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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강철팔의 늑대 : 속성의 잔재
작가 : 질럿M늑대의칼바람
작품등록일 : 2020.8.3

원한과 원한이 물리고 복수와 복수가 물린다.
16년 전 몬스터대란 당시, 칼자르트는 오른 팔을 잃고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을 궤멸시켰다.
하지만 작중 시점,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이 원한을 품고 나타나 칼자르트를 노린다. 그역시 복수의 애환을 끊지 못하고 다시 복수 하고자 역추적에 나서는데...
끝나지 않은 질기고 질긴 악연과 원한.
그 끝을 향한 늑대의 일대기그린 다크 판타지.
<어떻게 너희 생체병기가 나타난 건지 묻지 않겠다. 다시 사냥해 주마! 크르르르르르...!!>

 
프롤로그1화
작성일 : 20-08-03 23:02     조회 : 474     추천 : 2     분량 : 7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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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두운 공간의 넓은 홀, 그 중심부에 빛이 집중적으로 비췄다. 거기에 다리를 꼰 채 의자에 앉은 자가 있었다

  그자를 향해 사람들이 자세를 낮춰 고개를 조아렸다. 어림잡아 100여명은 넘는 수다.

  엄숙한 분위기에 숨소리 죽인 침묵이 대열을 훑었다. 공간은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공기가 차츰 무거워졌다.

 

 -또각, 또각.

 

  정적을 깨는 굽 소리가 또렷이 울려 퍼졌다. 그뒤이어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날 보아라!”

 

  사람들이 고개를 들자 그자의 몸이 보였다. 진녹색의 긴머리칼과 굴곡잡힌 몸매가 돋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두려움을 앞서 있었다. 하나같이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다.

  이들의 반응에 그자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놀라는 게 당연하다. 내 몸은 이미 썩, 었, 으, 니, 깐!”

 

  말대로였다.

  그자의 몸은 반 이상 썩어 진물이 흐르고, 악취가 풍겼다. 그리고 얼굴은 여자의 모습과 썩어 일그러진 모습이 좌우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녀의 끔찍한 몰골에 사람들이 겁에 질린 채 고개를 떨구었다.

  중압감이 이들 대열을 휩쓸고 돌이 된 마냥 미동이 없었다. 그저 떨리는 숨소리와 식은 땀만 흘릴 뿐이었다.

 

 “내가 원했던 표정이 바로 그 표정이다. 그대들이 가진 두려움, 공포, 절망. 이것들을 적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지.”

 

  여자는 섬뜩한 미소를 띄우더니, 이내 격앙 된 목소리로 연설을 펼쳤다.

 

  “난 다시 탄생하였고 이렇게 출발점에 섰다. 오로지 복수만을 위하여. 그리고 오늘에서야 시작할 때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대들은 이제 숨겨왔던 힘을 보여라. 뺏고 빼앗아라! 옛날에 그들이 나에게 했던 것 처럼! 내몸을 도륙낸 것처럼!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간 것처럼! 난 그대로 처철하게 갚아줄 것이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건 내가 가질 것이다!! 자! 그대들은 이제 나의 분노를 맘껏 표출하고 힘을 과시해라! 한방 맞았다면 배로 갚아주어라! 우리는 더이상 옛날에 우리가 아니란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켜라!! 자! 가라!! 이 빌어먹을 세계로!!!”

 

  그녀의 표정은 독기가 잔뜩서려 살기가 뿜어졌다. 그만큼 증오심이 강하단 반증이다.

  여자는 손가락으로 어두운 구석을 가르키더니 소리쳤다.

 

  “이 세계 전부! 저 어둠과 같이 물드리라!!”

 

 

 

 ***

 

 

 

  설산의 극한 기세가 모든 걸 집어 삼킬 듯 치솟았다.

  거친 폭풍에 휩쓸린 입김이 허공을 사정없이 휘갈겼다. 주변은 모조리 얼어붙어 하얀 지옥이 펼쳐졌다.

  이런 곳을 뚫는 검은 형체가 있었다. 눈밭을 헤치는 몸에 엄청난 중압감이 뭉쳐있다.

  그속에 감춰져 있던 붉은 눈빛이 번뜩였다. 극한 날씨에 굴복은커녕 치켜뜬 눈매는 날카롭기만 했다.

 

  “크흐르르….”

 

  긴 날숨 뒤로 칼 같은 이빨이 섬뜩함을 품었다.

  형체를 가린 눈이 흩날리자 거구의 몸이 드러났다. 살얼음이 엉겨붙은 금색의 팔이 번쩍였다.

  빛 바랜 청회색 털을 지닌 울프족 늑대인간. 울프나이트 제2군단 강철조각 소속 칼자르트였다.

  그가 발걸음을 한 이곳은 크로마틱 산맥 가운데서 혹한을 자랑하는 크노스 산이었다.

  늘 장엄한 설경 속에 숨겨둔 극악한 환경을 지녀, 유카시아 대륙에서 악명 높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이번엔 좀 세군.”

 

  칼자르트는 몸을 일깨워 눈 폭풍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가 산을 오르는 이유는 단 하나.

  울프나이트 본부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 올라가던 도중, 희끄무레한 형상이 나타났다. 이를 본 그가 입을 달싹거리며 침을 삼킨다.

  바람이 걷히자, 거대한 얼음동굴이 깊은 어둠을 깨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천장에 맹수의 이빨처럼 고드름이 날이 서 있다.

  동굴은 모든 걸 집어삼킬 듯 엄청난 압도감이 나와 전율을 흘렸다. 그모습이 마치 풍파에 생긴 하나의 조각품과도 같았다.

  지나쳐 온 세월만큼, 벽면에는 수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뭔가 있었던 증표처럼 발톱 자국과 혈흔이 눌러붙어 있다. 범상치 않은 크기와 깊이는 한눈에 봐도 드래곤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바로 전설의 빙룡 유리사자가 머물던 키넥트 동굴이었다.

 

 -우우웅.

 

  동굴이 크게 울부짖었다. 마치 야수가 포효하는 느낌이다.

 

 -쿠쿵! 쿠르르르!!

 

  그때, 엄청난 눈 더미가 동굴 입구 쪽을 덮쳤다. 거대한 흰 안개가 절벽 아래로 쓸려 내려갔다.

  잠시 후 ‘콰쾅’ 거리는 거대한 폭음이 산 전체에 흔들었다. 견고하게 쌓였던 눈이 한순간에 무너져 눈사태가 일었다.

 

 -흥!

 

  하지만 칼자르트의 표정은 늘 있었던 일 마냥 시큰둥 한 반응이었다. 오히려 되레 우스운 듯 콧방귀를 뀌며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은 지속적인 입김을 토했다. 실낱같은 칼바람이 얼음 조각을 뿌린다.

  칼자르트가 오른팔의 서리를 긁고, 손을 털자 황금빛이 반사 됐다. 원래 있어야 할 팔 대신, 금속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는 긴장을 풀고 동굴 안의 깊은 어둠으로 향했다.

  걸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이 나왔다. 흡사 괴물의 목덜미와 비슷한 지세다.

  칼자르트는 잠시 멈춰 벽을 긁고 손가락을 튕겼다. 메아리가 한차례 울리더니 정적이 맴돌았다.

  그는 찝찝한 느낌에 미간을 찌푸리며 한쪽 눈을 치켜세웠다.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주변을 살피자, 영롱한 푸른빛이 보였다.

  빛에 다가가자 웅웅거리는 소리가 깔렸다. 이내 물체를 확인하자 머쓱한지 머리를 긁었다.

 

  “고드름?!”

 

  칼자르트는 한 켠의 호기심이 일어 살며시 고드름을 쥐었다.

  손에 닿는 순간, 돌풍이 불더니 그가 잡은 것을 중심으로 빛이 퍼졌다. 천장과 벽면에 박힌 수많은 얼음송곳이 형형색색 색을 뿜어내면서 물결처럼 일렁인다. 빛의 조화가 터지자 스며든 어둠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져 탄식을 터뜨렸다. 이내 고개를 흔들더니 길 중간에 난 작은통로로 향했다.

 

  “못 본 사이에 쓸데없는 걸 만들다니.”

 

  통로에 등이 길을 밝히고 있어 어둡지는 않았다. 그 끝에 넓은 공터와 돌문이 굳게 입을 닫고 있었다.

  칼자르트는 문에 새겨진 표식을 보더니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교차한 칼날 위에 늑대의 얼굴이 그려진 표식. 바로 울프나이트의 상징이다.

  그는 문 앞에 달린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지면이 살짝 흔들리며 돌문이 아래로 내려갔다.

  울프나이트 본부의 홀은 빙룡 유리사자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인 만큼, 한눈에 담기가 힘들 정도로 넓었다. 그안에 철문이 굳게 닫힌 방이 여러 개 있었다.

  칼자르트는 그중 가운데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끼이익!

 

  바닥을 긁는 경첩 소리 따라 문이 열리고, 테이블 위의 푸른 불꽃이 반겼다.

 

  “후…….”

 

  칼자르트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피로감이 숨결을 타고 나와 부담이 일시적이나마 줄었다.

  방안에 수많은 병장기가 벽면에 나열되어 있었다. 그 틈바구니에 핀 혈향이 코를 자극하고 초조한 긴장이 한가득 서려 있었다.

  바로 피의 기억을 가진 방, 철의 냄새가 고인 울프나이트의 병기 창고이다.

  그는 자신이 사용했던 무구로 향했다.

  월아가 달린 흑도, 흑철극검이었다.

  한 때 칼자르트가 쌍 검술을 하며 즐겨 사용했던 무구이다.

  흑철극검은 여전히 칼날을 번뜩거리고 있었다. 마치 건재하다는 걸 증명하듯.

  그는 칼자루를 쥐고 가볍게 휘둘렀다.

  검을 쥔 오른 손에 금색 광택이 반짝였다. 감각은 생생히 느낄 수 없었지만, 검의 묵직함이 팔에 전해졌다.

  칼자르트는 씁쓸함의 여운을 드러냈다. 팔을 잃고 강철팔을 얻었지만, 본래의 감각은 끝내 잃고 말았다. 빠른 쾌도와 검에서 느낀 숨결은 더이상 느끼기 힘들었다.

  그는 오른 팔로 검을 한차례 휘둘렀다. 눈에 잔상이 보이면서 선을 긋는 칼날이 보인다.

 

  “속도가 없어.”

 

  칼자르트는 자신이 빠른 쾌도를 상실한게 바로 느껴졌다. 아쉬움이 남아 몇차례 더 휘둘러보지만 여전히 똑같았다.

 

  “크르르르르르르…….”

 

  그는 낮고 깊은 울음으로 맘속 깊숙히 품은 원한을 흘렸다.

  칼날의 반사광이 붉은 눈망울에 드리워졌다.

  검면에서 서슬 퍼런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한때, 사용한 무구답게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그의 시선이 짝잃은 검집에 이동했다. 잃어버린 또 하나의 무구가 있던 자리이다.

  칼자르트는 팔을 잃었던 기억이 올라오면서 눈가에 화면이 생생하게 잡혔다.

 

 

 

 ***

 

 

 

  16년 전, 고통스러운 비명과 악마의 웃음이 섞여 광기의 진혼곡이 되던 나날.

  사계의 군단이 일으킨 몬스터 대란으로 인해 도륙은 끊임없이 자행됐다. 피의 강이 들끓었고 화염이 치솟아 보이는 것은 모조리 파괴하였다.

  하루에도 수백 명씩 죽고, 사체가 산을 이뤘다. 거기서 나온 죽음의 기운이 루마니 황국 전체를 휘감아 삼키고 있었다.

  악마와 맞서 싸우다, 황제 질머고므가 전사하였고, 황태자는 실종되어 국가는 멸망의 문턱에 들어섰다.

  어둠이 내린 그 날도 비가 내려 옅은 안개를 담고 있었다. 칼자르트는 온몸이 상처로 물든 채 서 있었다. 그는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긴장의 끈을 놓지않았다.

 

  "하아- 하아-."

 

  곁에는 다른 늑대인간이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등에난 칼날모양 뿔이 여러개 난것으로 보아 크로마틱 일족의 늑대다.

  주위는 허리까지 오는 풀숲과 둘러친 숲속이었다. 적에게 기습당하기 딱 좋은 장소였다.

  그는 불길한 감이 등골에 엄습해 신경을 건들었다.

  칼자르트가 두 손에 각기 다른 검을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짙은 보랏색의 기운이 풀숲에 퍼졌다. 마의 기운이다.

  안개 속을 헤집는 검은 그림자들이 왔다갔다 거렸다. 그움직임을 파악하는 그의 눈에 살기가 서렸다.

  불길한 느낌은 맞아떨어졌다.

  검은 로브와 후드를 쓴 자들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그 수는 어림잡아 50여 명이 족히 넘었다. 이들은 검을 들고 칼자르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웅웅!

 

  흑철극검의 울음이 일었다. 일자 섬광이 반짝이자 피 분수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반 토막이 된 검은 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칼자르트가 검을 역수로 잡고 달려드는 이들을 모조리 베었다. 핏물이 솟구치고 몸이 흠뻑 젖었다.

  검을 든 자들 외에 지팡이를 든 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풀숲주위에 거리둔 채 강력한 전격을 칼자르트에게 쏘았다.

 

 -콰콰쾅!!

 

  강한 폭발이 그의 근방에서 터졌다. 그때 백장미 잎이 흩날리며 칼자르트의 몸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그는 양팔을 엑스자로 교차시켜 막아보지만 붉은 피가 사정없이 튀었다. 그 사이에 검은 드레스 차림의 소녀가 보였다.

  은발의 생머리가 휘날리며 환하게 빛났다. 눈웃음을 짓는 붉은 눈과 창백한 피부를 지닌 소녀한테 백장미의 향이 은연중에 풍겼다.

  칼자르트는 불길한 느낌이 뭔지 바로 간파했다. 그를 습격한 이들은 13마족 기사단 중 하나, 백장미 기사단이었던 것이다.

 

  “크윽!”

 

  불꽃이 한순간에 칼자르트를 삼켰다. 뿌연 연기가 뒤섞여 풀숲을 뒤덮자 숲에 정적이 찾아왔다.

  바람이 일어 연기가 날아갔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크르르르르….”

 

  주변을 긴장케 하는 저주음이 진동했다. 풀숲 속에서 붉은 안광이 섬뜩하게 반짝였다. 살기가 극도로 올라 주변에 퍼졌다.

  이때, 격노 어린 늑대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의 육중한 몸이 마족들을 향해 덮쳐들었다.

  서슬 퍼런 흑색의 칼날이 선두에 있던 마족을 찢었다. 일말의 자비조차 보이지 않는 일격.

  칼자르트는 블랙 숏소드로 맘껏 찌르고 흑철극검으로 호선을 그렸다. 섬광이 발하고 칼날 폭풍이 일어 육편덩어리가 날렸다.

  그의 기세에 백장미기사단은 추풍낙옆처럼 쓰러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디선가 날아든 쇠사슬에 그의 오른팔이 봉쇄되었다.

  칼자르트가 팔을 당기자 쇠사슬에서 보랏빛 기운이 일어 기력을 흡수했다. 그 틈을 탄 마족들이 달려들어 치열한 혈전이 벌어졌다.

 

  “크롸앙!”

 

  마족에게 둘러싸인 칼자르트는 격앙되었다. 눈앞에 있는 건 닥치는 대로 베어 넘겼다.

  한 팔로 분투하는 그의 몸에도 찢긴 상처가 수없이 많이 생겼다. 그러자 왼 발목에도 쇠사슬을 휘감아 그의 움직임을 묶어버렸다.

 

 -쿠쿵!

 

  번갯불이 하늘에서 번뜩이고 천둥이 하늘을 뒤흔들었다. 구름 틈에서 빛을 등진 검은 그림자가 허공에 높이 떠 있었다.

  엄청난 기운이 칼자르트에게 쏟아지자, 마족들이 눈치를 보며 뒷걸음질 쳤다. 이제껏 덤벼든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압도감이다.

  그가 눈을 부릅뜨며 위를 쳐다보자 그림자의 반쯤 감긴 눈과 마주쳤다.

  검은 오오라가 맺힌 소녀는 표정이 없었다. 펄럭이는 치맛자락 소리에 묻힌 쇠사슬이 숲 여기저기 내리꽂혀 있었을 뿐이다.

  자색 오오라가 소녀를 중심으로 흘러내리자 쇠사슬이 뱀처럼 움직였다. 조여 들어오는 느낌이 칼자르트의 팔과 다리를 압박했다.

 

  “저년이!!”

 

  그는 격해져 소녀를 노려보았다.

  단단한 팔의 강도와 조이는 압력 간의 힘 싸움이 벌어졌다. 칼자르트의 서슬 퍼런 살기가 소녀의 기세 못지않게 솟구치며 대치상태에 놓였다.

 

 -드득!

 

  이내 강 대 강 대치는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결말이 났다.

  쇠사슬의 강한 압력에 오른팔이 버티지 못하고 피가 폭발했다. 조금 전까지 어깨 밑에 있던 것은 고깃덩어리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주인 잃은 손에 잡힌 블랙 숏소드는 맥없이 지면에 박혔다.

 

  “크악!”

 

  칼자르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어깨를 부여잡았다. 고통을 맞아 거칠게 호흡을 뿜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상태를 보던 마족들이 다시 덤벼들었다. 검격과 전격이 난무하고 참격폭풍이 사정없이 몰아쳤다.

  일부 후드가 벗겨진 마족은 하나같이 소녀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그녀들의 눈빛은 동료를 잃은 증오가 가득했다.

  백장미기사단의 공격은 그를 무자비하게 몰아세웠다. 칼자르트는 배가 뚫리고 온몸이 찢겨나가 걸레짝이 되었다.

  극한까지 밀린 그의 붉은 눈에 섬광이 맺혔다. 검은 오오라가 몸을 휘감더니 주변 공간을 삼켜 들어갔다. 이내 숲전체를 휩쓰는 검은 참격이 주변일대를 강타했다.

  잠시 후, 칼자르트가 로브를 입은 소녀의 목을 꺾은 채 서 있었다. 그 주위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시체 덩어리들이 즐비했다.

  그는 축 늘어진 소녀를 던지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들이쉬는 숨에 짙은 혈향이 혀끝에 닿는다.

 

 -아우우-!

 

  하늘을 향한 하울링과 함께 기억의 회상은 흐릿해졌다.

 

 

 

 ***

 

 

 

  칼자르트가 턱을 부르르 떨며 빈 검집을 쳐다보았다.

  블랙 숏소드의 검집이다.

  오른팔을 잃은 날, 블랙 숏소드 역시 사라졌다. 애지중지한 무구의 빈자리는 그에게 있어서 자식을 잃은 것과 같았다.

  칼자르트의 눈매에 비장미가 서렸다. 그는 흑철극검의 날을 만지며 울분을 애써 삼켰다.

  그때, 벽에 걸린 펜던트가 살며시 흔들렸다. 칼자르트가 뚜껑을 열자 앳된 소녀의 사진이 있었다.

 

 -으득!

 

  그는 이를 깨물며 펜던트를 목에 걸었다. 뇌리가 머리를 언뜻 스치고 떠오른 화면에 생전의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에밀라.”

 

  펜던트는 에밀라가 죽기전 건네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자신의 본래모습을 절대 잊지 말라는 친구의 약속이자 증표였다.

 

  “예전의 일이 떠오르나 보지?”

 

  낯익은 목소리에 칼자르트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러자 푸른 눈의 늑대인간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백색과 남색이 섞인 털은 블랙라스키드 일족임을 보여주었다.

  그는 울프나이트 제5군단 흑색손 소속, 블레이져 질란이었다.

 

  “맘 속에 남아 있는 건 잊어버릴 수가 없지.”

 

  칼자르트는 강철팔을 들어 반사된 자신을 보았다. 굳은 표정에 분노가 어려 있다.

  그의 모습에 블레이져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오른팔에 얽혀있는 것 역시….”

  “이팔에 대한 원한. 친구에 대한 원한 각자 다 따로 머물러 있어. 이것들을 이제 꺼내둘 때가 온 것이 느껴지는군. 크르르르르르르르….”

 

  칼자르트는 흑철극검을 갈무리한 후, 제자리에 놓았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길고 묵직한 병장기 하나를 들었다.

  흑색의 무구, 흑마철극이다. 그리고 그는 어떤 장소를 떠올렸다.

  빛 한점 없는 어둠이 가득한 숲과 보라색 기운이 가득차 생명이 없는 곳이었다. 그 깊숙한 곳, 한편에 한 무덤이 장식되어 있었다.

  칼자르트가 블레이져를 보며 말했다.

 

  “이제 어둠의 숲을 탐색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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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RS03 20-08-04 06:40
 
냉기와 어둠이 잘 섞인 이야기가 멋집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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