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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간을 되돌리면
작가 : 민월아
작품등록일 : 2020.8.6

2030년, 정신적 건강이 육체적 건강만큼 중요도가 대두되어 감정을 수치화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고, 수치가 위험군에 드는 사람은 반드시 심리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심리상담사로 일하던 서 연은 어떤 사고에 휘말려 19살이 되고 마는데...

되돌아갈 방법도 모르는 이곳에서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2화. 불공평한 세상에게 바치는 노래
작성일 : 20-08-08 14:54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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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되돌리면 2화.

 불공평한 세상에게 바치는 노래

 w. 민월아

 

 -----------------------------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가늘게 떠 시계를 바라보자 8시 30분이라는 숫자가 보였다.

 

  ‘으헉.. 망했다’

 

 서둘러 양치하러 들어가 본 거울은 여전히 낯설었고, 습관처럼 걸친 정장을 벗고 교복을 입었다.

 

 한 손엔 검은 책가방을 메고, 서둘러 버스 정류장에 뛰어가 출발 직전인 버스에 탔다. 그러자 누가 보면 지금이 7시 정도 밖에 안 된 것 마냥 엄청나게 평온한 얼굴로 창밖을 보고 있는 어제 그 남자애가 보였다.

 

 ‘지운하’

 

 특이한 이름이라 어제 명찰을 봤을 때 한 번에 외워버렸다.

 하필 빈자리가 그 애 옆자리밖에 없어 앉으며 인사를 해야 하나 망설이며 자리에 앉았다.

 

 “안녕”

 먼저 들려오는 인사말에 나는 당황하며 말을 이어갔다.

 

 “아.. 안녕. 너도 지각했구나”

 “응”

 ….

 “이름이 뭐라고 했지?”

 “나? 서연. 외자야”

 

 인제야 어제의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통성명도 안 했었다는 걸 알아챘다.

 

 “너는 안 물어봐?”

 “응?”

 “이름”

 “아… 어제 명찰 보고 외웠어”

 “그렇구나”

 

 삭막한 시간이 흐르고 버스는 어느새 교문 앞 정류장에 다다랐다.

 나란히 지각한 우리는 교무실에 불려가 한참 잔소리를 듣다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빨리 교실로 돌아가!”

 

 “몇 살이야?”

 “나 스물 아홉 살…이었어”

 “누나네… 나 스물셋”

 “아…”

 

 큰 키에 차가워 보이는 얼굴. 철이 일찍 든 건지 남고생들의 짓궂은 장난기는 전혀 보이지 않는 딱딱한 말투 때문인지 나와 비슷한 나이로 생각했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어렸었다.

 

 “그래도 지금은 반말할게. 둘 다 열아홉으로밖에 안 보일 테니”

 “그래”

 …

 “저기, 그럼 원래 대학생이었겠네?”

 “아니. 대학 안 가고 여기저기… ”

 

 다시 삭막한 정적이 흐르고 나는 이 어색함을 견디지 못해 빨리 교실로 들어가고 싶단 마음만 굴뚝 같았다.

 그러던 중 빈 음악실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흐으으으윽…. 흐윽”

 

 “무슨 소리 안 들려? 우는 소리 같은 거”

 

 운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손목에 채워진 감정 측정기에 위험 신호가 뜨기 시작했다.

 

 ‘위험 신호가 뜬다는 건 주변에 있다는 소리인데’

 

 우리는 서둘러 음악실로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빨갛다 못해 팅팅 부어있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저기.. 괜찮아? 왜 여기서 울고 있어”

 

 내 말에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 펑펑 울어대는 여학생. 명찰을 보니 이예은이라고 쓰여 있었다.

 

 “예은아. 무슨 일 있어?”

 

 내 질문에도 전혀 대답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려대는 예은.

 어쩔 수 없이 눈물만 그치도록 달랜 다음, 힘든 일 있으면 찾아오라고 하고 반으로 돌려보냈다.

 

 “알겠다. 뭔가 익숙하다 했더니, 너 심리상담사였지?”

 “어? 어떻게 알았어?”

 “나 예전에 인터넷 뉴스에서 봤어. 너 인터뷰 한 거.

 기사 제목이 ‘심리상담계의 유망주, 서연. 박상혁 교수를 뒤잇는 인재’.. 였나.

 그리고 그 측정기,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쪽 일 하는 사람들밖에 없잖아.”

 

 생각보다 날카로운 추리력에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잘나신 분께서 사고가 나서 어떡해. 지금쯤 찾으려고 난리도 아니겠네”

 “아니. 난 그렇게 잘난 사람도 아니고 그럴 자격도 없어”

 

 단호한 나의 말에 예상치 못했다는 듯 눈이 커지는 운하였다.

 그리고는 멋쩍은 듯 고개를 돌렸다.

 

 “나 사실 다음 날 일 그만두려 했어. 주변에서 띄워주는 것만큼 잘난 사람도 아니고, 생각보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야. 기사에서 나온 만큼 재능이 있지도 않은 것 같고…”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난 딱히 네가 어떤 사람이든 신경 안 써. 단지 네가 빨리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싶어서 얘기한 거야”

 

 운하의 말에 괜히 내가 예민하게 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

 

 점심시간이 되자, 그 많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교실에서 사라졌다. 나 또한 밥을 안 먹을 순 없어 운하와 함께 식당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와… 진짜 잘생겼다. 나 대학 가면 민재쌤 같은 사람 만날 수 있나?”

 “뭐래….. 거울이나 보고 오세요”

 

 바로 앞에 줄 선 여학생들의 대화. 나 또한 학생 때는 학교 쌤들이 대단해 보이고 잘생겨 보이고 그랬지.

 “저게 잘생긴 건가?”

 운하의 말에 민재쌤이라는 사람을 힐끗 쳐다봤다.

 

 “오. 잘생겼는데?”

 

 예상보다 훨씬 잘생겼다. 아이들의 인사를 받아주는 상냥한 선생님, 살짝 올라간 입꼬리에 맑은 목소리. 심지어 나이도 이십대 후반처럼 보였다.

 

 “인기 많을 만하네. 저런 사람은 사회 나가도 흔치 않아”

 “그건 맞아”

 

 내 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운하. 그러다 식판을 들고 있는 한 여자아이와 부딪혔다.

 

 “아, 미안”

 “아니.. 괜찮아”

 

 그러자 바로 뒤에서 한 남자애가 여자애의 손목을 잡고는 물었다.

 

 “다친 곳은 없어? 그러게 내가 잘 보고 다니랬잖아. 오랜만에 급식 먹는다고 뛰어다니기는…”

 

 뒤를 돌자 운하랑은 또 다른 느낌으로 무뚝뚝하게 생긴 키 큰 남학생이 있었다.

 

 “저기, 너도 다친 곳은 없어?”

 

 운하에게 물어오는 남학생.

 

 “아, 응. 미안. 내가 잘 못 봤네”

 “둘 다 괜찮다니 다행이네, 가자 김사희”

 “응”

 

 그렇게 사라지는 두 사람. 나는 왠지 계속 눈길이 갔다.

 

 ***

 

 “10년 만에 급식 먹으니까 맛있다. 그때는 급식이 왜 그렇게 맛이 없었나 몰라.”

 

 부른 배를 두드리며 산책 겸 학교 운동장을 돌고 있는데 다시 울리는 측정기.

 바로 옆 분리수거장에 누가 있는 듯했다. 문을 열고 살짝 들여다보니 아침에 만났던 예은이가 엄청난 두께의 악보 더미를 북북 찢어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있었다.

 

 “다시는 안 할 거야. 다시는 안 할 거야…”

 

 낮게 중얼거리더니 학교 건물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저렇게 둬도 괜찮은 거 맞아?”

 

 운하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측정기를 쳐다봤다.

 

 “위험 수치가 관심 정도를 넘었어. 이 정도 수치면 격리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감시하는 편이 좋은데. 왜 아무도 반응을 안 하지…”

 

 원래 학교마다 학생들의 감정 수치를 관리하는 심리상담사들이 있다. 하지만 갑자기 수요가 증가하는 바람에 여러 학교를 한 심리상담사가 맡게 되었고, 그로 인해 사각지대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다.

 

 “… 따라가자”

 “응. 그게 좋겠어”

 

 운하의 말에 우리는 서둘러 예은이의 뒤를 따라갔다.

 

 ***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듣기 싫은 소리는 내는 옥상문. 예은은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난간에 걸터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뒤이어 나와 운하도 옥상문을 열고 들어가 우연히 만난 척 예은에게 말을 걸었다.

 

 “어? 너는… 우리 아침에 봤었지?”

 

 내가 어색하게 말을 걸자 예은은 다 안다는 듯이 우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왜 따라왔어요. 저한테 할 말 있으세요?”

 “그게…. 아침에 울고 있어서 그 뒤로 계속 신경 쓰여서…”

 “신경 쓰지 마세요. 다들 고3인데 한가하신가 봐요”

 

 예은의 삐딱한 말투에 운하는 말없이 예은을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입을 열었다.

 

 “정말 우리가 신경 끄고 사라지길 바라?”

 “….”

 “네가 그렇다면 아무 말 않고 내려갈게. 네 말대로 우리가 관여할 일도 아닌 것 같고”

 ....

 

 한동안 정적이 흐르고 나는 운하의 옆구리를 찔러 운하만 들리게 말했다.

 “너무 자극하면 큰일 날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상냥하게 말을 이어가야 돼”

 “알겠어”

 

 예은은 한참 하늘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있잖아요. 아무도 나에게 음악을 하라고 한 적 없는데. 심지어 부모님 반대에도 음악 하고 싶다고 혼자 학원 알아보고 부모님 몰래 오선지 사서 음악 공부했어요…

 처음에는 힘들지 않았어요. 노래 부른다는 자체가 너무 좋고 행복해서 평생 노래 부르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하면 할수록 주변 아이들과 비교당하고 등수가 매겨지고…

 그냥 단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이렇게 힘들어야 할까요?

 저 정말 노력하는데, 별로 노력하지도 않는 아이들이 항상 저보다 잘하는 거 보면 너무 속상해요

 세상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해요. 그래서 다 그만두려고요.

 음악을 그만둘 자신은 없어서, 그냥 다 놓아버리려고요.”

 

 이 말을 마친 예은의 얼굴에는 또 눈물이 흘렀다.

 나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상담 매뉴얼을 곱씹고 있었다.

 

 “있잖아…”

 

 나보다 먼저 입을 땐 운하. 그가 건넨 말은 나와 예은 둘 다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냥 욕이나 시원하게 해.”

 “…네?”

 

 “이 엿 같은 세상은 처음부터 공평했던 적 없어.

 너의 편을 들어준 적도, 네가 이 세상에서 행복하길 바란 적도 없어.

 그냥 지독하게 너를 괴롭히고 너를 고립시킬 뿐이야. 지금도 앞으로도.

 그니까 이 세상에 거는 기대 같은 거 바라지도 마.”

 ….

 “근데, 너는 여기 있어. 이 세상에 살고 있어.

 불공평하고 더러운 세상에 굴복하지 마.

 끝까지 살아남아서 널 인식시켜.

 나 여기 있다고, 나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너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나타날 거야.

 너의 목소리가 힘을 가지면 모두가 너의 목소리를 따를 거야.

 그리고 그 힘을 가지기까지 널 응원할 사람은 너뿐이어도 충분하다는 거 잊지 마.”

 …

 “그만두는 건 너의 자유라 내가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너 노래 못 듣는 건 아쉬우니까 여기 있는 우리에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노래 들려줄래?”

 

 운하의 말에 예은은 흐르는 눈물을 닦고 목을 가다듬었다.

 

 “아아…”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리는 반딧불이

 그 빛을 따라 나는 길을 잃었어

 정신을 차려보니 깜깜한 어둠 속

 작은 반딧불이에 속아버린 나 혼자

 내가 쫓아 온 반딧불이는 온데간데없고

 나무들의 비웃는 소리와 차가운 바람의 시선

 넌 돌아갈 수 없다고 어둠으로 내 눈을 가렸어

 누굴 기다리는 거야

 널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걸 알잖아

 올 것 같은 아침은 오지 않고

 뜰 것 같은 해는 뜨지 않아

 무섭지만 소리 내 소녀여

 소리 내어 너를 알려라

 고요한 산속에서 울리는 목소리

 그 소리 따라 반딧불이 춤을 추지

 그 소리 따라 나무들은 손뼉를 치고

 그 소리 따라 바람은 악기를 연주하지

 그러니 소녀여, 넌 혼자가 아니야」

 

 뒤이어 들리는 노래는 많이 울어서 갈라져 버린 목소리 때문에 깨끗한 소리는 아니었지만, 끊길 듯 흔들리면서도 곧게 뻗어가 내 마음을 찔렀다. 그리고는 이 세상에 나 또한 단단해져야만 한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완곡하고 후련해진 듯한 얼굴을 한 예은이는 나에게 달려와 꼭 안겼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작게 속삭이는 말에 나는 다행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를 찝찝함이 느껴졌다.

 

 ***

 

 “표정이 왜 그래? 아직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거야?”

 “응? 아.. 아니”

 “그럼 왜 표정이 안 좋아”

 “아무것도 아냐”

 

 운하를 뒤로하고 나는 빠르게 앞서 나갔다.

 모든 게 잘 해결되었는데도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짜증이 났다.

 

 ‘왜 이러는 거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정, 나 또한 이런 감정을 뭐라고 얘기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내가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을 저렇게 해결할 수도 있구나 하는 잠깐의 놀람 정도로 정의 내리고 싶을 뿐이다.

 그냥 그렇게 덮어버리고 싶을 뿐이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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