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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강철팔의 늑대 : 속성의 잔재
작가 : 질럿M늑대의칼바람
작품등록일 : 2020.8.3

원한과 원한이 물리고 복수와 복수가 물린다.
16년 전 몬스터대란 당시, 칼자르트는 오른 팔을 잃고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을 궤멸시켰다.
하지만 작중 시점,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이 원한을 품고 나타나 칼자르트를 노린다. 그역시 복수의 애환을 끊지 못하고 다시 복수 하고자 역추적에 나서는데...
끝나지 않은 질기고 질긴 악연과 원한.
그 끝을 향한 늑대의 일대기그린 다크 판타지.
<어떻게 너희 생체병기가 나타난 건지 묻지 않겠다. 다시 사냥해 주마! 크르르르르르...!!>

 
3화
작성일 : 20-08-10 22:43     조회 : 244     추천 : 1     분량 : 7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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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방 한구석에 어스름한 빛이 차지하고 있었다. 촛대에 기댄 불꽃이 힘겹게 유지하고 있다.

  적막한 공기가 움직일 때마다 옅은 빛이 가학적인 춤을 췄다. 벽면의 그림자가 따라 움직이고, 은은한 향이 짙어졌다.

 

 -끼익, 끼익.

 

  귀를 간지럽히는 소리에 침대에 있던 적색 머리의 소녀가 어렵사리 눈을 깜박인다. 눈앞이 흐릿해 어디인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끄으으으….”

 

  시야가 선명해지자, 밀려들어 오는 통증에 신음이 자동으로 나왔다. 이내 그녀는 불꽃을 발치에 두고 누워있는 자신의 상태에 크게 놀랐다.

  몸의 반 이상을 감긴 붕대는 혈흔으로 눅눅했다. 옅은 피 냄새가 코를 쿡쿡 찔러댔다.

 

  “이건?!”

 

  그녀는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었다. 그 순간, 뇌리가 지나가며 뒤통수를 강타했다. 제대로 맞은 듯 한 얼얼한 충격이 고스란히 와 닿는다.

 

  “하!”

 

  소녀는 얼빠진 표정으로 짧은 탄성을 뱉었다. 상흔의 기억에 가슴 속에 두려움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긴장이 베어 들어가 가슴이 급격하게 뛰었다. 동요가 일자 숨이 가빠진다. 그녀는 심호흡하며 애써 맘을 다스려보지만 좀처럼 진정이 되질 않았다.

  단 한 순간의 화상이 눈 앞을 가렸다.

  번개 아래 붉은 안광을 가진 검은 늑대인간의 형상. 그윽한 살기를 담은 이빨과 손톱. 붉은 섬광이 스쳐 지나가고 눈앞은 검게 변했다.

  소녀는 비 오듯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두려움은 패닉으로 이어져 몸서리쳤다.

  그녀는 칼자르트를 맨 처음에 습격한 생체병기, 쟈얀니 하노였다.

 

  “두려운가 보지요? 쟈얀니 씨?”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흔들의자에 앉아있었다.

  무릎까지 오는 검은 드레스와 이에 대비되는 흰 피부를 지닌 여자였다. 그녀는 자색 머릿결을 쓸어내리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검은 눈망울에 반사되어 보이는 쟈얀니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전신이 붕대로 묶여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쟈얀니가 당황하여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말하려 입을 뻐끔거리지만 말문이 막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사색이 되어 입을 가렸다. 소리가 나오지 않자 턱을 덜덜 떨었다.

 

  “두려우시겠지요. 저도 비슷한 기억이 있으니깐요. 지금은 안정을 취하셔야 할 때입니다.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요….”

 

  흐리는 말끝에 동병상련의 느낌이 묻어나온다. 여자는 살며시 탁상에 걸터앉았다.

 

  “제 소개부터 하는 게 좋겠군요. 저는 네메아라고 합니다. 보시다시피 마족이지요.”

  “넥! 네 겍?!”

  “지금은 불안정하니 다시 잠들 시간입니다.”

 

 -딱!

 

  네메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쟈얀니가 눈을 스르르 감았다. 편안해진 얼굴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잠에서 깬 쟈얀니가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촛불 하나에 의지해서 그런지 크게 밝지는 않다. 그녀는 불안한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 옆에서 네메아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깨셨군요.”

  “여긴…?”

  “제 거처라고만 해두겠습니다. 더 이상 밝혀지면 좋을 게 없거든요.”

  “어떻게 내가 여기에?”

  “그냥 뒀으면 전부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다행히 당신과 같은 생체병기가 구해주었지요.”

  “나머지 인원들은 어찌 되었나요?”

  “남자 분은 안타깝게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분들도 중상이지만요.”

  “그 늑대는….”

 

  네메아가 입에 검지 대며 쟈얀니의 말을 끊었다. 서글픈 듯 고개를 숙이고 글썽거리는 눈망울에 촛불이 보였다.

  쟈얀니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것이 칼자르트에 대한 원한이 되었다는 것도.

  네메아는 고개를 잠시 돌려, 가슴을 쓸어내리고 말을 이었다.

 

  “저와 같은 걸 가진 당신들을 받은 것뿐 입니다. 그 이상은 저도 알지 못하지요. 가슴 맺힌 응어리를 풀고자 힘을 합해보고자 하는 겁니다.”

  “….”

 

  엄숙해진 분위기에 쟈얀니가 촛불을 응시했다. 고요히 춤추는 불꽃 머리에 연기가 길게 핀다.

  뚝뚝 떨어지는 촛농에서 약한 꽃 내음이 일었다. 연기를 타고 번져 방안 곳곳이 퍼졌다.

 

  “백장미의 향?!”

 

  그녀는 냄새가 코에 스며들자 네메아를 쳐다본다. 교차하는 눈길 사이에 살포시 네메아가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였다.

  쟈얀니는 불길한 감이 엄습하며 등골에 맺혔다. 경계심이 올라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를 읽었는지 네메아가 낡은 문 앞에서 아련한 눈빛을 보냈다.

 

  “의심이 들겠지요. 하지만 보셔야 할 게 있습니다.”

 

  그녀가 손에 자색 오오라를 쥐고 문을 밀었다. 바닥을 긁는 소리와 더불어 칠흑의 어둠이 이들을 잡아먹을 듯 잠식하고 있었다.

 

  “보시지요.”

 

  쟈얀니는 붕대를 풀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맘과 달리 저는 다리는 생각만큼 따라주질 않는다.

  결국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던 찰나, 네메아가 손을 잡아주면서 바닥에 퍼지는 것은 면했다.

 

  “조심하세요.”

 

  다시 중심을 잡은 쟈얀니가 문틀에 기대 어둠 속을 들여다봤다. 공간이 익숙해지자 눈가에 큰 구체 세 개가 나열되어 보였다. 한 개에 한 명씩 사람이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하얀 뱃살에 찢긴 상처가 벌어진 게 눈에 띄었다. 기포로 보였던 건 찢긴 살점이 부유하고 있던 것이었다. 구체에 있던 이는 어떤 소녀였다.

  쟈얀니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네메아와 구체를 번갈아 보다 몸이 휘청거렸다.

 

  “이럴 수가….”

 

  두려움의 현실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그 자리에서 경직됐다.

  구체안에 있던 이들은 같이 동행했던 생체병기였다. 편히 잠들어 있는 표정과 달리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 부를 정도이다.

 

  “그 두려움을 이용해서 복수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네메아는 냉담하게 느껴질 정도로 차분했다. 차가운 미성에 격렬한 복수심이 응축되어 있다. 매섭게 치켜뜬 눈초리로 쟈얀니를 응시하다 손을 내밀었다.

 

  “좋아요.”

 

  붉게 물든 손과 하얀 손이 맞잡았다. 칼자르트를 향한 두려움은 마치 전염병처럼 복수로 오염되어 변질되었다. 동일의 목표 앞에 그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전 먼저 실례하도록 하죠.”

 

  네메아는 어둠이 가득 찬 통로로 향했다. 차가운 표정으로 걷는 그녀의 주변은 을씨년스러웠다.

  강한 오오라가 몸을 감싸 아지랑이를 만들었다. 내면에 품었던 원한이 서서히 바깥에 표출되었다.

  16년 전, 마족들이 도륙 당했던 그 날을 기억하면서.

 

 

 

 ***

 

 

 

  한 편, 칼자르트가 가는 곳은 몬스터 시티 중 규모가 가장 큰 곳, 그라테리윰이었다. 16년 전 몬스터 대란 당시 최대 격전지로 사계의 악마군단과 치열하게 싸운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어느새 시각은 정오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강렬한 태양이 지면을 강하게 내리 쪘다.

  칼자르트가 반쯤 산화 된 평산성에 도착했다. 성곽은 반쯤 무너져 형체를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곳곳이 그려진 그을음과 짙게 눌어붙은 혈흔은 대란에 대한 기억을 건들었다.

 

  “크르르르르르….”

 

  바스러질 것 같은 벽에 화염 냄새가 고여 있었다. 지옥의 불길에 수많은 목소리가 죽어가며 외치는 게 들리는 것 같았다.

 

  “으흐흐….”

 

  고통의 외침에 칼자르트는 저음으로 울부짖으며 애도를 표했다.

  성안에는 지면에 수많이 꽂힌 십자가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란에 휩쓸려 억울하게 희생된 자들이 모여 잠들어 있는 공동묘지였다.

  칼자르트는 십자가의 대열에서 원혼의 울음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한을 갖고 사라진 이들 앞에서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그는 묘지를 가로질러 가던 중 석연찮은 느낌이 들어 멈춰 섰다. 뒤를 밟는 듯 한 서늘한 시선이 뒤통수에 스며들었다.

  적어도 인간이 아니라는 것에 확신이 오자 살의를 드러냈다. 그의 발걸음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다.

  칼자르트가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느낌의 주인을 찾아 한참 동안 돌아다녔다. 하지만 인기척조차 사라지자 크게 격해서 소리쳤다.

 

  “빌어먹을 년놈 어서 나와라!”

 

  그는 눈에 불을 켜고 평산성을 샅샅이 뒤졌다. 의심 가는 곳을 여러 번 왔다 갔다 거린다. 그러나 이렇다 할 이상점이 보이질 않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칼자르트는 하는 수 없이 공동묘지를 가로질러 반대편 성곽을 넘었다. 성벽을 보호막 삼아 둘러친 한 폭의 풍경이 펼쳐졌다.

  루마니 최대의 몬스터 시티, 그라테리윰의 웅장한 자태였다.

  높은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숲을 이뤘고 그 중앙부에 거대한 탑이 자리를 터를 잡고 있었다. 그 속에 활력의 숨소리가 심장 소리처럼 들렸다.

  이 종족들이 살기 좋은 도시 모습인 만큼 제한되는 부분도 존재하기 마련, 그중 하나가 인간의 출입제한이다. 출입증이 가지고 있을 경우에만 한에서 도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탓에 뱀처럼 줄지은 인파가 늘 몰렸다. 대부분 장사로 돈 벌려는 사람들이다.

 

  “제길….”

 

  기나긴 행렬에 칼자르트가 난감한 기색으로 성벽을 훑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리자드 경비대가 자리를 지키며, 줄지은 인파를 자못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라테리윰에서 함부로 성벽을 넘었다간, 적으로 간주되어 경비대와 맞부딪칠 수도 있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도 종종 이뤄졌다.

  칼자르트는 어쩔 수 없이 성문 쪽으로 직행했다.

  문지기들을 통과하자 바로 시가지로 들어섰다. 중앙에 마차가 다니는 도로가 있었고 양옆에 큰 건물들이 나열되어 괴인들이 지나다녔다. 인산인해를 이룬 번화가의 모습 그 자체로 번잡함이 흠씬 느껴졌다.

  칼자르트는 괴인들의 물결 사이로 빠르게 움직였다. 곁눈질로 건물 사이 골목을 훑다 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 방향을 꺾었다.

  큰 도로에 비해 골목은 한산하다 못해 고요가 감돌고 음산한 기운이 바닥에 깔렸다. 제법 폭이 넓은 편이었지만 그것뿐이다.

  골목 깊숙한 곳, 벽 한구석에 술집 간판이 흔들리고 붉은 글씨로 `BLOOD` 라고 쓰인 문이 닫혀 있었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초롱 빛이 지하로 향하는 통로를 옅게 밝히고 있었다.

 

 -탁, 탁, 탁, 탁.

 

  둔탁한 발 디딤 소리가 허공을 울렸다.

  칼자르트가 내려간 곳은 하얀빛이 밝게 어울려 있는 바였다. 바닥에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한바탕 했군.”

 

  그는 주위를 보더니 카운터에 있던 여자에게 말을 건넨다. 검은 원피스에 검붉은 생머리를 지닌 그녀는 뱀파이어 군주, 카시네였다.

 

  “간만에 몸을 좀 풀었지. 실체는 따로 있는 분신인 것 같지만.”

  “분신?”

  “마족들이 보낸 것 같긴 한데 어디서 보냈는지 짐작이 딱 가는데?”

 

  그녀가 여유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흰 꽃잎 한 조각을 집어 가볍게 떨어뜨리자, 장미향이 풍겼다. 잎이 바닥에 닿자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재가 되어 흩어진다.

  카시네는 조소를 품으며 붉은 칵테일 한 모금을 음미했다. 진득한 촉감의 묽은 맛이 입안을 감돌면서 목구멍 뒤로 서서히 넘어갔다.

  그녀는 살짝 눈을 감고 한 모금 더, 입안에 담아본다. 조금 더 숙성된 맛을 찾기 위해 신경을 혀에 집중시켰다. 깊숙하면서 달짝지근한 맛이 전해지자 얼굴에 만족감이 올라왔다.

  하지만 카시네와 달리 칼자르트는 뒤를 밟힌 느낌 탓에 구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익숙한 잎의 향기가 자극을 주자 콧김을 뿜었다.

 

  “이 냄새…크르르….”

  “미모가 뛰어난 나를 보려고 오다니 칼자르트 예전에 비해서 센스가 좋아졌는걸? 익숙한 냄새까지 끌고 오고 말이야. 훗.”

  “웃끼고 앉아있네.”

 

  카시네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머금으며 입을 가렸다. 장난기가 묻어나오자 칼자르트는 불쾌한 듯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칼자르트 네가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일이 크게 터진 거 같은데. 맞지?”

  “그래.”

  “한번 맞춰볼까? 으음….”

 

  카시네는 미소를 걸면서도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바뀌었다.

 

  “혹시 생체병기에 관련된 일인 것 같은데. 맞나?”

  “역시 친구라서 통하는 구석이 있군.”

 

  칼자르트가 놀란 눈을 하더니 씩 웃어 보인다. 카시네는 아무것도 아닌 듯 어깨를 들썩였다.

 

  “이 정도 가지고 뭘. 내가 뱀파이어 일선에 한 발짝 물러나 있어도 들리는 건 다 들리니깐.”

  “어디까지 알고 있는데?”

  “이따 말해주도록 할께.”

  “그건 그렇고 쓰러진 놈들 마족인 거 같던데.”

  “마족 맞아. 며칠 전 부터 움직임을 인지는 하고 있었는데, 백장미 기사단은 예상을 못 했던 부분이야. 느낌도 썩 좋지만은 않은 거 같고.”

  “백장미 기사단…크르르….”

 

  칼자르트가 흥분하자 카시네가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백장미 기사단. 거의 전멸 당하다시피 했지?”

  “그래. 거기에 리리스 기사단도 있었지.”

 

  16년 전, 칼자르트를 습격한 건 백장미 기사단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다른 마족기사단인 리리스 기사단도 대거 참여했던 것이다.

  하지만 움직인 흔적이 있는 백장미 기사단에 비해 리리스 기사단은 별다른 움직임이나 흔적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명분은 복수하나 만으로도 칼자르트 널 노릴 이유는 충분한 거 같은데?”

  “그런데 마족이 왜 널 습격한 거지?”

  “짐작 가는 게 있긴 한데 확실치는 않아. 미겔 로터라고 알지? 그 녀석이 연관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랄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생체병기가 나타났어. 거지같은 새끼들.”

 

  욕을 뱉는 입에 불쾌감이 강하게 드러났다. 살기가 살짝 나와 공기는 냉랭하게 변했다.

  카시네는 대꾸하며 손등에 턱을 괸다.

 

  “어디서?”

  “어둠의 숲, 호숫가에서.”

  “그래? 거참 옛날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네?”

  “이거.”

 

  칼자르트가 유리병을 꺼내 보이자 붉은 액체가 요동쳤다. 이를 본 그녀가 살짝 눈웃음을 보인다.

 

  “살점하고 혈액인건가?”

  “마녀의 소문 때문에 어둠의 숲에 갔었는데 기습을 당했지. 거기서 생체병기 한 놈을 목을 따서 살점하고 피를 담은 거야. 그런데 피 냄새가 16년 전 생체병기 놈들하고 똑같아.”

  “정말?”

 

  카시네는 흥미가 인 눈빛을 보였다.

 

  “그래. 생체병기인 것도 피 냄새를 맡고 알았지. 피에 관련된 정보라면 카시네 네가 가장 빠삭하잖아?”

  “점점 재밌어지는데? 한번 냄새를 맡아봐야겠어.”

 

  뚜껑이 열자 옅은 향이 은은히 올랐다. 코끝에 살짝 닿아 없어질 정도이다.

  카시네의 눈매가 얇아지고 한쪽 입 꼬리가 올라가, 송곳니가 삐져나왔다.

 

  “생체병기가 맞네. 그것도 16년 전 애들하고 다를 거 하나 없이.”

  “하지만 아예 차이가 없는 게 아냐. 마경석이 발견되….”

 

  갑자기 칼자르트가 말을 끊었다. 귓가의 미세한 소리가 두 괴인을 자극했다. 그는 곁눈으로 소리가 난 방향으로 흘겨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불청객이 납신 것 같네.”

 

  카시네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유리잔을 소리가 난 곳으로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잔이 바닥에 곤두박질친다. 깨지는 소리와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칼자르트가 유리병의 피 냄새를 차단했다. 하지만 허공에 맴돌던 혈 향은 자리에 머물며 퍼졌다.

 

  “그만 나오는 게 어때?”

 

  카시네는 정적이 감도는 계단 쪽을 노려보았다. 한숨이 짧게 내쉬더니 그녀와 칼자르트가 시선을 주고받았다.

 

  “안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

 

  카시네는 손가락을 송곳니로 깨물자 핏방울이 맺혔다. 손을 허공에 살포시 휘저어 피를 뿌렸다.

  공간에 흐르는 시간이 느려져 붉은 점이 떠다녔다. 그녀에게 옅은 안광이 서리고 비소를 띄우자 점이 덩어리로 바뀌었다.

 

  “칼자르트 숙여!”

 

  칼자르트가 몸을 낮추자, 칼날 모양 액체가 쇄도했다.

  공간에 균열이 일자 푸른 오오라가 솟구쳐 액체가 흩날렸다. 이내 모습을 숨겼던 자가 나타났다.

  챙이 달린 모자에 푸른색이 감도는 드레스를 입은 소녀였다. 팔에 상처를 입었는지 피가 조금씩 흘러내린다. 그녀는 푸른 오오라가 휘감긴 구체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카시네가 눈빛을 날카롭게 세우며 말했다.

 

  “난 피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피의 능력자. 피 냄새는 절대 내 앞에서는 못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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