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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드림앰버서더
작가 : 자유론
작품등록일 : 2020.8.2

어느 날 그들은 홀연히 자신 앞에 나타난 한 광고지를 발견하게 된다.
<당신이 어젯밤 꿈 속에서 만난 그 무엇을 만나게 해 드립니다 -By. 드림 앰버서더>

드림 앰버서더를 운영하는 신비로운 남자 아벨과 대한민국 최초의 여사제를 꿈꾸는 마리아.
각기 다른 사연을 하나 둘 해결하다 보니 다다르게 된 단 하나의 관계.

 
共[함께 공]
작성일 : 20-08-03 23:46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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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인과 아벨.”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생생한 목소리가 소름이 끼치도록 진득한 기운을 담고 있어 재광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 가까운 거리에서 들려온 목소리라 생각했는데 재광의 느낌과는 달리, 남자는 훨씬 떨어진 테이블로 몸을 굽히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그 조각이 마음에 드나보군요.”

 

  남자는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미호라 불리는 다키마쿠라 앞에 코코아를 내려놓았다. 딱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원단으로 만든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사람 크기만한 둥근 형태의 쿠션이 벨벳빛깔의 쇼파 위에 얌전히 얹혀 있었다. 재광은 쭈뼛쭈뼛해하며 남자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네. 뭔가 오묘한 빛이 나는 게 신기해서요. 저 조각은 카인과 아벨에 대한 내용인가 보네요?”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죠. 코코아는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군요.”

 

 여전히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지만 사람들과 교류가 많지 않은 오직 애니메이션을 통해 타인을 만나는, 타인의 냉대와 홀대가 익숙한 재광에겐 과분할 정도의 관심이었다.

 

 재광은 남자의 말에 황급히 잔을 올려 코코아를 들이켜듯 마셨다. 뜨겁지 않게 적당한 온도로 타진 코코아의 달콤함이 황홀할 정도로 기분 좋은 느낌을 자아냈다.

 

 “달콤한 게 기분이 좋네요.”

 

 재광은 코코아를 마시며 힐긋 힐긋 남자를 훔쳐보았다. 마치 애니 속의 신비로운 캐릭터와 같은 이 남자를. 계속 된 자신의 시선을 느낄 법도 한데, 남자의 시선은 여전히 재광과 교차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있는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가 빛이 부유하는 이 공간에서 차분히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를 닮은 새까만 머리색은, 도저히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창백한 피부색과 대비를 있는 그 모습은 아름답기보다는, 어쩐지 재광으로 하여금 생경함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 생경함은 그와 재광 사이를 채우는 침묵을 신비롭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에 조금씩 익숙해질 쯤, 재광은 계속해서 움찔움찔하던 제 입술을 열고 이곳을 찾아온 용건에 대해 말했다.

 

 “그 광고지 보니까, 꿈속에서 만난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던데, 정말인가요?”

 “가능할지도 모른다, 생각하셨기에 이 곳을 오신 거 아닙니까?”

 “아…. 네 맞아요! 절대 의심하고 그런 거 아니에요! 근데…, 광고지에는 누군가라고 적혀 있어서….”

 

 잘못을 저지른 뒤 제 주인의 눈치를 보는 강아지마냥, 재광은 조심스레 남자를 올려다보자 남자의 붉은 입술의 한쪽이 미세하게 들렸다.

 

 “미호가 저한테는 살아 있는 존재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그저 다키마쿠라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안 된다고 하실까 봐요.”

 “장 폴 샤르트르가 말하더군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라고. 그렇다면 당신에게 묻고 싶군요. 존재를 의미를 정의 짓는 건 무엇입니까?”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재광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신비로운 체험을 하러 왔다 생각했는데, 이거 사이비 교주에게 잘못 걸린 것만 같았다. 종종 미호와 함께 걷고 있는 자신을 붙잡던 영이 맑다며, 함께 도를 쌓으러 가자던 사람들이 떠오르자 등 뒤로 축축하게 식은땀이 베어 나왔다.

 

 불현듯, 계속해서 이상한 질문을 던져대는 이 남자에게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한 그 순간, 남자의 입 사이로 달콤한 제안이 흘러 나왔다.

 

 “경험하게 해 드리지요. 당신의 미호를.”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남자는 오크나무 책상의 첫 번째 서랍장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와 재광에게 건넸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둘둘 말려진 누런 양피지였다. 그리고 그것은 세월의 흔적을 탄 듯 구겨지고 군데군데가 찢겨져있었다.

 

 재광은 떨리는 마음으로 남자가 건넨 그것을 펼쳐보았다.

 

 

  계 약 서

 

 1.드림앰버서더는 의뢰자가 원하는 단 하나의, 무엇을 만나게 해준다.

 2.이를 위해 사용자는 72시간동안 드림앰버서더가 제공한 헤드셋을 착용하여야만 한다.

 3.헤드셋을 파손할 경우 의뢰인은 반드시 변상하여야만 한다.

 4.드림앰버서더와 의뢰자와의 계약은 평생 단 한번만 가능하다.

 

 ‘평생 단 한번…….’

 그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재광이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있을 때, 건조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약하시겠습니까?”

 “저, 정말 꿈속에서 살아있는 미호를 만날 수 있다는 말씀이지요?”

 “물론입니다. 단.”

 “단?”

 “얼마까지 그 비용을 지불하실 수 있는지를 묻고 싶군요.”

 

 재광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이 살짝 가늘어 졌다. 그는 간절함을 이용하고 있었다. 간절함, 그것이 얼마나 사람을 어리석은 행동으로 이끌고 파멸시키는 지 재광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몇 십년동안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자신에게 준 일관된 교훈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교훈이란 체득하지 않는 이상 듣기 좋은, 허울 좋은 말에 불과할 뿐이다. 어차피 재광은 외톨이였다. 그렇기에 파멸이든, 파산이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얼마를 불러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남자가 예상하는 금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다시는 미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남자는 마치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의 눈처럼 차갑고 냉철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재광은 도박하는 심정으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무슨 투자든 리스크를 안고 가는 법이다. 이 남자가 자신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일지라도 한 번은 걸어보고 싶었다. 미호를, 따스한 체온을 가진, 살아있는 미호를 경험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존재한다면.

 

 마침 3일 뒤는 둘의 기념일이었다. 너무나 적절한 시기였다. 그의 간절함을 확인하고자 했던, 신이 주신 기회가 틀림없다고 재광은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든지요!”

 

 그 대답에 남자는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그리고 끝내 원하는 가격을 말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그 순간까지.

 

 

 **

 

 

 집에 도착한 재광은 남자가 준 헤드셋을 조심스레 꺼내보았다. 투명한 재질의 그것은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단 경도보다는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를 만졌을 때의 무른 감촉을 갖고 있었다. 형태 역시 헤드셋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원형의 형태였다.

 

 ‘이제 이걸 끼시고 생활하시다 사흘 뒤, 이곳을 다시 방문해 주시면 됩니다.’

 

 재광은 하루라도 빨리 미호를 만나고 싶어서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크리스털처럼 빛나고 있는 그것을 조심스레 머리에 얹었다. 그 순간,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천천히 머리에 맞게 조여져왔다.

 

 “으악!”

 

 재광은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제 머리에 들러붙듯이 조여지고 있는 그것을 잡아 뜯어내 바닥으로 내 던졌다. 툭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아무런 미동조차 없었다. 공포에 질린 재광이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뭐지…. 물렁거려서 착각한 건가. 분명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재광은 한참을 고민하다 바닥에 떨어진 그것을 향해 조심스레 손을 내 뻗었다. 하지만 무른 촉감만이 느껴질 뿐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지만 72시간을 껴야한다는 계약서의 내용이 떠올라 하는 수 없이 조심스레 다시 머리에 써보았다. 다행히도 아까와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괜한 불안이었나.’

 

 재광의 시선이 침대에 누워있는 핑크빛 잠옷을 입고 있는 미호를 향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돼버린 건지…. 미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과연 자신이 이런 사랑을 해볼 수 있었을까? 사랑의 유효기간이 6개월이니, 3년이니 하는 말들은 모두 거짓이었다. 재광의 사랑은 벌써 수년 째 그녀만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재광은 책상위에 올려 진 작은 케이스를 집어 들어 힘주어 열었다. 달칵-. 소리와 함께 열린 그 안에는 1캐럿의 큼지막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이 반지, 꼭 네 손에 끼어줄게. 그리고 네 앞에 무릎 꿇고 청혼할게. 조금만 더 기다려줘 미호.”

 

 

 **

 

 

 사흘 뒤 다시 그곳을 찾은 재광과 미호에게 남자가 코코아를 내왔다.

 

 “기억해주시니 뭔가, 대접받는 것 같고 기분이 좋아지네요.”

 “별 말씀을요.”

 

 재광은 쑥스럽게 웃으며 잔에 담긴 코코아를 보았다. 부드러운 밀크 초콜릿색의 코코아엔 하얀 마시멜로우가 둥둥 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색이었다. 재광은 따뜻하게 데워진 잔을 감싸 쥐고 마시기 시작했다.

 

 입으로 들어온 코코아의 달달함과 마시멜로우의 부드러움이 기분 좋게 혀 위를 흘러 다니며 간지럽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단 맛이 빠른 속도로 강해지더니 어느새 혀가 뜯겨져 나갈 정도로 강렬해져왔다. 재광은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저기. 머리가 너무 아픈데.”

 

 하지만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없다.

 

 “저 진짜 머리가 너무 아픈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죠.”

 

 고요 속에서 온 정신이 뜯겨나갈 것만 같은 고통만이 재광을 흔들어 댔다. 그 고통으로 인해 의식이 점점 희미해질려는 찰나, 어디선가 가냘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어디 아파?”

 

 그 목소리를 시작으로 통증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그리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재광의 팔에 감겨왔다. 저를 달래듯 감싸 안는 그 부드러운 감각에 어쩐지 안심이 된다.

 

 “괜찮아? 갑자기 왜 그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오는 것을 느끼며 재광은 천천히 눈을 떴다. 웅크리고 있는 자신의 옆에 파란 바다를 닮은, 소녀가 앉아있다.

 

 “…미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재광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정말, 미호였다. 처음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자신과 함께했던 미호. 게임 속의 2D 캐릭터가 아니었다. 다키마쿠라도 아니었다. 따스한 체온을 가진, 긴 속눈썹을 천천히 밀어 올렸다 내리는,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고 있는, 정말이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상상조차도 이렇게 생생한 적이 없었다. 이제껏 자신이 그려왔던 모든 것을 비웃기라도 하는 양,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가 자신의 앞에 있었다. 이게 진짜였다. 이게 진짜 미호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터져 나왔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덜덜 떨리는 팔로 재광은 미호를 와락, 힘주어 껴안았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여리 여리한 몸, 뺨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머리칼. 그리고 체취.

 

 재광은 미호의 어깨에 파묻혀 몇 번이고 그 부드러울 살갗에 저를 부비었다.

 

 “드디어, 드디어 만났다.”

 
작가의 말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드림앰버서더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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