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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폭군과의 산책
작가 : 호랑이손
작품등록일 : 2020.7.31

재계 1위 제국그룹 신입사원 소요진.
연수중이던 그녀에게 그룹의 유일한 황태자 조대환 총괄사장이 찾아온다.
"자넨 내 전생의 원수야. 소요진씨."
대환의 입에서 나온 뜻 밖의 한 마디.

그러나 그건 모두 사실이었다.

 
폭군과의 산책 06
작성일 : 20-08-06 19:11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7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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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걸 보거라. 딱 봐도 범퍼랑 휀다, 휠까지 먹었다. 어쩜 프레임도 성치 않을 성 싶다.”

 

 “그래서..요?”

 

 반문하던 파소가 속으로 ‘보험료 많이 오르겠군’ 했다.

 

 “그래서라니? 모르겠더냐? 이 천한 장사치가 천손 흉내를 내려다 결국 이 꼴이지 않느냐!”

 

 “예?”

 

 “인간 중에서도 가장 천한 장사치 따위가 감히 천손과 똑같은 차를 타고 다녔어. 옛날 같으면 목을 쳤을 대죄인데, 그동안 많이 아쉬웠다.”

 

 그랬었지. 3천 년 전엔.

 파소는 묵묵히 주군의 들뜬 얼굴만 빠끔히 바라봤다.

 대한민국 재계 순위 1, 2위를 다투는 기업 총수에게 말끝마다 장사치.

 직접 듣는다면 꽤나 좋아하시겠군.

 

 “그래, 최회장은 많이 다쳤다더냐? 그래야 되는데?”

 

 대환의 목소리에 진심이 느껴졌다.

 주군이 이렇듯 들뜬 건 간만의 일이라 파소로선 조금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그게 아직 정확하지 않아서...”

 

 “빨리 알아보라 일러라. 이 배달 청년 장한 일을 했어. 거사로다.”

 

 “뭐 그렇게까지...”

 

 “아마도 하늘을 대신해 벌한 걸 게지. 거 참, 꽃이로구나. 으하하하.”

 

 “아, 예. 주시죠.”

 

 파소는 의아한 얼굴로 휴대폰을 다시 거두려 했다.

 대환은 그런 그의 손을 뿌리쳤다.

 

 “놔 봐. 후후후후”

 

 대환의 시선이 화면에 뿌리 내리고 있었다.

 

 “으하하하!”

 

 차안 가득 대환의 호탕한 웃음이 흘렀다.

 파소는 주군께선 가끔 유치한 행동을 할 때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신호가 바뀌고, 이제 대한민국엔 한 대밖에 없는 최고급 무사고 세단 하나가 쓰르륵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

 

 그로부터 30분 후.

 제국 호텔 VVIP 룸 예약석.

 

 “야.”

 

 대환이 말했다.

 입구를 서성이는 풍백과 그의 이사진, 사장단, 비서진들이 보이고, 그들로부터 한 참 떨어진 테이블 옆.

 누가 봐도 탑 급 연예인으로 보이는 훤칠한 두 미남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서 있었다.

 

 “안 온다며? 응? 아까 안 온다며?”

 

 대환이 파소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제가 언제 안 온다고 했습니까? 못 올지도 모른다고 했지.”

 

 전직 제국 대장군 파소가 소곤거리며 답했다.

 비서실로부터 미래그룹 최태훈 회장 일가가 무사히 주차장에 도착했단 보고가 올라온 직후였다.

 

 *

 

 잠시 후.

 

 “아이고, 사돈!”

 

 전직 재상이자 제국그룹 회장 조풍백의 우렁찬 목소리가 홀을 매웠다.

 

 “어이구, 회장님! 별고 없으셨습니까?”

 

 파소의 시선에 최태훈 미래그룹 회장을 필두로 나란히 미래그룹 부회장 최윤상, 미래 박물관 관장이자 엔터 부문 총괄 본부장 최윤희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호텔 지배인이 깍듯한 인사로 그들을 맞이했다.

 

 “사돈. 이게 얼마만입니까?”

 

 저만치 떨어진 제국 그룹 회장 조풍백이 양손을 활짝 펼치며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대환의 테이블.

 

 “에잉! 천손 주제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장사치와 말을 섞다니...쯧쯧.”

 

 “사장님. 현대어!”

 

 파소가 식은땀 흘리며 주의 줬다. 대환은 흥! 하며 코웃음만 칠 뿐이다.

 

 “제발. 사장님.”

 

 파소가 다시 한 번 속삭였다.

 

 [또각또각]

 

 멀리서 대환의 약혼녀 최윤희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다가오는 중이었다.

 대환의 표현에 따르면 백합을 꽂은 채 걸어 다니는 콜라병이다.

 굉장한 표현이군요! 라는 파소의 반응에, 누가 콜라병 따위랑 사랑에 빠지지? 하며 반문했었다.

 어쨌든.

 

 “어머, 우리 폐하. 오랜 만이시네요. 그간 잘 지내셨어요?”

 

 그녀 입에서 나온 한 마디 한 마디 아름다움과 싱그러움이 뚝뚝 흘러 넘쳤다.

 백합이 말을 하면 꿀이 넘칠 듯 한 것 처럼.

 대환이 파소에게 속삭였다.

 

 “파소야.”

 

 “예. 사장님.”

 

 파소는 일부러 들리도록 답했다.

 

 “저 천한 것을 당장 한강으로 끌고 가 던져 넣고 와.”

 

 “예?!”

 

 아름다운 하이힐 소리가 또각또각 가까워졌다.

 

 “귓속말이라니. 모르는 사람 보면 두 분 사귀는 줄 알겠어요. 호호호.”

 

 조각상처럼 눈부신 자태의 여인이 대환과 파소를 향해 미소 지었다.

 대환이 냉소했다.

 

 “그럼 둘 중 누가 사내 역할일 것 같아? 자네 보기엔.”

 

 “네?”

 

 “사장님!”

 

 파소가 얼굴을 붉히며 대환을 질책했다.

 뜻밖의 질문 공세였음에도 윤희는 침착했다.

 

 “당연히...”

 

 “당연히?”

 

 “사장님이죠. 이렇게 카리스마 넘치시는데.”

 

 어느 새 바짝 다가온 윤희의 시선이 대환과 평행선을 그었다.

 그녀의 눈동자엔 왠지 모를 그리움이 가득 묻어 있었다.

 

 “그래?”

 

 그럼에도 대환은 여전히 얼음 그 자체.

 

 “들었지? 황비서?”

 

 “예?”

 

 “얘가 너 계집애 같단다. 당장 이 발칙한 아일 저자거리에 매달도록.”

 

 “사장님! 쫌!”

 

 파소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한 발짝 물러섰다.

 

 “흐음...”

 

 윤희가 그런 대환의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대환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대로 선 채 그녀의 손길을 받았다.

 

 “말에서 떨어진 후유증이 대체 왜 이리 오래 가실까? 나의 피앙새.”

 

 윤희의 애처로우리만큼 가늘고 우아한 손가락이 대환의 풍성한 머리칼을 손질했다.

 대환의 건강한 머리칼이 좌우로 공평하게 누웠다.

 

 “감히 내 옥체에 손댈 수 있는 건, 인간 중 윤희 자네가 유일하단 걸 알아둬.”

 

 “알아요. 난 선택받았지. 대환씨한테서.”

 

 “선택한 적 없으니, 내 이름 함부로 부르지도 말고.”

 

 대환의 말에 윤희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대환씬 진짜 나한테 오빠나 자기 이런 거 대신, 폐하소리 듣고 싶어?”

 

 “미련하긴. 잘 들어.”

 

 “응?”

 

 “우선 난 말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 결단코.”

 

 “아, 네에.”

 

 윤희가 마지못해 끄덕였다.

 

 “그래서 자네가 나에 대해 부를 호칭은... 폐하가 당연하다.”

 

 “사장님!”

 

 파소가 또 다시 발끈했다. ‘현대어 쓰라니깐!’ 하는 표정이 읽혀졌다.

 

 "알았다. 알았다. 거 자식 민감하긴..."

 

 대환이 대충 눈치를 살피며 끄덕였다.

 

 “으흠!”

 

 윤희가 더욱 바짝 붙었다.

 둘 사이 끼어들지 말라는 듯. 그녀의 손길은 더욱 대담해져, 대환의 갸름한 턱선을 손등으로 훑기 시작했다.

 

 “황비서님. 놔둬요. 재밌잖아. 난 대환씨 이래서 더 좋아.”

 

 “나도 늘 궁금했다.”

 

 대환이 윤희의 손길을 받으며,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

 

 “자네에 대한 내 마음 혹시 알고는 있는지.”

 

 “알고 있어요. 관심도 있고. 하지만...”

 

 윤희가 대환의 두 눈을 똑바로 보며 한 템포 쉬었다.

 

 “믿고 싶어져. 대환씨도 나랑 같은 마음일거라고.”

 

 윤희 두 눈은 진실만 말하는 거울인양 맑고 투명했다.

 

 “그럼...”

 

 “응?”

 

 “나를 평생 폐하라고 부를 수 있겠어?”

 

 어느 새 둘의 언어가 현대어, 그 중에서 반말로 바뀌어져 있었다.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도.

 

 “당신이 원한다면.”

 

 윤희가 답했다.

 

 “미련한 것.”

 

 “응?”

 

 “그것은 당연한 거라니깐! 이젠 말하기도 귀찮다. 저리 가거라.”

 

 대환이 윤희의 아름다운 이마를 한 손가락으로 꾹 밀었다. 백합 같던 여인의 고개가 크어헉! 뒤로 꺾였다.

 

 “사장님!”

 

 화들짝 놀란 파소가 둘 사이로 후다닥 끼어들고 있었다.

 

 “왜? 나 현대어 하잖아. 황비서 너 자꾸 간섭 하지 마.”

 

 “에이...진짜. 괜찮습니까? 윤희 아가씨?”

 

 윤희는 고개가 다시 반듯해진 뒤에도 계속해 큭큭 웃고 있었다.

 

 “응. 나 대환씨 이런 장난 너무 좋아. 갑자기 확 살아 있단 기분이 들어.”

 

 “흥! 봐라. 좋다잖느냐? 미련한 것.”

 

 대환은 끝까지 냉소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윤희는 어린 아이처럼 까르륵 웃었다.

 

 *

 

 수도종합 병원 6인실.

 

 “요진이 넌 왜 왔어?”

 

 샴푸로 말끔해진 미소 김밥 사장 전소운씨가 평온한 얼굴로 돌아왔다.

 기린 목으로 모친의 귀환만 기다리던 요진이 보호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엄마! 들었어?”

 

 “뭘?”

 

 “건우 얘! 외제차 박았대!”

 

 “난 또 뭐라고. 고깟 일로 또 동생 기죽이고 있었어?”

 

 어처구니가 없다. 무려 외제차라는데.

 

 “고깟 일이라니? 엄마! 그거 외제차야! 것두 우리나라 두 대...”

 

 “됐어, 이년아. 건우가 박은 것도 아니고, 지들이 피하다가 사고 난 걸 왜 걱정이야? 그치 건우야?”

 

 소운씬 자신 있단 투로 아들에게 물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해맑던 고2 건우가 어둡게 끄덕였다.

 

 “응. 엄마. 근데...”

 

 “근데?”

 

 “8대 2 나온대. 어쩜.”

 

 “그게 뭔대?”

 

 “배상 비율. 수리비 천만원이면 걔네가 8백, 우리가 2백”

 

 “그래서 뭐? 우리 보험 있잖아.”

 

 소운이 말똥말똥 아들을 쳐다봤다.

 위기감이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모친의 얼굴에, 건우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응. 있지. 근데 문제는 차가 너무 비싸.”

 

 “그래서 보험 있잖아?”

 

 소운은 보험을 무적불패의 신앙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래. 근데 보험이 다 안 해준다고.”

 

 건우 입술이 삐죽 나왔다.

 

 “그런 게 어딨니? 보험 안 해주면? 그럼 어떡해?”

 

 한 편 이 대화를 지켜보던 사람으로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어떡하긴 어떡해? 우리가 물어야지!”

 

 참다못한 요진이 버럭 끼어들었다.

 

 “아이 놀래. 기지배. 엄마 말하는데. 쯧! 우리가 왜? 뭘 잘 못했다고? 안 그래?”

 

 “우리가 물어야 한다니깐? 엄마 귀 먹었어?”

 

 “이 기지배. 엄마한테 버르장머리...”

 

 소운은 슬금슬금 오기가 뻗쳤다.

 그 기운을 눈치 챈 건우가 주눅 들어갔다.

 

 “엄마, 그니깐 엄마 사고 비율이란 게..”

 

 “야! 보험은 뭐하고? 국 끓여 먹을래? 안 그래? 응? 야! 소요진. 너 말해 봐.”

 

 30년 김밥 장사로 잔뼈가 굵은 그녀의 손이 딸 애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갑자기 나타난 딸애가 그녀의 보험에 담긴 믿음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 쓰는 게 보험이잖아? 소요진. 안 그래?”

 

 “아이, 몰라. 놔! 엄마!”

 

 요진이 엄마의 두 손을 뿌리쳤다.

 어차피 벌어진 일. 이판사판 될 대로 되라지. 혹시 어쩌면 보험이 커버해 줄지도?

 요진에게도 갑작스런 믿음이 생겨났다.

 

 부우웅-

 

 소운의 휴대폰이 밝게 기지개를 켰다. 보험회사 담당자였다.

 

 “아! 어떻게 된 거예요? 우리 보험 안 돼요?”

 

 - 아, 고객님. 전화 기다리셨구나. 예. 되지요. 당연히. 근데..

 

 담당자가 말꼬릴 흐렸다.

 

 “근데?”

 

 - 가입하신 보험이 책임보험이라 한도액이 조금 모자라네요.

 

 “모자라? 얼마나?”

 

 - 그러니깐 총 견적 4억. 그 중이 우리측 과실 2가 잡혀서... 아드님은 왜 그런 차랑 박으셨대요? 그냥 피하시지.

 

 “박긴 뭘 박아? 우리 애도 다쳤는데!”

 

 - 아, 예. 그렇긴 한데요. 이게 아드님이 차선 넘어가다 다시 들어와 생긴 사고라...

 

 “보험이 그런 걸 왜 따져요? 우리 애 다친 거부터 따져야지? 안 그래요?”

 

 - 예. 예. 그래야겠죠. 저기, 근데 상대방 차량이 워낙 고가라 제일 먼저 CCTV랑 블랙박스 확인 했거든요. 근데 아드님이 깜빡이도 안 키고 1차선 나갔다가 들어오셔서...

 

 뭔가 복잡하다. 소운은 복잡한 설명이라면 딱 질색이다.

 

 “아이! 진짜! 여봐욧! 왜 우리 잘못만 따지냐니깐? 아저씨 우리 보험 아녜요?”

 

 소운이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보험 담당자가 안 되겠단 듯 말 수를 줄였다.

 

 - 아무튼 총견적 4억 중 우리 측 과실액 8천. 그 중 보험사에서 2천은 내드리고, 나머진 전소운 고객님 앞으로 청구 되실 겁니다. 그나마 다행인 줄 아세요. 7대 3 부르라는 걸 억지로 8대 2로 막았으니깐.

 

 “뭐?”

 

 아무리 복잡해도 그것이 돈에 역인 거라면, 그녀의 머린 수퍼 컴퓨터 급이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주판알이 튕겨졌다.

 8천 마이너스 2천. 6천. 정확히 미소 김밥 가게 보증금이다.

 

 “이게..무슨..”

 

 - 억울하면 정식 재판 청구하셔도 되는데, 블랙박스 찍혀서 뒤집긴 힘드실 거예요.

 

 “이..이딴 게 무슨..보험...”

 

 - 죄송합니다만,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라...그럼..

 

 뚝.

 상대방이 안녕히 계시란 말도 없이 끊었다.

 동시에 소운의 보험에 대한 강철 같던 믿음도 산산조각 흩어졌다.

 

 “하아.. 6천.”

 

 아들 입원 덕에 겸사겸사 쉴 겸, 빼고 광까지 낸 소운의 얼굴에 먹구름이 꼈다.

 사고 당사자 건우가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왔다.

 

 “엄마...걱정 하지마요. 내가 학교 그만두고 어떻게든 할게.”

 

 “뭐래니? 넌 공부나 해!”

 

 소운은 아들 건우의 손길을 뿌리쳤다.

 그러곤 만만한 딸애의 뒷덜미를 홱! 잡아챘다.

 

 “이년아, 뭐해? 빨리 따라와.”

 

 “왜에?”

 

 요진이 덜미 잡힌 채 버둥댔다.

 

 “장사해야 돼.”

 

 “뭐?”

 

 “장사해야 된다고!”

 

 15년 전 어느 날. 가출 후 실종된 남편.

 그럼에도 꿋꿋이 김밥장사로 버티며 두 아이 키워낸 전소운이다.

 이까짓 일로 주저앉을 그녀가 아니었다.

 

 “아이 참, 김밥 말아서 언제 6천 만드냐? 엄마 제 정신이야?”

 

 “돼! 엄마 그동안 적금 분 것도 있고, 보험도 있고. 그거 다 해지하면 모자란 거 얼마 안 돼. 그러니깐 돼!”

 

 시련 따위 절대 굴하지 않으리란 소운의 결기가 요진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런 모친의 결심 앞에 차마 다른 말이 안 나왔다.

 

 “하아..그래요. 되겠다. 넉넉하겠네. 갑시다. 장사하러. 가요.”

 

 “기죽지 마. 이년아.”

 

 [짝!]

 

 소운이 딸애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그녀로선 자식들과 나누는 하이파이브였다.

 

 “왜 때려?”

 

 “이까짓 거 엄마한테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년아.”

 

 평소라면 ‘고깟 게 아퍼?’ 대꾸했을 소운이 오늘따라 다르게 답했다.

 두 모녀의 씩씩한 발걸음 뒤로 무거운 그림자 두 줄이 병원 복도 위로 길게 끌려 나갔다.

 

 *

 

 제국호텔 VIP 주차장.

 미래그룹 최태훈 으로부터 곽실장이라 불리는 운전기사가 통화 중이었다.

 아직도 윤중에게 맞은 자리가 아픈지 통화 내내 자신의 정강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형님. 제가 이 나이에 맞고 살아야겠습니까? 아, 이거 드러워서.”

 

 - 토탈 수리비가 얼마였길래?

 

 상대방이 반문했다.

 

 “4억 좀...넘어요.”

 

 - 허허. 얀마. 그걸로 퉁쳤으면 너 돈 번거야. 자식. 엄살은.

 

 “아이, 씨. 그래도 억울하잖아요. 멀쩡히 좌회전 하던 놈이 왜 갑자기 돌아와?”

 

 - 그만 하길 다행이지 뭐. 사람이라도 쳤어봐라. 최윤상 부회장 그거 가만있겠나.

 

 “그건 그렇죠. 근데 말이죠. 형님.”

 

  - 뭐?

 

 “그 놈 오토바이 보험사에서 돈을 적게 준다네요? 한도 초과라며.”

 

 - 얼마나?

 

 “6천... 이거 부회장 알면 나 좀 곤란해질 거 같습니다.”

 

 - 쳇! 야, 정식으로 재판 청구해! 어떻게든 받아내야지.

 

 상대방이 혀를 찼다.

 

 “알아 봤죠. 그런데 그게 시간이 걸려서요.”

 

 - 뭐, 그야 그렇지만...

 

 “그래서 말인데요. 형님...”

 

 - 응. 말해.

 

 “조금 신속하게 받았으면 싶은데...”

 

 곽실장이 통화 상대방을 향해 진지한 어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윤상은 미래그룹의 유일한 라이벌 제국 그룹 조풍백 회장에게 거듭 조아리고 있었다.

 80년 대 말.

 한 때 사업 파트너였던 조풍백 회장과 아버지 사이에 있던 일을 그는 깨알만한 것까지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만났다 하면 옛날 얘기로 꽃을 피웠다.

 소위 말하는 '라떼는 말이야~' 시리즈였지만, 사이즈가 달랐다.

 

 “최 부회장. 아니 윤상아! 그거 아니?"

 

 "예. 말씀하시죠. 회장님."

 

 "내가 네 아버지랑 소련 갔을 때였어. 막 북방외교 시작되고 고르바초프 서기장 만나고. 그때 이런 저런...”

 

 이미 알고 있는 얘기다.

 풍백이 허공에 보이지 않는 럭비공을 쥔 듯 양손을 흔들어 보였다.

 

 “근데 니 아버지가 갑자기 핵잠수함을 달라는 거야. 소련 서기장한테. 이게 말이나 되니? 이제 고작 20대 사업가가 소련 서기장한테 핵잠수함을 달라는 건데. 근데 니 아버진...”

 

 풍백이 악센트를 넣어 말했다.

 
작가의 말
 

 라떼는 말이야...우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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