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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해월(海月) : 뒤바뀐 하늘
작가 : 까망별하
작품등록일 : 2020.7.31

하늘이 다스리는 세계, [융평국]. 하늘의 보호로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던, 일곱 개의 영토. 그러나 하늘은 16년 전, 그 평화의 시대의 끝을 예언한다. 16년 후, 하늘이 예언했던 이상 징조가, 영토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하고, 하늘이 내린 별의 땅, [혜신류]로부터, 어떤 이유로, 도망쳐 나온, 소녀,[이얀],과 소년[윤로]가 여러 영토들을 거쳐 유랑과 모험을 하며 살아가는데...

 
9. 귀신같은 자 ①
작성일 : 20-08-07 04:10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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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로는 이얀이 이 정도로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과 밥 먹듯이 투닥 거리며 지내긴 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윤로는 이얀의 폭발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얀의 손목을 쥐고 있던 자신의 손아귀에서 힘이 스르르 풀릴 만큼.

 

 한편으로 윤로는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이얀의 모습을 보니 묘하게 안심이 드는 기분도 들었다.

 

 10년 전, 하르한으로부터 당했던 충격적인 트라우마로, 이얀은 종종 넋을 놓고 있는 모습을 하곤 했었다.

 정말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윤로는 그런 그녀에게 일부러라도 시비를 걸고 화를 돋우곤 했었다.

 자신과 싸우며 실랑이를 할 때만큼은 이얀이 생기 있는 사람처럼 날뛰었기 때문이었다.

 

 또 3년 전, 자신이 혜신류에서 이얀을 데리고 도망치려던 그날처럼, 또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에 입에서 죽을 거라는 소리가 흘러나올까 내심 신경이 쓰였었다.

 

 그래서 예전 보다 더 심하게 이얀에게 윽박지르고 짜증을 냈던 점도 없지 않아 있었던 윤로였다.

 윤로는 이얀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드디어 정신을 다 차리게 된 건가? 그래서 갑자기 이렇게 의욕이 넘치는 건가?’

 

 윤로는 이얀의 손목을 느슨하게 잡고 있던 자신의 손아귀에 힘을 다시 힘껏 주고 꽉 잡았다.

 그리고 조금 전과는 달리 차분하고 나긋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알겠어. 그럼 간단한 거부터 알려 줄게.”

 

 갑자기 돌변한 윤로의 태도에 연신 씩씩 대며 그를 쏘아보던 이얀은 속으로 뜨끔했다.

 자신이 너무 심했나 싶어서였다.

 

 “빠른 방법. 어떤 망할 놈이 이렇게 잡고 있다! 그럼, 그냥 콱 물어 버려.”

 

 “에?”

 

 이얀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윤로의 가르침에 씩씩 거리던 표정은 순식간에 거두고 의아한 얼굴로 그를 말똥말똥 올려다보았다.

 

 “백랑, 쟤처럼. 꽉~”

 

 윤로는 얼빠진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이얀을 한 번 보고 어느새 다시 뼈다귀를 물었다 놓았다 하며 장난을 치고 있는 백랑을 눈으로 가리켰다.

 

 “물라고?”

 

 이얀도 백랑을 힐끔 보다 다시 윤로에게 시선을 꽂으며 되물었다.

 그러자 윤로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어떡해?”

 

 ♥♥♥

 

 이얀은 황당한 윤로의 가르침에 자신이 윤로에게 또 다시 그렇게 되 물었던 그 날을 떠올렸다.

 그리고 바로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목을 움켜쥐고 있는 앞에 남자를 쏘아보았다.

 그러던 이얀이 바로 남자의 손을 고개를 숙여 꽉 물었다.

 

 “으으 아아아아악~”

 

 갑자기 자신의 손등을 꽉 무는 이얀의 돌발 행동에 남자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자 역시 당황한 기색으로 왈패 무리 중의 두 명이 다급하게 이얀을 붙잡고 남자에게서 그녀를 떨어뜨리려 했다.

 그런데 이얀은 오히려 자신이 물고 있는 남자의 손등을 더 세게 물었다.

 

 “아아아아아아악~”

 

 “아니, 이게 미쳤나?”

 

 그때 또 다른 왈패 무리의 남자 한 명이 신경질적으로 말을 뱉으며 발로 이얀의 배를 걷어찼다.

 순간적으로 복부에서 일어난 묵직한 통증과 함께 이얀은 자신이 물고 있던 남자에게서 나가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숨이 끊어질 듯한 고통을 느끼며 이얀이 바닥에 엎드렸다.

 

 이얀에게 손등을 물렸던 남자는 얼얼한 자신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그런 그는 잔뜩 열이 받은 얼굴을 하고서 저벅저벅 이얀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곧바로 고통스러워하는 이얀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런 뒤 엎드려 있는 이얀의 멱살을 쥐어 잡고 강제로 이얀이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이얀은 복통을 애써 참으며 그를 힘껏 쏘아 보았다.

 

 그때 그녀의 목에서 금색의 송화 열매 크기만 하고, 납작한 별모양이 달려 있던 목걸이가 바닥으로 차르르 떨어졌다.

 남자는 엎드려 있는 이얀의 멱살을 쥐어 잡고 강제로 이얀이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혜신류에서 말이야.. 그쪽에서 누가 말썽을 피우고 도망쳤는지, 도망자들을 쫓고 있다는 소문이 돌 더라고?”

 

 자신의 멱살을 쥔 남자의 입에서 또 다시 혜신류가 언급이 되어 새어 나왔다.

 그러자 이얀의 눈빛이 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자신의 큼직한 반대편 손으로 이얀의 땋은 하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그 도망자들 중에 한 명의 머리 색깔이 참 특이하다 그랬어. 하얀 머리칼이라고 했던가?”

 

 남자는 상황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는 이얀의 반응에 더욱 더 흥미로운 기분을 느꼈다.

 자신을 연신 쏘아 보던 이얀, 그리고 떠 보듯, 이얀에게 혜신류를 언급하자, 이얀의 눈빛이 꼭 지진이 난 것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방금 또 이얀의 반응이 바뀌었다.

 지금 자신을 보고 있는 이얀의 눈빛에서 뭐랄까?

 

 약간의 살기 같은 것이 섞여 도는 것처럼 남자에게 보여 졌다.

 남자는 순간 속으로 생각했다.

 

 ‘거짓말을 못하는 계집애로구만?’

 

 그런 생각을 하며 남자는 더 야비한 표정으로 자신을 연신 쏘아 보고 있는 이얀의 오른쪽 눈가를 손등으로 살짝 훑어 내리고 계속 말을 이었다.

 

 “또 녹색이 도는 눈동자.. 그리고.…….”

 

 남자의 손은 이얀의 눈가를 지나 그녀의 보드라운 볼을 타고 또 내려갔다.

 

 “열여섯 정도의... 소녀…….”

 

 남자는 기분 나쁜 여운을 남기듯 말끝을 흐리며 이얀의 턱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더 들어 올렸다.

 

 남자는 계속 비열한 미소를 머금고 이얀에게 물렸던 손으로 이얀의 얼굴을 쓰다듬으려 했다.

 

 “못 봐 주겠네.”

 

 그때였다.

 남자의 등 뒤로 별안간 한 남자의 목소리가 때려 박히듯 꽂혔다.

 까칠하게 툭 내뱉은 익숙한 말투와 목소리에 이얀의 귀가 움찔 거렸다.

 

 남자는 뒤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고개만 힐끔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나머지 왈패 무리들의 시선 또한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꽂혔다.

 

 “그 더러운 손 좀 떼라. 좋은 말로 할 때.”

 

 윤로가 이얀과 왈패 무리들이 있는 쪽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 서 있었다.

 그런 그의 허리춤에는 긴 검이 붙어 있었다.

 윤로는 귀찮은 표정이 가득한 얼굴로 이얀의 턱을 움켜쥐고 있는 남자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새로운 흥밋거리를 발견한 마냥 입 꼬리를 한 쪽으로 치켜 올리며 윤로를 주시했다.

 다른 왈패 무리들도 윤로에게서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꼈는지 각자 몸들을 살살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윤로를 향해 어슬렁어슬렁 다가가고 있었다.

 왈패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는 이얀의 턱을 계속 잡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윤로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쳐 물었다.

 

 “안 떼면 어쩔 건데?”

 

 그러자 윤로도 시큰둥한 표정으로 남자에게 대답해주 듯 외쳤다.

 

 “어~ 어쩔 거냐면? 죄다 죽일 거야. 내가!”

 

 윤로가 그렇게 살벌하게 말을 내뱉자 윤로를 향해 다가가던 무리들이, 모두 득달같이 윤로를 향해 빠르게 달려 들었다.

 그들의 움직임에 윤로도 몸을 움직이는 듯 했다.

 

 휙, 휙, 휙, 휘익~

 

 그런데 이게 어찌된 영문일까?

 

 윤로는 마치 귀신같이 빠른 속도로 무리 쪽으로 나아가 그들에게 맞서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요리 조리 재빠르게 잘도 피해 앞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윤로에게 달려 들려 했던 무리들이 예상치 못했던 그의 움직임에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들을 짓고 서 있었다.

 

 윤로는 자신에게 한꺼번에 몰려 들던 왈패들을 모두 스쳐 지났다.

 그리고 곧바로 이얀과 그녀의 얼굴을 쥐어 잡고 있는 남자 앞에까지 달려가 멈췄다.

 

 윤로는 달라진 것 없는 그 특유의 시큰둥한 표정으로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던 그가 발로 남자의 상체를 강력하게 걷어찼다.

 그 충격에 이번에는 남자가 내동댕이쳐지듯 떨어져 나가 바닥에 나자빠졌다.

 

 그제야 이얀이 남자의 손아귀에서 풀려났다.

 윤로는 바로 이얀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이얀은 윤로의 품에 기댄 채, 바닥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이따 끔씩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복부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런 이얀의 모습을 보는 윤로의 표정이 더 차갑게 굳었다.

 이얀에게 모욕을 준 저 돌멩이라는 왈패 무리들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윤로는 계속 냉한 표정을 하고서 이얀을 바로 옆에 있는 한 건물 담벼락 쪽으로 데리고 가 벽에 기대게 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담벼락에 기댄 채 서 있는 이얀을 내려다보던 윤로의 시선이 이얀의 왼쪽 턱 쪽에 머물렀다.

 그곳에 생채기 같은 게 나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있다가 진짜 혼날 줄 알아.”

 

 이얀의 턱에 난 생채기를 한참 보던 윤로가 이얀의 눈으로 시선을 옮기며 깔린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로부터 등을 돌렸다.

 

 윤로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왈패의 우두머리와 아직도 얼이 빠진 채 서 있는 나머지 무리들을 향해 발을 떼려 했다.

 

 그런데 그때, 이얀이 그의 허리 쪽 옷자락을 다급하게 붙잡는 바람에 윤로는 발을 떼지 못했다.

 

 “뭐야?”

 

 윤로는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이얀에게 짜증스럽게 쏘아 물었다.

 

 “그냥 가자.”

 

 그러자 그녀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흘러 나와 윤로의 귀에 꽂혀 들어왔다.

 

 “뭐? 어째서?”

 

 “더 휘말리면 안 될 거 같아. 저 사람들이랑.”

 

 “무슨 소리야? 반 죽여 놔도 모자랄 판국에.”

 

 “저 남자가 우리의 정체를 뭔가 알고 있는 거 같아. 나한테 계속 혜신류를 언급하면서 떠 봤어.”

 

 윤로는 이얀의 말에 고개만 힐끗 돌려 이얀을 내려다보았다.

 이얀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조금 전에 자신에게 바락바락 대들며 맞서던 그 위풍당당함은 어디로 갔는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대신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하는 표정만 가득 짓고 있었다.

 

 이얀의 표정을 찬찬히 살피고 있자니 자신의 옷깃을 붙잡은 이얀의 가녀린 손에서 윤로는 미세한 떨림을 느꼈다.

 윤로는 그런 이얀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넌지시 그녀를 향해 말했다.

 

 “걱정 마. 그게 누구든, 너 건 들면 내 손에서 못 살아남을 거니까. 내가 어떻게 살렸는데.”

 

 대수롭지 않게 자신에게 말을 뱉은 윤로를 이얀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그러자 윤로가 바로 이얀을 향해 짧게 미소지어 보였다.

 그리고 바로 표정을 다시 굳히는 윤로였다.

 

 “그리고 이미 늦었어. 돌멩인지 자갈인지, 저 멍청이 같은 녀석들이 귀신한테 홀렸다가 이제 좀 정신을 차린 거 같거든?”

 

 윤로가 다시 자신에게 해온 말에 이얀은 그의 등 뒤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왈패 무리들을 쳐다보았다.

 

 정말이었다.

 우두머리 남자는 바닥에서 꿈틀 거리며 안간힘을 다해 상체를 일으키고 있었다.

 

 또 나머지 무리들도 상황 파악이 다 된 건지 모두 먹잇감을 노려보듯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얀과 윤로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손에는 어디서 나온 건지 어느새 무기들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날카로워 보이는 단검을 들고 있는 자들도 있었고 보기만 해도 둔탁해 보이는 이름 모를 무기 같은 것들을 들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나도 도와야겠지?”

 

 여전히 윤로에게 손을 잡힌 채 이얀이 그들을 보며 윤로에게 꽤 진지한 어투로 물었다.

 방금 전까지 불안해하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두 눈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뭐 하러?”

 

 윤로 역시 그들의 태세를 살피며 이얀의 질문에 까칠하게 대꾸했다.

 

 “8대 2잖아! 나 네 부용도 써도 돼?”

 

 이얀은 윤로의 눈치를 살살 보며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리고 그의 대답을 다 듣기도 전에 윤로의 손에 잡혀 있던 자신의 손을 뺐다.

 그런 뒤 이얀은 그의 허리춤에 있는 부용도(芙蓉刀) 손잡이에 슬쩍 손을 가져다 댔다.

 

 탁!

 

 그러나 이얀의 손이 윤로의 손으로부터 저지당했다.

 그런 그녀의 손은 갈 길을 잃고 허공에 떠 있었다.

 

 “8대 1.”

 

 “허! 쳇!”

 

 “내 부용도는 내 말만 듣는 거 알지?”

 

 정황을 계속 살피던 윤로가 고개를 힐끔 돌려 이얀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부용도 안 써도 될 거 같은데? 아가씨는 구경이나 하고 있어! 오랜만에 몸 좀 풀고 올게!”

 

 윤로가 다시 시선을 왈패 무리들을 향해 돌리자 이얀은 그의 높은 뒤통수를 노려보며 입을 삐죽 거렸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으! 저 잘난 척. 재수 없어.”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로는 왈패 무리들과 순식간에 뒤엉키고 있었다.

 무리들이 한꺼번에 무기들을 윤로에게 겨누며 달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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