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폭군과의 산책
작가 : 호랑이손
작품등록일 : 2020.7.31

재계 1위 제국그룹 신입사원 소요진.
연수중이던 그녀에게 그룹의 유일한 황태자 조대환 총괄사장이 찾아온다.
"자넨 내 전생의 원수야. 소요진씨."
대환의 입에서 나온 뜻 밖의 한 마디.

그러나 그건 모두 사실이었다.

 
폭군과의 산책 09
작성일 : 20-08-09 16:49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689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 직원이 말이죠...”

 

 “응. 말해 줘. 자세히.”

 

 그 고운 미간을 정면으로 마주한 미향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설렜다.

 입사한지 7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이 떨림은 가시질 않는다.

 회사에 들어와 그를 처음 본 인상은 세상에 없는 강함과 부드러움이랄까?

 마치 무덤서 부활한 예수를 본 막달라 마리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비서실 일. 생각보다 고될 거야. 힘들면 말해요. 다른 사람 거치지 말고 나한테 직접. 난 항상 기다리니깐.’

 

 첫 출근 때 파소가 건넨 말이었다.

 그의 ‘기다린다’는 말은 꼭 자기한테만 한 말인 듯하여, 며칠을 두근거리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 남자는 단 한 번도 사적 영역으로 넘어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여자를 만나는 낌새도 없었다.

 

 그러길 3년.

 파소의 강력한 추천으로 그녀의 최연소 과장 진급이 확정된 어느 날, 미향은 용기를 냈다.

 

 ‘저, 실장님. 혹시 주말에 시간 되세요?’

 

 ‘고마워. 미향씨. 같이 VIP를 가까이 모실 수 있어서 기쁘군.’

 

 ‘예?’

 

 ‘지금처럼 쭉 일에만 매진했으면 좋겠어. 아, 남자친구 생기면 말해주고. 어떻게든 자네 연애는 응원할 테니. 아주 열심히. 알았지?’

 

 ‘아, 예. 열심히 할게요. 일이든 연애든...’

 

 미향의 용기는 과녁서 살짝 빗나가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

 제국그룹 총매출 400조, 50만 전체 임직원 상황을 한눈에 꿰는 파소의 오른팔이 되어 있었다.

 그런 영재가 자신의 상관에게 아주 사소하지만 특별한 보고를 올렸다.

 

 “신입사원 연수생 소요진씨가 오늘 아침, 회사 복지부에 대출 신청을 했습니다.”

 

 “뭐?”

 

 파소는 생각보다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세히 말해요.”

 

 꼭 알아야만 한다는 듯, 파소의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그럼 그렇지.

 이 괴상한 이름의 남자. VIP관련 일이라면 산 채로 불속이라도 뛰어들 거야.

 

 미향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예. 신입 사원 대출 신청은 흔하지 않아서, 사유를 알아보니...”

 

 파소는 미향의 말에 푹 빠져들었다.

 

 *

 

 제국 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풍백은 국빈 방문 중인 싸우르 왕국 아무르 왕세제의 공장 시찰을 안내하고 있었다.

 정부 고관과 왕세제 수행원들 틈에서 선 아무르는 통역을 통해 이런 저런 잡다한 걸 물어왔다.

 풍백 역시 공장 관계자를 통해 질문에 답을 했다.

 

 “임프레시브!”

 “인상적이군요!”

 

 왕세제가 말하는 동시에 통역이 입을 땠다.

 예정된 동선을 지나 풍백과 아무르 일행은 다음 일정 출발 대기를 위해 VIP 휴게실로 향했다.

 

 “인상적인 공장이군요. 회장님.”

 

 자리에 앉은 아무르가 또 다시 통역을 통해 말을 걸어왔다.

 

 “저도 싸우르를 방문했을 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왕세제 전하.”

 

 풍백의 대답 역시 통역을 통해 전해졌다.

 개인 자산 200조 설이 도는 왕세제가 은근히 끄덕이며 물었다.

 

 “지금 귀국의 미래 그룹에서 왕국 원전 프로젝트 매우 탐내는 건 아시죠?”

 

 “예. 같은 나라 국민으로서 좋은 결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하.”

 

 풍백이 공손히 대답했다.

 

 “솔직히 난 귀사에서 참여해주길 바랬는데? 지난 번 정유 플랜트 시설공사 아주 마음에 들어서.”

 

 “예?”

 

 풍백이 갸웃했다. 따지는 걸까?

 

 “귀하의 아들이 반대했다고 들었소. 무슨 이유에선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 그게...”

 

 미끼를 물지 않은 아들 놈을 탓하는 거였구나.

 풍백이 깨달았다.

 

 그 순간.

 VIP 휴게실 문이 활짝 열리며 대환이 파소와 함께 들어왔다.

 파소를 통해 대환의 스케줄을 조정한 탓이었다.

 

 "전하, 저기!"

 

 풍백이 ‘옳다꾸나!’ 하며 손을 뻗어 대환을 가리켰다.

 

 “제 아들놈입니다. 직접 한 번 물어보시죠. 전하.”

 

 드디어 문제의 아들 놈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비서와 함께 뚜벅뚜벅 다가왔다.

 대환이 아무르 왕세제와 잠시 시선을 마주했다.

 

 “압쌀라무 알라이쿰 (신의 평화가 당신에게 깃들기를)”

 

 왕세제가 자신도 모르게 먼저 인사했다.

 스스로도 통역도 깜짝 놀랐다.

 

 “음...”

 

 대환은 그저 고개만 까딱할 뿐, 곧바로 그 옆에 조아리는 풍백을 향해 피식 조소했다.

 

 “아주 장사꾼 다 됐구나! 풍백!”

 

 “뭐?”

 

 “아무데서나 굽실거리고 말이야. 아주 허리가 휘겠어.”

 

 “이..게! 마! 여기가 어디라고!”

 

 풍백이 인상을 썼다.

 

 “사장님!”

 

 파소 역시 귓속말로 주의를 줬다.

 

 “알았다. 알았어.”

 

 대환이 대꾸했다.

 의자에 앉은 왕세제를 향해 뚜벅뚜벅 다가갔다.

 

 “흐음”

 

 아무르 역시 다가오는 대환의 위, 아래를 살피며 호기심 어린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윽고 대환의 구두 끝이 아무르와 두 어 발쯤 남겨두고 멈췄다.

 그 당당함 앞에 아무르가 자신도 모르게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이번엔 대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네가...”

 

 ‘헉!’

 

 파소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서역서 왔다는 왕세제인가? 그렇다면 무릎을 꿇게. 난 전직 대쥬신 천국 천제 환이야. 천제란 황제보다 높단 뜻이지.”

 

 “사장님!”

 

 파소가 서둘러 앞을 막았다.

 그러곤 통역을 향해 어지럽게 손짓했다.

 

 “이건 통역하지 말아요! 그냥 사장님 사고 후유증 같은 것이니.”

 

 “아..음...”

 

 통역이 왕세제의 표정을 살피며 뭐라 설명할지 주저했다.

 아무르는 대충 돌아가는 분위기를 읽더니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풍백이 아들에 관해 퍼뜨린 소문은 이미 잘 알던 터였다.

 

 “헤이!”

 

 아무르가 통역을 향해 손짓했다.

 통역이 고개를 기울이자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왕세제께선 어째서 제국 그룹이 싸우르 원전 프로젝트 참가를 거절하셨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 하십니다.”

 

 “내 앞에 무릎 꿇지 않으면 가르쳐 줄 수 없다 전해라.”

 

 “예?”

 

 통역이 황당한 얼굴로 변했다.

 

 “사장님! 제발!”

 

 파소가 그만하라며 인상을 박박 긁어댔다.

 

 “흥! 장난 좀 친 걸 가지고 빡빡하게 굴긴. 아무르라 하였나? 자네?”

 

 대환의 시선을 읽은 아무르 왕세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자네 형님을 뵌 적은 없네만, 자네만 봐도 알겠어. 얼마나 백성을 위해 노력하는 임금인지. 기특한 일이야.”

 

 “예?”

 

 통역이 어이없단 표정으로 대환을 쳐다봤다.

 그러자 파소가 급하게 나섰다.

 

 - 귀국의 국왕 폐하께서 아끼는 왕세제를 보낸 것에 대해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귀국의 국민들께도 신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아랍어였다.

 

 “응? 파소야. 너.. 서역 말은 언제 배웠지?”

 

 “그보다 질문에 답을...성의 있게.”

 

 “아, 그래.”

 

 대환이 다시 아무르를 향했다.

 아무르가 자신의 통역을 보자, 통역은 파소의 통역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르의 시선도 대환에게로 돌아왔다.

 대환이 말했다.

 

 “답을 원한다니, 말해주지. 무릇 모든 자연만물은 명이 다할 때 그 흔적이 남는다. 하지만 모든 흔적이 좋은 것만은 아냐. 자네도 알다시피 원자력 발전 같은 경운 방사선 폐기물이 남겠지.”

 

 이번에도 파소가 아랍어로 통역했고, 아무르가 끄덕였다.

 

 “난 작은 이익을 얻기 위해, 자네 나라를 더럽히고 싶지 않아.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 그쪽 부서를 정리하라 일렀고.”

 

 파소가 통역하자, 아무르가 반문해왔다.

 

 “그럼 우리가 지금 나라를 더럽히려 하고 있단 말입니까? 라고 하셨습니다.”

 

 아무르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대환이 표정을 좀 더 온화하게 가꾸며 답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을 거란 건 알아. 다가올 미래 산업 구축을 위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었을 것이란 것도. 영원토록 기름만으로 백성들을 먹여 살릴 순 없으니깐. 하지만.”

 

 파소가 동시통역 수준으로 빠르게 전했다.

 

 “지금 자네 형제의 선택이 나중에도 최선이란 생각은 말게. 때론 안하느니만 못하는 경우도 생기니. 난 그런 부분이 염려스러웠을 뿐. 자네 형님과 자네를 비난할 생각은 없네.”

 

 파소가 통역을 마치자, 아무르가 손바닥을 올려 세웠다.

 

 "스땁! (stop)"

 

 그의 표정이 상당히 딱딱해져 있었다.

 그러곤 자신의 통역을 불러 뭔가를 이야기했다.

 

 “예?”

 

 통역이 이번에도 깜짝 놀랐다.

 아무르는 그런 그에게 어서 말하라 턱짓했다.

 통역이 쭈뼛거리며 아무르의 말을 번역했다.

 

 “그대로 전하랍니다. 조대환 사장. 당신은 매우 무례한 사람이라고.”

 

 “뭐라고?”

 

 대환이 발끈했다.

 

 “사장님! 쫌!”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싸우르 왕국의 아무르 왕세제는 국빈이다.

 자칫 그의 분노를 자극하면 외교문제로 번질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방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긴장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 대환만이 코웃음 치고 있을 뿐이다.

 

 “이거 보게. 역관!”

 

 “예?”

 

 갑작스런 부름에 통역이 부들부들 떨었다.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내말도 전하게. 내 앞에서 무릎 꿇지 않은 왕세제도 자네가 처음이라고.”

 

 “예?”

 

 - 바쁜 일정 속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 늘 폐하와 왕세제 전하의 건강을 기원하겠습니다.

 

 파소가 후다닥 아랍어로 끼어들었다.

 

 “너 그거 똑바로 번역한 거 맞아?”

 

 대환이 묻자, 파소가 자세를 꼿꼿이 세워 말했다.

 

 “예. 한 자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흐음.”

 

 “틀림없습니다. 사장님.”

 

 파소가 끄덕였다.

 한 대 패봤으면...

 그의 주먹이 아무도 안 보는 사이 부르르 쥐어지고 있었다.

 대환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가자. 기자회견 해야지.”

 

 “아..저기..”

 

 파소는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했다.

 

 “아, 맞다. 아무르 자네!”

 

 대환이 아무르를 휙! 돌아봤다.

 아무르가 대환을 쏘아봤다.

 

 “온 김에 밥 먹고 가. 오늘 메뉴 잡채야. 여기 조리장 솜씨는 내가 보증하지. 내가 뽑았거든. 독립투사 후손으로.”

 

 “사장님..그 보다 왕세제께 인사를..아니 그보다 예법에 따라...”

 

 파소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헤맸다.

 

 “가, 빨리. 급해. 윤희 기다려.”

 

 대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에서 빠져 나왔다.

 파소 역시 풍백과 아무르에게 눈으로 꾸벅 조아리곤 허겁지겁 대환의 뒤를 쫓았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파소 또한 단념했다.

 

 “뭐...저런! 허!”

 

 두 사람이 빠져 나가자, 남은 사람들 여기저기 한 숨이 쏟아졌다.

 

 아무르가 통역을 향해 가까이 오라 눈짓했다.

 

 “지금 저자가 나가며 뭐라 했지?”

 

 통역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답했다.

 

 “오신 김에 식사는 하고 가시라고. 오늘 메뉴는 잡채...”

 

 “잡채? 그게 뭐지? 나를 비난하는 욕인가?”

 

 아무르가 솔직한 심정으로 묻자, 통역의 얼굴이 벌겋게 부풀어 올랐다.

 

 “아, 아닙니다. 전하. 자, 잡채란 음식의 일종으로 긴 수명을 상징하며....다양한 색상의 야채와 고기로서....”

 

 통역이 어떻게든 이 자리를 넘기기 위해 분투했다.

 

 "이 자식이..."

 

 남은 풍백 역시 이 사태를 어찌 수습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

 

 최태훈 회장의 저택 집상재. 상상을 모으는 장소란 뜻이다.

 평소 책읽기를 즐기는 최태훈 회장이 붙인 이름이었다.

 이곳 본채 한 구석, 볕이 잘드는 방엔 고등학생 소년이 앉아 손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미래 그룹 막내아들 윤하였다.

 그의 얼굴은 아직도 부어 있었다.

 큰형 윤상의 엄한 가르침?에 의한 것이었겠지만 그 붓기만큼 꽁하는 마음도 남아 있었다.

 

 ‘큰형한테 맞았다고? 하하. 거 참 안 됐다.’

 

 작은 형 윤중이 위로아닌 위로를 건넸었다.

 동시에 의미심장한 미소로 그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었다.

 

 ‘윤하야.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고, 큰형한테 장난 하나만 칠까?’

 

 손바닥을 펴보니 작은 캡슐이 놓여 있었다.

 

 *

 

 “우리 밥 줘! 빨리!”

 

 윤하의 큰형 윤상이 아버지 최태훈 회장과 함께 현관에 들어서고 있었다.

 

 “오셨어요?”

 

 윤하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 집에 있었니?”

 

 태훈이 놀란 얼굴로 묻는 사이.

 

 “학교는?”

 

 윤상이 아버지 태훈을 가로막고 물었다.

 태훈이 그런 윤상을 지그시 흘겼다.

 

 “오늘 쉬어. 개교기념일.”

 

 “얻어 터져서 안 간 게 아니고?”

 

 윤상이 동생의 부은 얼굴을 보며 이죽거렸다.

 

 “쉰다니깐?”

 

 “인마, 공부 싫으면 기술 배워. 작은 형처럼. 아, 윤중인 서울대라도 나왔네. 하하. 형이 미안하다. 너 돌대가린 거 깜빡했다.”

 

 큰형의 빈정거림에 윤하가 손에 쥔 캡슐을 꽉 쥐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윤하도 같이 밥이나 먹자. 다들 얼른 와.”

 

 태훈이 슬쩍 윤상을 나무라며 거실로 들어섰다.

 

 *

 

 최태훈 회장은 일평생 집밥이 최고라며, 될 수 있으면 집에서 밥을 해결했다.

 그 습관은 장남 윤상에게도 이어졌다. 아니 이어졌다기보단 윤상이 악착같이 아버지 습관을 좆은 것이다.

 윤하의 큰 형수 마도하 씨를 필두로한 가정부들이 후다닥 밥상을 차려냈다.

 

 오늘 점심은 와인을 곁들인 스테이크. 윤상은 특히나 피가 흘러내릴 지경의 레어를 좋아했다.

 

 “도련님도 같이 드세요?”

 

 윤하가 자리에 앉자 큰형수가 물어왔다.

 

 “예.”

 

 윤하가 끄덕였다.

 

 “별일이네. 어른들이랑 밥상머리 앉기 싫다던 사람이.”

 

 큰형수 마도하.

 전직 아나운서 출신답게 깔끔한 마스크를 지녔다.

 처음 그녀가 저택에 발을 들였을 때, 윤하는 남몰래 얼굴을 붉히곤 했다.

 사춘기 소년의 설익은 춘정이었다.

 

 얼마 안 가, 여자는 집안 내 서열이 남편에게 넘어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에 맞춰 조금씩 시어머니 영역이던 가정부며 집사 고용 따위를 간섭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둘째 윤중 부부를 쫓아냈다.

 

 ‘어른들 모시는 게 뭐 어떻다고, 동서는 뭐 그리 맨날 입술이 부르터 있어?’

 

 그녀는 손아랫 동서에게 시덥잖은 일로 트집 잡아 싸움을 일으켰다.

 때마침 시부모가 몰래 엿듣게 되었다.

 

 ‘알았어. 집안 일 내가 할테니, 동서는 그냥 사회생활 해. 그게 낫겠다. 동서나 나나.’

 

 그녀의 작은 기지는 결국 둘째 아들 부부를 분가 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도하는 얼마 안가 최씨 가문 안주인 자리 근처까지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몇 개 남아 있었다.

 막내 시동생 윤하도 그 중 하나였다.

 

 ‘막내 도련님은 유학자리 알아보는 게 어때요? 더 늦기 전에 영어도 익히고’

 

 그녀가 윤하의 삶마저 간섭하려 할 때.

 윤하가 그동안 품었던 환상은 산산조각 났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윤하는 갑자기 꼴보기 싫어진 형수에게 쌀쌀맞게 대했다.

 

 ‘도련님, 그럴게 아니라 적어도 국제학교라도...’

 

 ‘나 그냥 가까운 데 보내줘. 아빠.’

 

 막내의 호소에 태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라. 애미 넌 근처 괜찮은 사립학교 알아보고.’

 

 ‘예. 아버님.’

 

 여자는 태훈의 결정에 결코 토달지 않았다.

 아직 모든 권력이 자신의 남편 윤상에게 넘어오지 않았음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윤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어디서나 있는 서열 다툼. 그것은 인간 본성.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5 폭군과의 산책 15 2020 / 8 / 20 201 0 7929   
14 폭군과의 산책 14 2020 / 8 / 19 189 0 6544   
13 폭군과의 산책 13 2020 / 8 / 18 194 0 5258   
12 폭군과의 산책 12 2020 / 8 / 15 186 0 6053   
11 폭군과의 산책 11 2020 / 8 / 12 200 0 6340   
10 폭군과의 산책 10 2020 / 8 / 10 201 0 5689   
9 폭군과의 산책 09 2020 / 8 / 9 197 0 6897   
8 폭군과의 산책 08 2020 / 8 / 8 193 0 6043   
7 폭군과의 산책 07 2020 / 8 / 7 198 0 6646   
6 폭군과의 산책 06 2020 / 8 / 6 203 0 7330   
5 폭군과의 산책 05 2020 / 8 / 5 187 0 6718   
4 폭군과의 산책 04 2020 / 8 / 4 189 0 6849   
3 폭군과의 산책 03 2020 / 8 / 2 209 0 5403   
2 폭군과의 산책 02 2020 / 8 / 1 194 0 7864   
1 폭군과의 산책 01 2020 / 7 / 31 336 0 759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