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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14.
작성일 : 20-08-07 17:00     조회 : 59     추천 : 0     분량 : 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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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리아나에게 답장을 보낸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에드워드가 갈 거라는 답장을 받았다.

 아마 3일 내로 도착할 거라는 편지를 받자 처음 든 감정은 당혹스러움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급하게 에드워드가 찾아오는 거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에드워드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3일 뒤, 그가 오겠다고 한 카페에 들어가 앉아 있자 몇 분 안돼서 익숙한 얼굴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에드워드….”

 

 “라니에스.”

 

 그는 나를 보며 무척 반갑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수많은 감정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내 앞에 앉더니 그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자주 본 얼굴인데 오랜만에 보니 나도 반갑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반가운 마음은 잠시였고, 에드워드가 아무 말도 안 하자 왠지 모를 어색함이 맴돌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낮고 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머리 자르셨군요. 잘 어울리십니다.”

 

 “그런가요?”

 

 “네. 그리고 무척……. 보고 싶었습니다, 라니에스.”

 

 “…저도 오랜만에 봬서 반가워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습니까, 라니에스?”

 

 “보시다시피, 잘 지냈어요. 에드워드는 어땠나요?”

 

 “잘 지냈다……. 고 하기엔 애매하군요. 어쨌건 라니에스, 당신이 걱정됐거든요.”

 

 “제가요…?”

 

 “갑자기 가출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누구나 걱정하지 않을까요? 거기다 제겐 아무 연락이 없었으니까요.”

 

 “그건…. 죄송해요. 에드워드에게 소식이 들어가면 아버지가 알 것 같아서…….”

 

 “그렇군요…….”

 

 무척 할 말이 많다는 표정을 했지만, 그는 그 이상의 말은 꺼내지 않았다.

 그는 다시 아무 말도 없이 내 얼굴만 바라봤다. 그 행위에 이상하게 얼굴이 뜨거워져서 나는 그와 시선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단지 시선이 닿았다는 이유로 이렇게 부끄러울 일인가? 나는 시선을 피하고자 괜히 앞에 놓인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그를 상대로 이런 낯간지러운 감정을 내가 느껴도 괜찮은 걸까? 그런 생각이 퍼뜩 들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말을 안 했는데, 여기선 라니에스라고 부르지 말아 주시고 릴리라고 불러주세요.”

 

 “어째서죠?”

 

 “제가 라니에스 셰리카라는 걸 들키면 여러모로 곤란해지니까요.”

 

 “…돌아가고 싶지는 않으신 겁니까?”

 

 그의 물음에 나는 몇 주간 지냈던 라니에스의 집을 떠올렸다. 그곳은 편안했다.

 나 대신 일을 해주는 하녀들도 있고, 편안한 침대도 있으며 아름다운 드레스와 보석이 가득했다.

 그곳으로 돌아가면 분명 몸은 편할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더 라니에스로 불리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 있으면 적어도 내가 선택한 이름으로 불릴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만족하는 내가 이상한 걸까?

 하지만 분명 이 만족감은 그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다신 손에 얻을 수 없는 것일 거다.

 다시 라니에스의 탈을 뒤집어쓰고 그녀가 해야 할 일을 내가 대신해야겠지. 그게 과연 내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저는 돌아가지 않아요.”

 

 “…그렇군요.”

 

 “왜냐고 묻지 않나요?”

 

 “어쩐지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아서요.”

 

 에드워드는 그렇게 대답하고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다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무슨 대단한 이야기를 하러 온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생긴 것도 아녔다.

 대화는 별것 없을 정도로 시시하고 평범해서 에드워드가 나를 찾아온 이유도 모를 정도였다.

 그저 찻잔이 비기를 기다리며 차를 마시며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키고만 있었다.

 찻잔에 담긴 차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고 이제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에드워드를 바라보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은 어디에서 지내시는 중입니까?”

 

 “그냥…. 작은 집을 하나 사서 거기서 지내는 중이에요.”

 

 “구경해도 괜찮겠습니까?”

 

 “어렵지는 않은데……. 비밀로 해줄 거죠?”

 

 “물론입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는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에드워드와 함께 내 집으로 향했다.

 옆 마을에서 만난 지라 걸어가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집까지 걸어오는데 그는 내게 질문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대부분 내가 이곳에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곳에서 생활은 어땠는지 묻는 말에 나는 그동안 있던 일들을 풀어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내가 느꼈던 기분, 릴리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어색함과 만족스러움, 내 집이 생겼다는 기묘한 충족감.

 

 그는 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줬다. 그러며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보여주는 표정에 기묘한 감각에 휩싸였다.

 내 집으로 가는 길이 계속 이어졌으면…. 이렇게 매일 당신과 걸어갈 수 있다면…….

 순간 든 생각에 발걸음이 멈췄다. 내가 걸음을 멈추자 에드워드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으나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 내가 언제부터 그를 좋아하게 된 거지?’

 

 처음 봤을 땐 그저 이 이야기의 남자주인공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라니에스를 뺏어간 것 같아 미안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에드워드는 자신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아는 사람….

 그 답답했던 라니에스의 집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숨구멍은 에드워드 하나뿐이었다.

 난생처음으로 간 파티에서도, 자신의 심정을 유일하게 이해해준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가 좋아지게 된 걸까? 이 마음에……. 라니에스의 마음이 하나도 섞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걸까?

 

 “릴리…?”

 

 그가 내가 선택한 내 이름을 불러주자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저 내가 지은 또 다른 가짜 이름에 불과한데 의미가 달랐다.

 라니에스라는 이름은 내가 선택한 이름이 아녔다. 어느 날 갑자기 사고처럼 다가온 이름이었지.

 하지만, 릴리라는 이름은 달랐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선택해서 내가 지은 내 이름이었다.

 비록 진짜 이름은 아녔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진짜 내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그가 불러주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울고 싶으면서도 울고 싶지 않은. 마구 웃고 싶지만, 마음 한구석이 찌른 듯이 아픈 기묘한 기분…….

 

 그는 여전히 걸음을 멈춘 채 가만히 있는 내가 이상했는지 내게 천천히 걸어왔다.

 하늘에 걸린 해가 쨍쨍한 오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는 에드워드가 이상할 정도로 느리게 보였다.

 한 발 딛는 속도가 왜 이리 늦는지….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으며 내 앞에 다가왔다. 나는 에드워드의 얼굴을 보고 또 바라봤다.

 

 “안색이 안 좋습니다. 어디 아픈가요?”

 

 “…아뇨.”

 

 “손도 차가운데…….”

 

 “괜찮아요. 정말…. 정말 괜찮아요.”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네. 그냥 잠깐 해가 너무 눈 부셔서……. 그래서 그런 거예요.”

 

 내 어설픈 변명에도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줬다. 멈췄던 걸음을 다시 떼며 나는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아주 조금쯤은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3개월 후면 나는 돌아갈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이 손을 욕심내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마음을 고백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잠시 온기를 빌리는 정도면.

 

 ‘그 정도는 용서해줘요, 라니에스.’

 

 이 넓은 세상에서 이 사람 한 명의 온기를 욕심내는 것 정도는 봐줘요.

 당신의 껍질을 쓰고 당신 행세를 하며 지내는 건 너무 힘드니까…. 그니까 당신도 그 정도는 용서해요.

 나도 당신이 돌아오길 원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니까. 그래서 이 엉망이 된 이야기를 잘 굴려 가길 바라니까…….

 앞으로 있을 모든 행복과 사랑은 당신의 것이니까. 그러니까 아주 조금만, 아주 약간만 양보해줘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기도를 하며 나는 이젠 내 집이 된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는 사소한 바람을 담고.

 내 집에 도착하자 에드워드는 조금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 집을 한 번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런 곳에서 살고 있었던 겁니까?”

 

 “겉보기엔 허름해 보여도 안은 나름 튼튼하고 괜찮아요.”

 

 “하지만…….”

 

 “진짜라니까요. 정 못 믿겠으면 안에 들어가 볼래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나는 내 집을 누군가에게 정식으로 소개한다는 기쁨에 안에 누가 있는지 까먹고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갑작스레 열린 문 때문인지 놀란 눈을 하는 샤와 에드워드가 시선을 마주했다.

 순식간에 방안엔 이상한 침묵에 휩싸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두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됐다.

 

 뭐랄까……. 현 남자친구에게 구 남자친구를 들킨 기분일까, 아니면 엄마에게 몰래 숨겨서 하고 있던 덕질을 들킨 기분일까…….

 어느 쪽이든 당황스럽고 아무 말도 하기 싫어지는 기분이라는 건 똑같은 것이다.

 이 상황에 나까지 계속 침묵하고 있으면 분위기가 더 이상해질 거라는 느낌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샤를 가리켰다.

 

 “인사해요, 에드워드. 나를 여기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 샤라고 해요. 샤, 이쪽이 에드워드 영식이에요.”

 

 서로를 소개해줬는데도 어째 인사 한마디가 없었다. 나는 그 침묵과 어색한 분위기 속 정중앙에 휘말렸다.

 중간에서 둘의 눈치를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이 침묵은 분명 내 탓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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