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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강철팔의 늑대 : 속성의 잔재
작가 : 질럿M늑대의칼바람
작품등록일 : 2020.8.3

원한과 원한이 물리고 복수와 복수가 물린다.
16년 전 몬스터대란 당시, 칼자르트는 오른 팔을 잃고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을 궤멸시켰다.
하지만 작중 시점,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이 원한을 품고 나타나 칼자르트를 노린다. 그역시 복수의 애환을 끊지 못하고 다시 복수 하고자 역추적에 나서는데...
끝나지 않은 질기고 질긴 악연과 원한.
그 끝을 향한 늑대의 일대기그린 다크 판타지.
<어떻게 너희 생체병기가 나타난 건지 묻지 않겠다. 다시 사냥해 주마! 크르르르르르...!!>

 
5화
작성일 : 20-08-10 22:45     조회 : 254     추천 : 1     분량 : 8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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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오 어린 말에 하르넨이 작은 웃음기를 자아냈다. 모든 걸 놓은 듯 허탈감이 풀려있다. 그녀의 반응에 되레 칼자르트가 격해졌다.

 

  “뭐가 우습지?”

 

  단념한 하르넨의 얼굴빛은 편해 보였다.

 

  “어차피 한번 죽은 몸. 한 번 더 죽는다고 해서 변함은 없다. 우리 자매는 결코 그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 더 강한 자가 올 것이다.”

  “그럼 실험해볼까? 그 잘난 유대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크르르르르르….”

 

  칼자르트가 코를 하르넨에게 가까이 댔다. 뜨거운 콧김이 볼에 살포시 닿는다.

  엄포를 깔아두는 그녀에게 칼자르트의 위협이 들어올 뿐이었다. 은연중에 생체병기가 자신의 사냥감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드러낸 것이다.

 

  “그 전에…죽게 될 것이다!”

 

  갑자기 하르넨의 피부가 갈라져 하얀빛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칼자르트에게 안겨 손에 깍지를 꼈다. 얼굴의 일곱 구멍에서 광채가 서렸다.

 

  “혼자 죽지는 않을 것이다. 길동무가 되어줘야겠다!”

 

  하르넨은 아예 죽기를 작정하고 온몸의 에너지를 끌어 모은다. 강렬한 빛이 그녀를 천천히 삼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칼자르트가 당황하며 허둥거렸다. 하르넨을 떼어놓으려 하지만 엄청난 힘이 허리를 붙잡았다. 죽기를 각오하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짜낸 완력이었다.

  마치 고목에 매달린 매미 같았다. 그리고 최후까지 매달려 산화하는 것이다.

  하얀빛의 밝기가 눈부실 정도로 강해졌다. 폭발이 임박해지자 카시네가 급히 외쳤다.

 

  “칼자르트! 기절시켜!”

 

  빛이 칼자르트를 감싸고 범위가 확장되었다. 검은 물체가 일렁이고 타격 음이 퍼졌다.

  하르넨은 강한 충격을 받더니 손이 풀렸다.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호흡만 간신히 내뱉었다.

  빛이 사라지고, 검은 기운이 그녀의 몸에서 나와 바닥에 깔렸다.

  그것을 본 카시네가 턱을 짚었다. 뭔가 생각난 듯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르넨은 초죽음 상태가 되었다. 자폭에너지에 모든 힘을 쏟은 탓에 움직일 기력조차 없었다.

  자폭도 무위로 돌아가자 그녀는 애써 쓴웃음을 지었다. 가냘픈 숨소리가 옅어지면서 눈은 반쯤 감긴다.

 

  “크으으으으흐….”

 

  칼자르트가 하르넨의 가녀린 몸을 발로 밟았다. 발톱이 옷을 파고들자, 그녀가 괴로운 신음을 내며 부들부들 떤다. 사라져 가는 정신이 고통에 뒤흔들렸다.

 

  “죽지 마라. 생체병기. 미끼로 쓴 다음에 넌 내 먹이니깐 그때까진 살아있으라고. 크흐흐흐….”

 

  하르넨을 보며 칼자르트가 침을 흘렸다. 그의 모습에서 식의가 강하게 드러났다.

  보통사람이라면 기절했을 고통일 테지만 생체병기란 점이 되레 정신을 유지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컥!”

 

  입에서 새던 신음이 끊겼다. 결국 하르넨이 고통에 버티질 못하고 기절한 것이다.

  카시네가 이들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못 말리겠다는 듯 손바닥을 보인다.

 

  “오늘따라 왜 이리 소란스러운지……. 쯧쯧쯧.”

 

  그녀는 혀를 끌끌 차며 핀잔을 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러면 나도 곤란한 거 알지?”

  “별수 있나?”

  “그래도 주변을 봐가면서 싸우는 게 어때? 꼭 여기까지 끌고 들어 올 필요는 없었잖아? 어떻게 생각해?”

  "그건…."

 

  칼자르트가 당황하며 머리를 긁었다. 땀을 삐질 삐질 내는 그의 모습에 카시네는 잔잔한 미소를 걸었다. 뭔가 알아낸 듯 환희에 차있다.

 

  “하지만 단서가 될 지도 모르는 걸 발견했는데 들어볼래?”

 

  ‘단서’라는 소리에 칼자르트의 눈빛이 바뀌었다.

 

  “뭔데.”

  “발밑을 보는 게 어때? 늑대아저씨.”

 

  그가 밑에 시선을 두자 검은 기운이 하르넨 주위에 퍼졌다. 이를 보자 짧은 탄식이 나왔다.

 

  “어?! 죽음의 기운?!”

 

  카시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잠깐 추측을 해봤는데 죽음의 기운이 어딘가 중요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자세히 말해봐.”

  “이제껏 안 보였던 죽음의 기운이 갑자기 나왔어. 이건 기운이 중요하거나 숨기고 싶기 때문 아니겠어?”

 

  그녀는 바닥에 손을 휘저었다. 죽음의 기운은 안개처럼 흩어지다가도 다시 내리깔렸다.

  칼자르트는 뭔가 찝찝한 듯 입맛을 다시며 갸웃거렸다.

 

  “대놓고 기운 퍼트리고 다니면 그게 더 이상한 거 같은데?”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한 가지 더 이상한 점이 있어.”

  “뭔데?”

  “알고 있을 텐데? 칼자르트?”

 

  칼자르트가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눈치 챘군.”

 

  그와 카시네가 동시에 외쳤다.

 

  “마경석!”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이 없지.”

  “내가 아까 말하려다 만 게 마경석인데 용케도 알아챘군. 큭!”

  “이 정도도 못하면 굶어 죽는 거 알지?”

 

  칼자르트가 이를 드러내고 눈웃음을 짓자 카시네가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하여간 내가 생각한 건 좀비였어.”

  “좀비?”

  “그래. 보통의 좀비는 언제나 죽음의 기운을 내뿜고 활동하지. 죽음의 기운으로 상대를 감지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자만 공격 할 수 있는데, 어떻게 개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운을 좀 더 극대화해서 활용성을 강하게 만든 건 물론 생체병기가 기운을 응축시키거나 숨길 능력도 갖춘 것 같아.”

 

  설명을 들은 칼자르트는 이마를 긁적였다. 이해가 도통 안 간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머리 아퍼. 간결하게 설명해봐.”

  “죽음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게 숨긴 것이 주요 포인트야. 그리고 생체병기는 이걸 숨길 능력이나 기술을 똑같이 갖췄다는 것이지.”

  “그건 이해했어.”

  “생체병기가 죽음의 기운을 숨기고 있었다는 건 뭔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긴 하는데 이건 추측에 불과하니 좀 더 알아봐야겠고.”

  “그럼 예전에 나타난 년 놈들하고 차이가 하나 더 생겼군.”

  “전에 나타난 애들은 대놓고 죽음의 기운을 내뿜고 다닌 애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마경석으로 죽음의 기운이 새어나가는 걸 막았지. 지금은 어떤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운을 새어나가지 못하게 만든 거고.”

  “카시네 네 말대로 죽음의 기운으로 능력이 강해지는 매개체가 된다. 그리고 기운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어떤 능력을 갖췄다. 얼추 아귀가 맞아떨어지긴 하는데….”

 

  칼자르트는 머리를 짚고 표정을 구겼다. 한눈에 봐도 불편한 기색이다.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뜸들이더니 그가 말을 이었다.

 

  “죽음의 기운이면 사계도 얽혔다는 소리. 그렇다면 악마 놈들까지 껴들 수 있다는 소리가 되지.”

 

  지금의 상황과 16년 전 상황은 전혀 판도가 다르다. 몬스터 대란 당시 수많은 목숨이 잃었고 죽음의 기운이 퍼졌다. 또한 숱한 전투로 인해 악마들이 생체병기에 대해 개입할 여지가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죽음의 기운에 다시 엮인 이상, 사계의 악마들이 끼어들 명분이 들어선 것이다.

  칼자르트는 사계를 맡고 있는 총괄자를 떠올리더니 이를 깨물었다.

 

  “베히모스 크라테이쳐. 그 개자식.”

 

  과거 그가 크게 한번 붙었다 졌던 상대였다. 이 때문에 베히모스만 생각하면 호승심이 발하곤 했다.

  카시네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툭툭 치며 콧소리를 냈다. 곰곰이 생각할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버릇이다.

 

  ‘흠…그나저나….’

 

  그녀의 붉은 눈에 부서진 테이블이 들어왔다. 동공을 움직이자 작살이 난 술집 내부가 훤히 보였다.

 

  “빨리 해결 봐야겠네. 그 전에 더 계산할게 하나 생긴 거 같은데?”

  “뭔데?”

 

  카시네는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었다. 생각하는 것처럼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내 눈을 번쩍 뜨더니 어색한 눈웃음을 지어 보인다.

 

  “눈이 있으면 주변을 둘러보는 게 어때?”

 

  그녀는 이를 깨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마에 십자 힘줄이 새겨지고 타오르는 불꽃이 눈에 자리를 잡았다.

 

  “설마 남의 가게 다 작살내놓고 그냥 갈 생각은 아니었겠지?”

  “아?! 그…그건…이년이…하하하…."

 

  부드럽게 쏟는 그녀의 말에 가시가 돋쳐있다. 칼자르트가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으며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그는 덜덜 떠는 손으로 하르넨을 가리켰다.

 

  “그러니깐 책임이 없다. 이거지?”

 

  카시네가 불을 켜며 강하게 쏘아붙이자 그는 뒤통수를 긁으며 식은땀을 삐질 삐질 흘렸다. 목각인형이 된 마냥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

 

  “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나서 하하하….”

 

  칼자르트는 우스꽝스럽게 웃으며 계단 쪽을 향했다. 하지만 어깨 위에 올려 진 하얀 손이 붙잡고 당긴다.

 

  “뭐가 그리 바쁘실까? 으응!?”

 

  얼굴을 들이대는 카시네는 온몸이 불꽃에 화끈하게 타올랐다. 눈에 쌍심지를 켜며 몰아세우자 칼자르트는 어깨가 움츠러들어 검지를 모았다.

 

  “그…그게….”

 

  칼자르트는 내부를 둘러보며 식은땀을 비처럼 주룩주룩 내렸다.

  술집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내부는 작살이 났다. 테이블은 온데 간데 사라져 잔해만 남았고 벽은 실금이 그어져 먼지가 날렸다.

 

  “으…내가 미쳤지.”

 

  그는 자아질책 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의 얼굴에 음영이 드리워지면서 옅은 미소가 핀다. 날카로이 세웠던 눈초리가 한층 둥글어져 금색 십자가가 크게 반짝였다.

  카시네는 고개를 살짝 틀어 손으로 입을 가렸다.

 

  “후후후후후후후후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후후후후후후.”

 

  웃음 끼에서 의미심장한 전율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속내가 뻔히 보이는 표정에 칼자르트는 난감한 듯 머리만 긁적였다.

 

  “뭔데…?”

  “부탁을 들어준다면 이건 없었던 걸로 해줄 수도 있어.”

  “일단 주변 정리부터 하지.”

  “그건 찬성.”

 

  카시네가 투명한 붉은 구슬을 만들었다. 손가락을 튕기자, 구슬이 허공을 빠르게 맴돈다. 이윽고 붉은 회오리가 일자 하르넨의 몸이 가루가 되어 휩쓸렸다.

  내리는 눈처럼 가루가 흩날리고 구슬이 생겨나 전부 흡수한다.

 

  “봉인 완료.”

 

  카시네는 구슬을 귀걸이 삼아 매달았다.

 

  “봉인의 수정구. 이거 꽤 오랜만에 쓰네. 후하….”

 

  전투가 마무리되자 그녀는 긴장을 한숨에 담아 보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카시네가 여유 있는 미소를 걸치자 칼자르트가 되레 불안한 낌새를 보였다.

  잔뜩 긴장한 그의 모습에 그녀가 피식 웃음이 터뜨렸다.

 

  “후훗…그리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 단지 우리 뱀파이어를 귀찮게 하는 아이가 한 명 있어서 그 애를 좀 처리 좀 해달라는 거야.”

  “아. 그래?”

 

  칼자르트가 맥이 풀려 어깨를 늘어뜨리고 카시네를 힘없이 쳐다본다.

 

  “누가 귀찮게 구는데?”

  “마녀 올리앙뚜 보르네르라고 하는 아이인데.”

  “몇 번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마녀에서는 꽤 유명한 편이긴 한데 모르는 걸 보니 관심 밖인가 봐?”

  “마녀한테 관심 줘 봐야 득 될 것도 없어. 그래서 그 마녀가 어떻게 귀찮게 구는데?”

  “뱀파이어 일에 관여하는데…. 좀 복잡하게 얽혀있으니 직접 보면서 얘기하는 게 빠를 거야. 혼내줘야 할 애들이 몇 명 더 있어.”

  “그 썩을 년 위치는?”

  “다크디너스로 가야 돼. 어둠의 숲 근방이니 가는 건 좀 험난하겠지.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는 가면 알겠지만 울프족한테도 중요한 정보가 그쪽에 있거든.”

  “중요한 정보?”

 

  ‘정보’라는 소리에 그가 귀를 쫑긋 세웠다.

 

  “정확한 건 나도 잘 몰라. 그런데 늑대를 부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소리가 들려오더라고. 좀 더 알아보고 싶다면 직접 확인하는 것이 빠르겠지.”

  “그 늑대가 울프족인가?”

  “일반 늑대인지 울프족인지 확실치는 않아. 다만 능력상으론 전자일 가능성이 높겠지.”

  “그럼 뱀파이어를 귀찮게 할 이유가 없을 텐데?”

  “갸 목적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믿음직한 정보에 의하면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혼혈. 즉 뱀피릭 울프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던 거 같아. 늑대인간 쪽으론 아직 손을 대지는 않은 거 같지만.”

 

  뱀피릭울프,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혼합체로서 두 종족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괴물이었다. 하지만 이론상으로만 혼혈이 가능한 터라 실제론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생체실험을 감행한다는 거로군? 거기에 뱀파이어가 관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

  “그럼 뱀파이어는 피를 볼 텐데 얘기하는 이유가 뭐야? 울프족하고 섞여서 좋을 게 없을 텐데?”

  “칼자르트 너 같으면 동족이 엇나가고 있는 게 보이는데 보고만 있겠니? 특히 미켈 로터라는 애가 굉장히 꿍꿍이가 많아. 난제대로 잡고자 할 뿐이야.”

  “굉장히 과감한데?”

  “일선에 물러났다고 해서 약해진 게 아냐. 아니 오히려 종족을 위해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입지가 생긴 거지. 다만 자세한 건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게 낫겠지.”

  “마녀가 늑대인간을 건든다…생각지도 못한 발상이군. 크큭.”

 

  칼자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 언조에 마녀를 깔보는 뉘앙스가 다분하다.

  마녀는 주술을 쓴다 해도 전반적으로 늑대인간에게 못 미친다. 특히 전투면에서 드래곤조차 한 수 접을 정도 의 울프족이다. 그렇기에 마녀의 존재는 관심 밖의 문제였다.

  사실상 울프족이 보는 마녀는 칼자르트의 반응에 깃들어 있었다.

 

  “너무 쉽게 보는 거 아냐? 그래도 명백히 마녀인데.”

  “마녀 따위.”

  “어쨌건….”

 

  카시네가 허공에 다량의 피를 뿌렸다. 핏빛 안개가 뿌옇게 들이찬다. 벽면에 흡수되어 균열을 제거하고 말끔하게 바꿨다.

  술집 내부는 박살 난 그대로였지만 벽과 바닥은 윤기가 묻어나와 반질반질해졌다.

  그녀는 머리를 짚고 깊은숨을 크게 쉬었다. 피곤한 기색이 엿보인다. 아무리 피의 능력자이지만 사용하는 양만큼 부담이 커진 것이다.

 

  “하…피가 좀 땡기네.”

  “내피라도 줄까?”

 

  칼자르트는 빙긋 웃으며 목을 내밀었다.

 

  “됐네요. 그것보다 아까 내가 생체병기에 관해서 말해준다 했었지?”

 

  카시네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전에 칼자르트 넌 생체병기 어디까지 알고 있는데? 잠깐 정리를 하자고.”

  “라프 숲에 생체병기로 추정되는 애들이 들어갔다는 것. 16년 전 나타난 것들하고 똑같은 피를 가졌다는 것. 마경석이 없다는 것. 그리고 네 추론을 받아들여서 죽음의 기운이 생체병기의 능력을 활성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또 다른 어떤 능력을 토해 기운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이 정도가 되겠지.”

  “좋아. 이건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알고 있는 걸 말하자면 첫째로 마족이 사계인과 모종의 거래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마족이 백장미 기사단으로 추정된다는 것.”

 

  칼자르트는 급격하게 표정이 굳었다. 생체병기를 도륙했던 그 날, 백장미 기사단 고위간부의 얼굴이 언뜻 지나쳤다.

 

  “그렇다면….”

  “뭔가 냄새가 심하게 나지. 옛날에 생체병기와 연계하고 있던 애들이니깐. 나야 설마 했었는데 이 상황까지 온 걸 보면 꽤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확신이 드는데? 16년 전과 판박이 느낌이랄까?”

  “기사단의 냄새를 먼저 맡았군?”

  “우리 뱀파이어는 마족과 한솥밥 먹는 종족이니깐 그만큼 소식이 빠르지. 마녀 쪽을 예의주시 한 터라 백장미의 잎이 어둠의 숲에 나왔단 것도 알고 있었지.”

  “그렇다면 울프나이트가 냄새를 맡고 움직일 거란 것도 예상은 했겠군.”

  “어느 정도는.”

 

  카시네가 담에 걸렸는지 어깨를 주물렀다. 불편한 기색이 얼굴 한가득 차있다.

  칼자르트는 생각 속의 단어를 조각냈다. 이걸 한데 모아 선을 연결하고 짜 맞춰 보았다.

 

  “백장미 기사단이 사계인과 죽음의 기운을 거래하여 생체병기와 연계시킨다.”

 

 -으득.

 

  강하게 깨문 이에서 피 맛이 돌았다. 그는 격해져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냄새가 나. 그것도 아주 강하게.”

 

  칼자르트는 격앙되어 손톱을 치켜세웠다.

 

  “크르르르르르….”

 

  카시네가 기지개를 피고 목덜미를 두들기며 긴장을 풀었다.

 

  “하여간 오랜만에 운동하면 이렇다니깐. 여하튼 도와줄 이가 있는데 그게 엘프 정령술사라 좀 그렇지.”

  “엘프 정령술사?!”

 

  칼자르트가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턱수염을 긁는다. 흔치 않은 정령술사이지만 엘프인 게 맘에 영 내키지 않은 것이다.

  본래 울프족과 엘프는 옛날부터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에 있었기에 사이가 매우 안 좋았다.

  특히 엘프 입장에서는 그리핀과 함께 숙적으로 꼽히는 게 울프족이었다.

 

  “늑대인간과 엘프는 숙적에 가까우니 껄끄럽기도 하겠네.”

  “잘도 아는군.”

  “이해 못 할 건 아니지만 지금은 협력할 시기야. 더군다나 정령술 쓰는 이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하면…알지?”

 

  몬스터대란 이후, 정령술을 사용하는 이는 거의 극소수로 줄었다. 그중에서 엘프가 대다수였는데, 이는 종족 특유의 자연 친화적인 성향과 배타적인 성향 덕분이었다.

 

  “어쩔 수 없군.”

 

  칼자르트가 나가자는 손짓을 하며 돌아섰다. 카시네도 뒤따라 나서면서 계단의 묵직한 디딤 소리만 울렸다.

  정오가 넘은 시각, 그늘의 길이는 없다시피 할 정도로 짧아졌다. 찬 공기가 휭하니 골목길을 누비면서 훑었다.

  그는 나오자마자 건물부터 살폈다. 내부에서 큰 폭발이 있었음에도, 실금은커녕 무슨 일 있었느냐는 마냥 멀쩡하게 서 있었다.

  카시네가 코웃음을 치며 옆에서 곁든다.

 

  “그 정도 폭발론 끄떡도 않으니깐 걱정 마.”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칼자르트의 시선은 건물 꼭대기에 향해있었다. 그 끝에 검은 나비 떼가 옥상 난간에 앉아 있었다. 갑작스런 불길한 느낌이 이들을 사로잡았다.

  나비 떼가 날아오르자 하늘이 새까만 점으로 뒤덮였다.

  그 때, 앙증맞은 고양이 귀를 가진 여자가 나타났다. 검은 나비에 둘러싸여 하얀 슈트와 백발이 유독 돋보인다.

  여자의 검은 눈도 옷차림 따라 백안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목례했다.

 

  “첨 뵙겠어요. 칼자르트씨. 저와 함께 가주실까요오-?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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