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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해월(海月) : 뒤바뀐 하늘
작가 : 까망별하
작품등록일 : 2020.7.31

하늘이 다스리는 세계, [융평국]. 하늘의 보호로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던, 일곱 개의 영토. 그러나 하늘은 16년 전, 그 평화의 시대의 끝을 예언한다. 16년 후, 하늘이 예언했던 이상 징조가, 영토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하고, 하늘이 내린 별의 땅, [혜신류]로부터, 어떤 이유로, 도망쳐 나온, 소녀,[이얀],과 소년[윤로]가 여러 영토들을 거쳐 유랑과 모험을 하며 살아가는데...

 
8. 왈패들에게 맞서다
작성일 : 20-08-06 23:38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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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그날도 그렇게 윤로가 이얀을 설득해 구해주었었다.

 이얀은 그날, 혜신류 공주의 방에서 윤로가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그 말들을 떠올리니 여러 가지로 복잡한 심경들이 속에서 물밀 듯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믿고 싶진 않지만, 정말 자신이 두 번이나 죽기를 바랐을지도 모를 아버지, 하르한.

 또, 다정하진 않지만 두 번이나 자신을 구해준 윤로.

 

 그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던 이얀을 언제나 강하게 끌어 준 건, 윤로였다.

 

 혜신류를 떠나 희슬에 머물고 있는 지금까지 윤로는 이얀을 지켜주고 있었다.

 

 또 이 희슬의 낭청루에서 호위무사 일까지 하며 이얀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한 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지내던 이얀 대신, 고생을 하고 있는 윤로의 그 모습이 3년이 흐르고 나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이얀이었다.

 

 이얀은 그런 윤로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를 돕고 싶어서 뭐라도 해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돌아오는 건, 늘 그의 만류와 자신을 연신 무시하는 그의 태도였다.

 

 그 생각에 이얀은 조금 전, 윤로와 으르렁 거리며 싸우던 일이 다시 생각났다.

 

 그 바람에 먹먹하게 밀려오던 복잡한 심경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윤로와 싸워서 그렇지 않아도 머리가 아파 죽을 것 같은 이얀이었다.

 

 그런데 돌멩이라는 왈패 녀석들까지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오고 있다고 하니 이얀은 속이 말도 못하게 부글부글 끌어 올랐다.

 

 이얀은 그런 기분을 땅 바닥 끝까지 꽂아 넣어 버리고 싶기라도 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씩씩 거리며 길을 걸었다.

 

 툭!

 

 한 다섯 보 정도 그렇게 더 걸었을까?

 

 이얀의 이마가 누군가의 몸에 툭 부딪혔다.

 그 바람에 가던 길이 막힌 이얀은 걸음을 자동으로 멈추고 그 자리에서 주춤 거렸다.

 

 이얀은 바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에 바로 보인 것은 딱 봐도 한 남자의 상체였다. 정확히 가슴팍 부근이었다.

 

 이얀은 거기서 고개를 조금 더 들어 올렸다.

 그러자 윤로만큼 키가 큰 낯선 남자가 이얀의 앞길을 막고 서 있었다.

 

 남자는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얼굴이었다.

 또 쌍꺼풀 없이 날카롭게 쭉 뻗은 눈매와 왼쪽 눈 바로 밑에는 세로로 한 3~4cm 정도 길이의 흉터가 나 있었다.

 

 또 남자의 나잇대는 이얀과 윤로 보단 한참 많아 보이는 듯했다.

 못해도 스물 네 다섯은 족히 되어 보였다.

 

 날카로운 눈빛의 남자의 눈은 이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 길쭉하게 뻗은 그의 코 아래의 입술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그 미소를 하고 있는 입술은 한쪽으로만 올라가 있었다.

 누가 봐도 기분 나빠 보이는 미소였다.

 

 이얀은 남자가 자신을 고의로 막고 서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래서 경계하는 눈으로 남자를 주시했다.

 그러던 이얀이 순간 흠칫했다.

 

 이 남자 뒤로, 어디에서 나타난 건지 대여섯 정도의 다른 남자들이 더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남자들은 이얀의 앞에 서 있는 남자처럼, 하나같이 비열한 미소를 띠거나, 음흉한 눈빛을 하고서 어슬렁어슬렁 다가오고 있었다.

 

 이얀은 밑으로 뻗어 있던 자신의 두 손을 반사적으로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자신을 가로 막고 서 있는 남자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당신들이 돌멩이에요?”

 

 이게 웬일일까?

 

 남자들의 위압감에 겁을 먹을 법도 할 텐데 이얀의 표정과 눈빛은 그런 낌새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런 모습은커녕 살짝 당황한 기색은 띠고 있었지만 오히려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이얀이 앞에 남자에게 쏘아 묻는 것이었다.

 

 남자는 이얀의 당돌한 태도에 치아까지 드러내며 한 번 히죽 웃어보였다.

 그리고 이내 남자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아가씨가 그 하얀 머리 아가씨구만?”

 

 표정은 굳어 있었지만 이얀에게 내뱉는 남자의 말투는 유들거렸다.

 그러자 이얀은 불쾌한 얼굴로 말없이 남자를 계속 쏘아 보았다.

 

 “우리가 아가씨를 만나러 가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마중도 나와 주시고, 먼저 알아봐 주기 까지 하다니.. 이거 참, 황송한데?”

 

 남자가 그 유들거리는 말투로 연이어 자신에게 말을 늘어놓자 이얀이 남자에게 다시 물었다.

 

 “제가 그쪽들한테 무슨 잘못을 했기에 절 찾아오시던 거죠? 전 그쪽들, 처음 보는데요?”

 

 “허! 허! 허~”

 

 남자는 이얀이 다시 던진 질문에 헛웃음을 흘려냈다.

 그리고 이내 남자가 이얀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가씨한테 우리 돈 받으러 가던 길이었지~”

 

 “무슨 돈이요?”

 

 이얀은 그의 대답에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어~ 알았어. 알았어. 단도직입적인 걸 좋아하는 아가씨인 거 같구먼? 그렇다면.. 아가씨, 금 씨라는 인간 알지?”

 

 “그, 그건 왜요?”

 

 “금 씨가 말이야? 우리한테 빌린 돈으로 도박을 했거든. 그런데 배로 돈을 갚겠다고 했던 그 금씨가 말이야? 돈 갚을 날이 지났는데도 갚질 않는 거야?”

 

 “그, 그래서요? 지금 그 얘길 왜 저한테 하시는 거 에요? 금 씨랑 저랑 무슨 관련이 있다고요?”

 

 “아, 그래서 금 씨를 찾아 갔었지. 그런데 금 씨가 아가씨 얘기를 하더란 말이지? 아가씨가 자기랑 놀이를 했는데, 아가씨가 눈속임으로 놀이판을 거듭 이겼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아가씨가 돈을 다 따갔다면서. 그러니, 아가씨한테 가 보라고 해서, 수소문 끝에 아가씨가 낭청루에 묵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그래서 우린, 그 낭청루로 지금 가던 길이고. 이제 무슨 상황인지 알겠어? 아가씨?”

 

 남자의 입에서는 기가 막힌 말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 기가 막힌 말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얀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정말,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고요? 하! 그런데 전 금시초문인 얘기에요. 전 눈속임 같은 거 한 적 없어요. 규칙대로 정정당당하게 놀이에서 이겼다고요!”

 

 “그건, 내가 알 거 없는 이야기인 거 같고, 난 금 씨가 아가씨한테 가서 돈을 받으면 된다고 했으니, 내 할 일을 하려는 것뿐이야.”

 

 “진짜 어이가 없네요. 그 사람 돈을 왜 제가 줘야 되는 거죠? 제가 정정당당하게 땄으니 제 돈이죠. 제가 당신들한테 빌린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쪽들도 금 씨한테 돈을 빌려 줬으면, 금 씨한테 끝까지 받으셔야지 왜 저한테 시비에요?”

 

 이얀은 발끈해서 남자에게 연신 따졌다.

 남자는 거침없이 자신에게 쏘아대는 이얀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이얀의 얼굴 가까이에 자신의 얼굴을 마주했다.

 

 이얀은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또 다시 불쾌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뭐, 뭐에요?”

 

 남자는 살짝 당황한 듯한 얼굴로 자신에게 묻는 이얀의 얼굴을 계속 말없이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던 그때 그가 입을 다시 열었다.

 

 “아가씨는 나를 처음 봤을지 몰라도.. 난 왜 아가씨가 초면이 아닌 거 같지?”

 

 “무, 무슨 소리에요? 절 아세요?”

 

 “음.. 뭐, 알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남자가 그렇게 말을 묘하게 흘리자 이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을 계속 경계하며 주시하는 듯한 이얀을 향해 남자가 다시 입을 뗐다.

 

 “아가씨 말이야.. 혜신류에서 왔지?”

 

 남자에게 내내 맹랑한 태도로 맞서던 이얀의 눈빛이 방금 남자의 입에서 혜신류가 언급되어 흘러나오자 순간 흔들렸다.

 

 “으하하하하~”

 

 이얀이 흠칫하며 놀라는 기색을 보이자 남자는 이얀의 그 반응이 재밌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허리를 펴고 늘어지게 웃어댔다.

 

 이얀은 그런 그를 굳은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저잣거리가 떠나가라 웃어 대던 남자는 이내 웃음을 그쳤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얼굴을 이얀의 얼굴 가까이에 마주했다.

 그는 조금 전에 봤던 그 비열한 미소를 다시 지으며 입을 뗐다.

 

 “농담 좀 했어! 당돌한 아가씨인 줄 알았더니, 농담 한마디에 당황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순진한 소녀네?”

 

 남자의 유들거리는 태도에 이얀은 심기가 말도 못하게 거슬렸다.

 

 그래도 더 이상 이 남자에게 휘말리면 안 될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도 동시에든 이얀이었다.

 

 그래서 이얀은 이 사람과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를 향해 말했다.

 

 “저 아무튼, 금 씨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에요. 돈도 정정당당하게 땄고요. 거기서 구경하던 수많은 구경꾼들이랑, 아! 맞다! 그 구경꾼들이랑 심판 아저씨까지, 증인들이 많다고요. 정 그러시면 그분들을 찾아서 한 번 확인해 보세요. 특히 그 놀이판에 심판 아저씨를 말이에요! 그럼, 이제 저한테 볼 일 끝나신 거죠? 나머지는 그 금 씨 아저씨랑 잘 해결하시길 바랄게요. 그럼, 이만!”

 

 이얀은 남자에게 마지막 한마디까지 또박또박 말을 내뱉고 발을 뗐다.

 그러던 그때였다.

 

 이얀의 손목이 순식간에 남자의 손에 낚아 채였다.

 그 바람에 이얀은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로 인해 발이 묶였다.

 

 이얀은 기분 나쁜 표정으로 다시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러자 남자 뒤에서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남자들이 순식간에 이얀을 빙 둘러 싸고 포위했다.

 

 “왜 이래요? 진짜! 이거 놔요!”

 

 이얀은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려 그에게 잡힌 자신의 손목에 힘을 주어 빼려고 했다.

 

 그러나 남자의 단단한 힘에 이얀의 손목은 꿈쩍을 안했다.

 당황한 이얀은 갑자기 윤로가 했던 한마디를 떠올렸다.

 

 ‘이렇게 잡히면 그냥 콱 물어버려.’

 

 ♥♥♥

 

 윤로의 그 한마디가 내뱉어진 날은 며칠 전이었다.

 이얀은 한 달 전부터 윤로에게 검술을 가르쳐 달라고 내내 졸라댔었다.

 

 갑자기 무슨 마음을 먹은 건지 윤로는 이얀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그녀에게 검을 쥐어 주었다.

 

 윤로가 하던 것을 보기만 했었고 머릿속으로만 자신이 검술을 하는 상상만 했었던 이얀이었다.

 

 그런데 막상 검술을 배워보니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 너무나 달랐다.

 

 또 자세도 어설프고 무거운 검을 들고 서 있는 것조차도 만만

 치 않은 일이었다.

 

 윤로는 그런 이얀을 보고 있자니 속이 터졌다.

 그래서 그는 이얀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을 강제로 빼앗아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듯 내던졌다.

 그런 뒤 난데없이 이얀의 손목을 낚아 채 잡는 윤로였다.

 

 “무슨 짓이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얀은 윤로의 갑작스런 행동에 그에게 땍땍 거리며 대들었다.

 

 “이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건 줄 알아? 뭐 한다고 귀찮게 자꾸 검술을 가르쳐 달라고 난리인 건지, 원~”

 

 윤로는 이얀의 말을 맞받아치며 자신도 짜증스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핀잔을 늘어놓았다.

 

 “이제 시작했잖아! 로는 뭐, 처음부터 잘했어?”

 

 “어! 난 처음부터 잘했어. 나, 전설의 추만 도사님한테 인정받은 애제자, 윤로 라고. 내가 너랑 같은 급인 줄 알아?”

 

 “허! 진짜 재수 없어! 아, 이왕 가르쳐 주는 거 좀 자상하게 가르쳐 줄 수 없어?”

 

 “자상 같은 소리 하네! 검 무거워서 제대로 들고 서 있지도 못하면서!”

 

 윤로가 이얀의 손에 검을 쥐어주고 그녀에게 검술을 가르쳐 준 게 고작, 한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윤로가 자신을 계속 무시하자 이얀은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그를 씩씩 거리며 노려보았다.

 

 이얀은 그를 노려보면 노려볼수록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얀이 그에게 급기야 화를 폭발 시켰다.

 

 “으이씨! 이 바보야! 나도 뭐라도 하고 싶어! 계속 윤로가 나 때문에 다치고 고생만 하니까! 그리고 나서 생색내는 로 모습, 꼴 보기 싫다고! 그리고 또! 넌 왜 자꾸 날, 어린 애 취급하는 거야? 나이도 나랑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면서? 이 바보 멍청이, 왕 재수야!”

 

 이얀은 빽빽 소리를 치며 화를 멈추지 않고 내질렀다.

 그런 이얀을 윤로가 벙진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이얀의 폭발이 낭청루 뒷마당에 울려 퍼지자, 그런 그녀를 쳐다보는 이가 또 있었다.

 

 마당을 환희 비추는 달빛 아래에서 뼈다귀를 물고 뛰어 다니던 백랑이었다.

 백랑도 행동을 멈추고 이얀을 말똥말똥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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