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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오늘부터 가정교사입니다
작가 : 어린비
작품등록일 : 2020.8.1

유치원 선생님 감은아.

그녀는 어느 사건으로 인해 선생님을 그만두게 되고, 백수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불행한 일은 왜 한꺼번에 일어나는 걸까.

취직도 안 되고, 집주인이 월세를 올린 덕에 집까지 잃게 된 그녀.

그렇게 하루하루 걱정 속에 살고 있는 그녀에게 내밀어진 구원의 손길.

"저희 조카의 가정교사가 되어주실래요?"

담임이었던 시왕의 보호자 서천이 그녀를 고용하고, 얼떨결에 은아는 시왕의 가정교사가 된다.

하지만 까칠한 애늙은이 시왕을 가르치는 일이란 쉽지 않은데…

거기다가 어쩐지 이들이 수상하다?!

과연 은아는 제대로 된 가정교사가 될 수 있을까?

 
4화. 내 인생을 망치러온 구원자(3)
작성일 : 20-08-02 21:32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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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파에 앉아있던 시왕이 하암- 길게 하품을 했다. 이어 그의 손이 거실 테이블 위에 있던 찻잔으로 향했다. 거기엔 진한 녹차가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었다.

 

 

 찻잔을 입에 가져가 호록- 한 모금 들이키자 따뜻하고도 쌉싸름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시왕은 만족한 낯빛으로 조용히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 과정 자체에 어딘지 모를 기품이 묻어나왔다.

 

 

 이어 소파 등받이에 푸욱 기댄 시왕은 펼쳐두었던 책을 폈다. 사락- 사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기분 좋게 거실을 가득 메웠다.

 

 

 어디선가 저녁의 선선한 냄새가 났다. 마루 형식의 발코니와 거기로 난 통유리 창문 너머로 진하게 밀려오는 어둠이 보였다. 보랏빛과 주황빛의 경계가 꼭 물감을 섞어놓은 듯했다.

 

 

 그렇게 고요한 시간이 흐른다 싶었을 때…

 

 삐- 삐- 삐- 삐-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났다. 책에서 눈을 뗀 시왕이 고개만 현관 쪽으로 돌리자 누군가 안으로 후다닥 들어왔다.

 

 

 “시왕아!”

 

 한껏 들뜬 목소리로 그의 앞에 선 건 서천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시왕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호들갑…….”

 

 하지만 곧 그는 입을 떠억 벌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시왕의 커진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시왕이 잘 지냈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서천의 뒤를 따라 쭈뼛쭈뼛 들어온 건 은아였다.

 

 

 “서… 선생님이 어떻게 여기에…?”

 

 서천이 들고 있던 책을 툭- 떨어뜨렸다.

 

 

 “하하… 그게…….”

 

 은아가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며 난감한 눈으로 서천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신호를 받은 서천이 먼저 선수를 쳤다.

 

 

 “선생님이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가서 미안하다고 오셨어. 시왕이가 무지 보고 싶으셨대.”

 

 답지 않게 들떠 보이는 그가 눈가를 찡긋하자 시왕이 동그래진 눈을 은아를 향해 들어보였다.

 

 

 “네…? 저를요…?”

 

 은아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이어 용기를 얻은 듯, 그에게 다가온 그녀는 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느덧 가온 유치원의 토끼 반 선생님으로 되돌아온 모습이었다.

 

 

 “시왕이, 선생님 보고 싶었다며? 시왕이가 없는 사이에 사라져버려서 미안해.”

 

 부러 눈썹을 팔자로 휘며 유치원에서 하던 것처럼 감정을 좀 더 과장되게 드러냈다. 하지만 시왕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기만 했다.

 

 

 “음… 뭐… 그쵸…”

 

 내가 저런 소리를 했던 가… 떨떠름하게 중얼거린 시왕은 은아 몰래 서천을 노려보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분명 시왕의 살벌한 눈동자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그럼 전 얼른 약 가져 올게요.”

 

 슬금슬금 발을 옆으로 옮기더니 서천이 애써 그를 모른 척하며 자리를 떠났다. 약? 뜻밖의 단어에 놀란 시왕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시왕이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머리 위에 있던 은아의 손을 잡고 홱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그녀의 손등 위에 붙여진 거즈와 반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언뜻 이상한 걸 봤다 싶었더니…

 

 “시왕아…?”

 

 고사리 손이 보여주는 박력에 은아가 어깨를 움찔하며 눈을 깜빡였다. 마른 침을 삼키는 그녀의 목이 너울졌다.

 

 

 ‘까… 깜짝이야…….’

 

 순간 시왕이 낯설게 느껴졌다. 또래보다 성숙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이런 행동과 말투는 어디서 배운 것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녀의 반응쯤은 개의치 않는지 시왕은 그녀의 손을 요리조리 살폈다. 마치 편의점에서 서천이 그랬던 것처럼.

 

 

 이내 무언가 못마땅한지 짧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다쳤어요?”

 “어?”

 “심하게 다친 거예요?”

 

 시왕이 심각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깔았다. 오동통한 볼과 자그마한 몸짓과는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마치 어른 흉내를 내는 꼬마를 보는 것 같아 은아는 풉- 웃음이 터졌다.

 

 

 “선생님?”

 

 그게 또 기분이 나쁜지 시왕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은아는 서둘러 흠, 흠 목을 가다듬었다. 시왕이 딴에는 진지하게 그녀를 걱정한 것일 테니 너무 애 취급을 하면 상처받을 것 같았다.

 

 

 은아는 표정을 갈무리한 후, 시왕의 손이 쥐고 있던 자신의 손을 눈앞에 들어보였다.

 

 

 “이거? 진짜 조금 다쳤어. 별 거 아니야.”

 

 그러고는 무릎을 구부려 그와 시선을 맞췄다.

 

 

 “선생님은 진짜 진짜 괜찮아. 우리 시왕이 다 컸네? 선생님 걱정해 줄줄도 알고.”

 

 헤헤. 은아가 눈을 둥글게 휘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시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금 진지하게 물었다.

 

 

 “정말로 괜찮아요? 어쩌다 다친 건데요?”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으셨는데, 그렇게 큰 화상은 아니야.”

 

 때마침 2층에서 내려오던 서천이 대신 대답했다. 종종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온 그의 손에는 납작한 연고 통이 들려있었다.

 

 

 “잠깐 소파에 앉아볼래요?”

 

 은아가 엉거주춤하자 시왕이 그녀의 손을 잡고 힘을 주어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 덕에 그녀는 풀썩 소파에 주저앉게 되었다.

 

 

 서천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다친 손을 쥐어 자신 쪽으로 가져왔다. 은아는 뭔가 민망해져 볼을 다른 손으로 갉작였다.

 

 

 “진짜 집에서 약 바르면 되는데…….”

 

 이제 막 거즈를 떼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시왕이 무심하게 말했다.

 

 

 “삼촌 약이 진짜 좋긴 해요. 일반 약이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렇게 시크하게 굴더니 목소리 밑에 깔린 건 서천을 향한 자부심이었다. 서천은 그런 그를 흘끔 바라보며 피식- 웃다가 다시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붉게 부어오른 은아의 손등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 아까보다 심해지진 않았네요. 약 바르면 금방 낫겠어요.”

 

 시왕 역시 옆에서 그녀의 상처를 지켜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러게… 조심 좀 하지.”

 

 7살에게 잔소리를 들은 건 처음이라 은아가 황당함에 입만 벙긋거렸다. 그 사이 서천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연고 통을 가져와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한약 냄새 비슷한 향이 거실에 훅- 퍼지면서 시커먼 된장 같은 비주얼이 드러났다. 실체를 확인한 은아는 몸을 흠칫 떨었다.

 

 

 ‘지금 저 똥인지, 된장인지 모를 것을… 내 손에 바른다는 거야?’

 

 은아는 당장이라도 그에게서 손을 빼내고 싶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잠잠했던 불안함이 다시금 스물 스물 피어올랐다.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 챈 서천이 멈칫했다.

 

 

 “선생님…?”

 “저… 그 약은… 뭐로 만든 건가요? 제가 이런 색깔의 약은 본 적이 없어서… 하하.”

 

 은아가 에둘러 표현하자 잠자코 지켜보던 시왕이 휴- 작게 숨을 내쉬었다.

 

 

 “줘 봐.”

 

 시왕은 서천이 들고 있던 연고를 조금 떼다가 자신의 손등에 문질렀다. 그러고는 은아에게 확인을 하라는 듯이 손등이 보이도록 내밀었다.

 

 

 “이상한 거 아니에요. 일곱 살인 나도 바르는데… 설마 선생님이 무섭다고 안 바르는 건 아니죠? 우리 삼촌 못 믿어요?”

 

 이럴 때만 자신의 나이를 강조하는 시왕이었다. 은아는 속이 뜨끔해 괜히 변명처럼 툴툴거렸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선생님은 그냥 궁금해서…”

 

 서천 역시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그녀를 설득했다.

 

 

 “이건 만응고(萬應膏)라는 약인데, 시왕이 말처럼 이상한 건 아닙니다. 귀한 약재들을 한데 모아 오랜 시간을 걸려 제작한 약이에요. 보통은 피부병이나 해독제로 쓰는데, 화상에도 아마 잘 들 거예요.”

 

 친절하고도 차분한 말씨였다. 거기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 그럼 잘 부탁드려요.”

 

 어쩐지 시무룩해진 그녀를 보며 웃음기 있는 얼굴로 서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약을 손톱만큼 퍼낸 그는 은아의 손등 위에 그것을 도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은아는 반신반의했지만…

 

 “오…?”

 

 몇 초 후, 그녀가 눈썹을 들썩였다. 시원한 느낌이 살갗 위로 스며들어 욱신거리던 손등이 진정되었다. 뭐지? 단번에 화상의 화기가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거기다 마음까지 릴렉스되는 이 느낌…

 

 점차 편안해지는 그녀의 표정을 본 서천이 눈썹을 들썩였다.

 

 

 “어때요? 괜찮죠?”

 

 은아가 고개를 확실히 끄덕거렸다. 시왕은 그녀의 반응에 본인이 더 뿌듯한 눈빛을 보냈다.

 

 “거봐요. 일반 약하고는 차원이 다르다니까요.”

 “호오… 그러게… 신통하다.”

 

 여기 연고 맛집이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문득 다래에게서 들었던 소식이 떠올랐다. 은아는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갑자기 다른 이야기지만… 시왕이가 어린이집을 그만둔다고 하던데… 무슨 일 있나요?”

 

 서천이 미세하게 움찔했다. 시왕 역시 묘하게 난감해진 티를 내며 서천을 올려다봤다.

 

 

 “흐음… 그게 말이죠.”

 

 적당한 말을 고르던 서천이 에라, 모르겠다는 얼굴로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시왕이가 그 유치원은 이제 토끼 반 선생님이 없어서 싫다고 하더라구요.”

 “네…?”

 

 은아의 고개가 절로 시왕을 향해 돌아갔다. 정말로 나 때문에 그만둔다고? 그녀는 뜻밖의 상황에 어리벙벙해졌다. 편의점에서 혼자 주책을 떨었던 자신의 생각이 사실일 줄이야…

 

 “시왕아…”

 

 감동이 밀려오자 코가 시큰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시왕의 작은 두 손을 감쌌다. 따뜻한 체온이 손안에 고였다.

 

 

 어깨를 움찔한 시왕은 이게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녀와 서천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너… 사실은 선생님 엄청 좋아했구나? 선생님이 시왕이 마음을 몰라줬네, 세상에.”

 

 그렁그렁한 눈이 시왕을 담았다. 그래도 유치원 선생님인 시절을 헛되이 보낸 건 아니라는 보람을 여기서 느낄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유치원에서 시왕이에게 더 잘해줄 걸이라는 생각을 하는 그녀였다.

 

 

 “아하하…”

 

 당황한 시왕이 어설프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스르르 빼내었다. 서천은 그가 진땀을 흘리며 곤란해 하는 모습을 즐기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천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선생님.”

 

 은아가 잠시 감동을 밀어두고 서천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중대한 발표라도 할 듯이, 흠, 흠 헛기침을 하며 뜸을 들였다. 그 안에 미묘한 긴장감이 서렸다.

 

 

 곧이어 그가 내놓은 말은 꽤나 획기적이었다.

 

 

 “혹시… 시왕이의 가정교사가 되어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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