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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기억사형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사형수들의 기억을 지우고 사회로 보냄으로써 발생하는 이야기

 
기억사형(6)
작성일 : 20-08-04 16:02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8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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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은 해가 뜨기 전에 눈을 떴다. 잠을 설쳐서 늦게 잤더니 몸이 뻐근했다. 방안에 있던 많지 않던 짐을 전부 들고 기차역으로 갔다. 몇 달 만에 다시 온 기차역이었다. 역시나 처음 왔을 때처럼 북적였다. 근처 공중전화로 가서 알려준 번호로 전화하니 딱딱한 목소리의 누군가가 학교에 말해놨다고 했고 그곳으로 가면 알아서 처리해 준다고 했다. 비상은 묻고 싶은 게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그의 무서운 목소리와 더 전화하고 싶지도 않았고 알아서 처리 해 준다고 하기에 그냥 끊었다. 이 국가에는 수도를 포함하여 가장 큰 대도시 세 개가 삼각형으로 떨어져 있는데 정부 직속 학교는 그 세 곳의 대도시의 중심에 있다. 그곳으로 바로 가는 열차가 없어서 대도시를 거쳐 가야 한다.

  기차가 두 시간을 달려서 대도시에 도착하였다. 다음 기차까지 조금 여유가 있어서 밖을 나가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교도소 영상에서 보았던 그런 고층 건물들이 즐비했다. 실제로 보니 더욱 장관이었다. 비상은 높은 건물들을 보느라 목이 꺾일 지경이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옷차림도 화려하고 표정도 백화점에서 일하던 도시에서 보았던 사람들보다 여유로웠다. 그 도시도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곳에 비하면 시골 수준이었다.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식사를 하려고 들어갔다가 너무 비싸서 그냥 나왔다. 근처 빵집에 가서 작은 빵 하나를 사서 허기만 채웠다.

  비상은 자신이 여기에 있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기차역으로 돌아가서 쉬었다. 그리고 목적지로 가는 열차를 타고 출발했다. 다시 기차가 한 시간 가량 달리자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역은 사람이 비교적 한산했다. 이곳은 주변에 산이 많이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건물들도 대체로 작았다. 근처에 서 있는 사람에게 정부 직속 학교로 갈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보니 비상을 한 번 쓰윽 보더니 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가 알려준 대로 버스 역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알려준 장소로 내렸다. 주변이 온통 논과 밭이거나 풀이었다. 비상이 주위를 한 번 빙 둘러봤더니 모든 장소가 초록빛이었는데 유일하게 회색빛이 나는 거대한 건축물이 저 멀리 희미하게 보였다. 여기서부터는 교통수단이 없어서 걸어서 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한 시간 가량을 걸었다. 비상이 건설현장에서 체력이 많이 늘어난 덕분에 걷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

  가까이서 보니 그 건물은 더욱 굉장했다. 10미터도 넘어 보이는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내부에 건물이 잘 보이지 않았고 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첨탑이 있었다. 벽은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뻗어있었다. 비상이 걷고 있는 길은 그 콘크리트 벽을 향해 있었다. 그 길의 끝에는 커다란 문이 있었고 그곳에는 경비로 보이는 사람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얼핏 보면 이곳은 대학이라기보다 마치 군사시설 같은 느낌이었다. 하긴 정부 직속 대학이라서 국가 기밀 같은 것들이 많이 있으니 이렇게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비상은 드디어 길 끝에 도착했다. 거대한 문이 비상을 맞이했다. 경비원에게 다가가니까 말을 걸기도 전에 비상에게 길을 알려주며 본청으로 가라고 했다. 아마 미리 말을 전해들은 것 같았다. 벽의 두께가 두꺼워서 그 문을 통과하는 것은 마치 커다란 동굴을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 입구를 지나니까 비상의 눈앞에 마치 하나의 도시와 같은 모습이 펼쳐졌다. 크고 작은 수많은 건물들이 즐비했다. 또 건물 사이사이마다 각양각색의 나무와 쉼터가 있었다. 분수대도 있고 장식물도 있었다. 담장 밖의 한적한 시골과 같은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비상은 이런 곳에서 있을 자격이 되나 싶은 생각이 드는 한편 여기서 공부할 생각에 흥분이 되는 감정이 공존했다. 넓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걸어 다니는 사람은 많이 보이진 않고 자전거 탄 사람이 몇 명이 지나갈 뿐 이었다. 그리고 빨간색 버스도 돌아다니고 검은 띠도 있는 버스도 돌아다녔다.

  비상은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몰라서 이리 저리 주변을 둘러보니까 학교 지도가 그려진 표지판과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도 있었다. 비상은 표지판을 보고 본청으로 향했다. 본청으로 가는 길에 있는 건물들은 높고 뾰족한 것도 있었고 유리로 만들어진 것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중간에 장식물같이 볼거리들도 많이 있어서 눈요기까지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도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상은 한참을 걷다가 본청에 도착했다. 길이 복잡해서 헤매긴 했지만 주변 모습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본청의 건물은 다른 건물보다 유난히 크고 웅장했다. 그곳의 입구로 들어가서 안내 받은 대로 사무실로 들어갔다. 비상이 문을 열자 누군가가 비상을 기다린 듯이 손짓을 하며 자신에게 오라고 말을 했다.

  “안녕하세요. 비상씨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그는 비상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본 사람들 중에 가장 공손하게 비상을 대했다.

  “비상씨가 우리 학교에 특별전형으로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아마 그들이 비상을 특별전형으로 입학시키라고 말을 해둔 것 같았다. 아마 그 여성은 비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입학했는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친절하게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 우리 학교에 입학하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여기 시험을 치고 온 것이 아니라 특별전형으로 입학을 했는데 여기 들어올 자격이 있는지도 걱정되고 무엇보다 여기서 제가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나이도 많은 편이고.”

  비상은 머리를 긁적이며 눈치를 보았다.

  “아휴 뭘 그런 걸 걱정하고 그러세요. 특별전형이 아니더라도 비상씨 중등학교 성적이 상위 1퍼센트니까 충분히 입학할 자격이 됩니다. 여기 학교생활도 다른 곳과 딱히 별 다른 것이 없습니다. 그저 중등학교 때 하신 것처럼 하면 금방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몇 년 동안 공부하다가 늦게 온 사람도 많아서 나이는 걱정할 필요 없어요.”

  비상은 중등학교를 다녀 본 기억은 남아 있지 않지만 중등학교 때 한 것처럼 하라는 말을 봐선 평범하게만 하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은 들었다. 나이가 많아서 적응하기 힘들까봐 걱정이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럼 전 언제부터 학교를 다니면 되나요?”

  “우리 학교는 1년을 4등분을 해서 3개월마다 강의가 개설됩니다. 마침 보름만 있으면 새로운 학기가 시작 되니 그 직전에 강의를 신청해서 수업을 들으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방학 같은 것은 없나요?”

  “방학은 따로 없고 학기와 학기 사이에 일주일 정도 휴일이 있습니다. 만약 본인이 강의를 신청 하지 않으면 방학처럼 쉴 수 있게 되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졸업이 늦어지기 때문에 보통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강의를 신청하죠.”

  “그러면 수업을 단시간에 많이 들으면 빨리 졸업하겠네요?”

  “네 맞습니다. 졸업요건 첫 번째는 필수 강의는 모두 이수해야 하고, 두 번째는 졸업 논문을 작성해서 통과하는 것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제가 대학 안내 책자를 드릴 테니 그것을 읽어보면 매우 도움이 될 겁니다.”

  그 사람은 조그마한 책자를 비상에게 건네주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지금 기숙사를 배정해 드릴 테니 기숙사로 가셔서 편히 쉬시면 됩니다. 곧 저녁 식사시간인데 식당으로 가셔서 식사 하셔도 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학교는 등록금부터 구내식당까지 많은 것들이 무상으로 제공되니 마음껏 이용하셔도 됩니다.”

  비상이 사실 걱정되었던 부분이 금전적인 문제였는데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방학이 언제인지 물어본 것도 방학기간동안 일을 해서 학기 때 사용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역시 정부 직속 대학인만큼 지원도 많이 해주고 여러모로 다르긴 달랐다.

  비상은 기숙사로 걸어갔다. 기숙사로 가는 데도 한참 걸렸다. 여기서 다른 사람들이 왜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지 이제 이해가 됐다. 기숙사 앞에 도착하니 거대한 건물이 비상을 맞이했다. 대도시에서만 보았던 그런 커다란 건물 같은 형태가 바로 기숙사 건물이었다. 기숙사라 그런지 그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대학교라서 젊은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한데 의외로 비상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사람도 꽤 있었다.

  비상은 기숙사의 입구로 들어갔다. 기숙사 건물 내부는 외부보다 더 화려했다. 로비는 대리석으로 깔려있었고 여러 장식물들이 많이 있었다. 비상은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비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정된 방에 들어갔다. 개인 방도 지금까지 살던 곳과는 차원이 달랐다. 방이 두 개인데 침실로 보이는 방에는 침대와 두툼한 이불이 있고, 다른 방엔 공부하는데 필요한 책상과 책꽂이가 있었다. 거실에는 냉장고와 텔레비전까지 있었다. 비상은 방 가운데서 한 바퀴 빙 돌았다. 그는 자신이 이런 곳에서 산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비상은 짐을 내려놓고 침대에 몸을 던져서 푹신함을 느꼈다. 그리고 손을 뻗어 가방 안에 있는 대학 안내 책자를 꺼내서 읽었다. 대학 생활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있었다. 대학교 지도라던가 어떤 과가 있는 지라던가 하는 비상이 궁금할만한 내용은 다 적혀있었다. 그리고 기숙사가 여러 군데 있는데 대학원생도 일반 대학생들과 구분 없이 자신이 원하는 기숙사에 산다고 적혀 있었다. 왜 나이가 많은 사람도 기숙사에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과는 구별되어 있긴 하지만 학생들은 각 과의 졸업요건만 맞추면 해당과를 졸업한 것으로 인정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 복수 학위를 따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나의 학위를 따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서 그 수가 많지는 않다고 한다. 학생들은 졸업하고 대체로 국가에서 일을 하는 공직을 한다고 한다. 또 다른 일은 국가연구시설에서 일하는 연구직이라고 한다. 국가연구시설은 이 대학교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면 연구실과 접촉하여 연구 참여를 하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대학생도 연구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면 추가로 돈을 받거나 졸업 논문에 보탬이 된다던가 하는 이점이 있다고 한다.

  비상은 책자를 마저 읽어 보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무슨 과로 졸업할지 고민이었다. 이공계열로 갈 생각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를 갈지 생각한 건 아니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지도자님이 생명공학계열로 가는 것을 추천하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생명공학과에 가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뇌 과학 쪽으로 연구 참여를 해서 잘하면 자신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게 안 되더라도 굴레의 병을 낫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상은 생각을 거듭한 끝에 자신은 그 과로 가는 것이 옳으리라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컴퓨터로 검색해서 그 과의 과목을 알아보고 들을 수 있는 최대한의 강의를 신청하였다.

  비상은 보름동안 학교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알아보고 조금씩 이곳에 적응했다. 그 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어 강의를 신청하고 수업을 들어갔는데 지도자가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수업에 학생이 10명 남짓밖에 없었다. 그 사람들 중에서 비상이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긴 한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강의마다 교수님이 달랐고 학생들도 많이 달랐다. 그리고 비상의 성격상 사람들하고 친해지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렇게 그냥 하루 종일 수업만 듣다가 나왔다. 비상은 학교가 학교인 만큼 수업내용이 어려울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쉬워서 수업적인 측면에서는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리 배우는 게 쉽다고는 하지만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비상은 기숙사로 돌아가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늦게까지 다시 보다가 잠이 들었다.

  학교생활은 생각보다 단조로웠다. 아침을 먹고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다시 수업을 듣고 저녁을 먹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것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했던 다른 일과는 달리 비상은 학습하는 그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지루하지는 않았다. 수업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피곤함이 비상의 얼굴에 묻어났지만 그동안 고생한 것에 비하면 힘든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은 물론 교수도 피곤해 보였기 때문에 더욱 힘든 티를 낼 수 없었다.

  비상은 여러 수업을 들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뇌 과학 분야에 관심이 갔다. 그 이유는 그 수업이 재미도 있었고 또 그 수업을 하시는 오만 교수님에게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 교수님은 나이가 다른 교수님보다 비교적 젊어서 비상과 나이가 많이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또, 어찌 보면 자기 자랑일 수도 있는데, 오만 교수는 수업 중에 자기가 연구하는 것과 업적에 대해 자랑하듯이 말을 하며 이것저것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내가 왠지 그 연구소에서 같이 연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상은 고민 끝에 뇌 과학 연구에 참여하기로 결정 했다. 교수님에게 찾아가서 이런 저런 말을 하니 인력이 부족했는데 마침 잘 됐다며 무척 좋아 하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학부생은 아직 배워야 되는 입장이니까 자신의 연구실로 와서 공부를 하고 여러 가지 내용을 배우라고 했다. 생명공학부의 연구실은 여러 군데 있는데 오만 교수의 연구실은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작은 연구실이었다. 그곳은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 몇 명과 연구 목적용 컴퓨터와 수많은 책들이 있었다. 다른 건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오만 교수가 비상을 데리고 그 연구실로 들어갔다. 그는 비상이 연구실로 들어온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이번에 새로 우리 연구실에 새로 들어오게 된 비상 학생이라고 하는데 여기 사람들에게 자기소개 한 번 해주게.”

  교수는 비상을 한 번 쳐다보고 비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비상은 긴장했지만 차분하게 말을 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연구실에 들어오게 된 비상이라고 합니다.”

  연구실에 있던 사람들이 비상을 주목했다. 그 중 여기서 교수님 다음으로 가장 높은 사람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방관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지내도록 해요.”

  비상은 방관과 악수를 했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데 대학에 늦게 입학하셨나 봐요.”

  “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늦었습니다.”

  비상은 이와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아서 이제 긴장하지 않고 대답을 했다.

  “어떠한 사정이 있으셨나요?”

  사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묻지 않았는데 방관이라는 사람은 뭔지 더 캐물었다. 연구원이라 모든 것이 궁금하나 보다 생각했다. 긴장하지 않고 평소대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돈을 벌고 싶어서 이런 저런 일을 했어요.”

  “어떤 일을 했나요?”

  “백화점에서 일도 하고 건설현장도 가보고…….”

  비상이 말을 하려는데 교수가 말을 끊었다.

  “자, 궁금한 게 많은 건 알겠는데 그런 질문은 이제 그만 하도록 하고 난 이만 가보도록 하겠다. 비상 학생, 너도 모르는 게 생기면 여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잘 알려줄 거다. 그리고 학기가 끝나면 상담해야 하니 그 때 이야기를 더 해보자꾸나.”

  교수는 그 말을 끝으로 나가버렸다. 비상은 연구원 사람들과 간단하게 대화를 주고받다가 지정해준 빈자리로 가서 앉아서 자신의 공부를 했다.

  그 후로 비상은 수업이 비는 시간에 가끔씩 연구실로 갔지만 아직 학부생이라 그런지 간단한 서류정리 작업을 시키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일을 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별일 없이 시간이 흘러 어느새 학기가 끝나갔다. 그리고 자신이 배운 것을 검증하는 시험기간이 되었다. 각 교수님마다 시험 치는 날이 달랐는데 마지막 시험은 뇌 과학 시험이었다. 비상은 이때까지 문제는 다 쉽게 풀었는데 뇌 과학 마지막 시험이 조금 특이한 문제였다.

  [사람의 기억의 용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해결방안을 제시해보시오.]

  지금까지의 문제는 책에 있는 내용이거나, 응용해서 풀 수 있거나, 답이 명확히 있는 문제였지만 이 문제는 달랐다. 비상은 한참동안 고민했다. 답이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 자신이 생각나는 대로 썼다. 종이 한 페이지를 빼곡하게 쓰고 시간이 다 되어서 시험지를 제출했다. 마지막 문제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럽게 시험을 쳤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그동안 열심히 했기 때문에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 전 일주일간만이라도 편하게 쉴 생각이었다. 비상은 늦은 나이에 입학한 만큼 다음 학기도 수업을 빼곡하게 채워 넣었다. 비상은 기숙사로 돌아가서 침대에 누워서 오랜만에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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