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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러나 그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에르노
작품등록일 : 2016.10.5

누군가 그를 미친듯이 원한다! 영문도 모른 채 쫒기는 소년, 그는 어째서 납치당하는가?
벗어날수록 옭아매오는 그물, 그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치명적인 음모가 정체를 드러낸다!

강대한 라니냐 제국의 볼모가 되어버린 도림 왕국의 태자, 상냥하고 친절하나 실은 비성숙한 자아에 고통받는 그는 제국을 적대하는 식민지 독립파에 의해 납치당하고 만다. 탈출을 시도하고 흉악한 적들과 추격전을 벌이며 이색적인 해적과 조우한다. 스릴 넘치는 모험과 풋풋한 사랑을 통해 자아의 성장을 일궈나가는 다크판타지.



표지는 핀터레스트 펌입니다.

 
14.항구를 떠나다
작성일 : 16-10-17 22:17     조회 : 403     추천 : 0     분량 : 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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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술집에서 기다리던 이도를 본 소니아는 그의 옆구리를 툭 쳤다.

 

  “총각. 아까는 내가 못되게 말해서 미안해.”

 

  “괜찮습니다.”

 

  “킥킥. 하지만 그건 아리아를 위한 거였어. 이 정도면 이해해 줄 거지?”

 

  소니아는 윙크했다.

 

  이도는 낄낄 웃으며 아리아 옆으로 가는 소니아를 어벙한 얼굴로 쳐다봤다.

 

  그들은 선원들을 전부 규합시킨 후 배를 향해 달려갔다. 항구의 분위기가 방금과는 많이 달라졌다. 인적이 한산해졌고 그들을 바라보는 곱지 못한 시선도 있었다. 아리아는 허탈함을 느꼈다. 힘의 균형이 독립파로 옮겨지자마자 이 꼴이라니. 제국 당국과 식민지 무역협회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장사하는 게 보기 좋지는 않았겠지만, 야속한 기분이 드는 걸 어쩔 수는 없었다.

 

 

  “젠장.”

  제국경비대가 선착장을 봉쇄하고 있다. 적지 않은 머릿수이다. 아리아는 앞으로 나아가 제국경비대장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는 우리 배로 가야겠으니까, 저리 비켜.”

 

  경비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순 없습니다. 당신은 범법자입니다.”

 

  “웃기지 마. 지금까지 돈 먹은 거 다 까먹었어?”

 

  경비대장은 뜨끔하는 표정을 짓더니 헛기침을 했다.

 

  “당장 당신을 체포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으로 아십시오.”

 

  “개소리 하지 마. 여기 제국의 대자가 계셔. 난 그를 모셔서 제국 성도에 도달할 때까지 안전하게 호위해야 돼. 넌 지금 공무를 방해하는 거야.”

 

  “그걸 믿으라고요? 헛소리도 정도가 있습니다. 하하하!”

 

  아리아는 경비대장의 목 밑에 칼을 댔다.

 

  “당장 비켜. 너한테 어떤 꿍꿍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급해.”

 

  경비대장은 왼 손을 올렸다. 그러자 경비대들이 선원들에게 창과 칼끝을 겨눴다. 아리아는 경비대장을 노려보았다.

 

  “해보겠단 거야?”

 

  “해보겠습니까? 당신들이 제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완전무장한 경비대 삼백 명은 만만한 숫자가 아닙니다. 내 목을 지금 딴다 해도 이백 구십 구명입니다.”

 

  “썩을 자식.”

 

  그러자 선착장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경비대의 것도, 아리아의 선원들의 것도 아니었다. 선착장 곳곳에서 총을 든 괴한들이 경비대를 공격했다. 경비대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우왕좌왕했다. 아리아는 그 틈을 타 단번에 공격했다. 시작은 경비대장의 목이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상황은 싱겁게 정리되었다. 삼면에서 파상공격을 당한 경비대는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경비대를 공격한 괴한 중 한 명이 아리아에게 다가왔다.

 

  “누님, 절 알아보겠습니까?”

 

  아리아는 눈살을 찌푸리다가 환한 표정을 지었다.

 

  “너! 그 때 같이 탈출했던 노예 중 한 명 맞지?”

 

  “맞아요. 비록 누님과 같이 일하진 않았지만, 저도 나름대로 해적 밀수꾼이 되어서 짭짤한 수익을 보며 살고 있었죠. 근데 갑자기 누님의 선원이 제게 오지 뭡니까? 누님이 공격당한다는, 뭐 독립파 놈들인가? 그런 소식을 듣고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어떤가요. 딱 적당한 타이밍에 등장했죠?”

 

  아리아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마워. 네 도움은 정말 생각도 못 했어.”

 

  “하지만 곧 독립파 놈들이 몰려올 겁니다. 저도 어딘가로 도망쳐야하고요. 그럼 누님, 다음에 볼 날까지 무사하세요!”

 

  그는 손을 흔들며 자신의 선원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소니아는 휘파람을 불며 아리아의 허리를 툭 쳤다.

 

  “어떠냐? 이 언니의 인맥관리 능력이?”

 

  “언니가 평소에 연락하고 있던 거였어? 대단하다. 난 거의 잊어버렸는데.”

 

  “나중에 고마워하고, 일단 날 파손 부위로 데려가줘.”

 

  선원들이 배 위에 올라타는 동안 아리아, 소니아, 이도는 배 전방의 측면에 난 제법 큰 구멍으로 갔다. 수리공이 수리하다 남은 흔적이 있었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항해할 수가 없었다. 소니아는 머리를 긁적였다.

  “경화 레시피를 써야겠군.”

 

  경화 마법. 어떠한 물체에 마법 혼합물을 바르고 불을 붙이는 그 물체는 철만큼이나 단단해진다.

 

  “이런 상태였는데도 렐리아나 항구까지 온 게 용하다.”

 

  소니아는 가방에서 준비물을 꺼냈다. 적어도 수십 종류는 되는 마곡이 담긴 병들과 검은 기름이 담긴 가죽주머니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조그만 병 여러 개에 다양한 마곡기름이 담겨있었다. 각자 원산지가 다른 부싯돌도 있고 성냥도 보였다. 그 외에도 혼합물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온갖 부재료들이 있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소니아는 바닥에 앉고 레시피 종이를 옆에 낀 채 혼합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도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봤다. 마법이란 게 정말로 실재하는 걸까? 동방에서는 전혀 구경할 수 없었다. 언젠가 도림에 편지를 하게 되면 당장 마법 연구를 지원하라고 조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더 신기한 건 소니아의 진지한 표정이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였다. 그런데도 10살 체형의 어린아이의 모습. 방금까지의 사냥개같은 성격과는 딴판이었다.

 

  “후우, 됐다.”

 

  소니아는 땀을 닦았다. 이도가 말했다.

 

  “이렇게 빨리 해도 되는 건가요?”

 

  “사실 제조가 오래 걸리는 건 아냐. 다만 적확한 제조법을 찾기 위해 동일한 과정을 조금씩 변화를 줘가며 무한 반복하는 게 오래 걸리는 거지. 이번은 제대로 되면 좋겠는데.”

 

  소니아는 천을 꺼내 바닥에 깔고 혼합물을 발랐다. 기본적으로는 검은 색이었지만 여러 재료가 섞여 상당히 희귀한 빛깔을 띠었다. 소니아는 혼합물이 발려진 천을 구멍이 난 부위에 붙였다. 그리고 c자형 부시로 부싯돌을 내리쳐 불똥을 얻어냈다.

  “꼭 부싯돌로 해야 해요? 성냥으로 하면 안 되나요?”

 

  “이게 다 달라. 돌로 만들어낸 불, 기름으로 만들어낸 불, 나무로 만들어낸 불 등등 여러 가지 불이 각기 다른 효과를 지녀. 지금 이 경화 레시피에는 돌을 철로 내리쳐 만든 불이 필요해. 이게 다 의미가 있는 거라고.”

 

  소니아는 불똥을 흠뻑 젖은 천에 갖다 대어 불을 붙였다.

 

  “도망쳐!”

 

  갑자기 소니아는 뒤를 홱 돌아보며 치달렸다. 돌발행동에 놀란 아리아와 이도도 덩달아 달려 나갔다. 소니아가 멈추자 둘도 멈췄다.

  이도가 말했다.

 

  “뭐 잘못 됐어요? 왜 갑자기 뛰어요?”

 

  “혹시 모르니까. 조용한 거 보니까 잘 된 거 같은데?”

 

  그들은 다시 돌아갔다. 어느새 불은 꺼져있었다. 검은 기름의 특성이 원래 그렇다. 천이 있던 자리는 딱딱한 무언가로 되어있었다. 마치 화선지에다 먹물을 엎지른 듯한 모양새였다. 이도는 표면을 만져보며 금속과도 같은 차가움을 느꼈다.

 

  “성공이에요! 게다가 빈틈없이 잘 발라졌고요.”

 

  소니아는 쉬-하며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이 레시피는 절대 발설하면 안 돼.”

 

 

 

 

  그들은 배 위로 올라갔다. 선원들은 이미 출항 준비를 마쳤다. 일단 첫 고비는 넘었다. 하지만 진정한 위협은 해상에서부터 시작될 터였다. 당국까지는 뱃길로 하루면 가지만 독립파가 그들에게 안전한 뱃길을 제공할 생각은 없었다.

 

  렐리아나 항구를 떠나며 아리아는 생각에 잠겼다. 식민지 당국과 그 항구는 독립파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유일한 지역이었다. 다른 곳에도 제국 경비대가 있기는 했지만 방금처럼 뇌물에 넘어가거나, 이미 지역사회를 식민지 무역협회가 장악했다. 비록 군사력은 독립파와 식민지 당국이 동등할 지라도 전체적 형세는 이미 기울었다. 당국에 간다고 해서 과연 안전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이도를 만나 아리아의 인생이 이렇게 전개될 거라고는 그녀 스스로도 상상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옆에 이도가 다가와서 섰다.

 

  “무슨 생각 하고 있어?”

 

  “그냥. 왠지 정든 고향을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 그 기분 알 것 같아. 나도 몇 달 전에 고향을 떠나야 했으니까.”

 

  아리아는 피식 웃었다.

 

  “우리 둘 다 타의로 고향을 떠났네.”

 

  아리아의 대답이 재미있어 이도는 소리 내어 웃었다.

 

  즐겁게 대화하는 그들 사이로 한 선원이 다가왔다.

 

  “선장님, 저희 깃발을 바꿔달아야 하지 않을까요?”

 

  “깃발. 아아.”

 

  여전히 아리아의 깃발이 달려있었다.

 

  “바꿔도 별 의미 없을걸. 우리 배의 생김새는 이미 알려져 있으니까.”

 

  아리아는 잠시 고민했다.

 

  “맞다. 도림 왕국의 깃발 있어?”

 

  “네.”

 

  “그럼 그걸 걸어.”

 

  얼마 안 가 아리아의 깃발 대신 도림 왕국의 깃발이 내걸렸다. 이도는 모국의 국기가 마스트 꼭대기에서 펄럭이는 걸 바라봤다. 묘한 느낌이다. 아리아는 그런 이도를 보며 미소 지었다. 비록 아직 안전하지는 않았지만, 이도는 지금도 좋다고 느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도는 머지않아 다가올 위험에 대해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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