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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심연
작가 : 소설판타지
작품등록일 : 2020.8.3

돔 아래 인공태양의 빛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류, 인공태양이 갑자기 빛을 잃다.
태양이 사라지고, 빛 하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재난물]

 
episode 1 : 그 날의 기억(2)
작성일 : 20-08-03 21:39     조회 : 270     추천 : 3     분량 : 6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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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건물을 나오는 문을 여는 순간 끝없는 연옥에 발을 들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끄러운 사이렌, 귀를 괴롭히는 경적, 불에 타고 있는 차량, 길거리를 가득 채우는 비명들, 지옥을 연상케 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터졌다.

 마치 세상의 종언을 예언하기라도 하는 듯 하늘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씨발… 뭐고.”

 

 명석이의 떨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흐릿하게 비치는 그의 얼굴에 공황에 젖어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게임 속 세상에 빠져 허우적대는 기분이었다.

 

 “웅아, 나 지금 꿈꾸는 거가?”

 

 공포에 질린 그의 얼굴이 나를 향했다.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내뱉지 못했다. 진짜 꿈이 아닐까? 이게 꿈이라면 어서 누가 나를 깨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솟구쳤다.

 손을 들어 올려 볼을 꼬집었다. 꿈이길 바랐던 내 소망이 거품이 되어 사라지듯 모든 것이 현실임을 자각하게 만들어주는 시큰한 고통이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사람 살려!!!”

 

 저 멀리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멍하니 들려오는 소리를 쫓아 고개를 움직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차에 붙은 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처럼 빛에 반사되어 불타는 차와 그 뒤에 소리를 지르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샌드위치처럼 겹쳐진 네 대의 차량 사이 찌그러진 경차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앞 차량에서 흘러나온 기름에 붙은 불이 마치 도화선처럼 번지며 그녀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저기 사람…!”

 

 손가락으로 찌그러진 차에 갇힌 그녀를 가리켰다.

 

 “뭐?”

  “저기 사람 갇혀 있어…!”

  “씨발… 뭐고 저게…!”

 

 명석이 역시 그녀를 찾은 듯했다. 그는 119에 신고를 해야 한다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씨발… 전화가 안 된다…! 119고 나발이고 전화가 먹통이다!!!”

 

 그의 목소리가 파도처럼 요동쳤다.

 펑!!!

 그녀의 앞 차량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한순간 터져 오른 불꽃은 사방을 훤히 보이게 하더니 이내 사그라들어 작은 불씨로 변했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며 몸을 움츠렸다. 불길은 사그라들었지만 내 몸은 그대로 굳은 채 멈춰 있었다. 눈을 가린 손 틈 사이로 본 차량에 그녀가 더는 보이지 않았다. 활활 타오르는 차량의 커다란 성냥 같은 활활 타는 무언가가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비명이 들렸다. 여성을 도와주려던 누군가가 불길에 휩싸인 듯했다. 차량 근처에 빨갛게 타오르는 무언가가 휘청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 살려!!!”

 

 불에 타고 있던 그는 땅바닥에 누워 몸을 이리저리 굴리며 불을 제거하려 했지만, 불길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참 동안 비명을 지르며 땅을 구르던 그의 움직임이 멎었다. 불에 탄 장작처럼 쓰러져 죽은 듯했다. 사방에서 비명이 터졌다.

 속에서 부글 뜨거운 액체가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땅바닥에 토사물을 내뿜었다.

 오른손에 들린 휴대전화의 불빛이 땅을 비춰 내 입에서 나오는 구토가 녹색으로 보였다. 온갖 불순물이 섞여 역겨운 냄새가 났다.

 겨우 속을 게워내고 입을 닦았다.

 

 “씨발 우리 우야노 진짜!!!”

 

 명석이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나라고 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다.

 일어나려던 나를 누군가 퍽 치고 지나갔다. 그리 세게 밀친 건 아니었지만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듯 넘어졌다. 손에서 떨어진 휴대전화는 불빛이 바닥에 향한 채 저 멀리 날아갔다.

 

 “아악!!!”

 

 나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손에 묻은 토사물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너무 놀란 마음에 내뱉은 비명이었다.

 

 “야!!! 와 그라는데!!!”

  “넘어…넘어졌어.”

 

 심장이 쿵쾅거렸다. 마치 누군가 나를 죽이러 달려드는 것만 같은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다. 어서 빨리 이곳을 탈출하고 싶었다.

 나를 치고 간 사람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아마 그 역시 우리와 똑같은 상황일 것이다. 명석이의 휴대전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이 내 눈을 스쳤다. 밝은 빛 사이로 나를 향해 뻗은 그의 손이 보였다.

 

 “일어나라…!”

  “일단… 일단 안전한 곳으로 가자.”

 

 명석이가 뻗은 손을 잡고 일어나며 겨우 내뱉었다. 극도로 긴장되고 공포에 빠진 입에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저기 휴대전화.”

 

 명석이가 손으로 땅을 가리켰다. 하늘을 보고 떨어진 휴대전화 뒷면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뒤에 무언가 아른거렸지만 그게 무엇인진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휴대전화을 먼저 줍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는 게 급선무였다.

 

 “불 좀 비춰줘.”

 

 명석이의 불빛에 의지한 채 휴대폰으로 한 발자국 걸어갔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휴대전화의 불빛이 정면을 환하게 비췄다. 그제야 알았지만 바로 앞에 전봇대를 받은 채 멈춰 있는 버스가 서 있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더 위로 들어 올리자 운전석이 보였다.

 

 “아아악!!!”

 

 버스 운전석에 핸들에 머리를 박은 채 미동 않는 기사가 있었다. 그의 머리를 적신 붉은 피가 핸들 아래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야!!! 또 왜?!”

  “사…사…사…사람이 죽어 있어…!”

  “뭐!?”

 

 내 손가락이 정면의 버스를 가리켰다. 내 등을 밝히던 빛이 위로 향했다.

 

 “아아악!!!”

 

 쿠당탕하며 뒤로 나자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도망치자. 사방에서 차 경적이 울리고, 비명이 귀를 파고들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지 않으면 내가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빠…빨리 안전한 곳으로 가자…!”

 

 숨이 가빴다. 폐가 쪼그라드는 고통이 가슴을 통해 전해졌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땅에 손을 짚었다.

 

 “아니야… 씨발 이게 뭐고... 이거 꿈이제…?”

 

 그는 엉덩방아를 찧은 채 자리에 굳어 벌벌 떨고 있었다.

 

 “명석아…!

 

 그는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멍하니 고개를 젓고 있었다.

 

 “야 김명석…!”

 

 어서 그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떨리는 다리는 나를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앞으로 발을 디디자 관절의 힘이 사라지며 그대로 옆으로 넘어졌다. 잔뜩 긴장된 어깨 근육에서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빨리 가자.

 천천히 명석이에게 다가갔다.

 

 “정신 차려.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해. 명석아…!”

 

 그는 여차하면 울 기세로 나를 보았다. 울고 싶은 마음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방에서 뛰어다니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고, 경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본능이 공포를 짓이겼다.

 

 “정신 차려!!!”

 

 큰 고함에 그가 정신을 차렸다.

 

 “우…웅아.”

  “빨리 가야 해. 여긴 너무 위험해.”

 

 그의 팔을 내 어깨에 올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내 도움을 받아 일어났음에도 제대로 서지 못했다. 갓 태어난 송아지 마냥 중심을 못 잡고 발을 헛디뎠다.

 

 “어디…어디로?”

 

 어디로 가야 할까? 명석이와 내 휴대전화의 불빛이 사방을 휘저었다.

 VR 방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선택지가 없었다.

 

 “저기로…!”

 

 불빛을 아래로 내리자 캐릭터 그림이 붙어있는 유리문이 보였다. 빨리 문을 넘어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후들거리는 다리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풀썩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천천히…천천히…”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귀를 괴롭히던 소리가 줄어들었다.

 풀썩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주저앉았다. 명석이 역시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맨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계단에 올려 둔 휴대전화의 불빛이 하늘을 향하자 층계참에 은은한 불빛이 맴돌았다.

 

 “꿈이다, 이건… 꿈이 아니고서야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지…”

 

 명석이가 머리를 싸맸다.

 

 “에이, 꿈일 거다. 말도 안 되지. 어떻게 이딴 일이 일어날 수가 있겠는데…”

 

 그는 현실을 부정하며 떨리는 숨을 들이마셨다. 안전한 곳으로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자 불과 몇 분 전 보았던 상황이 눈에 그려졌다.

 속이 울렁거렸다.

 

 “명석아… 사람이 죽었어…”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 조금 전 상황을 되새기자 핏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이 나를 흥분시키는 것 같았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고, 숨이 가빠왔다.

 

 “게임에서나 봤지. 씨발 저걸…”

 

 게임이 실제 같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다. 어떤 기술자라도 아까 그 상황을 게임으로 재연시키진 못할 것이었다.

 불에 타 죽은 사람, 생기 잃은 눈동자, 피에 붙은 머리칼,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흘러내리는 핏물. 생각하면 할수록 손발이 떨리고, 공황에 빠지는 것 같았다.

 삐 하는 이명이 귀를 삼켰다.

 귀를 후벼 파는 비명. 어둡고 창백했다. 고작 소리일 뿐이었지만 심연이 들끓는 것 같은 소리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 손톱을 잘근 씹고 있었다.

 확실한 건 꿈이 아니었다. 볼을 꼬집어도 느껴지는 시큰한 고통과 손에 묻은 토사물의 끈적한 촉감이 확실히 느껴졌다.

 

 “우리도… 저렇게 죽는 거 아니야?”

  “좆 같은 소리하지 마라!!!”

 

 명석이가 발끈 소리쳤다. 좁은 층계참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의 목소리가 층계참의 소음을 씻어 내린 듯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난…난 안 뒤질 기다. 이렇게 뒤지긴 싫다…”

 

 명석이는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더니 거친 숨을 들이마셨다.

 삐 하는 이명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이명이 귀를 삼키고, 미지근한 공기가 폐를 지배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영겁의 시간 속에 갇혀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기분이었다.

 심호흡하자. 어지러웠다.

 

 “후우…”

 

 떨리는 숨을 가다듬었다. 여전히 심장은 미친 듯이 펌프질을 하고 있었다. 앉아있는 상태였지만 현기증이 느껴졌다.

 천천히 천천히… 숨을 들이켜고… 뱉고…

 수차례 심호흡을 하니 귀청을 가로막던 이명이 점점 줄어들었다.

 한참을 조용히 숨을 진정시킨 끝에 귀가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문밖의 소음은 여전히 들려왔다.

 

 “우리 우야노… 이제…”

 

 흐느끼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답할 수 없었다. 난생처음 눈앞에서 사람이 죽은 것을 보았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혐오감이 전신을 가득 채웠다. 떨리는 두 손이 내 상태를 증명했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우리는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조용히 영겁처럼 불어나는 시간을 느끼고 있었다.

 그나마 진정이 되고 머리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냥 이렇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젠 조용하고 소름 돋는 정적이 나를 괴롭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든 해야 했다.

 

 “학교…학교로 가는 건 어떨까…?”

 

 오랜 시간 고심한 끝에 내뱉은 말이었다.

 

 “뭐?”

  “여기보단 학교로 가는 게 더 안전할 거야.”

  “미쳤나? 저 밖을 돌아다니자고? 아까 못 봤나? 저걸 보고도 나가잔 말이 나오나!?”

  “나도 알아.”

  “근데 저 밖을 나가자고? 뇌가 이상해진 거가?”

  “그렇다고 마냥 여기서 죽치고 앉아있자고?! 난 못해.”

 

 내 말에 그는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닫았다. 나도 무서운 건 매한가지였다.

 

 “구조요청을 하든 구조를 기다리든 여기보단 학교가 더 나을 거야.”

 

 경찰이든 군인이든 누군가를 구하러 간다면 먼저 학교부터 들릴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조용히 묵언으로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두려움이 더 앞서는 듯했다. 나 역시 그러고 있으니까.

 

 “조금만 잠잠해지면 가자. 명석아.”

 

 나부터 진정해야 할 것 같았다. 지금 당장 움직이라고 한다면 아마 10미터도 가지 못해서 넘어질 게 분명했다.

 

 “명석아, 너 휴대전화 배터리 얼마나 있어?”

  “휴대전화?”

 

 층계참에 조명을 밝히던 휴대전화를 들어 배터리를 확인했다. 78%. 그리 적지 않은, 많다면 많은 용량이었다. 시간은 벌써 1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학교를 나온 지 벌써 1시간 반은 훌쩍 지나 있었다. 배터리 용량을 말해 주려 고개를 들었더니 까맣게 칠흑에 잠긴 층계참이 보였다. 다시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려놓고서야 은은한 조명이 생겨났다.

 

 “난 78퍼센트 정도 있어.”

  “난 88퍼센트.”

  “가방에 충전기도 있으니까, 일단 학교는 무조건 가야 해.”

 

 그리고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명석이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집어넣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심장을 가라앉혔더니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불과 한 시간 전 눈앞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잊힌 건 아니었다. 아직도 그것들만 생각하면 토사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대뜸 명석이가 고개를 들었다.

 

 “근데 학교는 괜찮을까…? 사람들도 많고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을 거 같은데.”

  “그래도 선생님들도 있잖아.”

 

 명석이는 조용히 얼굴을 쓸어내렸다.

 

 “근데 선생님들도 사람이다.”

  “뭘 말하고 싶은 건데? 가지 말자고?”

  “아니, 내 말이 그 말이 아니잖아.”

  “그럼 뭔데?”

  “신중하게 생각해보자고.”

  “우리가 여기서 골머리 싸맨다고 뭐 달라져?”

  “아니, 씨발 그러면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 만나면 뭐가 달라지나?”

 

 또 삭막한 공기가 층계참을 가득 메웠다.

 

 “미안, 예민해서. 욕할 생각은 아니었다.”

 

 명석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출발하자. 계속 여기 앉아 있다간 나 먼저 돌아버릴 것 같아.”

 

 내 말에 그 역시 동의했다. 그리고 이미 바깥은 전쟁이 끝난 고요한 전쟁터 마냥 조용해져 있었다. 무엇보다 귀를 괴롭히던 비명이 더는 들리지 않았다. 그 비명의 주인이 죽었든 도망쳤든 그건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계단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휴대전화를 집었다. 층계참을 은은하게 비춰주던 조명이 사라지자 휴대전화 조명이 닿는 부분 외엔 칠흑 같은 어둠이 공간을 삼켰다. 인지하지 못한 사이 시간은 거의 1시간가량이 지나 있었다. 휴대전화의 시계는 3시를 가리켰다.

 명석이 역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심호흡을 했다.

 

 “가자…!”

 

 내가 앞장서 문 손잡이를 잡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문을 열었을 때는 그저 호기심 반 불안 반이었지만 지금은 온전한 불안함만이 나를 장악하고 있었다.

 

 “연다.”

 

 내 말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손잡이를 밀어 바깥의 공기를 코로 들이마시는 순간 미지근하고 을씨년스러운 공기가 폐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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