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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기억사형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사형수들의 기억을 지우고 사회로 보냄으로써 발생하는 이야기

 
기억사형(11)
작성일 : 20-08-04 16:09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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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 교수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차분하게 말을 했다.

  “말 그대로 조작한다는 뜻이지. 기억사형제도가 도입된 후 통계를 내서 얻은 결과가 하나 있지. 그건 바로 기억사형자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일반인보다 높다는 거지. 어떻게 기억이 지워졌는데 그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높을까? 여기서 한 가지 결론을 내리게 되었지. 범죄는 후천적인 것 보다 선천적인 영향이 더 크게 미친다는 거지. 그래서 단순히 기억을 지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약간의 조작을 통하여 그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지. 그리고 지금 기억을 지운 사람들을 교도소에서 오랜 기간 동안 교육하는데 이것이 상용화된다면 그 기간을 줄일 수 있게 되지.”

  비상은 처음에 기억을 조작한다고 말을 들었을 때는 조금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오만 교수의 말을 계속 듣고 보니 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떤 식으로 기억을 조작한다는 건가요?”

  “예를 들면, 살인을 한 기억사형자들의 잠재의식 속에 사람에게 도움 받는 가짜 기억을 심어 놓는 거지. 물론 가짜 기억이라서 그들이 생각을 떠 올릴 수는 없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들은 사소한 일에도 타인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고 살인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지. 살인은 예시로 말한 거지 꼭 그런 기억을 넣는다는 건 아니야 다르게 해도 되고 말이지.”

  “그게 실제로 가능한가요?”

  비상은 그 말을 들으니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의문도 들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지. 이것에 관해 지금까지 연구한 자료는 조금 남아 있으니 봐두도록 하게. 지도자님도 눈여겨보고 있는 연구라네.”

  지도자님이 눈여겨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비상은 깜짝 놀랐다.

  “지도자님도 이 연구에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관심 있다는 말로는 부족하지.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는 여기에 시찰도 자주 오셨지. 아 참 지도자님이 조만간 국가연구단지에 방문하신다고 들었는데 아마 여기도 올 것 같아.”

  전에 오만 교수가 지도자하고 친분이 있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지도자님이 오실 수도 있다고 하니 긴장되네요.”

  비상은 지도자를 한 번 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자신을 보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오만 교수는 할 말을 다 한 것 같다.

  “그래 이제 연구에 몰두하도록 하고 그만 나가도 되네.”

  그 말을 끝으로 비상은 연구 자료가 쌓여 있는 서재로 갔다. 그곳에서는 책장 가득히 밖에서는 볼 수 없었던 책과 논문들이 꽂혀 있었다. 또 컴퓨터가 있는데 그곳에 저장된 자료도 방대하게 많이 있었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그는 한참동안 자료를 보며 공부했다.

 

  보름이 지났다. 비상은 계속 공부를 하며 본격적으로 연구에 참여하였다. 아직까지는 이뤄낸 성과는 없지만 노력 중이었다. 대학교에 다닐 때처럼 매일 아침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바로 연구단지로 가서 해가 질 때까지 연구하다가 돌아와서 늦은 저녁을 먹고 숙면에 취하기를 반복하였다. 오늘도 일찍 나와서 서재에서 연구 자료를 보고 있었다.

  [기억을 잃어도 기억의 흔적은 남아 있기 때문에 다음에 같은 내용을 습득할 때 더 빨리 배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같은 바이러스에 또 다시 감염되었을 때 기억세포를 통해 재빠르게 면역체계를 갖는 것과 비슷하다. 이 분야를 더 연구한다면…….]

  비상은 자료를 읽고 있는데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그 중에는 오만 박사의 목소리도 들렸다. 읽던 내용은 마저 읽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밖으로 나가보았다.

  “무슨 일 생겼나요?

  오만 교수는 평소보다 흥분한 채로 언성을 높여서 말했다.

  “너도 있었구나, 너도 여기로 와서 모여 봐. 할 말이 있다.”

  오만 교수의 손짓에 비상은 오만 교수가 있는 곳으로 갔다. 벌써 그곳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자, 주목하기 바랍니다. 여러분께 아주 중요한 할 말이 있습니다.”

  그 말에 수군수군하던 연구원들이 일제히 오만 교수를 쳐다보았다.

  “오늘 지도자님이 오랜만에 국가연구시설에 방문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자주 오셨는데 요즘은 뜸했긴 했죠. 그리고 제가 들은 바로는 오늘은 우리 연구실에도 방문한다고 하십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한 성과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 잘 해주었으면 합니다. 지적될 것 같은 부분은 지금 다 해결해 주길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사람들은 신속히 움직였다. 연구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는 사람도 있었고, 청소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혹시라도 지도자가 질문을 할 것을 대비하여 예상되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준비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비상도 뭔가 해야 될 것 같았는데 잘 몰라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옆에 기계를 청소하고 있는 연구원이 보여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의 이름은 승화였고 그와 일을 하다가 자주 마주쳤었다. 그는 다른 연구원에 비해 젊고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사람이었다. 비상은 그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저는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수건으로 기계를 닦던 승화는 손은 계속 움직인 채로 비상을 한 번 보고는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비상씨. 딱히 할 것 없으시면 여기 기계 닦는 것 좀 도와주시겠어요?”

  비상은 그 말을 듣고는 수건을 가져와서 기계를 닦았다. 기계의 버튼 사이사이에 묻은 때를 제거하고 있었다. 청소를 하면서 젊은 연구원이 말했다.

  “비상 씨는 여기 온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시겠네요. 저도 여기 온지 얼마 안 되어서 지도자님이 오신 것을 한 번 봤었는데 어려워 할 것 없어요. 좋으신 분이니까.”

  비상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면 지도자님이 오시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소대로 하시면 되요. 실수만 하지 않으면 별일 없을 거예요. 경례 똑바로 하시고, 질문하시면 또박또박 대답 잘 하시고, 무례한 행동 하지 마시고…….”

  비상은 전에 굴레도 지도자님이 오실 때 비슷한 말을 해서 그 때 생각이 살짝 났다. 닦던 먼지가 어느 정도 제거되자 두 사람은 옆에 있는 기계로 옮겨가며 먼지를 제거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왜 지도자님은 미리 시찰 간다고 연락하지 않고 당일 날 통보하시는 건가요? 미리 알았더라면 준비도 미리미리 할 텐데…….”

  “지도자님은 원래 어디를 가든 미리 통보 안 하고 당일 날 가셔요. 제 생각엔 아마 미리 간다고 말을 하면 밑의 사람들이 전부터 고생하니까 고생하지 말라고 그런 것 않을까요?”

  “음……. 그런가요?”

  비상은 승화가 지도자의 행동에 대해 과도하게 찬양하듯 해석하는 감이 있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며 어느 정도는 수긍하였다. 그 연구원은 때가 묻어있는 유리에 입김을 불고 수건으로 닦으면서 말을 했다.

  “그나저나 비상씨는 참 부럽네요. 저는 대학 졸업하는데도 한참 걸렸고 여기 와서도 아직까지 해낸 것이 없는데 비상씨는 졸업 논문으로만 벌써 제가 한 것 이상으로 했잖아요.”

  그 말을 들으니 비상은 괜히 우쭐해졌지만 승화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며 내색하지는 않았다.

  “아니에요 승화씨도 열심히 하면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예요.”

  승화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제 이름도 알고 계시네요. 일개 연구원이라서 모르실 줄 알았는데…….”

  “일개 연구원이라뇨. 저는 이 연구시설에 들어온 사람들 모두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연구실에서 승화와 많이 친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승화는 기계 닦는 것을 끝내고 도와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다른 일을 하러 갔다. 비상도 다른 일을 찾아보고 하는 중에 시간을 흘렀다. 오만 교수가 사람들에게 곧 지도자가 온다고 말을 하며 준비를 마치라고 했다.

  오만 교수가 전화를 받고는 사람들에게 하던 일을 멈추고 똑바로 서 있으라고 말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비상과 연구원들은 양 측으로 일렬로 줄을 섰다. 엘리베이터에 문이 열렸다. 검은 양복을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러 명의 사람들 사이에 지도자의 모습이 보였다. 지도자의 모습은 옛날 건설현장에서 보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비상과 연구원들은 배운 대로 신호를 받고 동시에 경례를 했다. 지도자에게 오만 교수가 다가갔다. 지도자는 오만 교수에게 친한 듯이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네 오만 교수, 자주 찾아왔어야 했는데 요즘 일이 많았네.”

  “아닙니다. 지도자님이 우리 연구실을 방문해준 것만으로도 황송합니다.”

  오만 교수는 허리와 목을 살짝 굽혔다. 평소엔 보지 못했던 낮은 자세의 오만 교수였다.

  “내가 준 선물을 마음에 드는가?”

  지도자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네, 매우 마음에 듭니다. 덕분에 연구를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먼.”

  “선물이 무엇인지 진작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말도 없이 주셔서 저도 최근에 알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야 재미있지 않은가? 허허허.”

  비상은 지도자가 오만 교수에게 선물을 줄 정도로 친한 사이라는 것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오만 교수가 비상이 생각했던 이상으로 대단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리고 선물이 뭔지도 궁금했다. 개인적인 선물일 수도 있고 아니면 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것을 보니 연구지원금이나 연구 기계 같은 것 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연구는 잘 진행되고 있는가?”

  그 연구라고 하면 전에 오만 교수가 비상에게 말한 것이었다.

  “예전엔 문제가 발생해서 중단 되었는데, 이제는 그 부분의 문제가 해결되어서 연구를 착착 진행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먼. 나중에 식사에 초대 할 테니 같이 식사나 하자구나.”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지 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지도자와 대화를 한 사람은 긴장을 해서 말을 더듬거나 제대로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도자와 오만 교수의 대화를 보면 마치 가까운 형과 동생과 같았다. 비상은 힐끗힐끗 둘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지도자가 누군가 쳐다보는 것을 의식한 듯, 고개를 휙 돌리다가 비상과 눈이 마주쳤다. 비상은 깜짝 놀라서 못 본 척을 하고 똑바로 서서 그가 안 보이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지도자가 비상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비상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어떤가? 여기서의 생활은 만족하는가?”

  그 말을 듣자 비상은 고마움이 들었다.

  “네. 지도자님 덕분에 제 삶이 완전히 바뀐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완전히 바뀌었다라... 그렇다고 해두지.”

  지도자는 살짝 웃었다. 비상은 지도자가 왜 웃는지 몰랐지만 따라서 입 꼬리를 올리며 옅은 미소를 뗬다. 그와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지도자는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연구원들은 긴장이 갑자기 풀려서 의자에 푹 앉은 사람도 있었고 기지개를 펴는 사람도 있었다. 마치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았다. 오만 교수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지도자님께서 특별한 지적사항은 없었지만 우리가 하려는 연구에 매우 관심이 있으니 앞으로 계속 수고해주길 바랍니다.”

  오만 교수는 이런 저런 짧은 말을 하다가 연구원들에게 하던 일을 계속 하라며 해산시켰다. 비상도 사람들이 제각기 할 일을 하러 가는 것을 보고는 서재로 가서 보던 자료를 마저 보았다. 그는 지도자가 그 연구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은혜에 보답하고자 더욱 열심히 하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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