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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기억사형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사형수들의 기억을 지우고 사회로 보냄으로써 발생하는 이야기

 
기억사형(14)
작성일 : 20-08-04 16:12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1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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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이 지났다.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보급되는 음식은 주로 가공식품이 나온다. 아마 학교에 있던 식료품점에서 가져온 것 같았다. 텔레비전에서는 연일 현 상황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모든 채널에서 같은 화면만 나온다. 어디에 폭격이 예상되므로 대피 하라던가, 적군의 위치가 어디 있으니 조심 하라는 뉴스는 물론이고 반란군에 대해 비방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민간인들도 잔인하게 학살한다고 하며 그들에게 가담하면 사태가 끝났을 때 모두 기억사형이 아닌 죽는 사형에 처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적군의 병력이 점점 줄어든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외부의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적군의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뉴스를 보도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비상은 뉴스를 크게 신뢰하지는 않았다. 반란군의 세력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군은 애초에 있었던 병사들이다. 특권층이 자신의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면서 국군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강제로 가담하게 해도 귀하게 자란 그들이 전투를 잘 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반대로 반란군의 경우는 사회에서 억압받은 세력들이 점점 합세해서 그 수가 증가할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잃을 것도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전투에서 필사적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국군이 불리할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국군의 세력이 우위이다. 훈련받은 병력들이 국군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내란을 빨리 끝낼 생각으로 여기서 비윤리적인 전쟁도구를 생산하라고 명령했다. 다른 연구소에서는 바이러스를 퍼트릴 계획을 하고 있고 어떤 곳에서는 신형 독가스까지 살포한다고 했다. 그 이후에는 보안체계가 바뀌었는지 비상의 연구소 내의 네트워크에서는 다른 연구실로 접속이 불가능해서 알 수는 없었다. 비상도 연구를 억지로 하고 있고 하고 있는 모든 것이 내키지는 않았다. 자신의 연구가 그런 곳에 쓰인다는 것이 상당히 괴로웠다. 게다가 그런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을 것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다. 만약 이번 내란이 발발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런 곳에 사용될 줄은 몰랐을 수도 있었다.

  국가연구시설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쉽게 쳐들어오기도 힘들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이 나가기도 힘들다. 어떻게 해서 나간다고 하더라도 병력이 둘러싸여 있어서 그 틈을 몰래 비집고 나가기는 불가능하다. 비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두려움에 떨며 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원들이 모습이 보였다. 눈에 핏기가 가득한 오만 교수의 전화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잠시 후 군복을 입은 사람들 몇 명이 손에 수갑을 채우고 얼굴이 천으로 덮여 있는 사람들을 데려왔다. 생포한 반란군이라고 했다. 반란군의 몸에는 흙먼지와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오만 교수는 그들을 바로 실험실에 데리고 가서 실험을 진행하였다. 오만 교수가 하는 말을 듣기로는 그들을 상관의 말에 복종하도록 기억조작을 한다고 했다. 상황이 급박하다보니 실험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었다. 비상은 실험이 끝난 반란군을 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죽은 물고기처럼 생기가 없었다. 오만 교수가 그 반란군에게 자신의 머리를 쌔게 치라고 명령하자 그들은 주먹으로 자신의 얼굴을 크게 한 방 때렸다. 오만 교수는 그 모습을 보며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토했다. 옆에서 보던 병사들도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는 눈이 동그래지고는 무전으로 결과를 윗선에 보고했다. 병사들은 그 반란군들을 데리고는 사라졌다.

  오만 교수는 광적으로 웃으며 연구원들에게 말했다.

  “보았느냐? 이게 나의 연구물의 결과이다. 이제 조만간 이 장비를 대량생산 하라고 지시가 올 거다. 지금 너희들은 당장 이 장치의 개량화에 대한 연구를 해라. 이 장치를 수십 대, 아니 수백 대를 만들어서 각 구역마다 분배한 후에 반란군을 모조리 우리에게 복종하게 만들 거다.”

  오만 교수는 말투가 점점 더 거칠어졌다. 비상은 오만 교수를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지만 지금으로서 자신이 무얼 할 방도가 없었다. 임상실험이 성공한 이후 상황은 점점 나빠져 갔다. 기억을 조작당한 반란군들은 목숨도 불사하기 때문에 자폭테러를 할 수도 있고, 외형은 변화가 없기 때문에 반란군의 기지로 잠입해서 기밀을 빼돌려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들이 현재 계획 중이며 더 잔인한 방법까지 생각 중이었다. 그래서 오만 교수의 계획이 실현되면 아마 국군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국군이 승리한다면 기억조작기술로 어떤 무모한 짓을 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예상되는 것으로는 지금 남쪽에 있는 국가와 대립 중인데 이 기술을 이용하여 전쟁을 일으키고, 전시에 사람들을 소모품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또 굳이 전쟁에 쓰지 않더라도 위험한 일에 사용될 수도 있다. 반란군이었다는 것 때문에 그렇게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더라도 국가에선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로 상용화 된다면 다른 국가로 기술유출의 가능성도 충분한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오만 교수에게 지금 미래의 위험성을 말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다음날이 되었다. 그들은 그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해 몸이 더러워졌다. 그래서 지상에 있는 건물로 올라가 씻고 오는 연구원도 있었다. 비상도 몸이 상당히 더러워졌다. 게다가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날 때마다 불안해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그건 다른 연구원들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이번에는 많은 군인들이 상당한 수의 반란군을 잡아 와서 연구소가 북적거렸다. 게다가 연대장이라고 하는 사람도 같이 와서 실험을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오만 교수는 매우 들떠있었다. 그는 실험을 하면서 연대장과 계속 이야기 했다. 실험을 마친 반란군은 다른 병사 들이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비상은 다른 연구원에게 샤워를 하러 가겠다고 하고 기억이 조작된 반란군과 병사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병사들이 군용차량에 그들을 태우려고 차량에 시동을 걸고 차 문을 여는 동안 비상은 기억이 조작된 반란군에게 조용히 말을 했다. 다행히 병사들은 못들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군용차량에 탑승했다. 비상도 군용차량 뒤에 탑승했다. 옆에 있던 병사가 비상에게 말했다.

  “무슨 일로 여기에 타셨습니까?”

  비상은 이상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써 침작했다. 그러는 동안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실험자들이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고 같이 다니면서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탑승했습니다. 조사가 끝나면 다시 복귀합니다. 위에 이미 보고는 했는데 못 들으셨나요?”

  비상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 병사는 그 말을 생전 처음 듣는 소리인 듯 했다.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지어낸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보조석에 타고 있던 간부에게 크게 말했다.

  “소대장님 혹시 실험자들 조사하러 연구원이 동승한다는 말 들으셨습니까?”

  보조석에 앉아있던 소대장은 뒤를 볼 수 있는 작은 문을 열고 한 번 쓱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까 그 연구실에 있던 사람이잖아. 그냥 내버려둬라. 하여튼 이 사람들 전파하나 똑바로 못한다니깐.”

  소대장은 짜증을 내며 다시 그 작은 문을 닫았다. 비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차는 계속 달려서 작은 도시를 가로질렀다. 도시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가게의 문은 모두 닫혀있었다. 비상은 하늘을 보며 말을 했다.

  “오늘 날씨 좋네요.”

  그 말이 끝나자 군용 차량에 있던 모든 반란군들은 동시에 뛰어내려서 사방으로 뛰어갔다. 같이 탑승하고 있던 병사들도 놀라서 모두 내려서 총을 들고 추격했다. 비상은 그 틈에 차에서 내려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시의 건물들 사이로 죽을 듯이 뛰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날 정도였다. 그가 더 이상 뛰면 숨이 멎을 것 같아서 멈추고 작은 주택단지로 가서 담벼락 뒤에 드러누웠다. 비상은 차에 탑승하기 전에 그들에게 자신이 날씨란 단어를 말하면 차에서 뛰어 내려서 멀리 도망가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비상은 그 기억이 조작된 반란군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들었지만, 어차피 그들이 기억조작을 당한 이상 살 가능성은 없었다. 차라리 이렇게 도망에 성공해서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았다.

  이 주변 주택의 모습을 보니 대체로 못사는 사람들의 집인 것 같았다. 대충 지어진 집의 벽은 낙서로 가득 찼고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비상은 근처의 주택에 들어갔다. 급하게 피신 한 건지 누군가가 집을 털었는지는 몰라도 집은 어질러져 있었고 사람은 없었다. 비상은 옷장을 뒤적거리다 어두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모자도 착용하고 한쪽 어깨에 메는 가방도 찾아서 착용했다. 그리고 냉장고를 뒤졌다. 딱히 먹을 만한 건 없었지만 그런 걸 따진 상황이 아니라서 있는 대로 다 챙겼다. 그리고 옆집에도 가서 먹을 것을 긁어모았다. 지금 쯤 비상이 없어진 것을 알고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를 찾으러 수색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비상은 일단 집에서 숨어 있었다.

  밤이 되었다. 주변의 공기는 무겁다. 주택가에 불이 켜지는 곳도 있었다. 이 지역에는 반란군에 가담한 사람들도 있고 대피소로 피난 한 사람들도 있고 아직 자신의 집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연구실에서 대략 이곳 근처까지 반란군의 세력이 뻗었다는 소식을 봤었다. 아마 조금만 가면 반란군이 있는 곳이 나올 것이다. 비상은 지도를 본 기억을 더듬어서 반란군이 있을 곳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계속 걸어갔다. 밤이 되니 지나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가끔씩 시체처럼 보이는 것이 쓰러져 있었지만 비상은 애써 쳐다보지 않고 갈 길을 갔다. 더 걸어다가 보니 등에 기계를 착용하고 반란군 마크가 있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녔다. 그 기계를 보아하니 건설기계를 군사용으로 개조시킨 것 같았다. 그것은 크기가 좀 작아졌고 끝에 날카로운 칼 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비상은 태연하게 그들에게 걸어갔다. 그들은 비상의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 무리 중 가장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누구신가요? 당신도 혁명군에 들어오고 싶으십니까?”

  비상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들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네!”

  그들 중 두 명이 비상의 몸을 수색하다가 무기가 없는 것을 보고 어디론가 데려갔다. 그리고 그곳에 숨겨져 있는 차를 타고 다시 다른 곳으로 갔다. 도심에서 벗어나서 나무가 무성히 있는 산 근처로 갔다. 조금 더 가다보니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투박하고 거대한 건물이 있었다. 혁명군의 말을 들어보니 그 건물이 바로 교도소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비상이 출소했던 교도소와는 다르지만 모습은 흡사했다. 안으로 들어 가보니 심지어 안의 구조까지 흡사했다. 아마 전국의 교도소를 같은 디자이너가 제작한 것 같았다. 안에는 혁명군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방마다 가득 있었다. 그들은 무기를 정비하고 대화도 하며 떠들썩했다. 그리고 인솔하던 사람은 비상을 어떤 방으로 보내주고 돌아갔다. 그 방에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비상에게 손목을 보여 달라고 해서 비상은 손목신분증이 있는 손목을 내밀었다. 그리고 기계로 손목신분증에 찍더니 놀란 표정이었다.

  “이거 본인 것 맞나요?”

  비상은 그가 놀라는 이유를 알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국가연구시설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혁명군에 가담하려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일단 저를 따라오시죠.”

  그는 비상을 이끌고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군복을 입은 사람 몇 명이 있었다. 그들의 등과 견장에는 반란군 마크가 있었다. 그리고 비상을 데려왔던 사람이 나이가 있어 보이는 군복을 입은 사람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는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비상에게 말을 걸었다.

  “국가연구기관에서 일하던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그곳에서 연구를 하는데 회의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혁명군에게 정신이 팔린 틈을 타서…….”

  비상은 그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그 군복을 입은 사람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구먼. 기존의 해킹방법이 막혀서 새로운 정보는 더 못 듣는다고 했는데 이미 실험이 그만큼 진행되었단 말이지? 이거 상황이 안 좋아지겠는데……. 빨리 상관에 보고해야겠어. 아, 참 소개가 늦었네. 혁명 전에는 국군의 사단장이었지만 지금은 이 3구역의 시민혁명군을 지휘하고 있다네. 그냥 간단하게 3지구 대장이라고 부르게.”

  “네 알겠습니다. 3지구 대장님.”

  “그런데 자네는 여기보다 다른 곳으로 가는 편이 좋겠네. 자네같이 귀중한 정보원이 여기서 전투만 벌이는 건 좀 아깝지. 일단, 상부에 연락을 하고 있을 동안 이곳에서 좀 쉬고 있게.”

  비상은 교도소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세상의 고생을 많이 겪은 것이 그들의 몸에 드러났다. 대도시의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들과 대비해서 피부가 어둡고 상처가 많았다. 건설현장에서 많이 보던 모습이었다. 돌아다니다보니 전투 중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누워있는 방이 있었고 피곤한지 벽에 기대서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니까 무기고가 있었다. 입구에서 사람이 지키고 있어서 들어가지는 못했는데 문이 열릴 때 틈으로 살짝 보니까 상당한 양의 무기가 보였다. 또 다른 쪽에서는 용접을 하면서 기계들을 개조하고 있었다. 그것들 때문인지 지하는 매캐한 냄새가 났다. 천천히 둘러보고 있는데 누군가 비상을 부르는 소리가 나서 그곳으로 갔다. 3지구 대장이 지금 당장 비상에게 혁명군 본부로 오라는 전언을 받았다고 했다.

  비상은 군용차 2대와 함께 혁명군 본부로 향했다. 밤이 늦은 시간이라 졸음이 온 비상은 보조석에서 잠을 취했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이 들던 비상에게 환한 빛이 비춰졌다. 그 때문에 비상은 잠에서 깨서 실눈을 뜨고 무엇인지 보았다. 큰 벽이 있고 그 사이로 문이 있었다. 그리고 문 근처에는 사람 몇 명만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건물이 있었다. 그리고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다가와서 우리보고 누구냐고 물으니, 운전석에 있던 사람이 대답을 했다. 그러더니 차를 비추던 불빛이 꺼지고, 다시 차량 헤드라이터가 켜졌다. 주변을 자세히 보니 1군 사령부 깃발과 반란군 마크가 그려진 깃발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곳은 1군 사령부 본부였고, 아까 보았던 작은 건물은 위병소였다. 비상은 국군에게 잡힌 줄 알고 놀랐던 심장을 진정시켰다. 밤이긴 하지만 드문드문 켜져 있는 가로등으로 주변을 보았을 때 여기는 상당히 큰 규모인 것 같았다.

  그들은 많은 건물들 중 가장 커다란 건물로 들어갔다. 시간을 보니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경계병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지휘통제실이라고 적힌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상당히 넓었는데 모니터가 사방에 있었고 거기엔 지도가 나타나 있으며 병력의 위치라던가 작전 같은 것이 적혀있었다. 비상이 스파이일지도 모르는데 바로 이곳에 데려와도 괜찮은가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그는 지휘통제실을 마저 둘러보았다. 단상 같은 것이 앞쪽에 있었고 의자와 테이블이 그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이 여러 명 있었고 앉아서 상황을 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 중 정 가운데에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1군 사령관이었다.

  “아, 그래 자네 왔구먼. 3지구에서 소식을 듣고 자네가 오기를 기다렸다네.”

  그의 모습은 연회장 모니터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각진 얼굴에 입가에 주름이 있고 거친 검은 턱수염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국가연구시설에서 일하고 있었던…….”

  “자네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네.”

  비상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있었는데 근처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비상씨. 비상씨라면 혁명군에 참여할 줄 알았어요.”

  비상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보았다. 그는 바로 단심이었다. 비상은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서 마음이 들떴다.

  “단심씨가 혁명군에 있을 줄은 알았지만 여기에 있는 줄은 몰랐어요.”

  옆에 있던 1군 사령관이 말을 거들었다.

  “자네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 그녀가 자네라면 반드시 혁명군에 참가할거라고 했지. 자네가 여기로 온다는 사실에 그녀는 당직도 아닌데 잠도 안 자고 기다리고 있었다네. 단심은 말이야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아마 혁명이 힘들었을 거다. 내일 되면 작전을 세울 건데 그 때 도움주길 바라고, 오늘은 늦었으니 취침하던가 아니면 단심하고 이야기 더 해도 된다.”

  이야기가 끝나자 단심이 손짓을 하며 부르기에 그곳으로 갔다. 그러고는 지휘통제실을 나와서 휴게실로 갔다. 그리고 비상이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먹으려고 손목신분증을 댔는데 작동하지 않았다. 단심이 색깔이 다른 손목신분증을 대고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두 개 뽑아서 하나를 비상에게 건네주었다.

  “그거 함부로 쓰면 위치가 발각되잖아요. 조심하세요. 어차피 여기선 작동하지 않겠지만.”

  비상은 그제야 실수를 한 것을 알았는지 당황한 기색을 띄었다.

  “아, 죄송해요. 그 사실을 깜박하고 있었네요.”

  “내일 그거 재설정하게 될 거에요. 그러면 대부분의 기능은 상실하고 혁명군내의 무선통신기능 정도만 주로 사용할거에요. 혹시 뭐 들어있는 돈이 많아서 아깝거나 하는 건 없죠?”

  비상은 사실 그동안 돈을 쓰지 않고 모아두고 있었는데 없어진다고 하니 아까웠지만 그렇다고 재설정 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 받아드렸다.

  “네, 괜찮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약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자 단심이 깔깔 웃었다.

  “농담이에요.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혁명이 끝나면 재산은 다시 기존에 가지고 있는 비율을 계산해서 분배할거에요. 기록은 이미 다 저장되어 있어요.”

  비상은 다행스러웠다. 지금 이 상황에 돈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자신이 그토록 노력해서 모운 돈이 날라 간다고 생각했더니 끔찍했었다.

  “그런데 그런 정보들은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거죠?”

  “제가 보안을 뚫고 해킹했죠. 우리 연구팀이 만든 프로그램인데 제가 모르겠어요? 그래도 혼자한 건 아니고 도움을 많이 받았죠. 여기에 국가연구시설에서 일 한 사람도 좀 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주셨으면 미리 도망쳐 나올 수도 있었는데 아쉽네요.”

  “비상씨를 못 믿은 건 아니지만 혹시라도 실수로 외부에 정보가 유출되면 혁명이 시작도 못하고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정도밖에 말할 수 없었어요. 이해해 주길 바라요.”

  “국군을 배신하고 왔는데 잘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이제 저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단심은 비상의 눈을 쳐다보았다.

  “지금처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세요.”

  비상과 단심을 그 뒤로 대화를 주고받다가 단심은 생활관으로 갔다. 비상은 허락을 받은 후 샤워를 하고 지시해준 곳으로 가서 잠에 들었다. 낮에 고생을 해서 그런지 비상은 머리가 베게에 닿자마자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비상은 기상나팔 소리에 잠에서 벌떡 눈이 떠졌다. 모든 사람들이 연병장으로 갔다. 비상도 눈치를 보다가 그들을 따라 나가려다가 단심이 그 모습을 보고는 안 가도 된다면서 말렸다. 그가 건물 안에서 바깥을 보니 그들은 간단한 체조를 하고 달리기를 하더니 건물로 돌아왔다. 비상은 단심과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지휘통제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회의 준비 중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피곤한 모습의 1군 사령관이 들어왔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서 경례를 했다. 비상도 그 모습을 보고 급하게 따라했다.

  “반갑다. 여러분. 시간이 급한 관계로 회의를 빠르게 진행하겠다.”

  회의가 시작하자 그는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1군 사령관은 모니터에 띄워진 지도를 보며, 현재 상황이 어떤지 짤막하게 말하고 무언가 결심한 듯 목을 풀었다.

  “새벽에 국가연구단지에서 도망쳐 나온 연구원이 한 명 있다. 그 연구원이 말하기를 국가연구단지에서 기억조작장치를 이용해 이미 일부의 혁명군의 기억을 조작했고 또 그 장치가 곧 양산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혁명이 장기적으로 가게 되었을 경우를 대비해서 국가연구단지를 공격할 생각이다.”

  그 말을 듣고는 옆에서 지켜보던 간부가 질문을 했다.

  “그 연구원을 신뢰할 수 있습니까? 우리를 함정에 빠트리려고 거짓 정보를 주는 것 일수도 있지 않습니까?”

  “조금 전에 그 연구원의 말대로 3지구 근방에서 기억이 조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혁명군을 포획했다는 것을 보고 받았다. 게다가 단심이 신뢰할 수 있다고 하니 의심은 잠시 접어두길 바란다.”

  1군 사령관은 계속해서 지도에 레이저 포인터를 대며 말했다.

  “국가연구단지 근방에 적군 8군단이 있다. 8군단에서 상당한 숫자의 병력들이 국가연구단지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국가연구단지와 가장 가까운 곳은 시민혁명군 3지구이다. 내 계획은 일단 병력이 많이 빠진 8군단 본부에 폭격을 해서 국가연구단지의 일부의 병력이 8군단으로 복귀하게 만든 후, 3지구와 지원 병력이 합세해서 국가연구단지의 연구소를 모조리 폭파하는 것이다. 물론 가능하다면 국가연구단지의 정보들도 획득했으면 한다.”

  그 뒤로 그들은 작전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수정을 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비상은 국가연구단지를 공격한다는 말에 온 몸이 떨렸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다들 해산하고 있을 때 비상은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저도 국가연구단지를 공격하는 지원군에 가담하고 싶습니다.”

  “굳이 자네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비상은 굳건한 눈빛을 보여주었다.

  “일단 그곳은 제가 일하던 곳이라서 지리를 잘 파악할 수 있어서 작전에 유리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거기에 제가 한 연구도 있는데 저의 불찰로 그것이 잘못된 곳에 사용되었습니다. 제 손으로 그 실수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비상은 말을 더 하지 못했다. 사령관은 비상의 어깨를 툭 쳤다.

  “그만하면 알겠네. 근데 자네 총 쏠 줄 모르지 않나? 저기 사격장 가면 사격연습을 하고 있을 텐데 거기서 사격이라도 배우고 오도록 해라.”

  그 말을 듣고 비상은 기쁨의 미소를 띠고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리고 사격장으로 갔더니 이미 사격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비상은 교육을 받고 실탄을 몇 발 쏴본 뒤 돌아왔다. 그 후에 손목신분증도 재설정해서 혁명군 사이의 무선통신만 가능하게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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