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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 혼자 목이 없다
작가 : 알레그로
작품등록일 : 2020.8.1

목 없는 기사로 되살아난 수도사 파울의 이야기.

 
프롤로그
작성일 : 20-08-02 17:14     조회 : 406     추천 : 0     분량 :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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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어둠의 잔해를 뚫고 고개를 내밀었다.

 

  눈앞에 단단한 묘비가 보였다.

 

  묘비에 적힌 이름은 파울 폰 톨레멘.

 

  생몰년은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 ‘금기를 어긴 자’라는 칭호가 붙어 있었다. 기억을 잃었지만, 기억의 절단면은 선명했다. 잘리고 남은 내 허전한 목처럼.

 

  목을 매만졌다. 절단면은 새살로 아물어 있었다. 툭 튀어나온 목뼈라거나, 곪아 문드러진 내피와 혈관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절단면에서 무언가 흘러나왔다. 새벽 어스름처럼 푸른빛의 연기. 지상에 발이 묶인 영혼의 꼬리.

 

  나는 공중으로 흩어지는 파란 불길을 손으로 잡으려 했지만, 내 손에 잡히는 것은 빗물뿐이었다.

 

  나는 목이 베여 죽었다.

 

  누가 날 죽인 것일까.

 

  왜 날 죽인 것일까.

 

  그리고 누가 날 되살린 것일까.

 

  ◆

 

  ‘뱀의 혀는 두 갈래 길. 그 위를 걷는 것이 우리의 숙명. 어느 쪽을 선택하든 발목을 물린다. 우린 선택하지 않은 것을 짊어지리라.’

 

  죽어서도 입술에 맴도는, 대대로 전해지는 톨레멘 회의 서약문.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선택한 삶도 버거운데, 선택하지 않은 삶도 짊어지라는 잠언의 뜻을.

 

  당신은 항상 말했다. 참고 견디라고. 그것이 톨레멘 회의 숙명이자, 이 땅에 인내의 씨앗을 뿌리는 선각자의 운명이라고.

 

  그런 당신이 나를 버렸다. 나의 믿음을 이용하고 매몰차게 등을 돌렸다.

 

  당신의 이름은 암브로스.

 

  이십 년 전, 역병이 마을을 휩쓸었다. 제국은 성벽을 걸어 잠갔다. 수도사들은 골방에 틀어박혀 보이지 않는 신에게 기도했다.

 

  기도하는 손은 곱고 희었다. 당신의 손도 융단처럼 부드러웠다.

 

  나는 갓난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수치심. 그것이 나의 양부모라는 것을.

 

  고아였던 날 당신이 거두어 주었다. 수도원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거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굶주린 누군가에게 뜯어 먹혔거나, 진흙탕에 구르다가 까마귀에게 눈을 파먹힐 운명이었다.

 

  당신은 나를 친부모처럼 길러 주었다. 대체로 따뜻했지만, 필요할 땐 엄격했다. 당신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기다리는 법을 알아야 했다.

 

  내가 빵에 손을 대려 할 때, 당신이 내 손목을 때렸다.

 

  “때를 기다려야 한다.”

 

  성인이 된 나는 성유물 원정에 보내졌다. 출정식이 열리고 주교와 사제들이 합창했다. 동쪽으로 가면 길이 열릴 것이다. 돌아보지 말아라.

 

  암브로스는 예배당에 보이지 않았다. 당신은 알았겠지. 내가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내 운명이 무엇인지를.

 

  내가 기다린 대가가 고작 이십 년을 유보한 죽음이라니.

 

  성유물을 수색하는 탐지견으로 살기 위해 역병에서 구원받았다니.

 

  차라리 누군가의 굶주림을 달래주는 인육의 운명이 훨씬 값졌을지도 모른다.

 

  “이제 당신께 조아릴 머리도 없네요.”

 

  나는 내 묘비를 땅에 파묻었다.

 

 

 

 

 
작가의 말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격일로 꾸준히 올릴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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