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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폭군과의 산책
작가 : 호랑이손
작품등록일 : 2020.7.31

재계 1위 제국그룹 신입사원 소요진.
연수중이던 그녀에게 그룹의 유일한 황태자 조대환 총괄사장이 찾아온다.
"자넨 내 전생의 원수야. 소요진씨."
대환의 입에서 나온 뜻 밖의 한 마디.

그러나 그건 모두 사실이었다.

 
폭군과의 산책 05
작성일 : 20-08-05 17:48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6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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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글쎄요. 아무래도 둘째 오빠가 추진하던 프로젝트니 가장 많이 아실 게 확실하고...”

 

 그 순간 윤중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

 

 “맡겨 주십시오. 회장님. 제가 반드시 마무리 짓겠습니다!”

 

 윤중이 타이밍 좋게 치고 나갔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렇더라도 꼭 계약서 싸인까지 둘째 오빠가 받으란 법은 없겠죠.”

 “거러췌!”

 

 윤상이 무릎을 탁! 치며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박수까지 쫙쫙 치며.

 

 “정확하네. 저거야. 저거. 아버지, 제가 하려던 말이 저거였다니깐요? 전 비즈니스 마인드로 계약을! 윤중이 쟨 천성이 노가다.. 아니 이과니깐 시공을! 어때요? 윤희 말 맞죠?”

 “음...”

 

 태훈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곤 잠시 후.

 

 “그렇게 해. 윤중이 너도 당분간 계약에 관해선 형한테 일임해.”

 “회장님!”

 “그렇게 해. 사장 자리 지키고 싶으면.”

 

 태훈이 미간을 좁히며 결론 냈다.

 윤중이 어금니를 부서져라 깨물며 뒤로 감춰진 주먹을 꽉 쥐었다.

 프로젝트는 계약 체결이 공적의 9할이다. 나머진 실무자들이 개미처럼 만들어가는 노동의 연장일 뿐.

 윤중은 형이 순식간에 그동안의 공을 채갔음을 느꼈다.

 그를 도운 여동생 윤희조차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어, 오늘은 이만 하고. 저기. 오늘 제국 그룹 회장님 부자랑 저녁 약속 다들 알고 있지?”

 

 태훈이 화제를 돌리고 말았다. 그러자 둘째 윤중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죄송합니다만, 회장님. 오늘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아들의 속 쓰림을 이해하기에.

 

 “그래. 넌 가서 쉬고. 사우나라도 가. 오늘 수고했다.”

 “예. 그럼.”

 

 윤중이 꾸벅 조아리곤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자, 첫째 윤상이 혀를 차기 시작했다.

 

 “쯧쯧. 꽁하긴. 저 자식 사나이 배포가 저렇게 작아. 앞으로 그룹 일 어떻게 할꼬. 안 그러나? 윤희야?”

 “큰오빤 다른 사람 마음에 관심이란 게 있긴 해?”

 “있어야 되니?”

 

 심드렁한 반응에 윤희의 속으로 욱! 하는 감정이 치밀었다.

 그럼에도 최대한 티 안내려 애쓰며 말했다.

 

 “큰 오빠.”

 “응?”

 “작은 원한이 커진댔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얘는 또 왜 이래? 애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관두자. 아빠, 가요.”

 

 미래 그룹 회장 최태훈의 셋째. 미래 아트 박물관 관장이자, 미래 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업부 총괄 이사 최윤희가 일어서며 말했다.

 딸애의 부축을 받으며 태훈도 자리서 일어섰다.

 

 “하여튼 예체능 애들도 사업이랑 안 맞다니깐.”

 

 마지막으로 그룹 부회장이자 태훈의 장남 최윤상이 툴툴 거리며 뒤를 따랐다.

 

 *

 

 수도종합 병원.

 접수계를 지나 헐레벌떡 뛰어가는 여자가 있었다. 요진은 창구에서 알려준 병실을 주문처럼 중얼거리며 달려는 중이었다.

 

 “1301..1301...건우야...”

 

 코너를 돌아 승강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 길 수 없다.

 잠시 후 땡!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위로 올라가는 사람만 남자마자 요진이 올라탔다.

 승강기 버튼이 리셑 된 것이 보였다.

 요진이 버튼을 누를 찰나.

 

 “저기요. 13층 좀.”

 “응?”

 익숙한 목소리에 돌아본 순간, 남은 사람 끄트머리 그토록 찾고 있던 얼굴이 보였다.

 아직 학생 티가 나는 사내애였다.

 

 “건우야!”

 “누나?”

 “건우야!”

 

 요진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동생의 얼굴을 얼싸 안았다.

 

 “야아! 얼마나 놀랬다구! 괜찮아? 이 자식아! 교통사고..어휴.”

 “누나 왜 왔어?”

 

 건우는 환자복 차림에 링겔만 꽂고 있을 뿐, 말짱했다.

 

 “왜 왔겠니? 어? 연수받다가 교통사고 났다고 가보라는데, 엄마는 전화도 안 되고, 넌 왜 안 받아? 이렇게 멀쩡한대.”

 “아, 엄마 아까 싸우나 갔고. 내 폰은 뽀개졌어. 차바퀴 깔리는 바람에.”

 “그럼 누구한테 부탁해서라도 연락 좀 하던가!”

 “아이, 씨끄러. 뭘 연락해. 다친데도 없고만.”

 

 승강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어찌됐던 건강한 동생의 얼굴을 보는 요진은 무거웠던 가슴이 가벼워졌다.

 

 *

 

 6인 병실.

 교통사고로 들어온 사람들 중 경증 환자만 모아놓은 곳인 듯 모두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자기 자리에 앉은 건우와 그 곁에 선 요진이 보였다.

 건우는 금이 간 휴대폰을 들곤 이게 수리가 될라나? 읊조렸다.

 

 “야, 그건 그렇고 어떻게 된 거야? 사고.”

 “그냥. 배달가다가.”

 “그냥 배달가다 어떻게?”

 “아니 좌회전하려고 1차로 끼어들다 옆 차랑 부닥칠 뻔 했어.”

 “부닥칠 뻔 했다니? 부닥친 거야? 아닌 거야?”

 “그냥 피하다 넘어졌어.”

 “근데 병원에 왜 왔어? 많이 다쳤어?”

 “아니, 그냥 발목 삐끗하고 그랬는데 그거 때문이 아니라...”

 

 건우가 슬슬 요진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요진은 순식간에 동생의 잔머리를 들여다봤다.

 “그거 때문 아니라 뭔데?”

 “엄마가 말하지 말랬는데...”

 “뭘?”

 

 요진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게 말야.”

 

 건우는 잠시 요진의 얼굴을 살피더니 슬금슬금 사실을 전했다.

 

 “피하면서 넘어졌는데, 하필 내 뒤에 오던 차가 나를 피하려다가...”

 “피하려다가?”

 

 순식간에 병실 전체에 그늘이 지는 듯 했다.

 

 “오토바이 스치고, 가드레일 박았어.”

 

 진실이 드러났다. 요진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어이구’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그거! 뒤차도 과실이야. 안전거리 미확보!”

 

 건너편 환자가 깜빡이도 없이 둘 사이 대화에 훅! 끼어들었다.

 40대로 보이는 사내였다. 교통사고 전문가인 듯 억양에 강세가 섞여 있었다.

 

 “주행중 후방추돌이니까 과실비율 따지면 그쪽이 8, 이쪽 2. 안전거리 미확보 계속 물고 늘어지는 게 맞아요.”

 “예에. 그럼 우린 돈 안물어줘도 되는 거예요?”

 

 동생의 건강이 확인된 이상, 요진은 돈 문제가 가장 궁금했다.

 그러자 끼어든 남성이 갑자기 쑥 빠졌다.

 

 “그건 보험사랑 합의 어떻게 보느냐 따라 달렸지.... 학생, 오늘 보험 회사 왔어?”

 “예. 아까 견적 보러간다고...”

 “그럼 기다려 봐야지.”

 “아, 예. 고맙습니다.”

 

 요진이 꾸벅 숙이곤 다시 건우에게로 향했다.

 

 “그럼 너 입원 엄마가 시킨 거야?”

 “아니.”

 “그럼?”

 “그 차 운전수. 일단 병원에 입원해 있으래. 꼭. 블랙박스 다 찍혔으니깐.”

 “운전수? 차가 뭔데?”

 

 운전수 딸린 차란 말에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건우는 이번에도 잠시 머뭇거렸다.

 

 “뭐냐고?”

 

 요진이 다그쳤다.

 

 “마에스트로 그랜드 디럭스.”

 “마...뭐? 외제차야?”

 “어.”

 

 병실이 더욱 어두워 졌다.

 

 와!

 동시에 병실에 있던 다른 남자 환자들이 입을 쩍 벌렸다.

 모두 붕어처럼 ‘마에스트로...그랜드 디럭스!’ 하며 뻐끔뻐끔 입술을 놀렸다.

 

 “비싼 차야?”

 

 요진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섞였다.

 

 “우리나라 두 대 밖에 없대.”

 “어?”

 

 평상시 차라면 국산차랑 외제차 둘 밖에 모르는 요진은 방금 동생이 한 말이 뭘 뜻하는지 금방 이해되지 않았다.

 

 “큰 일 났네. 학생, 보험 들었어?”

 

 조금 전 끼어들었던 남자가 걱정 담긴 질문을 던져왔다.

 건우가 기어드는 목소리로 답했다.

 

 “예. 오토바이 책임보험...”

 “어허! 진짜 클 났다. 클 났어. 뉴스 나오겠다.”

 

 남자의 목소리엔 현실감 있는 걱정이 짙게 들어 있었다.

 누나인 요진으로선 그저 당황스러울 뿐, 더 이상 묻는 것조차 겁이 났다.

 인터넷을 검색한 누군가 ‘40억! 이야아..’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

 

 미래그룹 최태훈 회장 자택.

 800평 부지에 지어진 2층 저택이다. 사방이 높은 담으로 싸였고, 안엔 프랑스 예술가가 설치했다는 조형물, 그리고 영국 유명 정원사가 구상했다는 정원이 그림처럼 들어서 있었다.

 

 “차가 왜 이래?”

 

 우리나라 두 대 밖에 없다는 차들 중 한 대의 주인 최태훈이 인상을 찡그렸다.

 운전기사가 쭈뼛거리며 답했다.

 

 “예. 좀 전에 막내 도련님 하교 모시러 갔다 오는 길에..사고가..죄송합니다.”

 

 답하는 기사의 얼굴이 노랗게 변한 것을 깨달은 것은 이때쯤이었다.

 태훈이 어이가 없다는 듯 찌그러진 차를 보며 한숨 쉬었다.

 

 “윤하 너...대체 얼마짜리 하교를 하고 다니는 거니? 왜 이차를 불렀어?”

 

 단정한 것과는 반발쯤 떨어진 고등학생 하나가 모르는 일이라는 듯 고개를 비스듬했다.

 

 “아, 몰라. 곽실장 운전이 서투니깐 그렇지.”

 “이 놈 자식! 어찌 말투가 그 모양이야? 어른한테!”

 “아, 몰라. 큰형은 안 그런가? 곽실장이 곽실장이지.”

 “이!”

 

 막내아들의 버르장머리에 화가 난 태훈이 번쩍! 손을 치켜세웠다.

 

 “어? 때리게? 때려봐. 이야, 내일 우리 회장님 실검 1위 하겠다.”

 

 윤하가 휴대폰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도발했다.

 

 “이..이런...고약한 놈...”

 

 태훈이 손바닥을 쥐락펴락 했다.

 곽실장이라 불리는 기사가 황급히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회장님! 이러지 마시지요. 다 저 때문...”

 “아, 놔 봐요. 때리나 보게.”

 “도련님도 좀 그만 하세요.”

 “때려보라니깐? 왜? 카메라 있으니깐 쫄려요? 회장님?”

 

 [퍽!]

 

 난데없는 주먹에 윤하의 얼굴이 돌아갔다.

 윤하는 비명 지를 사이도 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윤하야!”

 

 이번엔 최회장이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그러곤 고개를 돌렸다.

 

 “최윤상!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괜찮니? 윤하야?”

 “때려봐?”

 

 장남 윤상이었다.

 윤상은 아버지 일갈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쓰러진 막내에게 다가섰다.

 

 “우...씨... 장난인데...진짜 때렸어...크흑!”

 

 막내 윤하가 흐르는 코피를 쥔 채, 바닥에 떨군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 씨...! 나 이거 전부 찍어 올린다... 큰 형, 너 이제 죽었어...”

 “스읍!”

 

 윤상은 그런 윤하의 손가락을 구둣발로 꽈악 짓밟았다.

 

 “으..아...이거 안 놔? 아..악! 놔! 아프다고! 이 개X”

 “이놈아! 뭐하는 게야? 발 안 치우냐?”

 “형한테 개? 허, 참. 아버지 잠깐만요.”

 

 [퍽!]

 

 윤상이 이번엔 막내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윤하가 컥! 하며 꼬부라졌다.

 

 “그만하지 못해? 야!”

 

 보다 못한 태훈이 장남을 옆으로 밀쳤다. 그 사이로 다시 곽실장이 끼어들었다.

 

 “부회장님, 그만 하시지요. 제발. 다, 제 잘못...”

 “맞아요.”

 “예?”

 “맞다고. 실장님 잘못.”

 

 [퍽!]

 “억!”

 이번엔 곽실장이 꼬꾸라졌다. 그의 정강이에 윤상의 구두코가 꽂혔기 때문이었다.

 

 “최윤상! 야 이 자식아! 너 깡패야? 지금 뭐하는 짓이야?”

 “본인이 잘못했다잖아요. 그럼 좀 맞으셔야지. 곽실장님. 안 그래요? 안 그럼, 책임지시던가. 차 수리비.”

 

 윤상이 비웃는 투로 말했다.

 

 “아, 아니오. 부회장님 말씀 맞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죄..죄송합니다.”

 

 기사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억지로 답했다. 솔직한 본심은 이걸로 수리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그 편이 고마웠다.

 

 “좋아요. 그럼 이걸로 잊고, 차는 보험처리 하세요. 더 이상 책임 안 물을 테니. 됐죠?”

 “예..부회장님. 고, 고맙습니다.”

 

 기사가 고통스런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자 윤상의 시선이 바닥에 뻗은 막내에게로 돌아갔다.

 

 “윤하 넌 휴대폰 금지. 한 달 간.”

 “뭐?”

 

 [콰직!]

 

 윤상은 있는 동생의 휴대폰을 힘껏 짓밟았다. 발을 떼자 산산조각 난 휴대폰 화면이 까맣게 시들었다.

 

 “혀어어..엉...왜..왜!”

 “넌 너무 건방져. 특히 아버지한테. 아버지한테 편하게 하는 건 장남만 하는 거다.”

 “이쒸! 그게 말이 돼?”

 “돼. 난 집안을 이어야 하니까. 안 그래요? 아버지?”

 “허...”

 

 태훈은 기가 막혔다.

 어렸을 땐 몰라도 성인이 되서도 주먹질이라니. 그것도 아직 철 모르는 고등학교 2학년 늦둥이 막내한테.

 

 “아버지, 이제 걱정 마세요. 이런 잡일 앞으로 다 제가 해결할게요.”

 

 윤상이 비웃음 담긴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아버지 태훈의 유약함을 비꼬는 듯 했다.

 

 “허어...”

 

 태훈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룹 내 여론이 큰 아들 윤상이 후계자로 지목하길래 부회장까지 올려주었건만, 막상 후계자로 떠오르자 이렇게까지 사람을 막 대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 정도는 근래 들어 심해지고 있었다.

 

 “늦을 거 같은 데, 아버지. 제 차로 가요. 곽실장님은 가서 제 차 가져오시고. 어서요.”

 “예. 알았습니다. 부회장님.”

 

 태훈의 운전기사가 후다닥 윤상의 차가 주차된 곳으로 달려갔다.

 멀어지는 자신의 운전기사를 보던 태훈은 뭔지 모를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사이, 윤상은 윤하에게 말을 붙이는 중이었다.

 

 “윤하 넌 이따가 장박사 불러 치료 받아. 그리고 앞으론 어른들한테 존댓말 쓰고. 알았어?”

 “우이..씨..”

 

 윤하는 박살난 휴대폰이 억울했는지 잠시 뜸을 들였다.

 

 “대답 안 해?”

 말끔히 차려 입은 윤상의 구두코가 움찔! 움직였다.

 “어!”

 “존댓말.”

 “예.”

 윤하가 감정을 꾹 누르며 질문에 답했다.

 “똑바로 해.”

 윤상은 그런 동생을 위부터 아래까지 쓰윽 훑었을 뿐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사이, 그가 보유한 최고급 세단 하나가 스르륵 굴러왔다.

 “타시죠. 아버지.”

 

 기사가 후다닥 뛰어내려 태훈 부자를 위해 뒷문을 열었다. 태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차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

 

 같은 시각. 또 다른 마에스트로 그랜드 디럭스 안.

 

 [띠링!]

 

 메시지 도착음이 들렸다.

 마침 신호 대기 중이던 파소가 휴대폰 화면을 슬쩍 봤다. 비서실서 보낸 메시지였다. 깜빡거리는 아이콘을 찍자, 사진 한 장과 짤막한 메시지 하나가 흘렀다.

 

 <미래그룹 최태훈 회장 소유 차량 교통사고. 탑승자는 확인중>

 ’

 “사고?”

 파소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뭐냐?”

 뒤에 있던 대환이 말을 걸어왔다.

 “어쩌면 오늘 만찬 취소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말이죠.”

 “왜?”

 “여기...”

 파소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대환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화면을 들여다봤다.

 

 “오!”

 

 대환이 환호했다.

 화면엔 자빠진 배달 오토바이, 바닥에 널부러진 통, 담겼던 음식들. 그리고 이를 피하려다 가드레일 들이 받은 대한민국 딱 두 대 뿐인 40억 세단 마에스트로 그랜드 디럭스 꽁무니가 담겨져 있었다.

 

 “오오!”

 “그렇게 기쁘십니까? 최회장 교통사고가?”

 “기쁘다마다!”

 뒷좌석에 앉은 천손 중 으뜸이자 전직 대제국 황제가 해맑게 답했다.

 
작가의 말
 

 대환은 자신과 똑같은 차를 가진 최회장이 밉다.

 그로썬 충분히 미워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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