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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절망을 씹고 멸망을 뱉다.
작가 : 백익
작품등록일 : 2020.6.30

멸망의 길로 향하는 세상. 생존자들로 이루어진 유일국 '일티니어' 에서 발버둥 치다가 끝내 자신의 손으로 세상을 멸망시킨 존재의 이야기.

 
2. 괴물 위에 괴물
작성일 : 20-08-02 09:45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5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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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뵙는데 이렇게 대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음, 너도 살아 남았구나. 다행이다. 그리고 나도 내 몸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으니까 너무 신경 안써도 돼, 이렇게 대하는건 충분히 이해하니까. 오히려 정신을 너무 늦게 차려서 미안하다."

 

  사방에 폭발물을 설치해둔 감옥 안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나에게 다가와 사과하던 병사는 내 말을 듣고 "이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감옥 밖에서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아이샤에게도 걱정말라고 말해두었지만 사실 나 자신이 제일 걱정이었다.

 

  지금은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또 언제 이성을 잃고 폭주할지 몰랐다. 꼬마였던 아이샤가 훌쩍 커버릴 때까지 의식을 잃었으니... 아니, 애초에 그때 아이샤가 그렇게 어렸었던가? 다시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았다. 아무래도 먹히면서 기억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한참을 생각하니 이제는 이들이 걱정되었다. 이런 부실한 감옥과 무기들로 갑자기 폭주하는 나를 막을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버텨보고 정 안되면 버리라고 해야겠어.'

 

  속으로 결심했지만 다행히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폭주하는 일은 없었다.

 

  착륙 이후 나는 철저한 감시와 경계 속에서 감옥째로 이송되었다.

 

  크레인에 들려 화물차에 안착되어 이송되는 동안 밤바람을 맞으며 황량한 폐허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호송차들이 따라 달리고 있었지만 내가 당장 폭주하는 것도 아니니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었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며 황폐했던 풍경이 멀어지고 점점 건물들이 보이는걸 바라보며 이 상태로 어떻게 살아갈지, 그로걸링의 침략으로부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했다.

 

  너무 깊게 생각한건지 옆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드니 언제 들어온건지 벌써 건물 내부에 들어와 있었고 기억속에 남은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 한박사. 오랜만인걸? 못본 사이에 더 늙어버린 것 같아."

 

  "자식. 오랜만에 보는데 첫말이 더 늙었다는 말이 나오냐? 하······. 개 같은 노인내들. 아무리 이성을 잃었어도 그렇게 무심하게 버리다니. 이놈아! 목소리도 잘 나오고 딱 보니까 몸도 성한게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보다! 그동안 개같은 그로걸링들이랑 잘 지냈냐?"

 

  내 눈앞에는 그리운 얼굴의 아저씨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가볍게 인사하자 표정이 조금 풀린 아저씨가 자연스럽게 욕설을 섞으며 대화를 시도했고 아저씨의 거친말이 나의 귀환에 대한 반가움이라는걸 알고 있었던 나는 능청스럽게 받아주었다.

 

  "대장님, 박사님. 학자님들이 두분 다 올라오시라네요."

 

  오랜만에 만난 아저씨와 정겨운 대화를 나누려 하는데 아이샤가 끼어들었다.

 

  "뭐? 나도? 이놈만 가면 되지 왜 나까지 부르고 지랄이야?"

 

  "박사가 있어야 대화가 되지. 노친내들은 내가 이성을 되찾았어도 계속 의심만 할걸? 똑똑한데 피도 눈물도 없어서 참 골치가 아파."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긁으려고 손을 머리위로 올리자 경계하던 병사들이 총기로 나를 겨눴다.

 

  "음, 머리 좀 긁을려고 했던 것 뿐이니까 경계 안해도 된다. 그런데 총이 좀 바뀐 것 같은데?"

 

  시설 내에 배치된 병사들의 무기가 내 기억속의 것들과 다르자 박사에게 물었고 박사는 친절하게 대답 해주었다.

 

  "이번에 새로 만든거다. 네가 그렇게 되어버린 후 연구해서 겨우 만든 신품이지. 일반 총알로는 그로걸링 놈들을 상대할 수 없으니까. 관통력 대신 폭발력을 극도로 높혀서 3초 동안, 놈들을 멈출 스턴건 같은걸 만들었지. 그 외에도 발을 묶는 여러 기능이 탑제되어 있다. 대신, 아직 시제품이라 36발 이상 쏘면 총이 버티지 못하고 터지는 부작용이 있다."

 

  "그래? 꽤 유용한걸 만들었는데? 좀 더 계량을 하면 훨씬 쓸모가 많겠어."

 

  나는 그 말을 남기고 병사들이 가져온 쇠사슬 목줄을 찬 뒤에 박사와 대화를 나누며 아이샤를 따라갔다.

 

  치이!

 

  "오! 드디어 왔나."

 

  아이샤의 안내를 받고 자동문을 열자 방 안에서 약품냄새가 진동했다. 그 안에서 회의중이던 학자들이 우리에게 시선을 옮겼고 이내 나에게로 시선을 모았다.

 

  그들 중 에서도 나를 발견하고 제일 먼저 맞이해준건 내가 이성을 잃었을때 제일 먼저 실험체로 쓸려했던 머크러비 박사였다.

 

  뒤이어 과학자이면서도 고고학에도 관심이 많은 초디질 박사가 다가와 내 몸을 두드리며 안부를 물었다.

 

  "그래. 정신이 돌아왔다니 다행이구나. 이제 완전히 정신을 차린 거겠지?"

 

  "예. 이제 버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머크러비 박사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일티니어의 발전과 개선을 담당하는 높은 사람이었지만 이전부터 나와 마찰이 잦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내가 이성을 잃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실험용으로 써먹다가 버렸으니 좋은 감정이 있을리가 없었다.

 

  내 말속에 담긴 감정을 느꼈는지 초디질 박사는 말없이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머크러비 박사는 미소를 지우고 나를 노려보았다.

 

  "자! 분위기가 이상해졌군. 머크러비 자네도 표정 풀게. 우리는 감정 싸움 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지 않나."

 

  "흠, 그래. 그렇지. 자네 말이 맞아."

 

  머크러비 박사는 표정을 풀고 방안을 훑은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달전. 그로걸링 공생체에게 지배당한 리오에 관한 실험이 최종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실험당하던 리오가 일티니어를 탈출한건 1년전 이었지만 위성으로 계속 관측해 정보를 수집했지."

 

  "얼마나 혹독하게 다뤘으면 의식이 없는 내가 도망을 갈까."

 

  나의 투덜거림을 무시한 박사가 말을 이었다.

 

  "그로걸링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위험지역으로 들어간 실험체는 한달동안 다른 그로걸링들과 교전하면서 어디론가로 향했다."

 

  머크러비 박사의 뒤로 스크린이 켜지며 지도가 나타났다. 지도에는 의식이 없었던 내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얼마나 많은 그로걸링들과 맞붙었는지 등등이 기록되어 있었다.

 

  "산과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에 다다른 실험체 리오는 지도에는 표기되어있지 않은 수상한 장소에 도착했지."

 

  스윽.

 

  "저게 나······."

 

  지배당하던 내 모습이 사진에 찍혀 있었다. 사진속의 나는 거대한 석상을 향해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초디질 박사를 포함해서 여기서 역사나 유물쪽으로 공부한 사람들도 처음보는 양식의 석상이었다. 당시 실험체는 석상을 부수지 않고 수십분동안 앞에서 고함만 내지르고 있었고 우리는 그걸 이상하게 생각했다. 왜 숙주를 지배해 제약이 없어진 그로걸링 공생체가 저 석상을 부수지 않는걸까? 하고 말이야."

 

  "결국 우리는 그 의문을 풀기위해 위험하지만 하늘을 통해서 석상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지."

 

  "음, 그래."

 

  초디질 박사의 말에 머크러비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우리가 도착했을때 실험체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사는 새롭게 발견한 이상한 동상이었지. 과연 이 동상이 무엇이길래 그로걸링이 공격하지 않을까. 돌조각이라도 들고가서 연구해볼려고 했었는데 그때 예상치도 못한 일이 터졌지."

 

  스윽.

 

  자신의 차례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여태까지 뒤에서 얌전히 있었던 아이샤가 앞으로 나왔다. 그녀가 앞으로 나오자 머크러비 박사가 자리를 비켜주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음에도 그녀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설명을 이었다.

 

  "제가 석상을 건드리면서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그날 저는 대장님이 석상을 향해 울부짖고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도착하자마자 주변 정찰후 바로 석상을 보러 갔죠. 석상 근처에는 다른분들이 자리잡고 작업하고 있었어요. 다른 분들도 석상을 만지니까 나도 만져보고 싶어서 한번 건드려본건데 갑자기, 석상이 흔들리더라고요."

 

  "석상이 흔들렸다?"

 

  "네. 살짝 흔들리는거면 제 착각이라 생각할텐데 다른분들 눈에도 보일만큼 크게 흔들렸어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죠. 석상이 흔들리니까 인근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그로걸링들이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어요. 분명 근처에는 놈들이 없다는걸 확인했기에 현장의 모두는 당혹스러워 했죠. 하지만 깊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고 저는 서둘러 팀원들과 합류하기위해 석상에서 손을 떼려고 했어요 그런데 손이 안떨어졌어요. 당황해서 다른손으로 잡아당기고 해봤는데 꿈쩍도 안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석상이 흔들리지 않는걸 알아차리고 석상을 바라보니 눈앞이 깜깜해졌어요."

 

  "이후로는 그녀가 기억하는게 없으니 내가 추가로 설명해주지."

 

  당시 현장에서 석상을 조사하고 있었다던 초디질 박사가 설명했다.

 

  "그러니까. 아이샤가 석상을 건드린 뒤에 손을 떼려 하니까 갑자기 석상이 움직이더니 아이샤를 후려쳐 날려버렸다는 말입니까. 그래서요?"

 

  "수백마리를 넘어 수천마리의 그로걸링들이 접근했네. 우리는 가져온 기기들을 회수하지도 못하고 의식이 없는 아이샤를 챙겨서 급히 비행기에 올라타야 했어. 잠시후에 그로걸링들이 다가오는걸 알았는지 석상이 움직였고 그로걸링들을 향해 달려갔어. 그리고 그로걸링 수천마리와 격돌했지. 여기서 우리는 더 말도 안되는걸 눈으로 봤어. 바로 그로걸링의 시체를!"

 

  "·······!"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한번도 실현시킬 수 없었던 일을 석상이··· 아니, 석상 안에 봉인되어 있던 괴물이 해낸거야! 전투중에 석상이 깨지자 돌 안에 숨겨있던 경질된 피부가 드러났고 그로걸링의 공격을 튕겨냈지. 그리고 날카로운 발톱? 손톱 같은걸로 그로걸링을 베어버리니 덤비던 그로걸링이 갈라져 죽어버리더군. 그로걸링들은 움찔거리지도 않고 계속 달려들었고 석상안에 있었던 괴물은 포효를 내지르며 그로걸링들을 학살했어."

 

  "믿기 힘드네요. 그로걸링은 그 무엇으로도 피해를 입힐 수 없는 괴물인데 그런 괴물을 죽이는 또 다른 괴물이라니."

 

  이건 인류의 희망이라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상처조차 줄 수 없는 그로걸링을 상대로 상처하나 없이 처리 해버리는 괴물을 우리가 잡을 수 있을까.

 

  "그로걸링들 수천이 믹서기에 갈리듯이 죽자 남은 그로걸링들은 도망쳤고 괴물은 그것들을 쫒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지."

 

  "우리는 그 괴물의 움직임에 집중했고 바로 몇일전 놈이 멈춘것을 확인했어. 사진을 보면···."

 

  초디질 박사가 화면을 바꾸자 거대한 시설이 찍힌 사진이 나타났다.

 

  "여태까지 우리는 이런게 있다는걸 발견조차 못했지. 과거 다른 국가들이 무너지지 않았을때도. 이건 괴물이 숨겨둔거라고 추측하고 있다네. 미래에 자신이 깨어나면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던지 그런 목적으로 말이야."

 

  "초디질 박사의 말대로다. 괴물놈이 여기에 도착해서 미지의 시설 같은걸 공개함과 동시에 전국을 넘어서 전세계에 퍼져있던 그로걸링들의 대이동이 관측되었어. 당장 이곳 근처에 있었던 놈들부터 해서 저 멀리 망국에 자리잡은 놈들까지 전부 다. 리오 네 녀석과 충돌한 것도 네놈이 이동하는 경로가 일티니어를 관통하는 경로여서였다. 진짜 네놈의 경로를 바꿀려고 얼마나 많은 무기와 돈이 들었다고 생각하지?"

 

  "때마침 내가 정신을 차려서 더 큰 희생없이 살아남았다는걸 돌려말하는 거지요?"

 

  "망할놈."

 

  머크러비 박사는 고개를 돌리고 작게 중얼거릴 뿐 다른 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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