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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강철팔의 늑대 : 속성의 잔재
작가 : 질럿M늑대의칼바람
작품등록일 : 2020.8.3

원한과 원한이 물리고 복수와 복수가 물린다.
16년 전 몬스터대란 당시, 칼자르트는 오른 팔을 잃고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을 궤멸시켰다.
하지만 작중 시점,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이 원한을 품고 나타나 칼자르트를 노린다. 그역시 복수의 애환을 끊지 못하고 다시 복수 하고자 역추적에 나서는데...
끝나지 않은 질기고 질긴 악연과 원한.
그 끝을 향한 늑대의 일대기그린 다크 판타지.
<어떻게 너희 생체병기가 나타난 건지 묻지 않겠다. 다시 사냥해 주마! 크르르르르르...!!>

 
프롤로그2화
작성일 : 20-08-04 22:33     조회 : 251     추천 : 2     분량 : 7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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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숲에 거친 비가 쏟아지고 바닥에 마의 기운이 안개처럼 깔려있었다. 이곳은 잠깐이라도 발을 딛는 순간 생명력이 깎이는 지역이다.

   구름 사이에 달이 뜨고, 호숫가의 물결이 잔잔하게 일었다.

  수면 위에서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이내 그것은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웅웅.

 

   철의 공명음이 빗소리를 뚫었다. 칼바람이 섬광을 자아내고 청명한 금속음이 이어졌다.

 

 -챙! 챙!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칼바람이 사라지고 정적이 일었다.

  달빛에 그림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붉은 생머리에 체크무늬가 있는 짧은 치마차림을 한 소녀였다. 그녀는 검은 덩어리에 목을 잡혀 버둥거리고 있었다.

   소녀의 귓가에 살벌한 늑대울음이 들렸다. 그녀는 숨을 쉬지 못하자 괴로운 신음을 토했다.

 

   “끄으으….”

 

   그녀의 눈앞에는 늑대인간이 송곳니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결국 강한 힘을 이기지 못한 소녀가 축 늘어졌다.

  늑대는 다름아닌 칼자르트였다.

   그는 소녀의 얼굴을 보더니 뭔지 모를 기시감을 받았다. 어딘가 낯익으면서도 죽은 자의 느낌과 굉장히 유사했다.

 

   “죽여주마.”

 

   칼자르트가 입을 크게 벌렸다. 그대로 숨통을 끊고 살점을 찢을 요양이다.

   그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고드름이 칼자르트를 치고 푸른 빛이 금색 팔을 관통했다.

   그는 상체가 비틀려 자신도 모르게 소녀를 호숫가에 던졌다.

   그틈에 어디선가 나타난 여자가 호숫가에 재빠르게 뛰어들었다. 그녀는 소녀를 끌어안고 수면위로 올라왔다.

 

   “자얀니!”

 

 여자의 벽안에 잠든 얼굴이 들어오자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칼자르트가 여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살포시 수면을 딛고 뒤로 물러서면서 거구의 몸체가 물속에 빠져 물보라를 자아냈다.

   여자는 기절한 소녀의 코에 냉기를 살며시 불어넣었다. 하얀 김이 오르고 입가에 물이 흘러나와 막혔던 호흡이 터졌다.

 

   “콜록! 콜록!”

 

   품에 안긴 소녀가 기침하자, 여자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녀는 물에서 나온 칼자르트와 눈을 마주치더니, 청백색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근방에 있는 나무 뒤로 사라졌다.

   칼자르트는 여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등에 멘 무구 흑마철극을 꼬나 잡았다. 종이처럼 구겨진 얼굴로 적의를 호숫가에 내리쏟았다.

   바닥에서 빗물로 인한 냉기가 서서히 올라왔다. 주변 공기가 빗소리를 누르고 적막에 휩싸였다.

   푸른 오오라가 이는 구체, 수십 개가 나무 주위를 돌면서 나타났다. 이리저리 춤을 추던 구체는 그에게 날아들었다.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쳤다. 궤도를 그리는 검은 칼날이 구체를 베자 푸른 섬광이 발하며 강하게 폭발했다. 동시에 강한 냉기가 주변을 강타하며 확산하였다.

   허리띠에 달린 앞가리개가 폭압에 나부꼈다. 번쩍이는 빛이 칼자르트를 일시적으로 삼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그는 팔로 눈을 가렸다.

   폭발 이후 옅은 김이 일었다. 푸른빛이 삼킨 근방 일대가 모조리 얼어붙으면서 서리가 잡혔다. 바닥은 빙판이 되어 다리를 얼렸고, 빗물은 얼음알갱이가 되어 떨어졌다.

 

   “염병할.”

 

   칼자르트가 욕 거지를 뱉었다. 폭발의 영향을 직접 받은 부위는 전부 얼어버렸다.

   오른팔을 움직이려 애써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쥐고 있던 흑마철극역시 얼음덩어리로 바뀌어 있었다.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왼팔을 들더니 손톱을 치켜세웠다. 날을 세워, 강하게 찍고 강철팔을 긁었다.

   손끝으로 냉기가 엄습하면서 저림이 느껴진다. 긴 손톱자국이 얼음표면에 새겨졌지만, 좀처럼 깨지질 않는다.

   칼자르트가 얼어버린 몸과 분투하는 동안, 나무 뒤에 숨었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주위로 푸른빛의 구체가 쉴 틈 없이 맴돌았다.

   여자는 구체 하나를 호수 위에 띄우더니 빛을 발산시키자 대낮처럼 환해졌다.

 

   “너희는 뭐냐.”

 

   여자의 등장에 칼자르트가 위협조로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비웃음으로 답했다.

   그를 만지는 손길에 냉기가 한가득 담겨 옅은 김을 품었다. 교차 되는 눈길에 살의가 잔뜩 서렸다. 이에 맞서 치켜세운 그의 손톱이 자못 날카롭다.

   이때, 여러 가닥의 실이 칼자르트의 왼팔을 휘감았다. 조여드는 실은 팔뚝을 강하게 압박했다. 뒤로 당기는 힘이 가해지자 그는 곁눈으로 등 뒤를 흘겨보았다.

   시선 끝에 거대한 강철 장갑이 손가락에 연결된 실을 당기고 있었다. 강한 힘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힘이 대단하시군요.”

 

   고운 미성의 목소리가 칼자르트를 향했다. 강철 장갑 밑에서 앳된 얼굴의 소년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미소를 머금은 표정에서 상황과 상반된 능글거림이 보인다.

   소년은 하얀 피부톤에 단발의 짧은 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끽해야 15살 정도 되었을까.

   그러나 강철 장갑을 소환할 정도면 나이에 뛰어난 소환술을 지니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소년은 오른편의 나무를 보더니 조곤하게 말했다.

 

   “붙잡았어.”

 

   나무 위에서 백색 섬광이 터지고 바람이 나뭇잎을 훑는다. 펄럭이는 소리에 오오라가 발산되면서 가운데에 사람 형체가 잡힌다.

   흐늘거리는 머리칼은 달빛을 받고, 백색의 드레스 차림은 자태를 아름답게 바꿔놓았다. 검은 하늘에 반전되는 백색 옷을 입은 소녀의 등장이었다.

   눈가에 눈물을 뿌리며 살포시 눈을 감는 소녀. 이를 보던 칼자르트에게 익숙하면서도 불길한 직감에 눈을 부라린다.

 

   “안녕하세요.”

   “크르르….”

   “도움이…아니…….”

 

   떨리는 미성은 차분하면서도 안타까운 어조였다. 소녀는 자신의 가슴 위에 양손을 살포시 포개어 올린다.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조금만 보태주시면 됩니다.”

   “닥치고 정체가 뭐냐.”

   “죄송하지만 그건 밝힐 수가 없습니다. 저는 백색의 소녀라고만 해 두겠습니다.”

   “뭘 원하는 거냐.”

   “말 그대로입니다. 그대가 가진 힘이 필요합니다.”

   “날 알고 기습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대가가 뭔지도 알겠군.”

   “순순히 응하지 않으리라고는 예상했습니다.”

   “죽여주마.”

 

   칼자르트는 살의를 드러냈다.

   사실, 그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배경은 다름 아닌 어떤 입소문 때문이었다. 어둠의 숲에 들어갔다 나온 약초꾼에서 시작되어 암암리에 퍼진 소문의 내용인즉.

 

   ‘십수 년 전 죽었던 마녀가 어둠의 숲에 돌아다니고 있다.’ 라는 것.

 

   칼자르트는 정찰 겸 소문을 알아보라는 크노드공작의 명에 숲에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까부터 느낀 심상찮은 감에 신경이 예민해진 그에게 이들은 불난 집에 기름통 들이부어 버렸다.

 

   “그렇게 나오신다면 저희도 무력을 쓸 수밖에는 없습니다.”

 

   소녀의 말에 아쉬움이 적재되어 있었다.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것을 확신하자 고개를 살짝 저었다. 결국, 힘으로밖에 할 수 없다는 암묵적인 반응이다.

   그녀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소리와 동시에 벽안의 여자가 구체를 칼자르트 주변에 날렸다. 강철 장갑은 힘을 더욱 가해 그의 최소한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강하게 옥죄는 느낌에 그가 거친 숨을 토했다. 냉기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차가운 숨이 폐부를 연신 흔든다.

   칼자르트에게 고통이 파고들었으나, 직감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감이 그의 시선을 호수로 향하게 했다.

   호수 중앙에 그림자가 걸쳐 있었다. 그것이 물 위를 마치 지면처럼 걷자 눈매가 칼날처럼 변했다.

   그것은 백색의 소녀와 정반대로 흑색 옷을 입은 소녀였다.

   소녀는 드레스 차림새로 새까만 오오라를  자아내고 있었다. 영혼을 잃은 눈빛과 창백한 피부는 백색의 소녀와 그 느낌을 달리했다.

   흑의 소녀는 발레를 하듯 회전하여 칼자르트에게 다가섰다. 발끝으로 몸을 지탱하며 중심을 잡고 팔을 쭉 내뻗는다. 이내 칼자르트의 몸을 살며시 짚었다.

   호수 중앙으로 다시 되돌아간 소녀는 작은 인형을 안은 채 칼자르트를 향해 물체를 흔들었다.

 

 -으득.

 

   그가 이를 깨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피와 물에 젖은 털 한 줌이었다.

   이를 본 칼자르트는 흑의 소녀가 저주술을 능력으로 가지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녀는 인형 속에 털을 넣더니 작은 부적으로 싸맨다. 이내 자신의 손목을 손톱으로 긋는다. 베인 틈으로 검은 핏방울이 달려 파르르 떨었다.

   피는 인형 위로 떨어져 깊게 번졌다. 조금씩 검게 변하는 인형에 검은 오라가 일었다.

   흑의 소녀는 비소를 지으며, 인형의 팔을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칼자르트의 왼팔이 의지와 별개로 움직인다.

 

   “됐어.”

 

   흑의 소녀는 백색의 소녀에게 반쯤 감긴 눈빛을 보냈다. 몸을 조종하는 저주술이 완성되었다는 신호이다.

   백색의 소녀가 손바닥을 펴고 팔을 높이 들어 오라를 내뿜는다. 빛덩어리가 일더니 두 줄기의 빛이 흑의 소녀를 덮쳤다. 검은 오라와 뒤섞이더니 등 뒤에서 광채가 발했다.

 

   “준비됐습니다. 시작하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흑의 소녀가 자신의 살점을 살짝 뜯어 인형 속에 집어넣었다. 이를 지켜보는 칼자르트의 동공은 크게 흔들렸다.

 

   “이것들이!”

 

   흑의 소녀는 작은 단도를 소환해 자신의 드러난 복부를 칼끝으로 조금씩 찔러 넣었다. 칼날 따라 검은 피가 매달리자 뽑아 헝겊에 닦는 동시에 상처가 곧바로 나았다.

   칼자르트는 통증을 느껴 복부를 보았다. 작은 상처가 생겼는데, 소녀가 자기 자신을 찌른 곳과 정확히 일치했다.

   당황한 그는 자신을 노리는 이들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흑의 소녀가 물결을 딛고 그를 향해 다가섰다. 단도로 손목을 과감히 긁자 짙은 향의 피가 튀었다. 향이 사르르 풀려 주변에 번지자 그녀는 코로 마시듯 빨았다.

   혈향이 감돌면서 칼자르트의 코끝을 건들었다. 스며드는 향에 지진 난 듯 그는 몸을 떨었다. 금세 거친 숨을 내쉬더니 한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했는데 느낌이 맞아떨어질 줄이야.”

 

   칼자르트는 심상찮게 느낀 느낌이 무엇인지, 혈향을 통해 알게 되었다. 눈을 살포시 감고 머릿속에 남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기억의 잔상이 맺혔다.

   16년 전 몬스터 대란 당시의 이면 속, 또 다른 사건의 폭풍이 일었다. 한차례의 뇌리가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짧은 과거의 화면이 띄워졌다.

 

 

 

 ***

 

 

 

   참격 폭풍이 통로를 집어삼켰다. 검은 옷의 무리가 휩쓸려 핏물을 처절하게 내뿜었다.  이들은 숨구멍만 간신히 유지한 채 바닥에 널브러졌다.

 

 -턱, 턱, 턱, 턱.

 

   전진하는 걸음에 위압감이 감돈다. 칼자르트의 얼굴은 일그러져 분노로 가득 차있다. 그는 흑마철극을 휘두르는 데 있어 자비가 없었다.

   통로 끝에 강철 문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철극의 날이 문을 향하자 쓰러져있던 남자가 발목을 잡았다.

 

   “크아아악!”

 

   칼자르트가 남자를 철극으로 찔러 비튼다. 단말마의 비명이 터지고 남자는 숨통이 끊겼다.

   그는 문을 향해 호선을 그렸다. 섬뜩한 칼바람이 몰아치자, 강철 문이 힘없이 구겨진다. 기세를 몰아 몸을 틀어 돌려 차기했다.

 

 -쾅!

 

   거대한 굉음이 나는 동시에 문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 일부가 휩쓸렸다. 강철 문이 기둥과 부딪치자 사이에 낀 팔이 부르르 떨었다.

   통로에 있던 무리와 달리 앳된 모습의 소녀들이 대열을 갖춰 대기하고 있었다. 마치 칼자르트가 오기를 기다린 듯 마법탄 포화가 이어졌다.

 

 -펑! 퍼펑!

 

   수십 발의 섬광이 입구에서 터졌다. 밝은 빛이 터지고 자욱한 연기가 통로 한가득 메웠다.

 

 -쿠쿵!

 

   몇 분간 지속한 포격에 공간 전체가 흔들렸다.

   맨 앞에 지휘하던 소녀가 손을 들자 공세가 멈췄다.

 

   “크르르르르르….”

 

   연기가 가라앉고 늑대울음이 흘러들었다. 살기가 뻗치자 당황한 소녀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다. 이에 응하듯 칼자르트가 곧바로 튀어나왔다.

   소녀들 사이에 들어온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각종 기계가 세워져 있고, 유리관에 늑대인간이 줄에 감긴 채 있었다. 시선이 위로 향하자, 늑대인간의 주검이 기둥에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공간이 멈춘 듯 미동조차 없다.

 

   “갈고닉.”

 

   칼자르트가 막힌 말문을 간신히 열었다.

   시신은 몬스터 대란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울프나이트 동료이자 친구였던 늑대였다.

 

 -으득.

 

   강하게 깨물어 이에서 피가 흘렀다. 시선은 다른 울프족 시신을 향해 훑는다. 점차 그의 눈매가 매서워져 동공이 세로로 세워졌다.

   상황을 파악한 그는 크게 대노했다.

   이곳은 전사한 울프족을 두고 생체 실험을 감행한 장소였던 것이다.

   울프족의 몸은 죽어서도 거의 상하지 않는다. 그런 데다 드래곤에 필적할 만한 종족 중 하나였다. 덕분에 울프족의 주검은 실험할 좋은 표적이 되었다.

   하지만 동료애가 강한 울프족에게 죽은 늑대인간을 절대로 건들지 않는 금기가 있다.

   시신을 그대로 둬 다른 동물에게 먹이로 제공하고 자연에 환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울프족에게는 가장 명예롭게 여겨졌고, 죽은 자들에게 최대한 예우하는 것이기도 했다.

   종족을 떠나 친우의 시신을 생체실험에 이용하는 건 용납이 되지 않았다.

 

   “이런 짓을 하고도 살아남는 걸 바라는 건 아니겠지? 크르르르르르….”

 

   칼자르트는 주위를 에워싼 소녀들을 보더니 야수의 음파를 깔았다. 저주 어린 살기가 주변에 퍼지고 몸이 커지기 시작했다.

 

 -두두둑.

 

   가슴을 펴자 어깨가 넓어졌다. 더욱 덩치가 육중해져 엄청난 위압감을 낸다.

   울프족의 신체 변화 기술, 광폭화였다.

 

 -우웅.

 

   흑마철극이 공명음을 자아낸다.

   그 순간, 검은 참격이 주변을 강타했다. 허공에 뜬 덩어리가 두부처럼 썰려 반 토막이 났다. 순식간에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는 눈앞에 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썰고 베었다.

   이 상황에 휩쓸린 한 소녀는 동요가 인 얼굴을 한 채, 머리가 분리됐다. 단말마조차 내지 못하고 눈의 초점을 사라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핏물로 곤죽이 되어 서 있었다. 철극에 진득한 혈흔이 고여 핏방울이 떨어진다. 그의 주변에 흥건히 고인 붉은 웅덩이와 뒤섞인 시체들이 널려있다.

 

 -아우우우우우!!

 

   도륙의 중심에서 선 칼자르트는 갈고닉을 안고 하울링을 자아냈다. 슬픈 곡조에 깊은 원한이 파고들어 살의 본능이 일어났다.

 

   “모조리 찢어발겨 주마.”

 

   칼자르트는 울프족들의 시신을 눕힌 후, 생체 실험실을 빠져나갔다.

 

 -지직! 콰쾅!

 

   잠시 후, 강력한 전격이 눈앞의 공기를 찢고 분출했다. 불꽃이 방안의 벽면과 지면을 강타하고 충격파가 공간을 뒤흔든다. 굉음이 터져 벽면에 실금이 쫙쫙 그어졌다.

   그림자 무리가 이곳을 향해 들이닥치면서 상황이 더욱 혼잡해졌다.

   늑대의 그림자가 붉은 참격으로 궤도를 그리자, 무리가 두 덩어리로 분리되었다. 솟구치는 검붉은 액체가 벽면에 튀어 흘러내렸다.

   통로 쪽으로 향한 그림자 무리는 서로 뒤엉켜 형체를 잃고 사라졌다. 바닥에 붉은 액체와 덩어리가 섞였다. 물컹한 느낌을 씹으며 늑대의 그림자가 통로로 이동했다.

 

 -두둑.

 

   앞길을 막는 여자의 목을 혈 향 가득한 손이 꺾어버렸다. 반항한 번 못한 그녀는 힘없이 축 늘어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칼자르트가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온몸에 찢긴 상처를 한가득 담고 있었지만, 눈빛은 극한 살의에 닿아있었다.

   금속으로 된 벽면에는 고대의 문양이 길게 이어져 밝은 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곳은 멸족한 고대의 종족, 타이탄의 거대신전이었다. 그는 신전 내부에서의 도륙전을 펼치고 눈에 보이는 이는 족족 극으로 베어버렸다.

   그리 들어간 내부 깊숙한 곳에 실험용으로 쓰이는 기계가 움직이고 있었다.

   칼자르트는 문을 열고 기계 옆을 지나가자, 양옆에 여러 개의 유리관이 정렬되어 있다. 그 안에서 잠든 모습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생체병기였다.

   유리관 안에 헌혈하듯 주입되는 검은 피가 보이고 피 내음이 진해지자, 기억 속의 화면이 끊겼다.

   이후 바로 이어진 기억에 깨진 유리관과 그 안에서 찢겨 뭉친, 붉은 살덩어리가 들어왔다. 참혹히 도륙당한 생체병기 사이에서 칼자르트만이 무표정으로 서 있었을 뿐이다.

   사방에서 풍기는 혈 향과 뿌옇게 오른 핏빛 안개가 일어, 과거의 회상을 서서히 가렸다.

 

 

 

 ***

 

 

 

   도륙당한 생체병기의 피 내음, 이와 똑같은 혈 향이 흑색의 소녀에게서 나온 것이다.

   칼자르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살기를 쏟아내며 검붉은 눈을 부릅떴다. 그는 기습한 생체병기에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어떻게 너희 생체병기가 나타난 건지 묻지 않겠다. 다시 사냥해 주마! 크르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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