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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넌 어디에서 왔니
작가 : 해글님
작품등록일 : 2020.8.1

가출한 가을이의 영혼을 찾습니다!
소원을 이루기까지 단 하나의 악령만 남았는데, 다른몸에 빙의되어 버렸다.
진짜영혼을 찾고 모든걸 제자리로 돌려야한다.
그런데 가을이의 약혼자에게 마음이 계속 끌린다. 난 원래몸으로 돌아가야하는데...
파면 팔수록 수상한 가을이의 과거. 그녀의 영혼을 찾을 수 있을까?
#로맨스#추리#기억상실#기억찾기#까칠남#다정남

 
12화. 나 잊으면 안돼요.
작성일 : 20-08-08 08:31     조회 : 223     추천 : 2     분량 : 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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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일러를 켜둔 듯 따뜻한 바닥의 온기에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지만 적막감 속에 오로지 마당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거친 숨소리만 너무 크게 나는 것 같아 가을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보다는 지혁과 나란히 누워 있는 이 상황의 긴장감 때문에 호흡도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가을 자?"

 "아뇨. 지혁씨는 안 자요?

 "어. 낯선 곳에서는 잠을 잘 못 자거든."

 "아..."

 잠자리도 가리는구나.

 까탈스럽다는 생각에 가을은 순간 긴장이 풀렸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이어진 지혁의 말은 의외의 사실이었다.

 "그때 봤겠지만 부모님 금술이 너무 좋아. 그래서 어릴 때같이 여행을 갔다가 두 분이서만 서로를 챙기고 잠든 나만 두고 떠나셨지. 후에 돌아오시긴 했지만 그때 이후 트라우마인지 낯선 곳에서는 쉽게 잠이 안 오더군."

 딱히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할 내용은 아닌 것 같았지만 어떻게 보면 그의 약점이 될만한 이야기를 가을에게 편안하게 말을 했다.

 아니, 그만큼 진짜 가을을 믿는다는 걸까.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가을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내색하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출장 갈 때마다 힘들 텐데 치료는 안 받아봤어요?"

 "치료해도 그때뿐이고 다행히 수면제 먹으면 금방 잠이 드니깐. 그런데."

 지혁이 몸을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가을 쪽으로 몸을 돌린 그의 시선이 오른쪽 얼굴 옆에서 느껴졌다.

 "오늘은 이상하게 잠이 오네. 당신은 나를 두고 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인가?"

 희미하게 웃는 소리에 가을의 얼굴은 오히려 울상이었다.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가을을 보고 있을지 상상이 되었다. 어둠 속에 있어서 표정이 보이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가을, 나 봐봐."

 "왜... 왜요? 저 눈 감았어요. 잘 거예요."

 "아까는 안 잔다면서?"

 "피곤해졌어요."

 표정은 숨겨도 목소리까지는 어쩔 수 없는지 가을의 목소리에서 물기가 느껴지자 지혁은 상체를 반 일으켰다.

 "갑자기 왜 그래?"

 "아..니에요."

 지혁에게 차마 자신이 진짜 가을이 아니라서 슬프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지혁은 가을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무슨 생각이라도 난 거야?"

 "아니, 할..."

 "할?"

 "할... 머니가 잘생긴 얼굴에 홀리면 안 된다고 했어요!"

 할머니가 이부자리를 깔아 줄 때 얼굴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며 각각 자리를 깔아줬는데 갑자기 왜 그 말이 지금 입 밖에 나오는 건가. 가을은 얼굴이 확 빨개졌다.

 "큭...푸하하하하"

 머리 위에서 지혁이 정말 시원하게 웃었다. 그리곤 가을의 손목을 잡고 그대로 자신의 품으로 그녀를 당겨 끌어안고는 그녀의 턱을 끌어올려 시선을 마주쳤다.

 "나는 당신을 홀리게 하고 싶은데, 그럼 계속 보게 만들어야겠군"

 지혁도 가을의 생각이 그게 아닌 걸 잘 알고 있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녀가 나중에 마음의 문을 더 열고 스스로 말해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냥 지금 가을이 웃을 수 있도록만 만들어 주고 싶었다.

 "누... 가 반한데요?"

 벌게진 얼굴로 눈동자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말해봤자 별 설득력은 없어 보였지만, 가을의 그런 모습이 너무 예뻐 보여 지혁은 위험하게 미소 지었다.

 "아, 그렇게 쳐다보면 곤란한데."

 가을은 그의 미소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쪽

 순식간에 입술에 따뜻한 온기가 지나갔다.

 "이런 곳에서는 싫으니깐, 오늘은 여기까지."

 "잠... 잠깐"

 지혁이 그대로 가을을 꼭 껴안았다. 가을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지만 그녀도 어차피 진심을 다해서 나오려고 한 것은 아니라 금방 포기했다. 가을은 가만히 그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나중에..."

 "응?"

 "나중의 나 잊으면 안 돼요."

 "당연하지. 잊을 이유가 뭐가 있어"

 "그럼 됐어요."

 제자리를 찾아가면 지혁은 가을을 모르는 사람인 척 지나가겠지만 지금 대답에 만족하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냥 첫사랑처럼 그렇게 한번 앓다 지나가면 되지 않을까.

 가을은 더 이상 그를 향해 가는 마음을 막지 않기로 했다.

 ***

 전날 언제 폭우가 쏟아졌냐는 듯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다. 가을과 지혁은 오후에는 서울로 돌아가야 했기에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 할머니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네비의 안내 종료와 함께 차가 멈춰 선 곳은 마을의 젤 마지막 집인, 대문조차 있지 않은 아무도 살지 않아 완전히 폐가가 된 듯한 집이었다.

 "여긴가 본데..."

 지혁도 너무 허름한 집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전에 가을이 갔던 집은 알고 보니 마을에서 세를 놓기 위해 정기적으로 관리가 되었던 집이었고, 이곳은 더 이상의 인구 유입을 기대할 수 없는 듯 방치된 곳이라 밤에 공포체험하기 딱 좋은 집이었다. 가을이 손으로 나무 기둥을 가볍게 잡자 나무가 썩은 듯 그대로 부스러졌다.

 "귀신들이 살기에 딱 좋은 집 같군."

 "그러게요."

 남의 집에 대한 신랄한 평가에 반박이라도 할만했지만, 가을도 역시 그렇게 생각이 들었기에 차마 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했다.

 여기도 허탕인 것 같은데

 영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을 것 같지만 사자(使者) 생활을 할 때 본 그들은 깔끔을 떨고 깨끗한 곳을 선호하고 비싼 곳을 좋아했었다.

 "음... 안에 들어가 봐야 할까?"

 지혁이 차마 문고리의 손을 잡지 못하고 들어가기 싫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의외로 깔끔을 떠는 성격이라 어떤 게 안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찝찝함이 싫은 것 같았다.

 "지혁 씨 까지는... 안 들어가도 될 것 같아요. 저만 가 볼게요."

 "그렇게 하면 되겠군. 난 주변을 좀 둘러보도록 하지."

 가을의 말이 떨어지지 무섭게 손을 털고 그대로 마당 주변으로 걸어갔다. 어차피 기억을 찾는 걸 빙자하고 영혼을 찾는 건 가을이기에 그가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러운 것 까지는 함께 하지 못하겠다는 지혁을 보니 고까웠다.

 여기에 진짜 가을의 영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의외로 이런 장소를 좋아할 수도 있는 1%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을은 내키지 않는 문을 열었다.

 "윽!"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콧속으로 훅 들어왔다. 가을은 다급히 손으로 입을 막고 집안을 살펴봤다. 내부는 더 엉망진창이었다. 쫓기듯 이사 간 것처럼 곳곳에 살림살이들이 내팽개쳐져 있었다.

 흡사 피난이라도 떠난 것 같네.

 삐걱삐걱

 발을 디딜 때마다 바닥에서 나는 오래된 나무 소리에 신경이 거슬렸다. 가을은 반사적으로 돋은 소름에 팔을 가볍게 문지르며 내부를 둘러봤다.

 빨리 둘러보고 가야겠다

 창문에 들어오는 빛을 불빛 삼아 핸드폰 손전등의 빛을 길 삼아 구석구석 하나하나 살펴봤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많아질수록 천장에는 우당탕탕 쥐가 뛰어가는 소리도 들렸다. 1층을 다 둘러봤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역시나 진짜 가을은 보이지도 않았고 이제 남은 건 2층 방 하나였다.

 "무너지진 않겠지"

 역시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이기에 잘못 디뎌서 발이라도 빠질까 싶어 가을은 첫 번째 계단에 한 발을 올려 체중을 힘껏 실었다.

 "어?"

 속이 꽉 메워져 있는 듯 단단했다. 의외로 계단은 튼튼하게 지은 듯 두발을 같이 올려도 삐걱거리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가을은 그래도 혹시나 몰라 뒤꿈치를 들고 가볍게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방안에는 작은 침대 하나와 책장에 책이 어지럽게 군데군데 꽂혀있었다. 어린 여자아이가 좋아할 만한 핑크색 레이스 캐노피가 찢겨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가을이 쓰던 방인가"

 진짜 가을이 사용했을 거라고 추측되는 방이었다. 역시 여기도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 불빛으로 방 구석구석 비춰보다 책장 앞에 엎어진 채 떨어져 있는 액자를 발견했다. 유리가 깨진 듯 사방에 파편이 흩어져 있었고, 액자 속의 사진이 밖으로 삐져나와있었다. 가을은 유리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사진을 주웠다. 빛에 비친 사진은 가족사진이었다.

 "누구지?"

 케이크 위에 4개의 초가 꽂아져 있고 그 뒤로 낯선 여자아이와 그리고 익숙한 젊을 때의 진짜 가을의 부모가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빛을 비춰 사진 속 젊은 부모의 얼굴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보자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왜 이러지. 공기가 탁해서 그런가.

 확실히 먼지와 곰팡이로 가득한 실내의 공기는 깨끗한 산소가 부족하긴 했다. 가을은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뜨고 다시 사진을 살펴보려 할 때 밑에서 지혁이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가을! 어디야?"

 꽤 오랜 시간 나오지 않는 가을이 걱정되어 지혁도 결국 집안으로 들어왔다.

 "2층이에요. 내려갈게요."

 가을은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계단을 내려갔다. 밑에서 지혁이 한 손을 내밀고 나머지 손은 위험하지 않게 발밑을 핸드폰 빛으로 비춰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튼튼한 계단이었기에 부축은 필요 없었지만 가을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지혁의 손을 꼭 잡고 밖을 나왔다. 상쾌한 공기를 힘껏 들이 마시니 어지러웠던 머리가 좀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기억나는건 있는것 같아?"

 "아뇨, 아무것도..."

 "주치의 돌팔이 아냐? 지금 몇 군데를 다녀갔는데 효과도 없는걸 치료법이라고..."

 지혁은 겉으론 차마 말 못 하고 속으로 사촌 형을 욕했다. 이상한 처방으로 괜히 가을만 고생시키는 것 같았다.

 "그래도 좀 더 해보면 짠하고 돌아오지 않을까요."

 기억이 아니라 진짜 가을을 찾는 중이니 아무 성과가 없는 게 당연했고 이제 그녀가 있을만한 장소도 몇 군데 남지 않았기에 곧 지혁도 진짜가을을 만날 수 있을것이다.

 "이쪽으로 와봐."

 지혁이 가을의 손을 잡고 집 뒤편으로 이끌었다. 그곳에는 작은 산책로 처럼 이어진 길과 저 멀리 집 한 채가 보였다.

 "둘러보던 중에 발견했는데, 여기서 길이 이어져 있으면 저곳도 오고 가고 하지 않았을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가볼래?"

 저기에 가도 특별한게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다시는 이곳에 올 것 같지 않았기에 가을은 이곳까지 온김에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네 가봐요."

 가을과 지혁은 그대로 손을 잡고 완만하게 경사진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기억을 찾으러 낯선집으로 가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손을 잡고 걸으니 데이트하는 기분이었다. 바람 또한 산들산들 불어 얼굴을 보드랍게 어루만짐에 기분이 좋아져 가을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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