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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기억사형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사형수들의 기억을 지우고 사회로 보냄으로써 발생하는 이야기

 
기억사형(16)
작성일 : 20-08-04 16:13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8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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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대규모 병력들이 그 군사기지로 출발하였다. 사방엔 차량의 엔진소리만 제외하면 고요했다. 적의 본진을 친다는 건 지금까지 작전 중에 가장 위험한 일이기 때문인지 분위기는 진지했다. 병사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였고 그 때문인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쓸데없이 총을 만지작거리는 사람도 있었고 살아서 돌아올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1군 사령관은 지도자가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도록 도주 예상 경로에도 일부의 병력을 두고 나머지 병력들은 지도자가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군사기지로 움직였다. 군사기지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주변엔 산이 점점 많이 나타났다. 예전에 본 것처럼 그 군사기지는 근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아직 혁명군이 군사기지 공격 사정권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국군의 대규모 공중폭격이 시작되었다. 하늘에 전투기가 대를 이루어 날라 다녔다. 여기저기서 고막을 찢는 듯한 폭탄소리가 들렸다. 차량들은 긴급히 사방으로 펴졌다. 운이 없던 차량과 병사들은 이미 폭격에 맞아서 산산조각 나서 사방으로 날라 갔다. 병사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넋이 나갔다. 간부들이 정신을 차리라고 괴성을 지르자 병사들은 제 정신을 찾았다. 그리고 뒤에서도 기습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근방에 잠복해있던 국군의 공격이었다. 혁명군들은 총격을 벌이며 이동을 했다. 총에 맞은 시체들이 사방을 수놓았다. 아마 대부분의 이번 전쟁 때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 것이다. 이미 각오는 했었지만 자신들이 사람들 죽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다. 1군 사령관은 상황을 지켜보며 국군이 이정도로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아 지도자가 이곳에 있을 것을 확신하였다.

  그들은 많은 희생 끝에 국군의 군사시설 근방에 도착했다. 신식 군사시설답게 셀 수 없이 많은 대포가 있었고 그곳의 뒤와 옆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다방면에서 공격하기가 쉽지 않았다. 혁명군은 더 이상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일단 포격만 시작했다. 그곳을 고립시킨 후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도 있겠지만, 혁명군이 그 군사시설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병력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약해진 곳을 지원 온 외부의 국군이 타격하여 각개격파 당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시민혁명군은 장기전에서의 훈련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차라리 더 빨리 공격해서 국군이 지원 병력이 오기 전에 끝내기로 했다.

  혁명군은 그 다음 계획을 시작했다. 먼저 전투용으로 개조한 팔이 달린 기계를 착용한 시민혁명군이 근처의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그들은 망원경을 이용하여 군사시설을 파악했다. 군사시설의 무기들은 공격을 한 뒤 덮개가 닫히는 형태였다. 국군은 미사일로 공격을 한 뒤 혁명군이 공격할 때는 덮개를 닫아서 손실을 최소화했다. 그들은 그 관측한 내용을 전파했다.

  1군 사령관은 다른 작전을 실행했다. 명령에 따라 혁명군이 포격을 일제히 멈추었다. 그러자 군사시설의 덮개가 열리더니 국군이 혁명군이 있는 방향으로 미사일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산에 숨어있던 시민혁명군이 군사기지로 이동하면서 박격포를 날리고 어깨에 달린 바주카포를 이용하여 내부를 타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형을 잘 알기 때문에 다른 병력들 보다 정교하게 타격할 수 있었다. 이전의 공격에 비해 이번에는 국군을 상당히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명령에 따라 돌격이라는 괴성이 들리며 모든 지상병력이 전진했다. 비상이 포함한 병력은 뒤에서 전진하였다.

  폭음과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병사들은 자신이 살아있는지도 죽었는지도 잊고 군사기지로 달려갔다. 옆에 있던 전우들이 폭탄에 맞아 날라 가고 총에 맞아 쓰려졌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제정신일 수가 없었다. 수많은 시체들이 사방을 가득 메웠다. 땅은 포탄에 의해 울퉁불퉁해졌다. 국군이 아무리 공격을 하더라도 진군하는 그 수많은 병력들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혁명군은 두꺼운 벽에 폭탄을 설치하여 금을 가게 만들었다. 또 다른 병력들은 밧줄을 벽 위로 쏘아서 그것을 타고 올라갔다. 먼저 밧줄을 타고 올라가는 병사는 드릴로 벽을 뚫어 커다란 못을 지그재그로 박아서 뒤의 사람이 그것을 잡고 올라가도록 만들었다. 기계팔로 벽을 조금씩 부숴서 그 틈을 잡고 암벽등반 하듯이 올라가는 병사도 있었다. 자주포도 가까이 전진해서 병사들이 없는 벽에 집중적으로 공격을 했다. 부서지지 않을 것만 같던 두께의 벽들이 점점 무너졌다. 병력들은 무너진 벽들을 기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안에도 상당한 수의 국군이 있어서 병력들이 계속 죽어나갔다. 워낙 많이 죽어서 시체와 벽의 잔해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비상이 포함한 병력은 군사시설 벽의 외곽에 내렸다. 비상도 기계 팔을 장착한 채 내렸다. 비상은 무언가를 찾으려고 바닥을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 위에서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가 추락해서 비상과 병력들이 흩어졌다. 비상은 그것을 피하기 위해 몸을 던져서 안경에 금이 갔다. 흙색과 검은 연기가 사방을 뒤덮었다. 놀란 비상도 쿨럭거리는 입을 막고 외곽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걷다보니 벽을 벗어났고 사람들의 비명과 무기의 폭음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는 벽 바깥의 산 비탈길까지 갔다. 비상은 기계팔로 주변과 바닥을 뒤적거렸다. 비슷한 기계를 써본 적이 있어서 능숙하게 다루었다. 비상은 나무를 뒤적거리기도 하고 흙더미를 파헤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원판모양인 특이한 바위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뛰어갔다. 비상은 온 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그는 그 수상쩍은 바위를 들어올렸다. 그러더니 네모난 철판이 보였다. 누가 봐도 수상한 것이었다. 그는 기계를 이용하여 조심스레 철판을 열었다. 그것은 바로 통로의 입구였다. 비상은 발견했다는 기쁨과 몸이 지쳐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비상이 건설현장에 있을 때 외곽으로 연결하는 수상한 통로를 만드는 걸 봤었는데 아마 이것이 지하 벙커에서 바깥으로 탈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때 내부의 병력이 거의 소탕되었다는 무전이 들렸다. 비상은 산 비탈길에서 주변을 한 번 보았다. 벽은 높아서 안쪽이 잘 보이진 않았는데 바깥에 병사들이 거의 없는 것을 보아 대부분의 병력은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측했다. 비상은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생각하다가 무언가 번뜩 떠올라서 긴급하게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손목신분증을 들었다.

  “지금 병력을 모두 대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군사시설은 주변이 산과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이고 상당한 깊이의 벙커가 지하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혁명군이 군사시설 내부에 들어가는 순간 주변에 심어둔 폭탄을 터트려 고립시킨 후 독가스를 살포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지하 벙커의 통로로 추정되는 것을 발견했는데 좌표를 말해 드릴 테니 지원 병력을 와주셨으면 합니다.”

  비상은 다른 손으로 손목 신분증을 쌔게 붙잡으며 초초하게 기다렸다. 잠시 후 누군가의 대답이 들렸다.

  “그렇게 하겠다.”

  그 대답을 듣고는 긴장이 풀려서 두 손을 바닥에 대고는 숨을 골랐다. 이곳의 군사시설은 분지 지형이었고 지하 벙커는 상당히 깊숙한 곳에 위치되어 있다. 그리고 국가연구단지에서 신형 독가스를 개발 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만약 독가스를 살포한다면 여기만큼 좋은 장소가 없을 것이다. 독가스가 살포되는 시점은 아마 군사시설의 국군의 지상병력이 전멸할 때 일 것이다. 그리고 독가스가 사라질 때 쯤 벙커에 숨은 국군의 잔여병력이 나와서 나머지 병력을 처리할 생각일 것이다.

  지시를 받은 벽 외부의 병사들은 더 이상 군사기지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고, 내부의 병사들이 군사시설 밖으로 긴급하게 대피하였다. 국군은 혁명군이 급하게 도망가는 걸 보고 작전이 들킨 것을 알고 계획을 실행했다. 그 순간 벽들의 주변 내부 바닥이 폭발하더니 깊은 홈이 파였고 그와 동시에 초록색 가스가 살포되었다. 독가스가 살포되는 근방에 있던 병사들은 가스를 마시고는 두 손으로 목을 잡더니 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병사들은 놀라서 재빨리 방독면을 착용하였다. 가스에 닿은 피부는 불에 탄 것처럼 따가웠다. 안에 있던 병력들은 방독면을 쓴 채로 미친 듯이 무너진 건물을 기어서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였다. 내리막길에선 급한 건지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는 몰라도 굴러서 내려오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기존의 독가스와 달라서 방독면에 조금씩 새어 들어 왔지만 다행히 미리 도망쳐서 상당한 병력들이 살아나왔다. 병사들의 몸은 상처투성이였고 가스에 닿은 사람들은 큰 물집이 잡혔다.

  비상이 있던 곳에 많은 수의 병력들이 지원이 왔다. 통로의 입구에 있던 커다란 철판을 부수고 그들과 함께 그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의 안에서는 바깥이 해가 비춘다는 것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암흑으로 뒤덮였다. 그 길은 계단이 끝없이 이어져서 손전등을 비춰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함정이 있을지도 몰라서 조심하며 두리번거리며 한발 한발 그들은 계속 걸어갔다. 내부는 고요했다. 들리는 것은 자신들의 발자국 소리와 옆 사람의 거친 숨소리뿐이었다. 너무 깊어서 도착하기도 전에 지칠 것 같았다. 계단의 끝이 보이자 그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여전히 내부는 소리 없이 어둠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벽에 붙어서 조금씩 전진했다. 그리고 조명탄을 안으로 집어 던졌다. 태양이 나타난 듯한 빛이 통로까지 뒤덮였다. 그들은 통로의 벽에 붙어서 어떠한 움직임이 있는지 주시하면서 총을 겨누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는 병사들이 신호와 함께 동시에 통로 안으로 들어가서 총구를 전방으로 하며 사방에 퍼졌다. 그렇게 해서도 아무런 인기척이 나지 않았다. 그제야 마음을 놓고 전등으로 사방을 샅샅히 둘러보았다. 그 안에는 개미집처럼 여러 갈림길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천천히 주변을 탐색하였다. 문이 있는 곳은 총을 겨눈 채로 발로 문을 걷어찼다. 하지만 내부엔 아무것도 없었다. 방의 사방엔 아무것도 없이 막혀있기만 했다. 이것도 함정인가 싶었지만 아무것도 나타나진 않았다. 옆에 문을 열어봐도 마찬가지였고 여러 문들을 다 열어봤지만 내부는 모두 비어 있었다. 이미 다른 통로를 통하여 빠져 나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군사기지 일대를 둘러싼 혁명군이 지도자를 발견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아서 내부 수색을 계속하기로 했다. 병력들이 흩어져서 지도자를 찾았다. 내부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아무런 흔적도 되어 있어 않아서 지도가 없으면 길을 잃을 정도였다. 사람은 발견하지 못하고 가끔 돌다가 아군끼리 서로 발견하고는 순간 깜짝 놀라기만 할 뿐이었다. 비상은 돌아다니다가 너무 수상할 정도로 계속 보이지 않기에 이것도 함정인가 싶었지만 그러기엔 느낌상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자신들이 있을 지하 벙커에까지 가스가 나오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무전으로는 계속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는 보고만 받았다. 비상도 상당히 깊은 곳으로 들어갔는데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상한 것은 이렇게 어두운 곳에 전등하나 부착되어 있지 않았다. 수많은 방이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보관을 하던가 또는 병력들이 대기하는 공간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방의 내부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무언가를 보관하는 곳은 아니었다. 만약 그곳을 전부 비웠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내부에는 보관대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물건까지 치울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굳이 치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또 병사들이 대기하는 공간이라는 것도 이상하다. 그 많은 방에 병사들이 있는 공간이라면 이런 통로에 적어도 조명정도는 있어야 한다. 또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 이유는 없다. 이정도로 복잡하게 만들면 병사들조차 길을 잃고 제때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비상은 갑자기 뭔가 생각나서 더 이상 방을 수색하지 않고 기계팔로 벽을 툭툭 치며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걸어갔다. 비상은 점점 깊이 들어가서 이젠 혁명군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벽을 치는 소리가 약간 공허한 느낌이 있어서 걸음을 멈추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쾌감이 비상이 몸에 전율했다. 그리고 보조가방에서 주섬주섬 접착식 폭탄을 꺼냈다. 혹시나 잘못 건드려서 터질까봐 조마조마했다. 한 손으로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고 벽에 그 폭탄을 붙였다. 그러고는 재빨리 벽이 꺾여있는 곳으로 가서 그곳에 등을 붙였다. 잠시 후 폭발소리가 들리며 연기가 사방을 메웠다. 빛이 폭발한 곳에서 새어나왔다. 그리고 빛 사이에서 여러 사람들의 그림자가 보였다. 비상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소리쳤다.

  “지금 이곳은 포위되었다. 당장 항복하고 나와라!”

  그 말을 하자 총이 비상이 숨은 맞은 편 벽으로 발사되었다.

  “그만하게! 이미 승부는 끝난 것 같네.”

  그 말에 총소리가 멈추었다. 비상은 벽에 기대어 조금씩 다가갔다. 연기가 조금씩 걷혔다. 비상이 얼굴을 벽에 대고 안의 모습을 슬쩍 보았다. 그 안에는 상황을 보기 위한 여러 개의 모니터가 있었고 기계를 조작하는 장치가 있었다. 또,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보던 지도자의 뒷모습과 병사들이 보였다. 아까 전에 그 목소리는 지도자의 목소리였다. 비상은 놀라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 지도자는 체념한 듯이 말을 했다.

  “자네는 역시 똑똑하단 말이야. 우리 국가에 얼마 없는 참 훌륭한 인재야. 죽이기 아까울 정도로…….”

  지도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기운 없이 뒤돌아보았다. 그에겐 더 이상 저항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지도자의 옆에 있던 병사들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총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비상은 방심하지 않고 고함을 질렀다.

  “허튼 수작 부리지마라! 지금 곧 병력들이 와서 다 붙잡을 것이다.”

  지도자는 허탈하게 웃었다.

  “허튼 수작 같은 게 아닐세. 자네는 참 똑똑해. 여기서 바깥의 상황을 보았는데 자네의 활약이 대단하더군. 그러고 보니 내가 자넬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지? 환류. 아니 이젠 비상이지.”

  “헛소리 하지 말고 당장 손들고 나와!”

  비상은 총구를 계속 겨누고 수상한 짓을 하는지 눈알을 굴려 사람들을 한 번씩 쳐다보았다.

  “이게 너와 나누는 마지막 대화가 될 수 있는데 한 번 들어줄 수 없는가? 예전에 자네가 나한테 은혜를 갚는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비상이 옛날에 지도자 덕에 대학에 갔을 때 그에게 은혜를 갚겠다고 한 말이 기억이 났다. 비상은 적들의 힘없을 모습을 보며 연기는 아닌 것 같아서 침을 한 번 삼키고 나지막이 말을 했다.

  “할 말이 뭐죠?”

  “비상. 자네는 참 변함이 없구먼. 자네를 내 편으로 만들지 못한 게 나의 큰 실수라고 생각하네. 나는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네. 나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지도자를 하고 있지. 사람들은 비록 입 밖으로 말은 못했겠지만 당연히 불만이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이전의 지도자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만의 방식대로 국가를 새롭게 이끌었지. 예전의 폭군으로 불리던 이전 지도자와는 달리 국민들을 위해 늘 생각했지. 그래서 우리나라가 유토피아라고 불릴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지. 하지만 이제 와서 깨달을 수 있었네. 그것은 이상이 아니라 몽상이었다고. 우리 국가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다네. 무슨 말인지는 머지않아 알 수 있을 걸세.”

  그 말을 끝으로 이곳에서 발생한 폭탄 소리를 들은 혁명군의 병력이 들이닥쳐서 내부의 모든 사람들을 제압하였다. 지도자는 온 몸이 묶인 채 끌려갔다. 지도자는 나가는 중에 비상을 쓰윽 쳐다보았다. 비상은 멍하니 서서 그가 끌려가는 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사람들이 비상이 큰일을 해냈다며 박수를 쳤다. 지도자는 병사들에게 묶인 채 고개를 숙였다. 지도자는 수송자량으로 옮겨졌다. 비상도 뒤따라서 나갔다. 전쟁이 끝났다는 기쁨에 양측으로 병사들이 떼를 지어 만세를 하고 환호를 질렀다.

  지도자가 끌려가는 모습은 전국으로 방송되었다. 그 후에 1군 사령관은 오랜만에 다시 방송에 나왔다.

  “드디어 우리 혁명군이 우리 국민들을 억압하던 악의 근원인 지도자를 잡았습니다. 아니, 이젠 옛 지도자라고 해야겠지요. 이제 우리는 자유를 찾았습니다. 남은 국군의 병력들도 저항은 그만두고 항복하길 바랍니다. 이미 국군에겐 더 이상의 승산은 없습니다. 저는 불필요한 싸움으로 더 이상의 피를 흘리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고통을 무시한 채 호화생활을 한 옛 지도자의 처형식이 정부 관사 앞 광장에서 할 계획이므로 이 장면을 실제로 보고 싶은 국민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와서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그 방송은 전국으로 방송되었고 남은 국군들도 항복을 했다. 그리고는 공식적으로 종전을 선언하였다. 각 도시와 마을에는 시민혁명군이 혁명군의 문양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떼를 지어 거리를 활보하면서 환호를 질렀다. 전국 각지로 대피했던 시민들은 다시 고향으로 복귀하였다. 비상은 혁명군에 크게 일조한 공으로 상을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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