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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기억사형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사형수들의 기억을 지우고 사회로 보냄으로써 발생하는 이야기

 
기억사형(10)
작성일 : 20-08-04 16:09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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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알 필요가 있으니 알려주겠네. 쉽게 비유하자면 기억을 지우는 건 말이지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길로 가는 걸 차단하는 걸 의미하지. 기억이 지워질 대상에게 특정한 영상을 보여주게 되는데 그 영상에 따라 뇌가 활동하는 영역이 달라지는데 그것을 뇌 스캐너로 확인해서 어디에 어떤 기억이 저장되는지 파악하고 그 부분에 자극을 줘서 길을 끊어버리는 거지. 말로 들으면 간단한데 실제로는 좀 복잡하지. 최근에 기억사형자들이 가끔씩 기억을 못하는 증상도 이것과 관련이 있지. 뇌는 원래 있던 기억으로 가는 길이 끊기자 다른 곳으로 가서 기억을 저장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다른 저장 공간이 많으니 이상은 없었는데 점점 기억할 곳이 줄어들다 보니 가끔씩 기억의 길이 끊긴 곳으로 가려고 하더라고. 그렇게 되는 경우가 기억을 못하더라고. 아예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기억이 다시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위험성에 불구하고 그 끊어진 길을 복구하기 위해 시도를 했지. 하지만 한 번 끊어진 길은 다시 복구되지 않았지.”

  비상은 한 번 지워진 기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상심했다. 예전 기억은 모르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만 기회만 된다면 예전의 내가 어땠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조금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 자네가 한 것도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상당부분 문제점은 해결 되었지. 더 나이가 들어서 재발하더라도 원래 그 나이엔 그런 증상이 있다고 생각할 거니까 신경을 덜 쓸 거야. 여차하면 또 다른 해결방안을 모색하면 되네. 자네가 있으니 이제 든든하구먼. 자네의 논문은 동물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조만간 임상실험을 하게 될게야. 예전에 초기모델로 임상실험을 한 것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번엔 성공할 것 같네. 전에는 동물실험 할 때부터 약간 불안했지만 지금은 동물실험부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자네도 그 실험을 지켜봤으면 하네.”

  비상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이런 곳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되는 줄은 몰라서 놀랐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저도 임상실험 할 때 지켜보도록 할게요. 제가 쓴 논문과 관련이 있으니 참가하는 건 당연한 것이겠죠.”

  “그래 맞다 맞아. 허허허”

  오만 교수는 흡족한 듯이 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연구실 견학한 셈 치고 기숙사로 복귀해서 쉬도록 하게나. 앞으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테니까 말이지. 난 여기 남아서 일 좀 하겠네.”

  비상은 오만 교수가 알려준 대로 갔더니 그곳엔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학교 내에 다니는 버스는 붉은색인데 이 버스는 붉은색 바탕에 검은색의 띠가 있어서 연구시설 버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버스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안의 사람들은 피곤해보였고 잠을 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비상도 빈자리를 찾아 비집고 들어가서 앉았다. 차가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 같았다. 비상은 창문의 커튼 사이로 연구시설을 바라보며 짧은 잠이 들었더니 금세 학교에 도착했다. 비상은 기숙사로 돌아가서 머리를 식혔다.

  비상은 최근에 너무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 들어와서 뒤숭숭한 느낌이었다. 자신이 이런 일을 맡아도 되는지 걱정이 되었고 자신에게 너무 기대를 많이 걸고 있는 교수에게 실망시킬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굴레가 생각이 나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반년 만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비상은 건설현장에 전화해서 굴레와 통화 가능하냐고 물어봤더니 거기서 건설 중이던 것들은 얼마 전에 다 완공되어서 인부들은 다 떠났다고 했다. 비상은 아쉬운 듯 전화를 끊지 못하고 어디에 갔는지 물어봤지만,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부분의 건설 인부들은 건설현장 같은 곳만 찾아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이라 완공되면 뿔뿔이 흩어져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더 물어봐야 짜증만 낼 것 같아서 비상은 전화를 끊었다.

  비상은 국가연구단지에 대해 약간 회의감이 들었다. 말로는 그렇게 했지만 자신은 그저 순수하게 학문을 배우고 싶었는데 자신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만 둘 생각은 없었고 이제 와서 그만 둘 수도 없었다. 비상은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배우고 싶은 열정과, 높은 지위에 올라가겠다는 의지와, 하는 일에 대한 부담감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섞인 채로 비상은 잠이 들었다.

 

  많은 날이 흘러 임상실험 당일이 되었다. 비상은 알림이 울리는 시간보다 더 빨리 일찍 잠에서 깨어나서 곧 울릴 알람을 취소했다. 비상이 학교에서 연구할 때는 집에서도 자신이 연구할 정보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연구단지에서의 연구는 외부로 가지고 나갈 수 없고 그곳에서만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연구단지로 출발한다. 연구실안에도 잠을 잘 수 있는 곳이 있긴 한데 불편해서 잠을 잘 땐 기숙사로 돌아온다. 식사도 연구실에 있으면 대부분 맛없는 도시락을 먹기 때문에 점심을 제외하면 학교로 복귀해서 먹는다.

  비상은 학교식당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버스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에게 인증을 받고 버스에 올라타고 출발했다. 검은 띠가 있는 버스를 타는 자신의 모습이 이제 남들과 달라보였다. 비상은 이젠 자연스럽게 오만 교수가 연구하는 연구시설로 들어갔다. 평소와 다르게 아침부터 사람이 많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오늘 임상실험이 있는 날이라서 그런지 연구원들이 떠들썩했다. 비상의 논문을 검증받는 날이라서 비상에게도 상당히 떨리는 날이었다. 이번 실험이 실패를 하더라도 그의 논문이 가치가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성공을 하면 그 가치는 몇 배로 뛰어오른다. 연구원들과 실험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력은 차이가 많이 나지만 나이가 비슷해서 며칠 지나지 않아 금세 서슴없이 대화를 오갈 수 있는 사이가 된 사람들이 좀 있었다. 잠시 후에 오만 교수도 와서 사람들과 오늘 있을 실험에 대화를 했다. 비상도 옆에 끼어들어서 이야기를 들었다.

  비상이 점심을 먹고 난 후, 연구실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들리는 요란스런 소리에 피실험자들이 도착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비상은 재빨리 출입문 쪽으로 달려갔다. 환자복처럼 생긴 흰 옷을 입고 눈에는 검은 안대를 낀 다섯 명의 사람이 앞사람의 어깨를 잡고 인솔자를 따라서 한 줄로 걷고 있었다. 보안도 중요하긴 하지만 이렇게 해 놓으니 마치 그들이 범죄자처럼 보였다. 그들은 주변에 서 있던 연구원들을 지나쳐 한 쪽 구석에 있는 실험실에 들어갔다.

  오만 교수와 몇몇 연구원들은 따라 들어가서 실험을 보조했고 비상과 나머지 연구원들은 바깥에서만 안이 보이는 거울과, 모니터를 통해 실험을 지켜보았다. 실험실의 내부는 마치 병원의 수술실처럼 생겼고 크고 작은 기계 팔이 있었다. 가운데 의자가 있는데 의자 위에 샤워기처럼 이상한 기계들이 둘러싸여 있었다. 그 주변은 음산할 정도로 어두웠지만 그 의자만 빛이 강하게 빛이 비춰졌다. 인솔자가 피실험자들을 대기하는 방에 넣고 그곳에서 피실험자 한 명을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그 사람의 안대를 벗겨주었다. 안대가 벗겨진 사람은 신기하다는 듯이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이내 지시에 따라 그는 의자에 앉았다. 거기에 앉자 의자에 붙은 수갑이 튀어나와 몸과 손과 발을 못 움직이도록 고정시켰다. 그리고 위에서 금속으로 된 고리가 내려와 머리를 고정시켰다. 마치 고문을 당하는 범죄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환자를 수술하듯 임상실험이 진행되었다.

  많은 시간이 지나서 작업이 끝났고 속박되었던 피실험자는 옆의 방으로 가서 기억력 테스트를 시작했다. 안에 있던 연구원이 그에게 여러 개의 숫자를 보여주며 외우라고 했다. 그리고 몇 분 뒤에 다른 숫자를 보여주며 다시 외우라고 했다. 그걸 여러 번 반복하였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피실험자가 나와서 임상실험을 진행하였다. 기억력 테스트를 마친 사람은 다시 안대를 가리고 모든 실험이 끝나기를 대기하고 있었다. 비상과 바깥에 있던 연구원들은 소곤소곤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네 번째 피실험자가 나와서 안대를 벗었는데 비상은 놀라서 주저앉을 뻔했다. 그는 바로 굴레였다. 오만 교수가 기억사형에 대해 하는 말을 듣고 굴레가 기억사형자인 것을 짐작은 했지만 사실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연구에 피실험자로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상이 안에서는 바깥이 안 보이는 걸 알면서도 비상은 창문 가까이 다가가서 자신이 여기 있다는 듯 눈짓을 보냈다. 굴레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실험을 진행하였고 별일 없이 끝마쳤다. 몇 시간이 되는 실험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각각의 칸막이가 있는 면담하는 방에서 그들과 연구원들의 면담이 진행되었다. 오만 교수도 조금 지친 기색으로 밖에서 면담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오만 교수는 비상과 연구원들에게 혹시 피실험자들에게 질문할 것이 있으면 질문을 하라고 했다. 다른 연구원들은 “실험이 끝난 후 뭔가 다른 것이 느껴지는가?”, “몸의 이상이 느껴지지 않는가?” 라는 등 일반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다. 질문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쯤 비상은 용기를 내어 굴레에게 질문을 해 보았다.

  “만약 지금 있던 증세가 완화된다면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겠죠?” 물론 비상은 창문 밖에서 마이크로 말을 해서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굴레는 알지 못했다.

  “지금까진 악으로 버텼는데 나이도 들고 얼마 전부터 몸도 안 좋아져서 이젠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비상은 그 말을 듣고 측은한 느낌이 들었다. 씩씩하던 목소리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혹시 카르페디엠 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으신가요?”

  그 말을 듣자 굴레는 살짝 놀란 듯 했다.

  “네, 엄청 잘 알죠.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말하고 다녔죠.”

  “저도 그 말을 듣고 삶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금 피실험자 분도 그 말을 잊지 않고 다시 새겼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에 대답해주셔서…….”

  그 말을 끝으로 비상은 마이크를 끄고 말없이 지켜보았다. 굴레는 그제야 비상의 목소리를 알아채고 고개를 살짝 숙인채로 입을 다물고 큰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에 살짝 고였지만 흐르지 않도록 눈을 끔뻑끔뻑거렸다.

  “나에 대해 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연구원들은 굴레가 그런 말을 한 의도를 몰랐지만 비상은 알고 있었다. 면담까지 마친 연구원들은 다시 들어올 때처럼 안대를 끼고 인솔자를 따라서 일렬로 바깥으로 나갔다. 비상은 지나가는 그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하자 앞사람 어깨에 손을 올리며 따라가던 굴레가 손을 살짝 떼서 흔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비상은 그들이 타고 간 엘리베이터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비상이 국가직속학교의 학생인 걸 굴레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을 듣고 누군지 눈치 챘던 것 같았다.

  오만 교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수고했다며 격려했다. 비상에게 다음엔 연구에 가치가 있는 질문만 하라고 약간 혼냈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냈다며 박수를 쳤다. 그제야 옆에 있던 연구원들도 다행이라는 듯 박수를 쳤다. 연구원들은 오만 교수 앞에 모여서 그의 말에 집중했다.

  “다들 알다시피 지금 이와 같은 증세를 보인 사람들의 특징은 한 부분의 기억이 통째로 외우지 못한 것 입니다. 예를 들면 1쪽부터 100쪽까지 있는 책을 읽으면 20~30쪽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서 머릿속엔 1~20, 30~100쪽의 페이지밖에 기억이 안 나는 것입니다.”

  오만 교수는 비상에게 이해하라는 듯이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었다. 오만 교수는 실험에 관해 주절주절 이야기를 계속 했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이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하고, 오늘 실험에 대해 분석 하려면 또 시간이 걸리니까 앞으로 계속 수고해주길 바랍니다.”

  시간이 지난 후 오만 교수는 비상을 따로 불러냈다. 교수는 소파에 앉아 물을 홀짝 마시면서 말을 했다. 비상은 맞은편에서 공손하게 앉아있었다.

  “축하하네, 자네가 한 것이 검증되었네. 이번 실험으로 여러 가지 결과가 도출 될 것으로 보이는데 자네의 논문이 옳은지 확인 할 수 있게 되었네. 처음에 연구원들은 자네가 얼마 되지 않아 이 자리까지 온 것을 보고 실력을 의심했지만 이젠 그런 사람은 없을 거네. 난 자네가 이렇게 잘 할 줄 알았지. 자네의 논문이 없었다면 오늘 실험은 없었을지도 몰랐지.”

  오만 교수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번 연구는 상당히 힘들었지. 초기 기억사형자들 중에 그런 증상이 있는 사람을 찾는데도 손이 많이 갔지.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돈이 없어서 아픈 게 아닌 이상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하거든. 그래서 기록이 남아있는 사람이 얼마 없었어. 또 특히 굴레라는 사람 말이야 그 사람 찾기가 힘들었지.”

  비상은 굴레의 이야기가 나오기에 숨을 죽이며 귀를 집중했다.

  “굴레라는 사람이 뭔가 다른 게 있나요?”

  “눈치가 빠르구먼. 굴레는 말이야 아주 특별한 사람이지. 굴레라는 사람을 제외하면 교도소에서 기억사형을 했지. 기억사형이 주로 교도소에서 하는 건 알고 있지?”

  비상은 기억사형이 어디서 하는지는 몰랐기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렇구먼. 여기에선 그 정도 국가기밀은 찾아 볼 수 있으니까 시간 날 때마다 알아보도록 해. 하여튼 짧게나마 설명해주자면 일반적인 범죄자들은 교도소에 간 다음 교도소 지하에 있는 기억사형장에서 기억사형을 당하고 바로 독방으로 수감하지. 근데 굴레라는 사람은 우리가 제일 처음 기억사형을 테스트 해 보기 위해 여기 실험실에서 기억사형을 한 사람 중에 하나지. 하여튼 그 사람이 몇 달 전쯤부터 일도 안 하고 동료의 집에 같이 살고 있었지. 우리는 그걸 모르고 있어서 위치가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았는데, 그가 며칠 만에 상점에서 물건을 사려고 손목신분증으로 결제를 하고 나서야 위치가 추적되어서 한참 찾은 끝에 연락이 닿았고 또 그가 기억상실 증상이 있다고 해서 바로 여기에 데리고 왔지.”

  그 말을 듣고선 비상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자기 집도 없어서 아는 사람 집에 얹혀살고 돈도 없어서 물건도 며칠 만에 구매한 걸 보니 마음이 안타까웠다. 아까 굴레에게 마이크로 대화 한 것과 종합해보면 떠돌아다니며 일을 하던 중 다쳐서 아는 사람에게 빌붙으며 살아가는 것으로 추측했다. 그래도 방금 보았을 때, 걸을 수는 있는 것을 보니 많이 나은 걸로 보인다. 굴레의 넉살좋은 성격덕분에 얹혀서라도 살고 있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그런데 굳이 굴레라는 사람을 데리고 올 필요가 있었을까요? 기억사형자는 굴레가 아니라도 좀 있을 텐데요.”

  비상은 기억사형자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말을 했다.

 “기억사형자가 많기는 하지만 처음 굴레의 기억을 지웠을 때 분석한 데이터가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 실험과 비교하게 되면 좀 더 질적으로 풍부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지. 교도소에서 하는 건 시간을 절약하려고 빨리 기억사형만 시키고 보내거든”

  그는 그 말을 들으니 어느 정도 수긍해서 고개는 살짝 위 아래로 천천히 흔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몇 년 전부터 시도하던 대형 프로젝트가 있는데 이번에 자네도 같이 연구해주었으면 하네.”

  비상은 연구실에서 대형 프로젝트라는 건 들어 본 적이 없어서 고개를 다시 한 번 갸우뚱거렸다.

  “대형 프로젝트가 무엇인가요? 연구소에서 그런 걸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자네는 모를 법도 하지 꽤 오래전부터 하던 계획인데 중간에 문제가 생겨서 불발되었다네. 그 후로 다시 시도를 하려고 했지만 바쁘기도 하고 연구원들이 능력도 부족해서 할 수 없었지.”

  “그래서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오만 교수는 입맛을 살짝 다시며 물을 다시 삼키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건 좀 어려운 일인데 잘할 수 있겠나?”

  “네, 어려워도 능력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만 교수는 테이블을 한 번 탁 치고 다시 한 번 물었다.

  “내가 하라는 것 시키는 대로 잘 할 수 있겠나?”

  “네, 잘할 수 있습니다!”

  비상은 오만 교수가 너무 압박하여 위압감이 들었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인가 싶어서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 대형 프로젝트가 무엇이냐 하면 바로 기억을 조작하는 실험이야.”

  “사람의 기억을 조작한다는 뜻인가요?”

  오만 교수는 눈을 살짝 감았다가 뜨고 비상을 살짝 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 근데 자네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네.”

  “이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거라던가요?”

  “그것도 중요한데 이 실험을 하는 것이 자네의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말이야. 이 실험에 대해 찬성하는가?”

  비상은 실험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고 조작한다는 것이 마음에 내키진 않았지만 열심히 한다고 했으니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저의 여부가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저는 교수님이 하시는 건 당연히 찬성합니다.”

  입에 발린 말을 했더니 교수는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제자 하나는 잘 둔 것 같구먼. 하하하.”

  그 말을 들으니 비상은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근데 기억을 조작하다니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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