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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폭군과의 산책
작가 : 호랑이손
작품등록일 : 2020.7.31

재계 1위 제국그룹 신입사원 소요진.
연수중이던 그녀에게 그룹의 유일한 황태자 조대환 총괄사장이 찾아온다.
"자넨 내 전생의 원수야. 소요진씨."
대환의 입에서 나온 뜻 밖의 한 마디.

그러나 그건 모두 사실이었다.

 
폭군과의 산책 07
작성일 : 20-08-07 16:53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6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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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소련 시절. 너무 많이 만들어서 항구에 처박힌 채 녹슬고 있다는 거 안다며. 그냥 쇳값만 받고 고철로 넘기라고.”

 

 “허허. 그만 해요. 조회장님. 이미 다 아는 얘긴 걸.”

 

 “아냐. 이 사람아. 이런 건 또 해도 돼.”

 

 풍백이 태훈의 만류에도 고집을 부렸다.

 

 “잘 기억 안 납니다. 회장님. 다시 한 번 들려주시죠.”

 

 노인은 추억을 자랑하길 좋아한다.

 그런 심정을 꿰뚫은 윤상이 정말 기억 안 난다는 듯 말했다.

 풍백은 그런 윤상의 얼굴을 귀엽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봐요. 최회장. 젊은 사람이 온고지신 하는 태도가 있어야지. 자네 아들처럼.”

 

 “아이고, 왜 그래요? 아드님 들으실지 모르는데.”

 

 “내 아들? 흥!”

 

 풍백이 멀리 떨어져 있던 대환을 흘겼다.

 윤희와 나란히 서서 뭔가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릴 적 정혼자에게 한 눈에 봐도 쌀쌀맞은 그 태도가 무척 거슬렸다.

 

 “불효막심한 자식. 어휴, 저런 걸 아들이라고...”

 

 혀를 차는 풍백을 보며 윤상이 흐뭇했다.

 대환이 외아들이라 그룹 후계자가 될 것은 확실했지만, 두 사람 사이가 돈독하지 못한 점이 틀림없이 훗날 약점이 되리라.

 윤상은 끊임없이 머릿속 주판알을 튕기며 계속해 연기했다.

 

 “핵잠수함을 왜 달라고 하셨을까요? 그것도 고철을...”

 

 젊은이가 묻자 풍백이 기다렸단 듯 주저리주저리 떠벌렸다.

 

 “그렇지! 고철을 말이지. 그때 이 양반 머릿속엔 잠수함 쇳덩이가 중요한 게 아녔어.”

 

 “그럼?”

 

 “프로펠라.”

 

 “예?”

 

 윤상이 부러 놀라는 척 했다.

 

 “그때만 해도 한 번도 잠수함을 만든 적 없는 우리나라로선, 당연히 잠수함 꼬리에 달린 프로펠라 역시 만들어 본 적 없었지. 방향타도 마찬가지고.”

 

 “그렇겠죠.”

 

 “근데 니 아부지가 그걸 눈여겨 본거다. 보통 사람 같으면, 거기 달린 무기나 원자로 이런 걸 욕심냈을 것인데, 그런 건 어차피 소련서 안 줄 거다 예상했던 게지. 이게 대단한 거야!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온전히 가질 수 있느냐?”

 

 사람들의 시선이 풍백에게 모였다.

 테이블 주변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그걸 캐치한 거야. 너네 아버지가. 고철 중에서 온전히 가질 수 있고, 가장 돈 될 만한 걸.”

 

 “흠. 저로선 아직 이해가 잘...”

 

 윤상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과 출신 윤중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단박에 알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풍백이 그런 윤상의 궁금증을 기특해 하며 말을 이었다.

 

 “이거 봐. 최 부회장. 잠수함 프로펠라라는 건 말이야, 아주 높은 기술이 필요한 거야.”

 

 “흠. 높은 기술...인가요?”

 

 “그렇지. 일단 바다 속에서 소리가 나지 말아야 하고. 수상함 보다 훨씬 높은 수압을 견뎌야 하고, 또 같은 회전수로도 가장 멀리 나아갈 수 있어야 하고.”

 

 “아, 예.”

 

 윤상이 끄덕였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나 그 속 깊은 이유까진 모르던 터였다.

 

 “그 재질이며 모양이며. 날개 꺾어진 각도, 용접 방식. 결합 방식. 이런 게 다 기술이거든. 맞지? 최회장?”

 

 “허허. 그만 하십시오. 조회장님. 이 녀석 문과라 얘기해도 잘 모를 겝니다.”

 

 최태훈이 슬쩍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풍백은 한 번 말하기로 한 얘기는 끝까지 마무리 짓는 성격이다.

 

 “아무튼 우린 그때 가져온 고철 잠수함에서 꽁무니만 똑 때가지고 연구했어. 그리고 그 때 얻은 기술을 발전시켜 지금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이고.”

 

 “아. 예.”

 

 그랬구나 싶다.

 

 “존경하라고, 이 친구야!”

 

 풍백이 윤상의 어깨를 탁! 두드렸다.

 윤상이 다시 한 번 꾸벅 조아렸다.

 

 “그럼요. 회장님. 그리고 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아버지!”

 

 “아이고 차암. 조회장님도.”

 

 태훈이 너털웃음으로 대꾸했다.

 그때였다.

 

 ‘악! 그게 뭐야? 아하하하.’

 

 멀리 건너 편 테이블에서 윤희의 까르륵 소리가 넘어오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대환이 서 있는 쪽으로 향했다.

 

 “최윤희씬 이게 웃겨?”

 

 “아하하하.”

 

 윤희가 목적이 훤히 보이도록 웃어 제쳤다.

 그 모습에 심술이 돋았는지, 대환이 파소를 사납게 보며 물었다.

 

 “파소야! 후궁은 목둘레랑 치아를 보고 뽑는다. 이 말의 대체 어디가 웃기냐?”

 

 “현대적 미의 기준과 맞지 않으니깐...그럴 겁니다. 사장님. 아마도.”

 

 파소가 궁색하게 답했다.

 

 “웬 목둘레? 큭큭. 목둘레부터래... 이빨은 들어봤어도...큭큭. 후궁이 소야?”

 

 윤희가 킥킥대며 반문했다.

 

 “미련하긴.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거늘. 이것 봐. 최윤희씨.”

 

 “어. 대환씨.”

 

 윤희가 눈물을 찍어내며 답했다.

 대환의 어투가 조금 진지해졌다.

 

 “잘 듣도록 해. 원래 황후는 신언서판 모두를 따져 뽑는다. 국모로서 자질이 중요하니깐."

 

 "어, 그래서?"

 

 "그래서라니? 후궁은 오직 종묘사직을 위한 보험이야. 대개 다섯 번째 후궁까지는 오직 제왕의 아이를 생산하기 적당한 몸인가? 아닌가만 따지지. 얼굴이 아니라.”

 

 “왕이 여자를 밝혀서가 아니라?”

 

 윤희의 반응이 여전히 뜨악하자, 대환의 콧잔등이 씰룩거렸다.

 

 “답답하긴. 고대의 임금이 그리 한가한 직업인 줄 아나?”

 

 “아냐. 난 대환씨 말 믿을 수가 없어.”

 

 윤희의 얼굴엔 아직도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

 그것이 마음 안 든 대환이 고개를 돌렸다.

 

 “어휴, 이 답답한 사람. 사실을 가르쳐줘도 못 믿는다니, 미련하단 말 밖에.”

 

 “하하.. 그럼, 대환씨 아까 나더러 여덟 번째 후궁에 어울린다며? 그건 무슨 뜻인데?”

 

 윤희가 숨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그걸 모르다니. 미련한 것. 쯧쯧.”

 

 “아이, 그래. 황후는 그렇다 치고, 나 좀 올려 줄 수 없어? 여덟 번째가 모냐? 여덟 번째가.”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얽혔다.

 

 “아둔한 것.”

 

 “아, 자꾸 모가 아둔하고 미련해?”

 

 “자넨 왜 속뜻을 모르지? 그렇게 얘기해 줬는데? 생각이란 건 안 해?”

 

 “머, 머? 내 뭘 모르는데?”

 

 “후궁은 뒤로 갈수록 예쁜 법이다. 앞에서 보험을 다 들어놨으니깐.”

 

 “아?”

 

 뜻밖의 카운터.

 잠깐 윤희의 말문이 막혔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대환이 말을 이었다.

 

 “임금의 진짜 연애는 여섯 번째 후궁부터지. 그래야만 신하들이 왕의 취향에 간섭할 명분이 없으니깐.”

 

 “아...”

 

 윤희는 뭔가 와 닿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잠시 뜸들이다가 갑자기 불쑥 물어왔다.

 

 “그럼 난 왜 여덟 번짼데? 여섯 번째가 아니라?”

 

 윤희로선 설령 그런 이유더라도, 서열이 너무 낮다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대환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후...이 모지리. 자넨 진짜 생각이란 건 안 해?”

 

 “응. 안 해. 그냥 말해 줘. 왜 여섯 번째가 아닌데?”

 

 “여섯 번짼 대개 역모로 몰아 죽여. 왕후와 후궁들의 질투 때문에.”

 

 “아!”

 

 윤희가 무릎을 탁 쳤다.

 이제 보니 대환의 말 하나하나에 다 뜻이 있다.

 

 “좋아, 그럼 일곱 번짼?”

 

 “독을 타거나, 암살자를 보내지. 이번엔 왕이 미워서.”

 

 “음... 그럴 듯 해.”

 

 윤희가 두 눈을 빛내며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여덟 번 째 후궁...”

 

 자꾸 생각하니, 어쩐지 아련하다.

 좀 더 생각해보면 굉장히 사려 깊은 말처럼도 느껴졌다.

 

 “그럼 대환씬 나를 살리려고? 치열한 궁중암투로부터?”

 

 “아니.”

 

 “응?”

 

 “놈들을 죽이려고. 죽여서 왕권을 강화하려고.”

 

 “헐. 뭐냐 그게?”

 

 기대에 어긋난 대답에 윤희가 찡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대환이 말을 이었다.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권총 모양을 만들었다.

 

 “여덟 번짼 임금이 먼저 나선다. 또 다시 이 아일 건들면, 그땐 너랑 너희 식솔 모두를 모조리 죽일 것이다.”

 

 “어?”

 윤희는 갑자기 튀어나온 대환의 카리스마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럴수록 대환의 표정은 점점 차갑게 변해갔다.

 

 “그리곤 일곱 번째 후궁을 죽인 자를 찾아내 그 자리서 참수하지. 제왕의 일에 간섭한 죄, 죽음으로 다스린다. 동시에 외척을 차단하기 위함이야.”

 

 살짝 으스스함이 느껴졌다.

 마치 대환 본인이 왕이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윤희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좋긴 한데. 결국 죽이네. 대환씬.”

 

 “당연하지.”

 

 “왜?”

 

 “임금이란 하늘과 땅과 인간을 떠받치는 기둥이니까. 기둥을 파먹는 쥐새끼 따윈, 당연히 죽일 수밖에. 설령 가족이라 해도.”

 

 “가족이라 해도...?”

 

 윤희가 대환의 마지막 말을 따라했다.

 

 “응. 후궁도 가족이니깐.”

 

 후궁도 가족이니까. 라는 말이 윤희의 가슴에 메아리쳤다.

 그렇지. 후궁도 가족이지.

 그러다 갑자기.

 

 “좋아. 그럼.”

 

 짝!

 윤희가 갑자기 손뼉을 쳤다. 그러곤 대환의 품에 뛰어들어 팔짱을 끼었다.

 

 “나 대환씨 여덟 번째 후궁 할래. 생각해보니깐 그게 좋겠어!”

 

 “늦었어.”

 

 “응?”

 

 “난 이미 스물 여섯 명의 후궁과 그 뒤로 대기 중인 40명의 후보자가 있었다.”

 

 대환이 가소롭단 듯이 차갑게 대꾸했다.

 

 “허. 이 인간.”

 

 윤희가 또 다시 말문 막혔다.

 

 “도대체 조대환씨, 당신 말에서 얼마나 세게 떨어진 거니? 응?”

 

 윤희가 벌레 씹은 얼굴로 대환의 머리통을 쥐고 흔들었다.

 

 “놔, 안 놔? 이게! 감히... 임금의 옥체를!”

 

 “사장님. 쫌!”

 

 대환이 윤희의 멱살을 잡으려던 걸 파소가 뜯어 말렸다.

 그 사이, 대환의 입에선 '놔라? 죽는다?' 소리가 도돌이표 만난 가삿말처럼 이어졌다.

 

 *

 

 잠시 후, 두 사람 사이의 소동이 진정되고 파소가 제 자리를 찾았다.

 두 사람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 풍백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최회장. 아들 녀석 철이 없어.’

 

 파소는 혹시 최회장 일가에 책잡히지 않을까 싶어 부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쪽 테이블서 소곤거리는 게 보였다.

 파소는 무슨 소린지 엿듣기 위해 귀에 힘을 모았다. 천손의 청력은 늑대의 그것에 필적했다.

 

 ‘두 사람 사이는 좋아 보이는데... 이참에..그냥, 밀어붙여보면 어떻습니까? 회장님?’

 

 태훈이 풍백에게 말하고 있었다.

 

 ‘저 녀석 낙마 사고 이후 계속 오락가락 합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둘만 좋으면 됐지. 더 뭐가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어, 뭐 저야 딱히 반대할 일 없지만 서도...저 놈이 워낙...’

 

 ‘아이고, 사업도 잘해. 생긴 것도 근사해. 저만한 흠 아무것도 아니죠.’

 

 ‘뭐, 그렇긴 해도. 애가 워낙 안하무인에 방약무도...’

 

 ‘괜찮다니깐요? 윤희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저 자고로 결혼이란 눈꺼풀에 명태 껍데기가 턱! 붙었을 때 해야..’

 

 ‘글쎄요. 그것만으로 괜찮을는지.’

 

 그때였다.

 

 “조 회장님! 두 사람 결혼! 더 늦으면 곤란합니다."

 

 갑자기 큰아들 윤상이 큰 소리로 끼어들었다. 대환이 있는 곳까지 넉넉히 들릴 음량으로다가.

 

 "우리 윤희 나이도 있는데! 안 그렇습니까? 서둘러 주셔야죠!”

 

 물론 일부러 모두에게 들리도록 한 말이었다. 얕은 잔꾀가 들어간 퍼포먼스.

 파소는 한 눈에 윤상의 의도를 알아챘다.

 

 '최윤상 부회장! 미쳤는가?'

 

 화자를 확인한 파소가 재빨리 기억을 더듬었다.

 

 ‘최윤상. 미래그룹 부회장 39세. 하버드 MBA 출신에 인맥과 언변에 능한 자. 아나운서 출신의 부인과 미국 유학중인 아들 하나. 권력욕이 커서 늘 주변 사람을 지배하려는 성향의 인물.’

 

 파소는 순식간에 비서실서 파악한 윤상에 관한 정보를 찾아냈다.

 방안에 있던 모두의 이목이 윤상에게로 집중되고 있었다. 당연히 대환과 파소, 윤희의 시선도 들어 있었다.

 윤희가 당당히 41번째 후궁 대기자 목록에 이름 올리는 순간이었다.

 

 “파소야. 방금 저자가 뭐라 지껄인 것이냐?”

 

 대환의 시선이 쨍! 날아가 박혔다.

 

 “사장님. 잠깐만요.”

 

 파소가 그런 대환의 앞을 가로막았다. 말투가 다급해졌다.

 

 “집안끼리 오래된 약속입니다. 조금 기분 상하셨더라도, 역정은 나중에. 오늘은 일단 얘기나...어?”

 

 대환이 파소 곁을 지나 쑥쑥 걸어 나갔다.

 그의 시선은 3천 년 전 적병 수만으로 이뤄진 동심원 중심에 있을 때와 비슷했다.

 

 “사장님!”

 

 아뿔싸!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다.

 파소가 후다닥 앞서 나가 다시 대환의 앞을 가로 막았다.

 

 “비켜라.”

 

 “폐하...제발... 자중을...”

 

 파소가 속삭였다.

 

 “천한 상놈의 되먹지 못한 자식 놈 따위가 감히 천손의 혼례에 관해 닦달하고 있다. 엄히 다스리는 게 당연하다.”

 

 “집안 끼리 약속이었다니깐요? 폐하께서 각성하시기 전부터...”

 

 “언제 하느냔 내가 정해.”

 

 “10년도 넘었습니다. 당연히 저쪽도 재촉하는 게..”

 

 “내가 기다리라 했다. 그럼 기다리는 게 당연해. 십 년이든 백 년이든.”

 

 “폐하. 쫌! 사장님!”

 

 [뚜벅뚜벅]

 

 윤상이 눈치없게도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대환의 잡아먹을 듯한 시선을 받고 있음에도, 그의 얼굴엔 늘 그렇듯 비웃음이 담겨져 있었다.

 

 “허허. 진작 약혼한 젊은 남녀가 사이도 좋고, 나이도 찼으면 빨리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지. 이러다 성질 급한 어른들 전부 돌아가시겠어. 안 그래? 조대환 총괄사장님?”

 

 윤상은 대환보다 일곱 살 위. 올해 서른아홉이다.

 그래서인지 내려다보는 시선이 뚜렷했다.

 

 *

 

 갑자기 3천년 전 일이 떠올랐다.

 파소가 쥬신의 대군을 이끌고 지금의 티벳 즈음을 정복할 무렵이었다.

 

 쥬신의 대군이 북방을 휩쓸자, 환에게는 황하 남쪽에 있던 부족의 황제에게서 사신이 왔다.

 북벌을 멈추라는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한 사신이었다.

 그러나 환을 알현한 사신은 고개만 조아렸을 뿐 무릎 꿇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묻자, 사신이 답했다.

 

 "대국의 사신은 소국의 임금에게 엎드리지 않소."

 

 그 말에 격노한 환은 그 자리서 사신을 자빠뜨린 다음, 양 손에 대못을 밖게 했다.

 사신은 대전 바닥에 단단히 고정된 채, 그들 황제의 전갈을 전해야 했다.

 사신의 말이 끝나자, 환이 화답했다.

 

 "너희 임금의 뜻은 알겠고, 네 놈이 다시 일어서려면 두 손을 잘라야 할 것이야."

 

 사신은 결국 잘린 두 손을 들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이 사건 직후, 파소에겐 북벌을 멈추고 당장 남벌을 시작하라는 칙령이 왔다.

 

 *

 

 다시 현재.

 

 파소는 윤상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사람...자칫하면 이 자리서 죽을 수도 있다!’

 

 파소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작가의 말
 

 오만한 혀는 불행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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