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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야행, (어둠속을 걷다)
작가 : 곽자
작품등록일 : 2020.8.10

뛰어난 형사 유태일에게 다가온 평범한 살인사건.
그 사건을 따라가자 옛 친구인 신종월이 나온다. 심지어 그는 조폭이 되어 있었다.
한때 같이 정의로운 세계를 꿈꿨던 두 친구의 상반된 관계.
신종월은 무엇을 꾸미고 있을까? 유태일은 추적한다.
현실에 찌들어 있던 형사 유태일은 신종월은 쫓아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 5화 - 종월과 태일의 과거 그리고 그의 제안
작성일 : 20-08-10 21:30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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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이었을까. 우리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니까. 14년쯤 됐나.

 그날은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이제 하교를 하는 길이었는데 나는 우산이 없었다. 옆에서 당당히 우산을 펴는 종월을 보고 말했다.

 “야. 너 우산 몇 개 있냐?”

 “하나지. 우산을 누가 2개 들고 다니냐?”

 “아. 밖에 비 왜 이렇게 많이 오냐? 짜증 나네.”

 “일기예보 못 봤어? 뭐 30년 만에 오는 폭우라나? 우산은 또 왜 안 가져왔어? 또 기상청이 뻥 치는 줄 알았냐?”

 “아니. 오늘은 올 것 같았는데 문 앞에 놓고 왔어. 아. 집에 어떻게 가냐.”

 “맞으면서 가. 낭만적이네.”

 종월은 키득키득 비웃었다.

 “아 안돼. 교복 빨아서 지금 입고 있는 것밖에 없단 말이야.”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데려다줘. 우산 크냐?”

 “아 진짜 귀찮게. 2인용 우산이 어딨어?”

 우리는 티격태격하며 다툰 끝에 결국 우산을 같이 쓰고 가기로 했다. 우산은 내 생각보다 작았다. 둘 중 한 명의 어깨는 반드시 젖는 상황이었다. 나는 쓰고 갈 때는 몰랐다. 녀석은 당연하게 자신의 어깨를 내주었다. 하지만 녀석의 희생이 무색할 만큼 비는 너무 많이 왔다. 나는 걸어가며 종월이에게 물었다.

 “야. 근데 너 공부는 하고 있냐?”

 “당연하지. 죽겠다. 머리 아파서.”

 “그 정도는 아니다. 시험 범위 얼마나 된다고.”

 “아니. 하기 싫으니까 머리 아프지. 너랑 같은 대학은 가야지.”

 “너. 아슬아슬 한 거 알지? 딴 책 보지 말고 이번엔 공부해라.”

 “하고 있다니까. 아 머리가 안 좋은가? 머릿속에 잘 안 들어와.”

 “야. 너같이 공부하고 그거보다 잘 나오면 천재지.”

 “뭔 소리야. 열심히 한다니까. 그리고 나 천재인데?”

 “또 천재설 나왔네. 천재가 지금 이러고 있냐? 천재면 오늘 내 우산까지 챙겨왔을걸?”

 우리는 같은 대학에 갈 생각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S 대 법대였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아 세상이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고 이 나라를 바꾸고 싶었다. 소위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가능한 한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었다. 나와 종월이는 성격은 정반대였지만, 누구보다 잘 맞았다. 자주 의견 대립이 있었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우리는 싸웠다. 그리고는 또 누구보다 빨리 화해했다.

 종월이가 한 번은 그런 말을 했다.

 “너랑 나는 성격이 완전 반대야. 근데 왜 이렇게 잘 맞는 줄 알아? 우린 대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건 무슨 소리냐?”

 “우리가 나무라 치자고, 같은 나무지만 다른 나무지. 네가 소나무라고 치면 나는 은행나무지.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뿌리내리고 있는 대지는 같은 곳이라 이거야. 즉 뿌리를 공유하고 있던 셈이지.”

 완벽한 비유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심성이 같다는 느낌을 나도 여러 번 받았으니까.

 그런 만큼 꿈도 비슷했던 것 같다. 둘 다 동물을 좋아했고,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했다. 그와 동시에 우린 같은 불만을 품고 있었다.

 썩어버린 사회. 빈익빈 부익부, 잘못된 법 등은 우리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그것을 바꾸려면 법 쪽으로 가는 것이 최단 거리라고 우리는 생각했다.

 난 처음부터 꿈이 검사였지만, 종월이가 나와 함께하겠다고 했을 때 조금은 기뻤다.

 이 녀석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우린 그 만큼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했다. 우리는 우정을 넘은 형제였다.

 “오늘만큼은 우산을 가져올 줄 알고 너를 믿었던 나를 반성한다. 야 그냥 너 쓰고 가라 어차피 다 젖었네.”

 “왜? 집 멀지도 않은데.”

 “그냥. 어차피 젖은 거 비나 맞아보려고. 간다.”

 그렇게 말하며 종월이는 빗속으로 뛰어갔다.

 난 그의 등에다 대고 소리쳤다.

 “야. 이번 시험 진짜 중요하다. 딴짓하지 말고 시험공부나 해.”

 그러자 그는 손가락 두 개를 이마에 대고 나에게 날렸다. 난 그 멋스러움에 웃음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나의 걱정을 무색하게 우리는 원하던 대학에 붙었다.

 늘 자신감이 넘치던 녀석도 그 당시에는 기뻐했다. 우리는 그 즉시 우리만의 비밀장소로 모였다. 아직 우리는 성인이 되지 않았지만, 난 아버지 몰래 술을 가져왔다.

 그는 첫 잔을 먹자마자 쓰지도 않은지 웃으며 ‘이제 시작이다. 태일아.’라고 말했다.

 난 그때 이 대화가 녀석과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몰랐다. 그 이후로 녀석은 사라졌다.

 솔직히 말해서 어느 시점에 그 녀석이 사라졌는지 나는 모른다. 연락을 여러 번 받지 않았을 때도 그냥 핸드폰을 어디서 잃어버렸다고 가볍게 생각했다. 어차피 같은 대학교에 가게 되었으니까 입학식이던 뭐건 학교에서 만날 테니까. 하지만, 녀석은 오지 않았다.

 난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렇게 녀석은 사라졌다.

 그래, 사라졌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했다. 새벽의 이슬처럼,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인 것처럼 일주일 전에 내린 비처럼 어떠한 말도 없이 사라졌다.

 녀석의 집, 가던 곳, 비밀기지도 전부 가봤지만, 그 무엇도 그의 자취는 없었다.

 하지만, 난 그 이상 녀석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았다.

 이건 나만의 감정인데, 누구보다 친했으니까 녀석의 선택을 존중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영원히 친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우리의 추억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녀석을 세상 누구 보다 믿었으니까.

 그런 녀석을 지금 앞에 있는 남자가 나에게 말하고 있다. 그것도 믿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그 녀석이 종로에 들어갔다고? 조폭이라고? 마약 거래를 한다고?

 내가 한참을 말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진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그냥 이유도 없이 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이 침묵을 깼다.

 “아쉽지만, 잘못 집었어요.”

 “잘못 집다뇨?”

 “친구였던 건 맞는데, 못 본 지 오래됐어요.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하군요.”

 난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기분이 꽤 불쾌했다. 아니 더러웠다.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연락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 종류의 기대하고 찾아 온 건 아닙니다. 신종월이라는 사람을 알아내는 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정말로요. 범죄자에게 이런 표현을 하기는 싫지만 정말 대단해요. 그래서 그만큼 더 나쁘죠.”

 나는 다시 앉지는 않고, 그 남자를 바라봤다. 이 남자의 눈이 빛나고 있지만 않았다면 난 당장 뒤를 돌아갔을 것이다. 종월이를 닮은 저 눈빛만 아니었더라면.

 “그래서 지금 걔는 어디 있죠? 뭔 짓을 한 거죠?”

 “제가 말해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죠. 더 알고 싶으시면 제가 제안을 하나 하죠.”

 나는 화가 났다. 이를 꽉 깨물었다. 나는 공격적으로 물었다.

 “원하는 게 뭐죠?”

 “저랑 같이 일 하나 하시죠.”

 그는 나를 약 올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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