서 내려와!”

 

 아래에서 재준이 소리쳤다.

 

  “계속 내려가기나 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보라는 뒷걸음쳐 더는 물러설 곳이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 카타나의 입아귀가 귀 끝까지 벌어졌다.

 

  키에에엑--!!

 

 앞쪽의 카타나가 먼저 팔을 뻗었다. 날카로운 이빨만큼이나 위협적인 손톱이었다. 보라는 뻗어오는 손에 집중했다. 카타나의 기다란 팔이 불쑥 그녀의 가슴 앞까지 왔다. 보라는 한 발 내디뎌 카타나의 커다란 손을 왼팔 사이에 잡아 끼고 뒤로 당겼다. 카타나의 몸에 속도가 붙어 보라를 지나쳐 아래로 날아 떨어졌다. 보라는 허리를 옆으로 틀어 두 번째 카타나에 집중했다.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던 재준은 허리에 감긴 작업선이 팽팽해져 더 내려갈 수가 없었다. 릴 선에 매달린 채 보라가 내려오길 기다리며 아래를 보지 않으려고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카타나의 울음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머리 위로 시꺼먼 덩어리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곧바로 몸이 터지는 엄청난 소리에 재준의 표정이 구겨졌다.

 

 ‘꼭 음식물 봉지 터지는 것 같잖아. 윽 역겨워….’

 

 뒤따라오던 두 번째 카타나는 벽을 타고 위에서 보라를 덮쳤다. 앞 녀석의 상황을 보며 머리를 쓴 것이었다. 위에서 뛰어 내려와 다리로 보라의 목을 감아 밖으로 튕겨 나갔다.

 

  “큭!”

 

 순식간에 막혀오는 숨통에 기절한 보라는 카타나와 함께 아래로 추락했다. 릴 선을 놓친 보라가 아래로 떨어지자 재준의 허리에 감긴 선이 졸렸다.

 

  “억! 윤보라!!”

 

 릴 선을 잡은 손이 하얗게 질려 아래로 미끄러졌다. 줄을 잡은 손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 카타나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땅에 처박혔다. 얼굴로 떨어져 뼈가 깔끔하게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의식이 없는 보라의 몸이 건물 벽에 부딪혔다.

 

  “장신 차려!! 윤보라!!”

 

 재준의 외침에 보라가 눈을 번쩍 뜨며 허우적거렸다.

 

  “젠장! 저놈이 목을 졸랐어!”

 

  ‘떨어지겠어…!’

 

 재준의 손이 덜덜 떨렸다. 작업선에 거꾸로 매달린 보라가 몸을 흔들었다. 릴 선이 잡힐 듯 말 듯 보라의 손가락을 스쳤다.

 

  ‘흔들지 말라고…!’

 

 재준의 손이 한 번 더 미끄러지고 손바닥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줄을 놓아 버렸다.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아래로 떨어지던 재준은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재준의 배가 다시 한번 강하게 졸렸다.

 

  “줄 잡았어!”

 

 가까스로 줄을 잡은 보라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재준의 몸이 퉁퉁 벽에 부딪혔다. 재준은 허리에 감긴 선을 잡고 다시 릴 선을 잡았다.

 

  “젠장! 죽는 줄 알았잖아!”

 

 안도의 짜증을 낸 재준이 보라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주먹 쥔 손바닥은 언뜻 봐도 화상 자국이 붉게 보였다. 애써 고통을 무시하며 3층을 막 지날 때였다. 6층의 창문에 걸린 줄이 덜컥거리더니 몸이 끌려 올라갔다.

 

  “어어, 이거 왜 이래?!”

 

 당황한 재준이 릴 선을 놓았다. 아래를 확인한 보라도 벽을 디뎌 가까운 나무 위로 뛰었다.

 

  “으악!”

 

 연결된 선 때문에 재준 역시 보라를 따라 나무 위로 딸려갔다. 나뭇가지에 배낭이 걸려 대롱대롱 매달리는 꼴이 되었다.

 

  “가지에 발 딛고 서봐.”

 

 재준은 몇 번 헛발질하다 겨우 발을 딛고 숨통을 조를 뻔한 작업선을 풀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재준의 물음에 먼저 내려온 보라가 위를 쳐다봤다.

 

  “카타나가 줄을 끌어 올리고 있어.”

 

 나무에서 내려온 재준이 보라의 옆에 섰다.

 

  “진짜 지능이 높구나. 줄을 끌어 올려서 우릴 잡으려 했나 봐.”

 

 재준의 감탄에 보라는 카타나를 째려보며 생각했다.

 

  ‘생긴 건 6층에서 뛰어내려도 죽는지도 모르는 놈 같은데.’

 

 아래를 내려보던 카타나들은 쉽게 내려오지 못했다. 생각했던 그것보다 수가 많았다. 녀석들은 끝까지 보라와 재준을 주시했다.

 

  “그나저나 너무 어둡잖아. 어디로 가야 하지?”

 

 카타나에게서 시선을 거둔 보라가 주변을 훑어봤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거라곤 빽빽한 나무들과 건물이 있다는 것 외에 어디가 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어두운 게 나을 수도 있어. 근처에 내장이 다 터진 카타나 두 마리도 있을 테니까.”

 

 재준이 건물의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어디가?”

  “여기까지 차 타고 들어왔었어. 섬 입구로 가려면 차가 있어야 해.”

  “여기가 섬이라고?”

  “응. 폐기생명체들의 섬 키메라. 설마 이것도 까먹었어? 저런 놈들을 관리해야 하니까 그나마 섬이 안전하잖아. 그래서 여길 들어오고 나갈 땐 배나 헬기를 이용해야 해.”

 

 둘은 차를 찾기 위해 건물의 입구 쪽으로 돌아갔다. 불빛 한 점 없는 밤에 인기척 없는 건물 앞에 있는 상황은 묘하게 섬뜩했다.

 

 설마 했지만, 재준이 타고 왔던 차는 물론, 지상에 주차된 차는 한 대도 없었다. 허탈감에 재준은 불 꺼진 건물만 바라봤다.

 

  “실망하고 있을 시간 없어. 걸어서는 얼마나 걸리는데?”

 

 보라가 재준의 어깨를 돌려 묻는 순간.

 

  텅-

  텅-

  텅-

  텅-

 

  “...!!”

 

 폐쇄된 건물 전체에 불이 켜졌다. 재준은 앞이 보인다는 기쁨도 잠시 잔뜩 경직된 보라의 얼굴이 보며 물었다.

 

  “어, 불 켜졌다…! 너 왜 그래?”

  ‘조용히 해.’

 

 걸어오던 재준은 보라의 입 모양을 읽고 그 자리에 멈췄다. 차마 돌아볼 용기는 나지 않아 눈으로 그녀를 재촉했다. 보라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아무 말이 없었다.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재준의 앞으로 걸어온 보라는 여전히 건물만 바라보고 있었다. 답답함에 조심스레 고개를 돌리던 재준의 얼굴을 보라가 빠르게 붙잡았다.

 

  “보면 안 돼.”

 

 속삭이는 보라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재준은 시선을 내려 보라의 팔을 봤다. 그녀의 얇은 팔은 소름이 진하게 일어나 있었다. 침을 한 번 삼킨 재준이 눈을 꼭 감았다. 그런 그의 뺨을 보라가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신호 주면 앞만 보고 뛰어.’

 

 보라의 입 모양을 읽은 재준이 눈을 치떴다.

 

  ‘먼저 가라니, 그러면 넌?’

 

 재준의 텔레파시를 읽지 못한 보라는 조용히 심호흡했다. 그녀도 많이 긴장되는지 내쉬는 숨도 많이 떨렸다. 보라가 다시 재준을 쳐다봤다. 재준은 눈을 감았다 뜨며 그녀의 계획에 사인을 보냈다. 보라의 손이 재준에게서 천천히 떨어지고 발소리를 죽여 재준과 점점 거리를 벌렸다.

 

 기름이 잔뜩 낀 노란 눈들이었다. 건물 안의 광경은 참혹했다.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의 사체들을 뜯어먹고 있는 카타나들 사이로 검붉은 몸의 3급 그렉들이 보안 셔터에 매달려 우리를 보고 있었다. 공격성이 사라지지 않은 그렉들이었다. 그렉은 팔 척 귀신같은 몸을 늘어뜨리고 눈알만 움직이면서 먹잇감을 지켜보고 있었다.

 

 재준이 보여줬던 영상이 떠올랐다.

 

  ‘그렉은 소리에 굉장히 예민한 녀석들입니다. 고양이들처럼 말이죠. 소리에 쉽게 흥분하고 공격성을 보인다는 점….’

 

 카타나와 그렉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를 무시하고 있었다. 카타나가 더 강하다는 것일까? 보안 셔터가 내려와 있어도 카타나가 흥분한다면 셔터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적어도 재준이 안전하게 벗어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다.

 

  ‘자, 이제 어떡하지?’

 

 아니면 이대로 재준을 세워두고 도망갈 수도 있었다. 저 많은 폐기생명체를 혼자서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사박-

 

 왼쪽 다리에 있던 무게중심 때문에 재준이 발을 움직였다. 아주 작은 소리였는데도 보라를 보던 그렉들의 눈이 재준에게 향했다. 녀석들은 충분히 흥분상태였는지 입가에 거품이 잔뜩 낀 채로 진득한 침을 흘렸다. 도망치려면 지금이 기회였다.

 

 소리 없이 발걸음을 옮겨 지하주차장 입구 앞에 선 보라는 몸을 낮췄다. 재준은 여전히 보라의 신호를 기다리며 꼿꼿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

 

  ‘아까운 얼굴이었지. 미안하다 김재준.’

 

 재준을 버리고 섬의 입구로 가려던 보라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걸음을 멈췄다.

 

  ‘그래도 잠시 기절했었을 때 김재준 때문에 살았는데.’

 

 아니야. 아니야. 언제부터 도덕적 갈등에 연연했다고. 저놈 말도 싹수없었고.

 

  ‘싹수는 없어도 이름 불러 줄 때는 다정했는데.’

 

  “하, 진짜 미쳐버리겠네.”

 

 보라는 보이지 않는 천사와 악마의 싸움에 머리를 헝클고 뒤를 돌았다. 그리고 목이 터지라고 소리 질렀다.

 

  “김재준 뛰어!!!”

 

 보라의 외침에 그렉들의 눈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향하여 날뛰었다.

 

  캬아악--!!

  캬아악--!!

 

 재준이 뛰는 게 보였다. 흥분한 그렉들이 셔터를 잡고 흔들자 흥분한 카타나도 같이 포효했다.

 

  키에에엑--!!

  캬아악--!!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들처럼 끔찍한 울음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다. 보라는 재준이 숲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시간을 벌기로 했다.

 

  “김재준 입구에서 만나자!!!”

 

 셔터를 잡아 뜯은 카타나들과 그렉들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렉들은 보라에게로 달려왔고 흥분한 카타나들은 뛰어다니는 그렉을 잡아 뜯었다.

 

  ‘완전 아수라장이 따로 없잖아!’

 

 재준이 숲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보라는 주차장의 셔터를 가뿐히 휘어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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