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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심연
작가 : 소설판타지
작품등록일 : 2020.8.3

돔 아래 인공태양의 빛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류, 인공태양이 갑자기 빛을 잃다.
태양이 사라지고, 빛 하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재난물]

 
episode 1 : 그 날의 기억(5)
작성일 : 20-08-09 14:53     조회 : 263     추천 : 1     분량 : 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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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문을 확 잡아당기자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일었다. 향초가 타는 것 같은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리고 유리에 비친 불빛 때문에 보이지 않던 창밖 너머가 눈에 들어왔다.

 인도를 침범해 올라온 차들, 건물을 받은 택시, 버스에 충돌한 채 찌그러진 차량, 그리고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사람의 흔적까지.

 찌그러진 차량에서 불빛에 비친 연기가 검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옥 같은 풍경이 또 한 번 눈앞에서 펼쳐졌다.

 건물에 들어올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충격적인 광경에 이슬이는 입을 틀어막았다. 명석이의 어깨를 빌리던 선혜 누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뭐야. 이게…!”

 

 이슬이의 목소리가 가시나무처럼 떨렸다.

 삐-

 다시 터져 나온 이명이 귀를 잡아먹었다.

 

 “잠시만.”

 

 문을 연 이후 처음 어두워진 세상을 접했을 때의 모습이 머릿속을 헤집고 떠돌아다녔다. 속은 울렁거렸고, 머리는 어지러웠다.

 아주 잠깐의 휴식으로 진정되었던 심장이 다시 펌프질하기 시작했다.

 

 “괜…아?”

 

 선혜 누나의 목소리였다. 이명에 겹쳐 그녀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심호흡하자. 심호흡.

 후 – 하 –

 수차례의 심호흡에도 도저히 진정되지 않았다.

 

 “오빠 식은땀 흐르고 있어요…!”

 

 이슬이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다며 손을 들어 보였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뒤에선 명석이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자리에 멈춰 있었다. 그 옆에서 선혜 누나는 고개를 조금 돌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겨우 침을 삼키곤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잠깐 어지러워서…”

  “진짜 괜찮은 거지?”

  “네네… 현기증인가 봐요.”

 

 솔직히 편의점을 나오기 전까진 그렇게 걱정이 앞서지 않았다. 그저 한 번 겪어본 광경이었기에 다시 길을 걷는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이 잡아먹은 어두운 길에 유일한 통로 같은 불빛은 그리 많은 것을 비추지 못했다. 끽해야 5미터 정도 되는 거리를 밝혀줄 뿐이었다.

 

 “우웩!!!”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명석이가 결국 참지 못하고 토사물을 내뱉고 있었다.

 

 “괜찮아!?”

 

 이슬이의 어깨를 빌린 채 그를 보고 있던 선혜 누나가 놀란 투로 소리쳤다.

 그는 두어 차례 더 속을 게워낸 후 심호흡을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손을 들어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괜찮아요. 진짜…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늘 길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선혜 누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아까 일이 조금 있었어요. 괜찮으니까 움직이죠.”

 

 하지만 우리가 본 것들을 설명하고 싶진 않았다. 아니, 이왕이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맞아요. 빨리 가요.”

 

 명석이가 피곤함에 찌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발을 옮겼다.

 내가 움직이자 뒤에서 나를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대여섯 걸음 정도 더 걸어가자 도로가 나타났다.

 휴대전화의 불빛으로 도로를 밝혔다. 다행히 움직임이 멎은 차들 외에 보이는 차는 없었다. 바로 옆에 보이는 인도를 침범한 차량은 작동을 멈춘 듯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하지만 그 차들을 볼 용기는 없었다. 멈춘 차의 운전석만 보면 다시 그 기억이 떠올랐다. 애써 고개를 돌려 땅을 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차를 버리고 간 걸까?”

 

 잠시 찾아온 정적을 깨는 목소리였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말과 말 사이에 공백이 느껴지는 거로 봐선 선혜 누나가 뱉은 말인 것 같았다.

 

 “운전석에 사람이 없어.”

  “언니 너무 무서워… 나 이런 거 처음 봐…!”

 

 그녀의 옆에 이슬이가 입을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 순간 선혜 누나가 입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녀의 시선은 나를 앞질러 인도를 침범한 차량을 향하고 있었다.

 

 “왜 그래요?”

 

 그녀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시선을 쫓아 눈을 옮겼다. 시선 끝엔 범퍼가 찌그러진 채 한쪽 바퀴를 인도에 걸친 택시가 있었다.

 그리고 차량이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눈을 옮긴 곳엔 차에 받혀 날아간 듯 쓰러져 있는 남성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그렇게 큰 이상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유일하게 보이는 것이라곤 그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과 열려 있는 쌍꺼풀 사이 두 눈에 생기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흐릿하게 보이는 그의 옷은 편의점 유니폼이었다.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그에게 달려갔다. 그는 작은 미동조차 없었다.

 

 “괜찮으세요!?”

 

 어깨를 흔들어 그를 깨워보려 했지만, 그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마냥 힘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서 느껴지는 찬 기운. 그의 온몸은 이미 차게 식어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그의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대보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벌써 세 번째다.

 모르는 이가 내 눈앞에서 죽어 있다. 내 손에서 느껴지는 죽음이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눈앞이 아른거린다. 형용할 수 없는 혐오감이 속에서부터 솟구쳤다.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본다는 건 그만큼 불쾌하고 암울한 일이었다.

 위액의 쓴맛이 입에서 느껴지기도 하고, 불쾌하리만큼 우울한 기분이 온몸을 휘감는다. 심장에서 느껴지는 슬픈 감정이 혈관을 타고 전신을 야금야금 먹고 있었다.

 꺄악 하며 들리는 귀를 찢는 외마디 비명.

 고개를 돌리자 공포에 잡혀먹힌 눈으로 쓰러진 남자를 보는 이슬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쥔 휴대전화가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1…119에 전화…전화해야…”

 

 이슬이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귀에 가져다 댔지만, 뚜뚜 끊기는 소리만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세 사람을 보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떨어지는 눈물이 그의 죽음을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명석이는 또다시 터져 나오는 토사물을 내뱉기 위해 선혜 누나를 놓고 구석으로 달려갔다.

 우웩 하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내 눈물에 이슬이는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이…이게 뭐야.”

 

 물론 우리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알 수 없는 죄책감이 심장을 푹푹 찔렀다.

 살며시 그를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명석이는 더는 나오지도 않는 토사물을 억지로 짜내는 듯 투명한 액체를 내뱉고 있었다. 몇 차례 더 속을 짜내던 그는 뒤로 털썩 주저앉았다.

 

 “명석아… 진짜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참아보려 해도 참을 수가 없었다.

 눈물이 쏟아진다.

 그도 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우리가 죽은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죽은 자의 눈을 감겨주는 것뿐.

 우리는 잠시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 먼저 제안한 일은 아니었다. 그냥 죽은 이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가자, 이제…”

 

 그냥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매는 충격에 잠겨 벌벌 떨고 있었다.

 특히 이슬이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고 있었다.

 

 “그만 울어… 괜찮을 거야…”

 

 내가 그녀의 눈물을 멎게 할 권리는 없었다. 하지만 계속 듣다간 내가 먼저 무너질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었다.

 그녀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일어나봐…”

  “오빠는…오빠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그녀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내뱉은 말은 아니었다.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짜증이 밀려왔다. 말투 때문도 아니었고, 그녀가 내뱉은 단어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그냥… 이런 사태에서 벌써 세 번이나 이런 일을 겪었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이렇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못 일어나겠어요…”

  “내 손을 잡고 천천히 일어나.”

 

 그녀는 어깨를 들썩이며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맞잡고 일어났다.

 

 “가자 웅아…”

 

 명석의 목소리에서 우울함과 슬픔, 좌절, 모든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우리는 움직였다. 우리는 학교의 뒷문으로 연결된 오르막길까지 한마디 말없이 움직였다. 다행히 이후 우리가 학교로 가는 길목에 접어든 순간까지 또 같은 참사를 보는 일은 없었다.

 대신 우리는 충격의 도가니 속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길거리의 쓰레기봉투조차 쓰러진 사람으로 보였고, 조금이라도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작은 소리만 들려도 우리는 아주 큰 사고라도 본 것 마냥 움찔움찔 반응했다.

 최대한 빨리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했다.

 

 “웅아, 저기 학교다.”

 

 명석이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저 멀리 암흑 속에서 드문드문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건물이 보였다.

 건물의 아래로 빠져나오는 학생들의 불빛도 보였고, 헤드라이트로 길을 밝혀주는 차들도 몇 대 보였다.

 그리고 오르막길 끝에 보이는 학교 뒷문의 펜스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웅아, 저기 사람들 아니가…?”

  “선생님들인가…?”

 

 드디어 도착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 넘어질 뻔했다.

 

 “괜찮나?”

 

 명석이가 내 반응에 놀란 듯 흠칫 내뱉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봐. 괜찮아.”

 

 피로가 몰려왔다. 당장 어느 곳이든 앉아서 쉬고 싶었다.

 

 “빨리 가자…!”

 

 그렇게 우리는 다시 움직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우리는 움직였고, 흰자위로 보이는 뒤의 세 사람은 영혼 하나 없는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다.

 

 “괜찮을 거에요.”

 

 힘들어하는 두 사람을 위해 명석이가 내뱉은 말이었다.

 

 “처음이에요… 사람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는 거…”

 

 뒤에서 이슬이가 흐느끼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녀가 품은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 하루만 세 번째였다.

 제정신으로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할 정도였다. 겨우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우리도 저렇게 죽으면 어떡해…?”

  “그런 소리 하지 마! 우린 안 죽어!”

 

 이슬이의 말에 선혜 누나가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도 봤잖아…! 아까 그 사람.”

  “그 사람은… 운이 없었던 거야…

 

 이번엔 명석이가 그녀의 말을 받아쳤다. 거친 숨을 내뱉던 이슬이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선혜 누나가 말을 끝맺었다.

 

 “그래, 그 사람은 운이… 없었던 거야…”

 

 그새 우리는 학교 뒷문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고개를 들면 우리가 있던 교실에서 불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뒷문에 가까이 다가가자 요란한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곳엔 많은 사람이 있었다. 굳이 불빛을 비추지 않아도 사람들이 다 보일 정도로 많은 사람이었다.

 

 “뭐고, 저 사람들…?”

 

 명석이가 조금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언뜻 봐도 학생들은 아니었다. 사이사이 섞인 사람들 가운데 학생들도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은 어른들이었다.

 쾅 – 쾅 – 쾅

  우리가 문 바로 앞까지 다가섰을 때 뒷문에서 들리던 소리였다.

 펜스가 넘어질 듯 흔들렸고, 귀를 찢는 고함, 분노에 찬 욕지거리를 내뱉는 소리가 뒷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뭐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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