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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오늘부터 가정교사입니다
작가 : 어린비
작품등록일 : 2020.8.1

유치원 선생님 감은아.

그녀는 어느 사건으로 인해 선생님을 그만두게 되고, 백수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불행한 일은 왜 한꺼번에 일어나는 걸까.

취직도 안 되고, 집주인이 월세를 올린 덕에 집까지 잃게 된 그녀.

그렇게 하루하루 걱정 속에 살고 있는 그녀에게 내밀어진 구원의 손길.

"저희 조카의 가정교사가 되어주실래요?"

담임이었던 시왕의 보호자 서천이 그녀를 고용하고, 얼떨결에 은아는 시왕의 가정교사가 된다.

하지만 까칠한 애늙은이 시왕을 가르치는 일이란 쉽지 않은데…

거기다가 어쩐지 이들이 수상하다?!

과연 은아는 제대로 된 가정교사가 될 수 있을까?

 
12화. 돌이킬 수 없는(5)
작성일 : 20-08-07 01:31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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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록-

 

 담요에 파묻힌 은아가 김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다행히도 부엌 구석에 놓인 커피포트를 발견한 덕에 금방 물을 끓일 수 있었다. 비록 맹물이었지만… 지금은 그걸 로도 충분했다.

 

 

 발바닥으로 나무 바닥의 차가운 한기가 올라왔다. 하지만 그녀는 한기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무언가에 골몰하는 중이었다.

 

 

 “… 도대체 이 그림이 뭐길래…”

 

 은아는 지금 거실에 걸린 그림 앞에 서 있었다. 시왕이의 말이 생각나 차마 만지지는 못하지만, 고개까지 쭉 내밀며 유심히 그림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불을 켜지 않아 통유리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의지하고 있는 터라 눈이 절로 가늘어졌다.

 

 

 “… 어떤 재료로 그렸길래 이런 느낌이 나는 거지?”

 

 분명 평범한 먹은 아닌 것 같은데… 고심에 찬 은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낮에 시왕이 기겁을 하며 그녀를 말린 걸 보면 분명 구하기 힘든 재료가 이 안에 들어갔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 의미를 알 수 없는 곡선과 직선의 조화란…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것이 꼭 귀신에 쓰인 그림이라도 되는 걸까.

 

 

 생각이 거기까지 갔을 때였다.

 

 

 “…어…?”

 

 솨아아-

 

 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귓가를 오싹하게 지나쳤다. 동시에 은아의 두 눈이 갑자기 커지더니 잠시 멍해졌다. 이어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털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바, 방금… 뭐지…?”

 

 소리와 함께 그림 속 문양이 순간적으로 일렁였다. 그와 함께 그 주변으로 희미한 빛이 함께 넘실거리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던 것이다.

 

 

 등골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은아는 두 눈을 몇 번이고 깜빡이며 그림을 다시 한 번 봤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방금 그녀가 본 것이 착각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스읍- 은아가 턱을 검지로 어루만지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림에서 눈을 떼지 않는 그녀의 한쪽 눈썹이 들썩였다.

 

 

 “… 기이하네, 기이해.”

 

 그렇게 거의 빨려 들어갈 것처럼 좀 더 가까이 그림에 다가간 순간.

 

 

 “뭐하세요, 지금?”

 

 화들짝 놀란 은아는 하마터면 들고 있던 컵을 떨어뜨릴 뻔했다. 벌렁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킨 그녀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시왕이 부루퉁한 얼굴로 팔짱을 단단히 낀 채 서 있었다. 은아는 뜨끔거리는 마음을 애써 티내지 않으며 화색을 띠었다.

 

 

 “어머, 시왕아… 아직 안 잤어?”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했잖아요. 특히 그 그림은요.”

 

 시왕이 그녀를 향해 척척 다가왔다. 은아는 살짝 뒷걸음질을 치며 결백을 증명하듯 양손을 살짝 들어보였다.

 

 

 “안 만졌어. 그냥 보기만 했는데?”

 

 뻔뻔한 얼굴 뒤에는 쿵쾅거리는 심장이 있었다. 그런 그녀를 아는지, 모르는지 시왕이 눈을 얇게 뜨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은아의 주위를 돌며 구석구석 살폈다. 어색한 웃음을 흘린 은아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 시간이 늦었는데 안자고 뭐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키도 쑥쑥 크는 법…….”

 “말 돌리지 마시구요.”

 

 시왕이 은아와 그림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사이를 벌린 후, 그림 앞에 위풍당당한 포즈로 섰다.

 

 

 “왜 이렇게 이 그림에 집착하시는 건데요?”

 

 집착한 건 아닌데… 변명을 하려던 은아는 시왕의 날 선 눈빛을 보고는 말을 집어 삼켰다.

 

 

 “… 기분 나빴다면 선생님이 미안해. 그림이 심상치 않아서 자꾸 보게 되네. 화났어?”

 

 은아가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피자 시왕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윽고 그의 입술 사이로 짧은 한숨이 흩어졌다. 그녀의 저자세에 한껏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 되는 사실도 있다구요.”

 

 나이를 지긋이 먹은 노인네처럼 그가 혀를 찼다. 이어 그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를 은아에게로 향했다.

 

 

 “… 은행나무로 만든 액자. 귀구초로 만든 그림.”

 “응…?”

 “일종의 부적이에요.”

 

 간단명료한 설명이었음에도 어쩐지 그 안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은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등 뒤에 있는 그림을 다시 한 번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림의 정체가 부적이었다는 것이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왠지 내심 그런 종류이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알고 더 궁금증이 생겼다.

 

 

 “부적이라면… 뭐를 위한 부적인데?”

 

 시왕이 뭘 그런 것까지 묻냐는 듯 눈가를 찌푸렸다. 하지만 은아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받자 못 이긴 척 대답을 툭 내뱉었다.

 

 

 “쓸데없는 것들이 꼬이지 않게 하는 부적이요.”

 

 쓸데없는 것들? 잡귀 같은 것을 말하는 건가 싶어 은아가 다시 되물으려 했을 때, 시왕이 그만 물어보라는 듯 소파로 가서 털퍼덕 앉았다. 은아는 잠시 제자리에 선 채 망설이다 곧 그를 따라가 옆에 앉았다.

 

 

 이대로 들어가기에는 아쉬웠다. 낮부터 계속 은아에게 적대적인 태도만 보여 왔던 시왕이었기에, 지금 이 시간이야말로 그와 친해질 기회 같았다.

 

 

 왜, 사람이 밤의 힘을 빌리면 못하던 것도 하게 되는 마법이 일어나지 않는가.

 

 

 “… 그럼 낮에 그림을 못 만지게 하던 이유가 부정 탈까봐 그런 거야?”

 

 부러 더 사근사근하게 구는 은아였다.

 

 

 시왕 역시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포동포동한 볼과 꽉 쥔 작은 손. 그 모습이 꽤나 앙증맞아 은아는 그의 양 볼을 잡고 늘어뜨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면 시왕은 기겁하겠지.

 

 

 “그렇구나… 그럼 부적은 누가 만든 건데?”

 “삼촌이요.”

 

 당연한걸 뭐 하러 묻냐는 투였다. 하지만 은아의 입장에선 그게 당연한 게 아니었다. 보통 부적은 절에서 써오거나 무당이 만들어주는 것 아니던가.

 

 

 “와아, 서천 씨가 그런 것도 만들 줄 알아?”

 

 은아가 신기하다는 화색을 띠자 시왕의 이마 한쪽이 빠직했다.

 

 

 “서천 씨?”

 “어? 아- 그렇게 부르라고 하셔서… 삼촌 분이라는 호칭이 어색하기도 하고.”

 

 변명을 하듯, 은아가 구구절절 늘어놓자 시왕이 쳇- 혀를 찼다. 안 어울리는 짓 하긴… 꿍얼거리는 입술이 대발 나와 꼭 부리 같았다.

 

 

 은아는 그의 새침한 얼굴을 잠시 감상하며 살짝 안타까워졌다. 어쩜 말하는 것과 생김새가 저리 상반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선생님은… 설마 이 그림 보려고 몰래, 이 밤중에 나온 거예요?”

 

 찌푸린 미간에 심술이 가득 고였다. 틈새를 파고드는 날 선 질문에 은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어? 아냐, 그런 거. 그냥 목이 말라서 나왔다가 갑자기 생각난 김에 보게 된 거지. 봐봐. 여기 물 있지?”

 

 한 손에 들고 있던 물 컵을 들어보이던 은아는 스스로의 행동에 현타가 왔다. 왜 자신이 어린애에게 이렇게까지 해명을 하고 있냐고.

 

 

 그녀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시왕은 갑자기 입을 다물고 빤히 은아를 쳐다보았다. 화살촉처럼 예리한 눈길이 은아의 얼굴 구석구석에 닿았다. 그 덕에 그녀는 숨을 죽이고 그저 눈만 끔뻑거렸다.

 

 

 째깍. 째깍.

 

 

 뻐꾸기시계의 초침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은아는 어쩐지 그 잠깐이 길게 느껴졌다.

 

 

 지금 내 얼굴이 영 못 볼꼴인가… 자다 일어나서 거울도 못 보고 나왔는데… 머릿속엔 여러 생각들이 퐁퐁 솟아올라 창피해졌다.

 

 

 “저기… 시왕아?”

 

 은아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시왕이 그녀가 들고 있던 컵을 가져갔다. 갑작스런 행동에 은아는 벙 찐 얼굴이 되었다.

 

 

 “따라오세요.”

 

 제 말만 하고는 소파에서 일어나 휙 그녀를 지나치는 시왕이었다. 갑자기? 지금? 은아가 엉거주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표정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으나, 걸음은 쭈뼛쭈뼛 시왕의 뒤를 따랐다.

 

 

 시왕의 걸음이 멈춘 곳은 부엌이었다. 그는 식탁 의자 하나를 끌고 개수대 쪽으로 항하며 은아를 힐끗 돌아보았다.

 

 

 “거기 앉아요. 서 있지 말고.”

 

 다른 식탁 의자를 향해 고갯짓을 한 후, 그는 본인의 의자 위에 발을 디디고 올라갔다.

 

 

 “어…? 어?”

 

 그 모습에 은아는 자리에 앉을 새도 없이, 본능적으로 후다닥 그의 곁으로 달려가 의자를 붙잡았다.

 

 

 유치원에서 종종 아이들이 의자나 책상 위에 올라가다가 다쳤던 일이 있는지라, 은아에겐 꽤나 예민한 부분이었다. 은아의 표정이 금세 심각해졌다.

 

 

 “위험하게 뭐하는 거야? 내려와, 시왕아.”

 

 시왕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내려다봤다. 어느덧 입가에는 실소가 걸렸다. 사고치기 일보직전인 개구쟁이 취급이 영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진짜… 의자에 올라가야 하는 것도 서러운데…”

 

 자존심이 상한 듯 나지막이 중얼거린 시왕은 곧이어 삐딱한 눈빛을 그녀에게 보냈다.

 

 

 “저 안 다쳐요. 가 계세요.”

 “뭐? 그걸 네가 어떻게 알…”

 “안 다친다구요.”

 

 확고한 말씨 속에서 성가심이 느껴졌다.

 

 

 그녀는 더 이상 시왕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하긴… 생각해보니 의자 위에서 장난을 치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장면 자체가 시왕과는 영 안 어울렸다.

 

 

 “… 음… 그래도 조심해. 알았지?”

 

 은아가 슬금슬금 발을 뒤로 물리다가 다른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녀가 앉은 것을 확인한 시왕은 한숨을 후- 내쉬더니 찬장 위로 손을 뻗었다.

 

 

 찬장 문을 열자 가지런히 정리된 유리병들이 보였다. 거기엔 말린 찻잎 같은 것들이 색색 별로 담겨 있었다. 동시에 잔잔하고도 아늑한 찻잎 향기가 나긋나긋 밀려왔다.

 

 

 오오… 천천히 눈을 감으며 은아는 코를 벌름거렸다. 향기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는 이건 또 뭐지?

 

 꼭 따뜻한 물이 가득 담긴 욕조 안에 몸을 푸욱 담그고 있는 듯한 기분. 거기다 시왕이 내는 달그락 소리가 백색 소음처럼 어우러졌다.

 

 

 그렇게 은아가 향기에 취해 녹아가고 있을 즈음…

 

 탁-

 

 “여기요.”

 

 침묵을 깨고 테이블 위에 컵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린 은아의 눈에 보인 건 말간 갈색 빛이 도는 차가 담긴 물 컵이었다.

 

 

 “이게… 뭐야?”

 

 은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시왕을 쳐다봤다.

 

 

 “마음을 달래주는 차… 라고 삼촌이 그러던데요.”

 “마음을 달래주는 차?”

 

 시왕의 눈동자에 은아가 담겼다. 어슴푸레한 새벽빛이 밀려오는 하늘처럼 고요한 빛이 가득한 시선이었다.

 

 

 “… 선생님 울었잖아요.”

 

 담담한 어투가 은아의 가슴을 쨍하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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