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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강철팔의 늑대 : 속성의 잔재
작가 : 질럿M늑대의칼바람
작품등록일 : 2020.8.3

원한과 원한이 물리고 복수와 복수가 물린다.
16년 전 몬스터대란 당시, 칼자르트는 오른 팔을 잃고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을 궤멸시켰다.
하지만 작중 시점,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이 원한을 품고 나타나 칼자르트를 노린다. 그역시 복수의 애환을 끊지 못하고 다시 복수 하고자 역추적에 나서는데...
끝나지 않은 질기고 질긴 악연과 원한.
그 끝을 향한 늑대의 일대기그린 다크 판타지.
<어떻게 너희 생체병기가 나타난 건지 묻지 않겠다. 다시 사냥해 주마! 크르르르르르...!!>

 
2화
작성일 : 20-08-06 22:37     조회 : 239     추천 : 1     분량 : 7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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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자르트는 헝겊의 피 내음을 재차 느끼고 고개를 떨었다.

  과거, 자신이 궤멸시킨 생체병기의 느낌을 좀처럼 져버릴 수가 없었다. 마치 잃어버린 기억의 잔재가 수면 위로 올라온 느낌이다.

  맘 한 켠, 숨었던 원한이 그를 들끓게 했다. 친우였던 늑대의 얼굴이 눈앞을 순간적으로 지나친다.

  죽음 후에도 무력한 실험체가 되어 고통 받는 모습이 어른거렸다.

 

  “크흐……갈고닉.”

 

  그는 이를 강하게 깨물어 분을 애써 눌렀다.

  생체병기한테 가진 적개심은 비단 칼자르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체실험에 대한 만행으로 울프족 전체가 생체병기를 적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칼자르트가 살점과 혈액을 유리병에 담고 문 앞에 섰다. 고개를 살짝 돌려 곁눈으로 크노드 공작을 흘겨본다.

 

  “그라테리윰으로 가야겠군.”

  “자네가 합류하면 같이 생체병기를 추적 할 테니 어둠의 숲에 빨리 올수록 좋네. 그동안 마녀의 소문에 대한 실체를 찾아내겠네.”

  “그럼 친구 녀석 만나고 숲으로 가도록 할 게 대장.”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칼자르트가 문을 열었다. 산뜻한 볕의 기운이 향긋한 냄새를 끌고 방안을 들어온다. 바람을 맞아 그는 긴 숨을 내뱉고 바깥에 나섰다.

  칼자르트는 뒤도 보지 않고 냅다 뛰었다. 그의 뒤를 크노드 공작이 시선으로 쫓았다. 큰 싸움이 일 것 같은 전운이 감돌자 표정이 굳는다.

 

  ‘느낌이 안 좋군.’

 

  그의 등 뒤를 파고드는 한기가 엄습했다. 석연찮은 촉에 칼자르트가 모습을 감출 때까지 시선으로 쫓다 시나에게 말했다.

 

  “시나. 당분간은 황궁 아카데미에 가 있는 게 좋겠구나.”

  “크노드 공작님 무슨 일 있으신 건가요?”

  “곧 피바람이 몰려올 것 같은 느낌이 오는구나. 여기도 위험할 수 있으니 지금 바로 출발하거라.”

  “네 알겠습니다.”

 

  크노드 공작이 시나에게 낡은 종이를 건네줬다. 종이에 마차 문양이 그려져 있다.

  시나는 양손으로 종이를 쥐고 팔을 뻗었다. 손바닥을 펴자 오라가 일어, 형체가 점차 변했다.

 

 -히힝!

 

  여섯 기의 염마를 매단 마차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제각기 불꽃을 뱉으며 염마가 거칠게 울음을 터트린다.

  마차 문이 벌컥 열리더니 시나가 빨려 들어갔다. 맨 앞의 염마가 흥분하며 앞발을 휘저었다. 디딤과 동시에 먼지가 일더니 마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크노드 공작은 주변을 둘러본 후, 서랍장에서 금속조각을 꺼내 들어 생각을 머금었다.

 

  “음….”

 

  칼자르트의 강철팔과 같은 재질의 금속 조각이었다. 16년 전, 일부 생체병기에서 나온 것이다. 용도는 알 수 없었지만 중요한 것임은 짐작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햇볕이 테이블 쪽으로 기울었다. 거울이 번뜩거리며 따뜻한 기운을 받는다.

  크노드 공작이 거울 표면을 깨작깨작 손톱으로 긁었다. 우물거리는 입술에 쉰 바람만 들락날락한다.

  거울에 룬문자가 생겨 검붉은 오오라를 뿜었다. 표면이 바뀌어 어두워진다. 한번 반짝거리더니, 각종 시약과 낡은 책이 꽂힌 책장이 보였다.

  거울 속 한 켠, 검은 로브의 마법사가 등을 보였다. 이내 시선을 감지했는지 몸을 돌렸다.

  눈을 천으로 가린 젊은 여자였다. 깨끗한 흰 피부에 흑색 머릿결이 허리까지 내려와 찰랑거린다. 그녀는 황실 마법사장을 맡고 있는 흑마법사, 캐이애린 에게르였다.

  그녀는 손을 가슴에 얹고 가벼운 목례를 취했다.

 

  “크노드 공작님. 찾으셨습니까?”

  “부탁할게 있네.”

  “말씀하십시오.”

  “울프나이트 군단 흑색손 수장, 세토스에게 인원 20명을 뽑아서 어둠의 숲에 잠복해 수색하라 하게.”

  “무슨 일이 있군요?”

 

  크노드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논할 게 있네.”

  “말씀하십시오.”

  “마녀에 대한 소문은 들어봤겠지.”

  “네.”

  “어둠의 숲 쪽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보이고 있네.”

  “정황이라 하시면?”

  “시노카즌이 백장미의 잎을 발견했다고 하네.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족 기사단 중 하나 백장미 기사단일 가능성이 있지.”

  “마녀와 마족과 연관이 있다 보시는군요?”

  “그것뿐만 아닐세. 이것도 있지.”

 

  크노드 공작은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헝겊 주머니를 거울 앞에 들어 보인다. 미미한 혈 향에 미간이 찌푸려지고 눈을 가늘어진다.

  내용물을 확인한 캐이애린이 얼굴을 부르르 떨며 짧은 탄식을 뱉었다. 호흡이 커지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건?!!”

  “생체병기의 머리일세. 칼자르트가 어둠의 숲에 정찰 갔다가 가지고 온 것이지.”

  “칼자르트님이 습격당한 겁니까?”

  “그렇네.”

  “생체병기가 위치를 어떻게 알고….”

  “그것까진 확실히 모르네. 다만 습격한 곳이 어둠의 숲이란 거지.”

  “마녀의 소문, 생체병기의 수급, 백장미의 잎. 모두 어둠의 숲에서 나온 것이군요.”

  “그렇네. 하지만 어둠의 숲이란 공간만 같을 뿐. 연계점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 내 생각에는 이게 연계점이 될 수 도 있다 생각이 드네만.”

 

  크노드 공작은 헝겊 주머니를 내려놓고 금속 조각을 거울 앞에 보였다.

  황금빛 반사광을 자아내는 조각을 캐이애린이 주시하며 턱을 짚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자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금속조각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군요.”

  “16년 전 척살한 생체병기 일부에서 나온 것이네. 칼자르트의 오른팔과 같은 재질의 금속인데 시노카즌이 맨 처음에 가져온 것이지. 바로 고대 타이탄의 강철일세.”

 

  고대종족 타이탄. 옛 문헌에 따르자면 킹데몬과 맞서 싸운 기계종족이었다. 그 옛날 드래곤 못지않은 강력한 종족으로, 아직까지 크게 밝혀진 게 없어 많은 부분이 전설로 전해지고 있었다.

  공작이 가진 건 타이탄의 기계 몸을 구성한 금속조각인 것이다.

 

  “칼자르트님이 생체병기를 궤멸시킨 곳이….”

  “타이탄의 신전이지.”

  “그렇다면 충분히 연계점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주머니와 금속을 번갈아서 보며 떨떠름한지 아랫입술을 물어뜯는다. 잠시 생각을 골몰히 하더니 우려를 표했다.

 

  “직접적인 연계를 논하기에는 좀 성급하다 생각됩니다. 되레 교란이 일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과거 생체병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나, 현재 나타난 생체병기와 연계가 되는 직접적인 확증이 없는 상황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확신하는 건 다른 위험을 부를 수 있는 판단을 초래 할 수 있습니다.”

 

  캐이애린은 난색을 보이며 연계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하지만 크노드 공작은 그녀의 반응을 수긍하면서도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맞는 말이네. 하지만 간접적으로는 여러 가닥으로 엮여있지. 이것만으로도 의구심을 품을 이유는 충분히 되네. 굳이 확신이 안서면 일단 확인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일세.”

  “그렇다면 접점을 파고드는 게 먼저 우선순위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나온 접점은 하나일세. 바로 피 냄새. 16년 전 나타났던 생체병기와 같은 냄새일세.”

 

  크노드 공작은 조각을 천천히 돌려보았다. 표면에 옅게 새겨진 문양에 영롱한 오오라가 발했다.

  강한 황금빛에 공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걸 보니 또 다른 기억이 떠오르는군.”

  “어떤…?”

  “16년 전 칼자르트가 오른팔 대신해서 강철팔 달고 나왔지. 그때는 어떻게 팔을 달고 나왔는지는 묻지도 않았고 그저 ‘고철덩어리 놈들이 달아줬을 뿐이야’ 이리 말하더군.”

  “타이탄….”

  “파멸하는 자, 킹데몬과 맞서 싸우다 멸족 당했지. 고대와 신대를 나누는 기준이 어떻게 나뉘는지는 알고 있겠지?”

  “네. 킹데몬이 대지에 다시 나타나 수많은 종족이 맞서 싸우다 멸족 당했고, 신과 새로운 종족들이 나타났지요. 이때 일어난 싸움이 가르는 기준입니다.”

  “맞네. 불길 속에 자취를 감추고 다시 태어난 것처럼….”

 

  크노드 공작은 과거에 읽은 문헌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해독한 고대의 문자를 읊으며, 자연스럽게 화면이 오버랩 된다.

  눈앞에 황금 거인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태양을 등진 채 음영이 드리워진 웅장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별안간 검붉은 화염이 치솟아 거인을 삼켰다. 내리찍은 화염검에 주변의 생명체가 모조리 휩쓸려 산산조각이 났다. 파괴의 빛이 하얗게 물들고 암흑으로 바뀌었다.

  공작이 눈을 깜박이며 씁쓸한 기조를 드러냈다.

 

  “멸족한 종족의 금속만으로도 가치는 굉장히 뛰어나지. 이를 이용하려는 자들이 반드시 나타나기 마련.”

  “그렇다면 제 할 일은 정해진 것 같군요. 타이탄의 강철 조각이 어떤 연계점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천명 대륙 쪽을 확인해주게. 그쪽에 타이탄의 신전이 있으니.”

  “마침 그쪽에 아는 마법사단이 있습니다. 협력을 한번 구해보도록 하지요.”

  “그리고 더 말해줄 게 있네.”

  “네.”

  “16년 전, 생체병기에 백장미 기사단뿐만 아니라 다른 마족도 연관되어 있네.”

  “다른 마족이라면?”

  “정확히는 모르네만 칼자르트가 생체병기를 궤멸시킬 때 남자 마족도 있었다고 했네. 아시다시피 백장미 기사단은 전부 여자로 구성된 마족기사단이네. 이점을 유의해주게.”

  “저도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해보게.”

  “생체병기, 마녀, 마족이 연계된다는 의심은 해볼 수 있지만, 그렇다면 이들이 왜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걸까요?”

  “글쎄…추측할 수 있는 건 힘을 기를 시간이 필요했다는 정도네.”

 

  차분히 내리 앉은 대화 분위기에 공기가 무겁게 위축되었다. 흔적이 나타났단 것만으로 사안이 좋지 않은 것이다.

  크노드 공작의 눈동자가 반사광을 자아냈다. 금빛 섬광에 안광이 강하게 맺혔다.

 

  “이것도 알아봐야 할 문제이네.”

  “마족을 생포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알아보는 데 어려움이 있겠군요.”

 

  캐이애린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고민의 기색이 그녀에게 묻어나온다.

 

  “마족은 흔적이 나온 어둠의 숲에 초점을 맞춰야 하되 마녀의 소문을 좀 더 집중적으로 파헤쳐야 되겠지.”

  “생체병기는 그럼 칼자르트님이 추적하시는 겁니까?”

  “그렇네.”

  “어떻게……?”

  “피를 이용해 보자더군.”

  “피를 말입니까?”

 

  캐이애린이 되묻자, 공작이 고개를 깔짝 움직인다. 그녀는 아리송한 얼굴로 입을 일그러뜨렸다.

 

  “어떻게 하려는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칼자르트가 카시네를 만나러 갔네.”

  “뱀파이어 군주 말입니까?!….”

 

  ‘카시네’ 라는 소리에 캐이애린이 살짝 놀랐다. 흐리는 말끝에 불안감이 붙었다. 그녀는 뱀파이어를 마족과 같은 족속으로 보고 있던 탓에 선뜻 믿음이 서질 않았다.

  카시네를 종족회의 때 몇 번 마주친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렸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웃음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생각을 알아챈 크노드 공작은 설득 조로 안심시켰다.

 

  “너무 걱정 말게.”

 

  캐이애린은 놀란 기색을 떨쳐내고 주제를 바꿨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공작님께 보고해야 할 게 있었는데 때마침 연락을 해주셨군요.”

  “말해보게.”

  “엘프 장로에게 보낸 서신이 도착했었는데, 협조를 거절했습니다. 자신들끼리 알아보고 알려주겠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네. 엘프가 라프 숲에 발을 쉽게 들여보낼 리가 없지. 일단 보로고로스에 갔던 인원에게 미리 철수하라 일렀네.”

  “그리고 드래곤 관장자 드래칸디드님이 공작님을 조만간 뵙겠다고 서신이 왔습니다.”

  “드래칸디드님이?”

 

  크노드 공작은 의외라는 듯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네. 공작님이 퇴근하시고 곧바로 온 거라 알려드리지 못했습니다.”

  “알았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은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공작의 얼굴은 다소 굳어 있었다. 그는 검 두 자루와 강철 장갑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크노드 공작은 칼자루를 쥐고 검면을 유심히 살폈다. 은은하게 발하는 검의 자태가 상당히 매서웠다. 양날로 된 칼날에 살기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그는 곧 전투가 있을 것을 대비하여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

 

 

 

 -콰쾅!

 

  숲 속, 동굴 앞에서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풍압이 일어 주변을 할퀴었다.

  큰 나무 뒤편, 왼 어깨가 찢긴 채 동굴을 노려보는 이가 있었다. 검은 미니 드레스 차림에 금발의 머릿결이 길게 풀어진 여자였다.

  그녀는 분노를 담은 눈빛을 유지하며, 검은 마의 기운을 연기처럼 발산했다.

  이내 여섯 갈래로 찢어지는 기운이 각자 둥근 구체로 변했다. 눈길이 동굴 쪽으로 향하자 구체가 일제히 날아들었다.

 

 -늑대검법. 역수 베기.

 

  구체 사이에서 섬광이 가로로 그어졌다. 반쪽으로 벌어지는 틈에 괴인이 튀어나왔다.

 

 -쾅!!! 콰쾅!!!

 

  강한 폭발에 공간이 한바탕 흔들렸다. 터지는 구체를 등진 채 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긴 주둥이와 칼날 형태를 지닌 세 개의 뿔, 옅은 황색 비늘을 지닌 도마뱀 인간이었다. 그는 바로 스론기동대 정보수, 고라족 시노카즌 벨카였다.

  그는 팔을 교차시켜 쌍검을 역수로 지고 주변을 살폈다. 매서운 눈매로 훑다가 나무 뒤쪽으로 숨는 여자를 보았다. 이내 자세를 풀고 나무를 보며 말했다.

 

  “뒤를 밟혔군.”

 

  여자가 화 난 얼굴로 슬그머니 모습을 보였다. 찢긴 어깨를 부여잡고 시노카즌을 노려보다 롱소드를 꺼내 들었다.

 

  “하등한 종족 주제에 내 몸에 손을 대?!”

 

  하지만 시노카즌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천천히 뒤돌아섰다. 그녀의 태도를 보고 말이 안 통하는 상대라고 판단 한 것이다.

  자신을 무시하자 여자가 크게 격노했다. 검을 앞세워 달려드는 순간, 눈앞에 있던 시노카즌이 사라졌다.

  ‘아차’ 하는 순간, 둔탁한 충격이 그녀의 뒷덜미를 강타했다.

 

  “시끄럽군.”

  “내가…이딴….”

 

  여자가 부르르 떨며 간신히 고개를 돌리자, 그의 매서운 눈매와 마주쳤다. 결국 그녀는 입에 거품을 물며 힘없이 널브러졌다.

  돌풍이 사라지고, 잔잔한 바람이 불어왔다. 숲 속이 조용해지자 평소와 같은 평온이 되돌아왔다.

  시노카즌은 쓰러진 여자를 안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침침한 적막 속, 일정한 거리마다 횃불이 길을 밝히고 있었다.

  통로 따라 들어간 곳에 넓은 공간이 나왔는데, 화사한 빛을 발하는 보석조각이 천장에 박혀있었다. 그 중심에 채광이 들어오는 창이 테이블을 비추고 있었다.

  시노카즌이 여자를 바닥에 눕히더니 낡은 모포 한 장을 덮어 주었다.

  그는 테이블 위에 펼쳐진 지도를 보더니 눈을 날카롭게 바뀌었다. 시선 끝에 작은 하얀 물체가 놓여 있었다.

  은은한 향이 흘러들어 코끝을 자극했다. 물체는 빛을 머금고 흰 가루를 흩날렸다.

 

  “백장미의 잎.”

 

  시노카즌은 조용히 읊조리며 잎을 잡고 훑더니 눈살에 주름이 생긴다. 어둠의 기운이 잠식된 숲의 허상이 눈앞을 가로질러 순식간에 흩어졌다.

 

  “어둠의 숲.”

 

  백장미는 빛이 거의 없는 어둠의 숲에 살지 못한다. 숲 자체가 빛을 필요로 하는 식물에는 극악의 환경이다. 암시적으로 백장미와 숲이 연관되어 있다면 단 하나뿐이었다.

  백장미 기사단.

  시노카즌은 여자를 쳐다보더니 몸 주위에 흐르는 희미한 자색기운을 알아차렸다.

  바로 그녀가 마족이라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여자의 정체는 백장미 기사단의 일원일 가능성이 컸다.

  생각을 정리한 그는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움직여야겠군.”

 

  칼끝에 월아가 달린 쌍검을 닦고 헝겊에 묶었다.

  왼쪽 어깨에 견갑을 달고 허벅지를 가리는 보호갑을 찬 후, 그사이를 천으로 가렸다.

  방어구 착용이 끝나자 검을 메고 동굴 바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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