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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입을 다문 아이들
작가 : 흰다람쥐
작품등록일 : 2020.7.31

경찰대를 졸업한 서희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각오로 강력계에 지원했다. 부모님은 형사가 되려는 그녀를 만류했지만, 그녀는 끝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서희는 강력계로 전입을 오자마자 터진 살인사건을 맡게 되지만, 피해자는 얼굴이 난도질당한 채 죽어있고 동거녀의 속옷은 몽땅 사라져있다. 한편 피해자와 함께 살던 쌍둥이들은 현장에서 누군가를 보았다고 증언하는데…

 
4. 가족사진
작성일 : 20-08-04 11:55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2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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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가족사진

 

 

  달은 어둠 속을 헤엄치는 거대한 물고기와 같았다. 아무리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어둠 속을 헤매도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오로지 고독만을 양분 삼아 밤하늘을 떠도는 물고기였다. 어둠의 밑바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만 달이 내려오기를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무엇보다 달은 외로울 때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법이었다.

  서희는 달을 지그시 올려다보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아파트 단지에는 불이 켜진 곳이 거의 없었다. 모두가 잠들었을 시각이었고, 깨어있는 이들은 달빛에 취해 한껏 외로움을 달래고 있을 터였다.

  서희는 지친 몸을 이끌고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현관 앞에 가방을 내팽개친 뒤 곧바로 소파 위에 드러누웠다. 고된 피로가 어깨를 짓눌렀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실제 살인사건은 그녀가 이제껏 상상해왔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포와로나 마플부인처럼 현장을 재구성해낸다는 건 불가능했다. 어쩌면 그들이 지나친 천재에 속하고, 그녀는 지나칠 정도로 일반인에 가깝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현장을 보는 순간 모든 단서들이 머릿속에 입력되고, 즉시 불필요한 단서와 결정적인 단서를 가려낼 수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서희는 크게 숨을 내쉰 뒤 몸을 일으켜 소파 위에 똑바로 앉았다. 내일 아침 일찍부터 김 경사와 함께 혜신을 만나러 가야했다. 그전까지 그녀는 사건조서를 작성해야했으며, 현석에게 보고할 자료들도 정리해야했다. 서희는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챙겨서 다시 거실로 나왔다. 탁자 위에 노트북을 얹은 뒤 작성해야할 보고서들을 하나둘 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모든 작성을 마치고 눈을 들었을 때는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각이었다. 서희는 작성을 끝마친 보고서들을 자신의 이메일 주소로 보낸 뒤 노트북을 덮었다. 그러고는 쓰러지듯 소파 위에 그대로 몸을 던졌다. 나갔다 온 복장 그대로였지만 옷을 갈아입기가 귀찮았다. 서희는 꿈틀거리며 그 자리에서 입고 있던 옷을 전부 벗어던졌다. 셔츠를 돌돌 말아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던진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가 선반 위에 놓인 불 꺼진 텔레비전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텔레비전 옆에 놓인 자그마한 액자 하나가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난 직후에 찍었던 가족사진이었다.

  경찰대에 처음 진학하기로 결심했었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서 반대하고 나섰다. 교직에 몸담고 계셨던 아버지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경찰이 되는 것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고 몇 번이나 그녀를 뜯어말렸다. 서희는 그런 아버지의 반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평소 잘못된 일, 그러니까 도둑질이나 학교를 무단조퇴하고서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참석하는 일 따위를 제외하고는 그녀를 야단치거나 반대의견을 내놓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어렸을 때부터 줄곧 그녀가 무엇을 선택하든 늘 응원하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학진학을 앞둔 순간만큼은 달랐다. 아버지는 어째서인지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서희에게 말했었다. 그녀가 경찰이 되고 싶다는 말과 함께 그 이유를 밝히고 난 직후의 일이었다.

  “아빠 말 들어, 서희야. 경찰은 너의 인생을 반드시 좀먹고 말 거야.”

  그러나 기어코 고집을 굽히지 않았던 서희는 결국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찰대에 진학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예 전략을 바꾸어 그녀의 선택을 지지한다면서도 언제든지 관두고 싶다면 관두어도 좋다며 독려 아닌 독려를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함께 졸업식에 오셨을 땐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그녀의 졸업을 축하해주기도 했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나지막이 충고를 전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형사는 절대로 하지 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저는 형사가 되고 싶어서 경찰대에 들어온 건데요.”

  “안다, 나도 알아. 그치만 아무리 생각해도 형사는 아니야. 네가 다칠까봐 솔직히 겁이 난다.”

  “형사가 뭐가 어때서 그래요, 아빠. 그리고 아빠가 생각하시는 것만큼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아요.”

  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슬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 내가 걱정되는 건 여기, 네 마음이 다칠까봐 겁난다는 거야. 잔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서희야,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세상은 정의롭지 않아.”

  “저도 알아요, 아빠. 그래서 형사가 되려는 거잖아요. 잘못된 걸 올바르게 바로 세우려고요.”

  서희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연민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희야, 세상 어디에도 올바른 정의란 있을 수 없어. 그건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야.”

  “어디에도 없다면 제가 만들면 되겠네요. 그러기 위해서 경찰이 된 거니까요.”

  이 대화를 끝으로 아버지는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더 이상 반대의 뜻을 내비치지 않았다. 다만 헤어지기 직전에 그녀에게 이런 말을 덧붙였을 뿐이었다.

  “그러면 서희야, 잔소리 같이 들려도 이거 하나는 꼭 명심하렴.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온다면, 그냥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 하지만 끝끝내 도망치는 것마저도 불가능하다면, 그땐 기꺼이 선택하기를 주저하지 마렴.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그 순간에 얽매어있지 말고.”

  무슨 뜻으로 한 말이었을까. 그 말의 뜻을 알 수 없지만 결국 서희는 형사가 되었다. 가족은 아직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그녀가 경찰청 종합민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물론 언제까지나 비밀로 할 수는 없음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서희는 이번 사건만 잘 마무리한 이후에 그들에게 알릴 생각이었다.

  서희는 피곤한 몸을 겨우 일으켜 곧장 침대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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