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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우연일까? 시작일까?
작가 : 해르
작품등록일 : 2020.7.31

어린 시절부터 줄곧 함께한 우연과 제노
곁에 있으면 투닥거리 바쁘고 곁에 없으면 허전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서서히 형태가 변해가는데
과연 두 사람은 지금의 이 친구관계를 청산할 수 있을까?

 
2화-하고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는거지
작성일 : 20-08-04 21:16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10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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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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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도 채 안 되는 짧은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날이었다. 교실은 아직 여름방학의 잔재가 남아있는 듯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열기로 후끈거렸다. 아이들은 한 아이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또 몇몇은 같이 매점 갈 친구들을 모아 반을 나서고 또 다른 몇몇은 책상 사이사이 통로를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열기는 비단 아이들의 만들어내는 열기만은 아니었다. 계절은 이제 9월 초에 접어들며 조금은 쌀쌀한 초가을 날씨가 분명한데 어째선지 낮에는 아직도 20도 후반을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선지 반 친구 중에는 아직도 하복을 입고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그건 제노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독 더위를 잘 타는 그는 사계절 중 여름에 가장 취약했다. 선풍기를 틀어놨음에도 불구하고 더운 건지 그는 휴대폰 게임을 하는 중간중간 연신 손부채질을 하고는 했다. 그런 제노의 옆에는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 우연이 있었다. 여름 방학 내내 낮과 밤이 바뀌는 곰과 같은 생활을 해왔던 우연에게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학교의 스케줄은 아직까지 적응할 수 가 없어 매 쉬는 시간마다 지금처럼 엎드려 잠을 자곤 했다.

 

 “아, 드디어 깼다. 이번 판.”

 

 마침 하고 있던 게임의 스테이지를 겨우 깬 제노가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교실을 둘러보았다. 찬찬히 교실 안을 둘러본 제노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향한 건 바로 그의 옆자리였다. 이 난리 속에서도 한치의 미동도 없이 곤히 자고 있는 우연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던 그가 그녀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와 교실 안은 시장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시끌시끌한데 우리 연이는 잘만 자네. 진짜 볼 때마다 신기하다니까. 어떻게 이렇게 잘 자지. 그렇게 제노가 우연을 바라보며 한참 신기해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그림자가 제노의 머리 위로 드리웠다. 그가 고개를 들어 그림자의 주인공을 확인해보니 같은 반 친구인 재용이었다.

 

 “야, 이제노. 점심시간에 옆 반이랑 농구 뜨기로 했다.”

 “같이 할 거지?”

 

 친구들은 기대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제노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제노는.

 

 “이 더위에 골로 갈 일 있어? 싫은데.”

 

 핸드폰에 시선을 둔 채로 단박에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자 재용은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는 듯 다시 한번 제노에게 제안하였다.

 

 “아, 네가 없으면 무슨 재미로 농구하냐?”

 “어라? 무슨소리일까? 농구 할 때 재밌는 사람은 따로 있잖아. 안 그러니 재용아?”

 

 제노가 하는 말이 얼마 전 주말에 반 친구들끼리 했던 농구 경기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를 하는 것임을 눈치챈 재용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바로 요즘 가장 핫한 NBA의 농구선수를 흉내 내 보겠다며 주위의 만류에도 기어코 농구선수를 따라 했던 재용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난 농구공에 얼굴을 맞아 쌍코피를 흘리고 만 바로 그 일을 말이다.

 

 “풋.”

 

 그러자 다른 친구들도 다시 한 번 그때의 일이 생각난 듯 웃음이 터졌다. 재용은 웃음이 터진 친구들을 째려보며 나지막하게 경고했다.

 

 “야.”

 “미안.”

 “크흑.”

 

 하지만 그 경고는 이미 웃음이 터져버린 친구들에게는 별로 소용이 없었다. 몸을 뒤로 돌린 채 서로 머리를 맞대며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는 친구들의 모습에 그는 오히려 분노를 느끼었지만 간신히 참아내고 본론을 꺼내었다.

 

 “진 반이 이긴 반 전체한테 아이스크림 쏘기로 했다고. 이건 반드시 해야 하는 거야.”

 “맞아 우리 반 친구들을 위해서 네 한 몸 희생하라고!”

 “역시 목적은 따로 있었나.”

 

 그렇다. 지나친 아부의 목적은 역시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반 전체 아이스크림이라는 부상을 꺼내보아도 제노의 반응은 한결같이 평온하기만 하였다. 그러니 제노의 그런 모습에 재용은 더 초조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야 너 할 거지? 그치? 할 거잖아.”

 “흐음... 생각해볼게.”

 “이 다음 수업 시간 끝나면 바로 점심시간인데 뭔 생각이야 아 너 꼭 해 무조건 시킨다, 내가.”

 

 제노가 농구에 참여하지 않을까봐 초조해 죽겠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너무나도 여유로운 제노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재용은 저 밑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런 재용의 마음과는 반대로 오히려 제노는 한술 더 떠 하고 있던 핸드폰 게임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재용에게 윙크하며 말했다.

 

 “그래 행운을 빌어.”

 

 그 모습에 울화가 치밀다 못해 들끓고 있음을 느낀 재용은 지금 당장 제노의 멱살이라도 잡아채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꼈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절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가 들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재용이었기에 제노에게 향하려 했던 손을 애써 걷어내 자신의 머리를 헝클였다. 아 진짜 짜증나네. 하여간 이제노 두고 봐라. 내가 너 어떻게든 농구 시킨다. 분노를 참느라 얼굴이 잔뜩 붉어져있는 재용을 다른 친구들은 이해한다는 듯 그의 어깨와 등을 툭툭 다독이며 재용을 제노에게서 멀리 끌어냈다. 그렇게 재용을 물리치는데 성공한 제노는 자신의 뜻이 성공했음을 기뻐하며 다시 핸드폰 게임에 열중하려 했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금세 또 다른 손님이 그를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야, 이번 점심시간에 농구.”

 “응 이미 들었다.”

 

 

 제노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 그러냐?”

 “아니... 넌 이 더운 날에 농구가 하고 싶어?”

 

 핸드폰을 책상에 내려놓은 제노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그에게 물었다.

 

 “엉. 공짜 아이스크림이 걸린 거라면 하고 싶어.”

 

 뭘 그런 당연한 걸 묻냐는 듯 재원이 태연히 대답하자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제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나 대신 잘하는 애 추천해줄게. 난 좀 빼줘.”

 “그런 사람이 누가 있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재원의 반응에 제노는 자신의 옆을 턱 짓으로 가리켰다. 옆에? 재원의 시선이 그의 턱짓을 따라가자 보인 사람은 다름 아닌 우연이었다.

 

 “...돌았냐? 라고 말하고 싶은데 네 말이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차마 반박을 못 하겠다.”

 “아마 2명 몫은 거뜬히 해낸다고 난 생각해.”

 “개...”

 

 개소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재원이 생각하기에도 그동안에 우연이 보여줬던 놀라운 운동신경을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신빙성 있어 보이는 말이었다. 재원은 생각했다. 분명 이놈이 자기가 하기 싫어서 선우연을 끌어들이고 있는 게 분명한데 난 왜 얘가 하는 말이 다 납득이 가는 거지? 하지만 여기에도 큰 난관은 존재했다.

 

 “야, 근데 얘는 귀찮다고 절대 안 하려 할 거 아냐 아무리 아이스크림이 걸려 있다 해도.”

 “당연하지.”

 “장난해. 진짜?”

 

 단박에 고개를 끄덕이는 제노의 행동에 재원이 반발했다. 그러나 제노는 그런 재원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재원아 내 말에 담긴 숨은 뜻을 좀 알아주렴. 하기 싫다고 에둘러서 거절하고 있는 거잖아. 지금.”

 “아 왜 하자 농구. 너 농구 좋아하잖아. 너 있으면 우리 반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해볼게.”

 “아, 너 무조건이야 내가 너 무조건 5명 안에 넣는다.”

 

 자신을 5명안에 넣을 거라고 벼르고 있는 재원을 보면서도 제노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만이 가득했다.

 

 “도대체 뭐냐? 그 미소는?”

 “흐음~”

 

 어차피 점심시간 종 울리자마자 다른 애들이랑 팔 하나씩 붙잡고서 끌고 갈 건데 쟤는 뭐 저리 천하태평이야. 그러나 재원은 알지 못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그 계획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제노에게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이윽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일찍 가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어 줄을 오랫동안 서야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우연 때문에 언제나 느지막이 점심을 먹는 그들이 제법 한산해진 급식실 안에서 배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연은 그곳에서 쉬는 시간 내내 잠을 자느라 듣지 못했던 점심시간 내기 농구에 대한 이야기를 예진에게서 전해들을 수 있었다. 예진이 모든 이야기를 끝내자 그제야 아까의 모든 상황이 단박에 이해가 되는 우연이었다.

 

 “어쩐지 네가 왜 갑자기 선생님 노트북을 갖다 드리나 했다.”

 “무슨 소리야 연아. 난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러 나온 행동이었어.”

 “웃기고 있네. 네가 한재원이랑 애들 표정을 봤었어야 했는데.”

 

 그때 걔네 표정은 선생님이 앞에 계심에도 불구하고 널 없애 버리고 싶다는 표정이었다고 예진이 덧붙어서 하는 말에 우연이 고개를 끄덕거리었다.

 

 “뭐 자기가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하는 거지.”

 “그래. 바로 그거야.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하는거 역시 연이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그가 신이 난 표정으로 한 손을 우연에게 내밀었지만 우연은 그저 식판을 든 채로 조용히 제노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러나 제노는 우연의 무시에도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향한 내민 손에 자신의 다른 손을 가져다 대며 자축의 하이파이브를 하였다.

 그리고 마침 줄이 줄어들기 시작하며 예진의 앞자리가 비자 예진이 앞쪽으로 한 발 옮기면서 말했다.

 

 “근데 연아. 한재원이 이제노 안 뛰면 너 뛰게 할 거라고 그러던데.”

 “.. 뭐?”

 

 지금 뭐라는 거야? 자신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농구 내기였는데 알고 보니 그녀 자신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을 듣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멍하니 두 눈을 깜빡거리던 우연은 이내 빠르게 머리를 굴려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냈다.

 

 “장난해? 너 왜 농구 안 하냐? 반 애들을 위해 네 한 몸 불 싸질러야 할 것 아냐?”

 “와 선우연 태세 전환 보소.”

 “우디르 급이네.”

 

 참으로 빠른 태세 전환에 두 사람이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씩 하였다.

 

 “아니 조금 전에는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며.”

 “응 근데 거기에 내가 포함되면 말이 달라지지.”

 “그럴 줄 알았다.”

 

 제노가 입을 비쭉 내밀려 투덜거렸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연이 그에게 반박했다.

 

 “그러게 누가 멋대로 나를 넣으래?”

 “아니 내가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 재원이가 그렇게 말한 거라니까.”

 “웃기지마. 처음 제안은 분명 네가 했겠지. 너 대신 나 넣으라고. 아마 두 명 몫은 거뜬히 해낼 거라고. 안 그래?”

 

 마치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복사해 옮겨놓은 것 같은 우연의 말에 제노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러자 우연의 표정이 단박에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변하였다. 그렇게 둘은 ‘아까는 하기 싫다면 하지 말라 했잖아!’ 라는 말에 ‘누가 내 의사 없이 멋대로 날 농구 게임에 참가 시키래?’라는 반박으로 한참을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나 둘의 말싸움은 아무런 진척이 없었고 오로지 저 두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둘의 언성은 점점 높아져가고 그런 둘을 향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들도 많아졌다. 이쯤대면 누군가가 말릴 법도 한데 예진은 방관자 마냥 두 사람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실로 난장판이 따로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멈출 것 같지 않았던 그들의 실랑이도 ‘너희 밥 안 먹니?’ 하고 물어오는 급식 아주머니의 질문에 ‘아니요, 먹어요!’라는 대답과 함께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소강 되었다.

 

 “그래도 농구는 보러 가는 거지? 반 애들 다 간다던데.”

 

 예진이 둘에게 넌지시 물었다.

 

 “가면 나는 애들한테 죽는 거 아냐?”

 “뭔 솔? 넌 가도 죽고 안 가도 죽는 거야.”

 “아. 맞다.”

 

 실로 명쾌한 우연의 답에 예진도 물 컵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거리었다. 그런데 들어올린 그녀의 물 컵이 너무나도 가볍게 느껴졌다. 뭐지? 예진이 슬쩍 컵 안을 확인해 보니 안에는 물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결국 몸을 일으킨 예진은 물을 떠오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자리를 떴다.

 멀어져 가는 예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우연이 슬쩍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제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우연의 눈에 김치찌개 위의 애꿏은 두부만 툭툭 건드리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제노의 모습이 들어왔다.

 

 “지금이라도 가서 하지.”

 “...어?”

 “사실 하고 싶잖아.”

 

 목적어가 생략된 말이었음에도 제노는 우연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일단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보기로 하는 제노였다.

 

 “뭐가?”

 “농구.”

 

 시치미를 떼는 제노에게 묵직한 직구 한방이 돌아왔다.

 

 “음... 무슨 소리일까?”

 “말 돌리지 말고. 괜히 주목받기 싫어서 덥다는 핑계 대지 말고.”

 

 역시 이미 제노의 속마음을 모두 눈치 채고 있던 우연이었다. 남들보다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것과 반대로 언제나 주목받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그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상황이 찾아오면 이런 방법으로 발을 빼고는 하였다. 그리고 이를 어린 시절부터 제노와 쭉 함께 해온 우연이 모를 리는 없었다.

 완벽하게 정곡을 찔린 그는 금세 말이 없어져서는 뚱한 얼굴로 식판만 바라보았다. 그런 제노가 답답해진 우연이 그에게 한소리 하기 위해 입을 열려했지만 저 멀리서 다가오는 예진을 발견하고서는 도로 입을 다물었다. .

 

 “무슨 얘기했어?”

 “아무것도.”

 

 우연은 별 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를 예진은 빠르게 감지했다. 흐음 글쎄. 이 분위기로 봐선 아무것도가 아닌 것 같은데. 조용히 둘을 번갈아 바라보는 예진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 * *

 

 급식을 다 먹은 후 세 사람은 한참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농구 코트로 향했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농구 코트 쪽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중에는 이 내기와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다른 반 아이들도 섞여 있어 농구코트는 더욱 복잡해 보였다.

 북적북적한 인파 속을 헤매며 겨우 반 친구들이 있는 곳에 도달한 그들이 슬그머니 앞자리로 향하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친구들의 시선이 단숨에 한 사람을 향해 쏟아졌다. 물론 거기에는 원망과 분노의 목소리도 함께였다.

 

 “하... 저 자식 지금 오는 것 봐.”

 “진심 이 농구공 골대가 아닌 저 자식 머리를 향해 던지고 싶다.”

 

 자신을 향하는 살벌한 친구들의 목소리에도 제노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아주태연하게

 

 “얘들아, 현재 스코어가 어떻게 돼?”

 

 현재 스코어에 대해 물어보았다.

 

 “스코어?”

 “보면 모르냐?”

 “우리가 3이다 됐냐?”

 

 고작 스코어 하나 물었을 뿐인데 엄청난 반응이 쏟아졌다. 현재 스코어는 6:3으로 제노의 반이 확실히 밀리는 상태였다. 이렇게 가다간 꼼짝없이 아이스크림은 우리가 사야할 것이 분명한데... 안돼 아무래도 그건 안돼!

 

 “아직 지금이라면 안 늦었다고 생각한다. 얼른 이리와서 우리랑 함께해. 선우연.”

 “뭐래? 꺼져.”

 “푸핫.”

 

 단호하게 거절하는 우연의 말에 예진과 제노가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불안한 자신의 마음과 반대로 신나게 웃어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재원은 더더욱 분노가 타오름을 느꼈다.

 이것들이 남은 초조해 죽겠는데. 그러나 재원의 분노는 쉬는 시간이 종료됐다는 심판의 말에 가로막혀 버리고 그런 재원을 바라보던 다른 친구들은 네가 참으라며 위로의 뜻으로 그의 어깨를 툭 치고는 하였다.

 그래. 내가 참자 참아 .재원이 발걸음에 분노를 실어 쿵쿵대는 소리와 함께 다시 농구 코트로 향하였다. 그렇게 다시 경기는 시작되었으나, 상황은 아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상대편이 더 우세했고 재원과 친구들은 모두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그때 농구공을 들고 있던 상대편을 방어하던 호준이 상대방과 충돌하며 크게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이들은 빠르게 경기를 중단하고 넘어진 호준의 곁으로 모였다.

 

 “야 너 괜찮냐?”

 “아니 존나 아파.”

 “다친 데는?”

 “발목 살짝.”

 

 재용은 얼른 호준의 앞에 앉아 그의 발목을 이리저리 만져보자 순간 발목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호준의 얼굴이 찡그렸다. 그러자 그 옆에서 내내 안절부절 못하던 상대편 선수가 얼른 호준에게 사과를 건네었다.

 

 “미안해. 내가 순간적으로 너무 세게 쳤나 봐.”

 “아냐, 내가 잘 못 본 것도 있는데 뭐. 괜찮아.”

 

 서로의 탓을 하지 않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용의 한 마디가 그 분위기를 완전히 깨버렸다.

 

 “이거 아무래도 선수 교체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은 도저히 뛸 상태가 아니야.”

 “아...”

 

 확실히 빨갛게 부어있는 호준의 발목 상태는 지금 당장 농구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 말에 상대편 친구는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니 호준은 괜찮다며 그를 위로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호준의 빈자리를 대신 해줄 새로운 친구를 데려와야 경기를 마저 진행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친구들이 호준 친구들을 생각해 내었지만 막상 떠오르는 친구가 없었다. 아마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 생각이 잘 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재원만은 달랐다. 호준이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자마자 그를 대신하여 경기를 진행해줄 사람은 재원의 머릿속에서는 오직 단 한사람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우연과 예진은 동시에 그들의 사이에 서 있는 제노를 쳐다보았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호준의 발목 상태를 확인한 재원이 농구 스탠드를 바라보며 외쳤다.

 

 “야 얼른 들어와 이제노.”

 “......”

 “그래 나 지금 농구 못한다. 네가 해야 해.”

 

 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제노는 여전히 가만히 서 있었다.

 그에게서 움직일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답답해진 재원이 그를 데려오기 위해 움직이려 했지만 우연과 예진이 움직임이 그보다 한 발 더 빨랐다.

 예진의 손이 제노의 등을 코트로 떠밀었고 동시에 우연이 제노의 오금을 살짝 발로 차며 밀었다. 아무 생각 없이 얌전히 서 있던 제노가 둘의 움직임에 농구 코트 위로 휘청거리며 들어가자 그 앞에서 기다렸다는 듯 제노를 낚아챈 친구들은 왜 이렇게 느려 터졌냐고 한 마디씩 던지며 얼른 제노의 머리 위로 조끼를 입혔다. 마침내 제노에게 조끼를 다 입힌 친구들이 물러서자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호준이 제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야 나 대신 꼭 이겨야 한다. 알지?”

 

 이게 뭐가 어떻게 된거지? 그때까지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제노는 지금이 이 상황이 그저 얼떨하기만 하였다. 그러나 이내 심판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 그는 비로소 정신이 들었고 정신이 들자마자 한 행동은.

 

 “어 잠깐만”

 

 바로 경기 중단을 선언이었다. 경기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경기를 중단하는 제노에게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꽂혔다. 이놈이 뭐가 불만이라고 또 이러는 걸까? 라는 생각으로 재원이 제노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그 움직임은 곧 멈추었다. 제노가 경기를 중단한 것은 자신의 휴대폰을 우연에게 맡기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제노가 다시 코트로 들어오자 심판이 다시 외쳤다.

 

 “자 경기 다시 시작.”

 “와 아아아!!!!”

 

 그렇게 길고 길었던 준비 시간을 거쳐 경기는 마침내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서 상대팀인 3반 선수들은 재원을 비롯한 다른 친구들이 왜 그렇게 제노를 이 경기에 넣으려 한 건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광경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제노는 투입 된 지 10분도 안 되어서 벌써 혼자서 2골을 넣어 버린 것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그는 지금 미쳐 날뛰고 있었다. 물 만난 고기 마냥 날뛰는 제노의 모습을 보고 있던 상대방이 다른 친구에게 물었다.

 

 “쟤 뭔데 왜 이렇게 잘하냐?”

 “내가 알겠냐? 도대체 저기서 어떻게 골이 들어가는 건지.”

 

 옆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그들에게 말했다.

 

 “쟤 원래 잘해. 내가 말했잖아 3반에서 한 놈만 없으면 된다고.”

 “아 걔가 쟤였어?”

 “와 아아아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3반 친구들이 있는 스탠드 쪽에서 환호성 소리가 들려왔다. 제노의 토스를 받은 재원이 한 골을 더 넣은 것이었다. 그들은 그 모습을 또 한 번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벌써 3골이나 먹었는데도 반 친구들이 정신을 못 차리자 같은 반 친구가 그들에게 소리쳤다. 야! 지금이 잡담할 때야? 얼른 막아! 그제야 그들도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완전 멋있다 이제노!!!”

 

 예진이 제노를 보며 크게 소리치자 제노가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찡긋 윙크해주었다. 제노의 윙크에 3반 여자 친구들이 더욱더 환호하는 반면 우연의 반응은 그저 심드렁하기만 했다. 오히려 윙크를 받은 우연보다는 옆쪽의 2반에서 반응이 더 큰 것 같았다.

 

 “아씨 방금 윙크하는 거 봤어?”

 “진짜 개 존잘이다. 완전 잘생겼어.”

 “그러게 얼굴뿐만 아니라 농구도 존잘남이었어.”

 

 그 소리를 듣고 어쩐지 불안해진 예진이 우연에게 물었다.

 

 “괜찮을까 쟤?”

 “뭘 한두 번이냐? 잠깐 좀 시끄러웠다가 말겠지.”

 “아하... 그래서 네가 이 경기 시킨 거구나.”

 “넌 아니냐?”

 “응 난 아이스크림을 위해서 한 거였거든.”

 “얼씨구.”

 

 자기는 모르겠다는 듯 태평하게 웃어 보이는 예진이지만 우연은 알고 있었다. 자신보다 더 눈치가 빠른 예진이 자신이 알아챈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을 리는 없다고. 아마도 자신이 점심시간에 제노에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먼저 그에게 얘기를 꺼냈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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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찾아라 드래곤 아니 선생님에 대한 정보! 2020 / 8 / 27 242 0 7754   
15 15화- 게임속의 숨은 의도 2020 / 8 / 27 244 0 7708   
14 14화-이 게임의 메인이벤트 2020 / 8 / 26 237 0 6744   
13 13화--수업시간에는 원래 수업보다는 놀고 싶… 2020 / 8 / 26 237 0 7743   
12 12화-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2020 / 8 / 25 240 0 7301   
11 11화- 그렇게 매번 모르는 척 2020 / 8 / 25 247 0 7161   
10 10화-판도라의 상자(2) 2020 / 8 / 25 231 0 8637   
9 9화-판도라의 상자 2020 / 8 / 25 245 0 8537   
8 8화-정체불명의 손님 2020 / 8 / 18 235 0 6130   
7 7화- 상담의 결과 2020 / 8 / 18 243 0 6668   
6 6화-단지 시간이 필요한 일 2020 / 8 / 11 263 0 6552   
5 5화 -네 손에 들어있는것이 정녕 그것이냐 2020 / 8 / 11 234 0 9773   
4 4화- 우리 모두 언제나 뒷통수를 조심하자 2020 / 8 / 10 239 0 7480   
3 3화-그거 안해도 아무일도 안일어납니다 2020 / 8 / 10 248 0 7064   
2 2화-하고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는거지 2020 / 8 / 4 270 0 10075   
1 1화- 넝쿨째 굴러들어온 그녀석! 2020 / 7 / 31 411 0 7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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