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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포칼립스
작가 : 글여행
작품등록일 : 2020.7.31

지구의 멸망은 내가 편집했다

 
공모전 (2)
작성일 : 20-08-01 19:55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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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 (2)

 

 “먼저 가보겠습니다.”

 오랜만에 칼퇴를 했다.

 일하는 중에 계속 글을 쓰고 싶어 간질간질해서 죽는 줄 알았네.

 출퇴근기록기에 지문을 찍고 빠르게 건물을 내려갔다.

 회사가 2호선 라인에 있었기에, 퇴근 시간엔 항상 막혀서 빠르게 역까지 달려가야 했다.

 게다가 오늘은 불금이었으니.

 “휴우. 시간 겨우 맞췄네.”

 1분 후에 다음 지하철이 도착한다고 되어 있었다.

 아직 6시가 되지도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역에 가득 차 있었다.

 ‘이 정도면 탈 수 있겠지.’

 안심하고 사람들 뒤에 줄을 선 나는 평소에 하고 있던 폰 게임을 시작했다.

 ‘날 뽑아줘’라는 여러 장르가 혼합된 RPG 게임으로.

 캐릭터부터 시작해 스킬, 아이템까지 모두 카드로 뽑는 가챠 게임이었는데.

 나도 이걸 왜 계속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다들 욕하면서도 계속하고 있는 게임이었다.

 ‘오랜만에 기분도 좋은데, 세트 한 번 돌려봐야겠네.’

 지하철에 탄 뒤에 내리기 편하게 입구 옆에 붙어서서 뽑기를 진행했다.

 세트 하나는 캐릭, 스킬, 아이템 모든 템이 하나씩 포함되었는데.

 한 번 뽑을 때마다 3,300원이나 하는데, 효율은 똥망이라.

 커뮤니티에는 이걸 뽑는 사람들은 호구라고 욕먹는다.

 ‘기분이다. 호구 한번 돼줄게.’

 세트 뽑기에 결제를 마치자, 세 가지 빛이 빛나다 곧 그 빛이 사라졌다.

 “미쳤다...”

 지하철에 사람이 가득했는데도 불구하고 입에서 감탄이 나왔다.

 힐끗거리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폰 화면에 집중된 두 눈은 깜빡이지도 않았다.

 뽑으려면 하나당 천만 원은 줘야한다는 6등급의 캐릭터, 스킬, 아이템이 모두 나와줬다.

 그것도 깔맞춤으로.

 커뮤니티에 이 캐릭 깔맞춤 하려고 몇억을 썼다고 하던데.

 찰칵.

 이 스샷을 올리면 조작이라고 그러겠지?

 ‘크흐흡.’

 웃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내려 고양시로 향하는 버스로 환승했다.

 깔맞춤한 캐릭터를 이용해 게임을 진행하자, 그동안 컨트롤로 빡세게 깨왔던 스테이지가 치트키를 쓴 듯 손쉽게 깨어졌다.

 PVP에서도 상대는 그냥 녹아내렸다.

 역시 ‘현질뽑망겜’다웠다.

 내가 쓴 소설은 그래도 이 정도까진 아니다.

 그렇게 자조하며 게임을 즐기고 있을 때.

 

 -치지직.

 

 스킬을 쓰고 있던 캐릭터의 모습이 일그러졌다.

 “버근가?”

 그러더니 화면이 금이 가며 도자기처럼 깨졌다.

 “어어?”

 “아니, 넷튜브 이거 왜 이래?”

 “TV가 고장 났나?”

 나뿐만이 아닌지, 모두 스마트폰을 보며 당황하고 있었다.

 버스에 있는 TV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니, 꼭 내가 쓴 소설 프롤로그를 보는 것 같잖...’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순간 오싹해졌다.

 꿈에서 주인공에 빙의해 겪었던 소설 속 내용과 똑같았다.

 프롤로그에서는 한순간에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기기를 포함해 두 눈에 증강현실 게임처럼 다른 화면이 나타난다.

 난 빠르게 스마트폰을 바지에 집어넣고 의자에 있는 손잡이를 꽉 부여잡았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만, 현실이 된다면?

 교통사고는 약과에 불과했다.

 “어? 이게 뭐지?”

 끼익!

 “으아!”

 “악! 기사 아저씨! 갑자기 뭐예요!”

 버스가 갑자기 멈춰서며 서 있던 사람들이 부딪치고 나자빠졌다.

 튕겨질 뻔한 몸의 중심을 겨우 잡은 나는 허공에 보이는 화면에 집중했다.

 내가 보는 장면이 버스에 있는 TV에서도 똑같이 방영되고 있었다.

 다행히 버스기사의 실력으로 사고는 막아냈다.

 창밖으로는 다중충돌로 인해 도로가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풀어 팔뚝을 꼬집어 보니, 역시 아프다.

 짝!

 꿈인 줄만 알았던 예전처럼 뺨을 때려 보니 똑같이 매우 아팠다.

 이건 꿈이 아니고 현실이다.

 화면이 밝아지고 정장을 차려입은 노인이 나타났다.

 ‘아니, 매니지 사장이잖아?’

 

 -안녕하십니까, 지구인 여러분. 이번 제151회 아포칼립스 공모전 대상작 발표를 맡게 된 아타오-후룬입니다. 처음으로 대상작이 저희 SU매니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정말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고 있는 지금도 떨리네요. 오랜 시간 노력해주신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 소리를 듣고 있자니, 통조림 당했던 과거가 기억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와 동시에 얼음물에 들어간 듯 찌릿한 통증이 몸을 관통하며 정신을 깨웠다.

 

 -영문도 모를 지구인 여러분은 당황하고 계시겠지만, 통증을 느낀 것처럼 엄연히 현실입니다. 시간 관계상 빠르게 발표부터 하겠습니다. 공모전 참여작은 총 32,345,523,342작품이며, 대상작 작품에 ‘지구종말생존게임’이 뽑혔습니다. 플레이어분들은 당선작을 멋진 이야기로 만들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아타오-후룬의 말이 끝나자마자 눈앞에 빛이 반짝였다.

 빛이 사라지고 나자 겉봉투에 다음과 같은 글이 써져 있는 금색의 편지지가 나타났다.

 

 [김한영 님, 대상작에 당선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진짜 내 작품이 당선되다니.

 덜덜 떨리는 손으로 편지지를 열었다. 다른 이의 눈에는 허공에 나타난 편지지가 보이지 않는 듯했다.

 

 [제15회 공모전 대상 특전

 1,000,000,000UC + 에피소드의 수익금은 에피소드가 끝나고 정산됩니다(대상작이 2인이기에 각각 50%씩 지급됩니다)

 강제 죽음 에피소드 회피

 추가 스킬창 +1개

 시작 스킬 +1개

 스킬창 저장고 스킬 보관 개수 무한

 제15회 공모전 한정 세이프존 무료(세이프존 지정 후 재지정까지 쿨타임 24:00)]

 

 특전을 천천히 읽어내리다 보니 어지럽던 머릿속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당황했지만, 내 소설이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그러면 앞으로 벌어질 일은 뻔했다.

 “미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편지지를 닫자 지갑 모양의 아이콘이 생겼는데.

 클릭해서 열어보니.

 

 [1,000,000,000UC

 출금/입금/결제/송금]

 

 게임에서만 보던 숫자가 보인다.

 “휴우...”

 통장에 있던 돈보다 두 자리가 늘어난 금액이 이건 현실이라고.

 집중하지 않으면 찾아온 찬스가 날아갈 거라고 속삭였다.

 평생 로또라곤 5등밖에 걸리지 않았던 나였기에, 일평생에 처음 온 찬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세상이 멸망을 향해 가든, 내가 세상을 멸망시킨 악당이 되었든.

 바보처럼, 또는 호구처럼 멍청하게 세상에, 사람들에게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소설 속 캐릭터들로 현실 같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자’가 모토였던 내 성격이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평범한 나는 독해지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었기에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독하게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모든 걸 알고 있는 입장에서 냉철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성이 속삭였다.

 이게 정확히 얼마의 가치를 가질지 모르겠지만 우주 차원의 대상작이니 충분히 큰 금액이지 않을까?

 소설 내에선 상점 내 모든 물건들의 금액이 나오지 않았단 말이지. 소설과 다를 수도 있고.

 ‘상점이 나오면 정확한 가치를 알 수 있겠지.’

 이건 내가 쓴 글이 당선된 결과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 돈을 가지고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해야 했다.

 앞으로 지구는 멸망에 맞서 싸우겠지만, 내가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썼나.

 통조림에서 탈출하기 위해 미친 듯이 써낸 거지.

 바보같이 좌절에 빠져 허우적대기 싫었다.

 할 말 다하고 속 편히 살자는 마음가짐대로 살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돈이면 소중한 사람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건 지킬 수 있으니까, 차라리 다행이라고 여겼다.

 나중에 내가 당선되지 않고 다른 이가 당선되어 지구가 스테이지로 선택되었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나도 가족도 죽어버렸을 수 있었으니까.

 나의 생존은 보장되었으니, 단순한 나만의 생존이 아닌 잘 살아가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했다.

 ‘첫 번째론 내가 가진 걸 빼앗기지 않게 강해져야지.’

 초반은 내 소설의 주인공처럼 강해지는 거에 집중해야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1권의 내용만 알고 특전도 없었으니, 중후반부 목표는 주인공과 많이 달라지겠지만.

 고민을 끝마치고 고개를 들자 화면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노인과 비슷한 외형에 은발을 한 꼬마 아이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댔다. 장난기 가득한 말괄량이 요정을 보는 듯했다.

 

 -안녕, 고양 시민 친구들. K-14지역 담당자인 쿠모토-할이야. 이 지역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운이 좋아. 날 만나다니. 히히. 앞으로 친구들이 앞서나갈 수 있게 홍보를 잘할 테니 너희들도 나를 잘 따라와줘. 아무리 나라고 해도 하기 싫다는 사람까지 멱살 잡고 데려가고 싶진 않거든. 짝! 정신 차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박수 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찌릿한 충격이 눈을 번쩍 띄게 했다.

 “악! 젠장! 개년이 뭐라는 거야?”

 “미쳤어! 다들 미쳤다고!”

 “아저씨, 빨리 문 열어주세요!”

 “으아아아앙! 아파!”

 버스는 난장판으로 변했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먼저 내리겠다고 서로 밀쳐댔다.

 

 나는 가족들이 모인 방에 먼저 톡을 올렸다.

 

 [다들 일단 집에서 가만히 대기하세요.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 그러니 무슨 일이 생겨도 걱정 마시고, 잘 믿고 기다려주세요. 꼭 찾아가겠습니다.]

 [어머니 : 그래,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너도 몸조심해라.]

 [아버지 : 잘할 거라 믿는다.]

 [수영이 : 응, 오빠도. 부모님은 걱정 마.]

 

 그리고 직장은 더 이상 필요 없을 테니 빠르게 단톡방을 탈퇴했다.

 똑 부러진 여동생이 부모님 근처에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경남에 계신 부모님이 현재 부업으로 하고 계시는 일이 다단계 쪽 일이라서 걱정이 되었지만, 첫 에피소드만 무사히 넘을 수 있으면 괜찮으시겠지.

 나는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영 : 오빠, 언니들 조심하세요! 나중에 무사히 봐요!]

 

 모임톡에 아영의 글이 올라오자, 나도 희망을 담아 [언제 다시 보드게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라는 글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미래에 벌어질 일 때문에 눈을 질끈 감고 보드게임 단톡방을 탈퇴했다.

 이후 친한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톡을 남기자 담당자의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자, 다들 안부 겸 유언 남겼어? 히히. 나니깐 이러지. 심한 녀석들은 트라우마 생각도 안 하고 막나간다니까.

 

 나는 사람들이 다 내리고 난 뒤에 발이 다친 남성을 부축해 버스에서 내렸다.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면 여기 앞에 피프틴 있는 데까지 좀 부탁드립니다.”

 다행히도 집 근처에서 버스가 섰기에 사내가 원하는 곳도 가까웠다.

 “그러죠.”

 “아, 걱정이네요. 하윤이가 집에서 혼자 기다릴 텐데... 아내도 연락이 안 되고.”

 “괜찮을 겁니다.”

 나는 그 정도의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깐 고양시 친구들은 지구라는 배경에서 연기하는 배우가 됐다고 보면 돼. 누구는 악역으로, 어떤 이는 짠! 하고 주인공으로. 아무튼 눈에 띄는 활약을 해주면 시청자가 많이 붙고 나도 친구들도 윈-윈 할 수 있어. 그러니 열심히 활약해서 우주 화폐인 UC를 열심히 모아봐. 많이 모으면 시청자들처럼 즐겁게 관전하며 배팅할 수 있을지도? 물론 나처럼 되는 건 무리지만. 히히.

 

 내가 만든 현실이지만, 끔찍했다.

 지구가, 사람이 그저 동물원의 동물처럼 한낱 장난감이 됐다는 게.

 고개를 돌려보니 아이를 걱정하던 남성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앞으로 고양시 친구들은 어느 채널로 가든지 내 채널에서 정산금을 받을 거야. 아, 가끔씩 타 채널로 트레이드도 되긴 하는데 보통은 그럴 일 없으니 넘어가구. 이제 시간이 됐네. 다들 궁금해하는 첫 에피소드를 알려줄게.

 

 꿀꺽.

 긴장으로 목이 말라갔다. 내가 만들었던 지옥이 곧 시작될 거라는 걸 알기에.

 곧 창이 떠올랐다.

 

 [에피소드 1.

 +지금까지 만났던 인물 중에 한 명을 선택하십시오(지역 한정)+

 -서로 이름 알고 있는 자만 선택 가능합니다.

 -지역 내에서 득표율 상위 30%는 좀비가 됩니다.

 -선택하지 않을 시 본인이 좀비가 됩니다.

 -참여권을 희생해 UC를 얻어 다른 이를 살릴 수 있습니다.

 -투표까지 남은 시간 30:00]

 

 그렇게 시작과 동시에 30%를 좀비로 만들어 버리는 소설이 막을 올렸다.

 참여권이란 건 본인의 목숨을 희생해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거고.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역시나 시작 에피소드가 내 소설과 똑같았다.

 

 -이 게임 룰이 불만인 친구들에게 한마디 할게. 이렇게 모두를 살인자로 만들어야 착한 사람 코스프레 못하잖아. 앞으로 잼는 모습 많이 보여줘! 히히.

 

 그동안 친절하게 말했던 모습이 거짓이라는 양 약 올리는 담당자의 웃음소리에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눈앞에 나타난 창엔 모임 등에서 만난 이름들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고양시 내에 있는 이들만 나오는 건지 직장과 관련해서는 아무도 없었다.

 “아... 흐윽.”

 풀썩.

 옆에서 걸어가던 여성이 길 한가운데 주저앉아 버렸다.

 “으아아아!”

 멀리서 누군가 고함을 질렀으며.

 대부분의 사람은 달려가다 에피소드를 보고나자 굳어버린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남성을 따라 멈춰선 나는 창 오른편에 있는 글을 확인했다.

 

 [살리고 싶은 이를 선택하십시오.]

 

 그렇게 되어 있는 글자를 누르니.

 

 [고은하] -10,000UC

 [김찬우] -10,000UC

 [김수영] -10,000UC

 [구준우] -10,000UC

 [차준혁] -10,000UC

 ......

 

 가족과 친구 순으로 이름들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 순인 듯했다. 진짜 친구라 여기는 이는 10대 때 사귄 두 명.

 고민이 되었다.

 살 수 있는 확률은 70%.

 좀비가 될 확률은 30%.

 다른 이들의 고민은 운에 맡길 것인지, 아니면 참여권을 사용해 소중한 이를 살릴 것인지겠지만.

 나의 고민은 얼마나 살릴까였다.

 가족과 친한 친구만 살리면 돈을 아낄 수 있지만, 미래를 위해선 좋은 선택이 아닐 듯했다.

 그 정도의 돈이 있음에도 친척과 주변 사람을 안 살리면 친한 이도 나를 괴물 보듯 하지 않을까. 그리고 가지고 있는 돈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그래서 친척들은 모두 다 살렸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에게 잘해주었던 이들을 속으로 선택했다. 그 외의 사람들에게 나라는 존재는 지금 이 순간 이 창에서 제일 밑바닥에 존재할 테니까.

 그러자 창에서 이름이 삭제되며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갔다.

 그때 모든 폰이 진동을 해댔다.

 

 [긴급 안내 문자 : [계엄사령부] 비상계엄령 발동. 지금 이 문자를 받는 즉시 집과 건물 내부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10분 내로 행하지 않는 이는 강력히 대처하도록 하겠습니다.]

 

 생각보다 정부의 결정이 빠르긴 한데, 과연 이거로 혼란이 진정될까?

 그와 함께 멀리서부터 사이렌이 울려댔다.

 애~~~앵. 애~~~앵.

 

 “빨리 가시죠.”

 난 계속 걸음을 옮겼다.

 “네, 부탁합니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남성이 안타까웠지만, 그렇게 만나는 이들마다 책임지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었다.

 지금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지만, 앞날을 생각하면 이것도 부족할 게 뻔했고.

 지금도 내가 아는 이만 살리는데 백만 이상이 빠져나갈 것 같았다.

 살았으면 하는 이까지 살리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그렇게 모임에서까지 만난 인원도 살리다 보니 210만 UC가 빠져나갔다.

 그래도 내가 마당발이 아니라 이 정도로 끝난 거겠지.

 그렇게 부축해서 인도를 걷다 보니 원하던 장소에 도착했다.

 다행히 아직 바구니 달린 자전거가 여러 대 남아있었다.

 난 자전거 바퀴를 만져보고 가장 딴딴한 녀석을 골라 결제했다.

 “이거 타고 가시죠.”

 “감사합니다.”

 남성은 넘어질 듯 말 듯 힘들게 출발했지만, 다행히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나도 집까지 뛰어가도 되지만 빠르게 가기 위해 한 대 더 결제했다.

 자전거를 탄 나는 시야를 가리는 창을 오른쪽 상단으로 옮기고 가로 크기를 확 줄였다. 그런데도 화면의 담당자 비율이 일그러지지 않고 잘 보였다.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들이 길가에 넘쳤다.

 난 사람들을 피하며 계속 나아갔다.

 이 속도면 5분 안에 집에 도착하겠지.

 

 -그러니깐 겁내지 말고 좀비 대가리를 팍! 하고 터트려버려. 좀비에게 죽어도 근처에 좀비가 없는 곳에서 다시 부활하니까, 겁내지 말구. 죽는 고통쯤이야 나중엔 즐길걸. 히히.

 

 담당자는 그의 말대로 친절하게(?) 계속 안내를 하고 있었다.

 어떤 이들에겐 자살로 생을 마감할 수 없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소설대로 진행된다면 몇몇의 사람들에겐 오히려 이 상황이 한 줄기 빛이 될 터.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아픈 친구들은 억울해하지 마. 투표 완료 5분 전에 새육체를 줄게. 좋지, 좋아 죽겠지? 자, 다들 예스를 눌러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즈아!

 

 “제길, 나도 죽는 게 낫겠지. 통조림으로 건강해지긴 했는데, 아직 안경도 끼고 있고, 비염은 낫지 않았으니까.”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건강한 육체는 필수였으니, 당연히 ‘예’를 눌러야 했다. 안경이 부서지면 큰일이었으니까.

 나는 페달을 더 빠르게 밟았다. 깨끗하게 죽을 준비를 마치기 위해.

 신호를 무시하고 빠르게 달리니 2분을 단축해 3분 만에 집이 보였다.

 주차장이 4개 있는 3층짜리 빌라.

 자전거는 밖에 놓아두고 비번을 눌러 출입문을 열었다.

 계단 옆에 묶어둔 내 자전거를 보며 1층에 있는 내 집으로 들어갔다.

 짐을 내려놓고 오른쪽 상단의 시간을 보니 아직 여유 있었다.

 

 [투표까지 남은 시간 18:30]

 

 구석에 박혀 있던 여행용 배낭을 꺼내 터진 곳이 없나 꼼꼼히 확인하고 물건을 넣기 시작했다.

 옷가지와 속옷들을 넉넉하게 넣고 나머지 자리엔 보조배터리를 넣었다. 전기와 통신이 끊기기 전까지 가장 유용한 물품이 스마트폰이었으니.

 배낭의 지퍼를 잠근 뒤 그 위에 침낭을 올리고 끈으로 묶었다. 어릴 때 사둔 침낭이 이제야 빛을 보는구나.

 

 [투표까지 남은 시간 15:00]

 

 -친구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걸 줄 시간이야. 눈감으면 보이는 주사위 돌려서 스킬을 얻으면 돼. 잘해봐!

 

 ‘역시 생각대로 주사위빨인가. 나에겐 잘됐어. 빨리 돌리자.’

 

 [투표까지 남은 시간 13:10]

 

 주사위를 돌려야할 때가 오자 눈을 감았다.

 그러자 생겨난 깜깜한 우주 속에 빛나는 주사위 10개가 눈앞에 보였다.

 주사위의 눈금을 보니 1-9까지 있었다.

 미래의 나 자신을 주사위가 결정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오늘 게임에서 뽑은 것들이 생각났다.

 ‘오늘 내 운빨이라면 누구한테도 안 져.’

 마음을 다잡은 나는 잡생각이 들기 전에 곧바로 주사위를 굴렸다.

 

 탁! 탁! 탁!

 

 그러자 주사위 10개는 서로 마구 부딪치면서 돌다가 잠시 후 잠잠해졌다.

 

 [9999999976! 전설(A)]

 

 첫끗발이 개끗발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게 떠버리면 만족할 수... 없지.

 이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스킬 선택 전에 주사위를 다 돌리기로 결정했다.

 

 탁! 탁! 탁! 탁!

 

 그리고 나온 숫자는.

 

 [9999999997! 전설(S)]

 [9999999999! 유일]

 

 이 이상 만족할 수 없는 등급이 나왔다.

 소설에서 등급은 일반, 백금, 황금, 희귀, 전설, 유일 순서로 높아진다.

 게다가 전설 등급에서도 상위 스킬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과는 다른 스킬이었지만, 비슷하게 꿀 빨고 스타트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지금 스킬에 맞춰 스킬 트리를 짜면 되겠지.

 

 [업적 달성!

 유일한 자 : 첫 번째로 유일 스킬을 획득할 시 주어짐

 능력 : 처음 경험할 시 운이 많이 상승한다]

 

 게다가 이 업적에 있는 ‘처음’이라는 건 범위가 꽤 넓으니 쓸모가 많다.

 특전에 스킬과 업적까지.

 이는 남들이 맨몸으로 뛰어갈 때 나 혼자 F-1 자동차를 모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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