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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기억사형
작가 : 김광수
작품등록일 : 2020.8.4

사형수들의 기억을 지우고 사회로 보냄으로써 발생하는 이야기

 
기억사형(1)
작성일 : 20-08-04 15:56     조회 : 373     추천 : 0     분량 : 7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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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집처럼 수없이 많은 방이 있는 복도에 얼굴이 어둡고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처벅처벅 걷다가 어떤 방을 열고 들어갔다. 그 방은 누구라도 금방 폐소공포증에 걸릴 것만 같이 사방이 콱 막혀 있었다. 그 사람은 목을 가다듬고 말을 시작했다.

 “정신은 드는가?”

  그 방에는 거뭇거뭇 때가 묻어있는 침대가 있고 거기에는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깊은 잠에 빠진 그는 감은 눈을 찡긋거릴 뿐 깨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목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 기상하도록 한다!”

  다시 한 번 큰 목소리로 깨우자 침대에 누워있던 사람이 깜짝 놀란 듯 벌떡 일어났다. 엄지손가락으로 안경가운데를 바로잡으며 어안이 벙벙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좁은 방에 주변은 어두운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방에는 모니터와 여러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 책상, 화장실로 가는 문이 있었다. 그는 무인도에 떨어진 사람마냥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서 입을 벌린 채로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몸 상태는 어떠한가? 어디 아픈데 없는가?”

  검은 옷의 그는 침대 앞으로 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는 손바닥 두 배 크기 정도 되는 화면이 나오는 전자기기와 침대에 앉아있는 사람을 번갈아서 보았다. 침대에 있던 사람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면서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크게 아픈 곳은 없고 머리가 살짝 아프네요. 그나저나 여긴 어디죠? 그리고 누구세요?”

  검은 옷을 입은 그는 전자기기 화면에 뜬 죄수 상태 목록에 몸 상태 정상이라는 부분에 체크하고 언어 정상이라는 부분에도 체크했다.

  “반갑다. 나는 이 구역을 담당하는 교도관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알려줄 것이다.”

  교도관은 귀찮은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예? 잠시만요 그럼 여기가 교도소라는 말인가요? 제가 무슨 잘못한건가요? 오해한 것 같은데 제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저는요. 음……. 방금 제 이름을 말해줄려고 했는데 제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요!”

  교도관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는 쏘아대듯이 계속 질문했다. 교도관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그의 말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대답 했다.

  “네 이름은 이제부터 7607137이다. 이름은 나중에 변경할 수 있으니 당분간 그걸로 쓰고 자세한건 저기 있는 영상을 보길 바란다.”

  교도관은 환자의 심리상태 정상이라는 부분에 체크하고 특이사항 없음에도 체크한다. 그러자 곧 방 안에 있던 모니터에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7607137은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교도관의 목소리가 너무 근엄해서 차마 말을 걸 수 없었다.

  “지금 나오는 영상을 시청하면 어떤 상황인지 잘 알 것이다. 그리고 특이사항이 발생할 경우 책상위에 있는 전화로 연락하길 바란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두꺼운 강철 문을 쾅 닫고 나갔다. 7607137은 문으로 가봤지만 그 거대한 철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화면에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하자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머릿속이 뒤숭숭해서 머리를 손으로 잡으며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화면에는 검은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어떤 사람이 나와서 또박또박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지금 일어난 상황에 대해서 무엇인지 설명해 줄 겁니다. 대체 왜 내기 여기 있는지? 또는 왜 과거의 것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지? 어떻게 여기서 나갈 수 있는지? 등을 알려줄 것입니다. 지금 보는 이 영상을 다 보시면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이 끝나자 곧 화면에는 고층빌딩이 늘어져있는 도시의 모습, 사람들이 웃고 있는 모습, 노동자들이 뿌듯하게 땀 흘리며 만들고 있는 건물의 모습, 초록색으로 물든 산이 나오는 자연의 모습, 훈련을 받고 있는 군인의 모습 등이 짧게 스쳐지나갔다.

  “지금 여러분이 보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모습입니다. 새로운 지도자님의 훌륭한 인성과 탁월한 통솔과 찬란한 기상으로 일구어낸 모습입니다. 참 훌륭하지 않습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지도자님이 한 업적을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하루가 끝나니 나중에 다시 천천히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지도자로 추정되는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7607137은 숨이 탁 막혔다. 지도자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과 커다란 건물을 건설 중인 곳을 보는 모습, 사람들을 격려하는 모습 등이 나왔다.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항상 많이 있었고 그가 말하면 주변 사람들은 만세를 하면서 박수를 치며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다시 화면이 전환되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람이 다시 나와서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진지하게 말을 시작했다.

  “지도자님은 우리 국가의 모든 사람들에게 관대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물론이고 범죄자들에게도 말이죠.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범죄자들을 두려워하죠. 그들은 도둑질을 하며 사기를 치기도 하며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릅니다. 유토피아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에 왜 이런 사람들이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지도자님은 항상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상이 평화로워질까? 그래서 지도자님이 선택하신 것이 바로 기억사형제도입니다. 기억사형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테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기억사형제도란 강력범죄자를 감옥에 영원히 넣거나 사형시키는 대신에 기억을 지우고 교화를 한 다음 사회에 내보내는 겁니다. 물론 사회에서 있었던 그 사람에 대한 모든 데이터는 지워집니다. 자 이쯤하면 어느 정도 눈치 채셨겠죠? 지금 이 화면을 보고 있는 여러분은 모두 강력범죄자들입니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그는 손가락을 정면으로 가리켰다. 그 손가락은 화면을 뚫고 76071371의 이마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 침대 끝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고 있던 그는 식은땀이 흐르고 동공이 커지며 심장이 빨리 떨리며 입을 벌린 채로 있었다. 자신이 강력범죄자였단 사실이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놀라셨죠? 자 마음들 진정하시고요. 중요한건 우리 위대하신 지도자님께서 이 제도를 도입하여 여러분들을 구원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들의 죄목은 다양하겠지만 원래 같았으면 죽었어도 마땅할 정도의 강력 범죄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새로 태어났습니다.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살며 사회에 유익하게 기여할 기회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행여나 말씀 드리는 건데 새롭게 주어지는 삶에서는 착실하게 살길 바랍니다. 한 번 기억사형당한 자가 또 다시 강력범죄를 저지를 경우 기억사형으로 끝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아두세요. 자 잠시 샛길로 빠졌네요. 이어서 말하자면 여러분은 이곳에서 교화를 받게 될 예정입니다. 매일 영상으로 수업을 받게 되며 중간중간 시험도 치게 되는데 여기서 합격되면 사회에 나갈 자격이 주어집니다. 빨리 사회에 나가고 싶으시죠? 그럼 열심히 하세요. 열심히 한 만큼 빨리 출소 할 수 있습니다. 노력하는 만큼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신조죠. 그리고 여러분들의 교도소에서의 모든 자료들은 철저히 보안이 됩니다. 여러분들은 옆방의 사람들과 서로서로 얼굴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화조차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랬다가는 여러분이 사회에 다시 나갔을 때 범죄자였단 사실이 알려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철저하죠? 안심하시고 여러분은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지금에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것은 국가에서 다 해결해줍니다.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 나오게 됩니다. 영상이 끝난 후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이 화면을 누르시게 되면 다양한 정보를 알려줄 것입니다. 오늘은 첫 날이고 아마 머리도 아플 겁니다.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무사 출소를 기원합니다.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방에서는 우주에서 미아가 된 것 마냥 정적만이 감돌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7607137의 침을 삼키는 소리뿐이었다. 그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멍하니 한동안 그대로 있다가 침대에 누워서는 갑자기 괴로운 듯 손을 머리에 괴고 몸을 비틀었다. 그는 지금 상황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꿈이고 자고 일어나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올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시 정자세로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꿈이라고 믿고 싶은 곳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벌떡 일어나서 책상에 있는 전화로 뛰어가서 허겁지겁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기엔 번호가 없고 한곳으로만 연결되어 있다. 몇 분이 지나서야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인가?”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이런데 올 사람이 아닙니다.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런데 기억만 돌아오게 해주시면 모든 걸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데 감옥에 올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한 번 지워진 기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앞으로 궁금한 질문들은 화면을 눌러서 알아보도록 한다. 특이한 상황이 있을 경우에만 전화하도록 하길 바란다. 그럼 끊겠다.”

  “자...잠시 만요 그럼 제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라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것도 화면을 누르면 관련된 사항을 알려준다.”

  그 말을 남기고서는 매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7607137은 화가 나서 수화기를 책상에 던지고는 이를 꽉 깨문 채 고개를 돌려 화면에 가까이 다가갔다. 갑자기 화면이 켜지더니 아이콘들이 떴다. 각기 다른 아이콘 모양에 지도자의 업적, 국가의 역사, 감옥 정보, 수업 듣기 등이 적혀 있었다. 손가락으로 감옥 정보가 적힌 아이콘을 누르니 다시 여러 아이콘들이 나왔다. 감옥의 역할, 내부 생활, 죄수 관련사항 등이 나왔고 다시 죄수 관련사항을 눌러보니 많은 양의 글이 화면에 나왔다. 그는 안에 적인 내용들을 집중하여 읽어봤다. 그가 궁금해 하던 사항들이 적혀있었다. 그는 다른 것도 눌러보며 여러 정보들을 습득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는 잊힌 기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시험에 모두 합격한 후 출소하기 전에 알려준다고 한다. 많은 정보들을 읽은 후에 7607137은 벽에 고개를 박고 주먹을 꽉 쥐었다. 벽을 주먹으로 치려다가 멈칫하고 그대로 멈춰 섰다. 벽에 손을 쳐봐야 손만 아플 뿐이었다. 주먹으로 벽을 뚫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이 무기력해보였다. 그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그는 주먹에 힘을 풀고 침대로 돌아와서 그 끝에 걸쳐 앉았다. 세수하듯 손을 얼굴에 파묻었다. 보이지 않는 시계바늘이 오랫동안 돌아간 후에야 그는 모든 것을 체념했다. 여기서 한 말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전의 존재는 차라리 기억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듯 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어떤 짓을 하더라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타협하며 사는 방법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면 원래 죽었어야 하는 몸이다. 사형을 당할 정도의 삶이었다면 실패한 인생이었는데 차라리 이렇게 새 삶을 사는 것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는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 채 잠을 자다가 갑자기 벨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문 옆쪽에 있던 또 다른 작은 문 위에 있던 전등에서 빨간색으로 불빛이 들어왔다. 위아래로 열리고 닫히는 미닫이 형식의 문 이었다. 무언가 싶어서 문을 열어봤더니 그 안에는 식판이 있었고 그 안에 음식들이 담겨져 있었다. 콩이 들어있는 밥에 정체모를 채소로 만든 국과 채소 무침이 있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배고픈 것도 몰랐었는데 밥을 보니 배고픔이 한 번에 몰려왔다. 그는 떠돌이 개가 며칠 만에 음식을 발견한 것 마냥 허겁지겁 먹었다. 식판에 있는 모든 음식들을 다 긁어 먹었는데도 조금 허기졌다. 그는 갑자기 뭔가 궁금해졌는지 화면에 다가가서 감옥 정보를 알아보았다. 여기는 식사가 8시간 주기로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빈 식판은 그 문에 다시 집어넣어서 반납하라고 적혀있는 글을 읽고 식판을 다시 그 문 안에 넣었더니 그 문 위에 켜졌던 빨간불이 꺼졌다. 안은 컨베이어벨트 방식으로 되어 있어서 식판들은 자동으로 수송되었다. 그리고 이 방 안은 희미한 전등이 내내 켜져 있다고 한다. 시계도 없어서 낮인지 밤인지도 모른다. 식사도 8시간 간격으로 일정하게 나와서 그것으로도 시간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저 자신의 기준으로 눈을 감으면 밤이고 눈을 뜨면 아침이다. 그는 방 안에 서 있었다가 눈을 지켜 뜨고 결심했다. 이렇게 된 이상 현실에 순응하고 빨리 출소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빨리 출소를 하려면 시험을 쳐서 통과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을 생각해내어 화면에서 수업 듣기를 눌렀다. 강의 영상을 눌렀더니 1부터 100이 넘는 누를 수 있는 숫자가 있었다. 그는 1번을 눌렀더니 영상이 나오고 얼마 전에 보았던 그 선글라스 낀 사내가 나왔다.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다른 것을 누르지 않았다면 아마 이것이 두 번째로 저를 본 것 일겁니다. 자, 여러분은 이제부터 수업을 듣게 됩니다. 제 얼굴을 매일 볼까봐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업은 영상 자료를 이용하여 진행됩니다. 죄수 관련사항을 읽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지금 여러분은 이상이 없다면 대략적으로 초등교육과정 수준밖에 기억이 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올바른 교육을 가르치며 여러분을 중, 고등교육과정 수준으로 향상시키게 됩니다. 교육내용은 수많은 사람들의 의해 효과적이라고 검증된 방법이니까 걱정하거나 의심하지 마세요.”

  그 선글라스 사내의 말 속에 약간의 웃음이 보였다. 역시 소름끼치는 사람인 것 같았다.

 “자, 말이 좀 길었죠? 지도자님의 은총 아래 참된 사람이 되길 기원합니다.”

 그러고는 교육 영상이 나왔다. 7607137은 황급히 책상을 옮겨서 화면이 잘 보이도록 하고 책꽂이에 있던 공책과 서랍에 있던 펜을 꺼내서 필기를 시작했다. 영상에서 처음엔 지도자라는 사람의 업적이 나왔다. 그는 붕괴위험의 나라를 구했다 라던가 그의 성품에 관한 일화들이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에 대한 칭찬밖에 없었다. 아니 칭찬이 넘어 찬양수준이다. 그러고는 국가의 역사에 대해 알려주고 개인의 도덕적 태도에 대해 알려주었다. 영상으로 나오다 보니 많은 내용은 없었지만 시간은 상당히 흘렀다. 모든 교육이 마치자 화면이 어두워지며 끝났다. 그 때 문득 화면에 살짝 반사된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잘 비춰지지 않아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 낯선 얼굴이었다. 엄지손가락으로 안경을 바로잡고 다시 쳐다보았다. 역시나 자신의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혹시 출소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경우, 난 다시 어느 정도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일말에 기대감에 잠시 흥분했다. 침을 꼴깍 삼키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화면을 켜서 이것과 관련된 사항을 찾아보고는 곧 실망감에 빠졌다. 기억사형자들의 얼굴은 성형을 시켜서 원래 알던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이곳의 치밀함에 다시 한 번 치가 떨렸다. 짜증난 듯 방금 필기한 공책을 휙 펴서 공부를 했다. 사실 마음이 싱숭생숭 해서 강의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마음을 잡고 다시 1번 강의를 켜서 복습했다. 끝날 때 쯤 되니 식사가 나왔다. 식사를 하고 나니 잠이 와서 수면을 취했다. 잠에서 깨서 일어나서 몸을 좀 풀고 나니 다시 식사가 나왔다. 다시 식사를 하고 공부를 하고 잠을 잤다. 그것이 오랫동안 반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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