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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적시적소
작가 : 꾸밈
작품등록일 : 2020.7.31

#후회남 #츤데레남주 #상처녀 #동거 #월클아이돌 #계약결혼

신이 심혈을 기울여 빚어낸 것이 틀림없는 피사체,
아름다운 춤선을 가지고도 만년 3군 아이돌 타이틀을 벗지 못하던

비운의 아이돌그룹 '하이브'의리더 한서유가
 
세기에 한번 내릴까 말까 하다는 천신을 받든
영험한 할망 나비신녀를 만난 것은 그즘이었다.


기적을 기다리는 때,

구원을 갈망하던 절망의 끝,
 


그 적시적소에.

 
2화
작성일 : 20-07-31 01:40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3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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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한서유의 그룹은 데뷔 4년을 꽉 채워가는 중형급 기획사의 중소돌이자 중고 신인이었다. 데뷔 이래 차트인은 커녕,대중적 인지도조차 부족한 그러나 매니아층만은 확실한,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아이돌.

 

 

 비쥬얼 구멍 없는 장신 그룹에, 섹시, 청량, 컨셉츄얼한 무대 소화력과 실력까지 모두 갖췄지만 기획사의 기획력이나 마켓팅, 팬덤의 규모는 그에 비해 늘 아쉽던 그룹,

 

 

 그들을 대충이라도 아는 이라면 혹은 아주 약간의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 이라면 아마 이 설명들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단숨에, 어떠한 표면적 이유 없이 일약 톱스타 자리를 꿰찼으니. 항간에선 사재기 의혹과 대형 스폰서설, 음원 업체들과의 로비설 등이 떠오른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증권가 찌라시에선 심지어 '하이브 그룹, 프리메이슨 연루 의혹'이란 타이틀의 헛소문 마저 나도는 상황. 한서유의 소속사는 이 일들에서만큼은 빠르고 단호하게 억울하단 입장의 호소문을 내놓았는데, 내용의 골자는 자신들에겐 전 음원 차트 석권을 하게 할 재량이 없을 뿐 아니라, 애초에 그게 가능한 일이었다면 왜 진즉에 하지 않았겠냐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성공은 연습생 생활 7년, 데뷔 4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얻어낸 쾌거였다. 게다가 이 겉잡을 수 없는 들불처럼 번져가는 인기에 가장 얼떨떨한 것은 HIVE! 본인들, 특히 그 중 에서도 그 내막을 속속들이 알고있는 한서유 자신일 것이었다.

 

 

 그가 나비신녀를 만난 후 바뀐 것은 단순히 그룹의 입지 뿐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를테면 비밀 결혼과 동거 생활이 그랬다.

 

 

 

 한서유는 지난 7년간 머물던 숙소에서 벗어나 얼마 전 부터 할망과 산 속 깊은 대저택에 신접 살림을 차려야 했다.

 

 

 

 언론과 사생팬의 눈길을 피해,

 

 

 호사가들의 눈과 입을 피해.

 

 

 신의 저주란 마법에 사로잡힌 채.

 

 

 

 ***

 

 

 

 

 "뭐해요?"

 

 

 

 커튼이 드리워 진 창가 뒤에 숨어 망원경으로 바깥을 엿보던 할망에게 한서유가 물었다.

 

 

 막 내린 커피를 든 채, 파자마 차림으로 걸어나오는 한서유를 할망은 마치 진기한 것이라도 목격한 양 상서로이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또 밖에 뭐가 날아다니네... 저걸 뭐라고 한다고?"

 

 

 한서유는 스윽 할망의 곁으로 다가와 무심한 눈으로 바깥을 내다봤다. 포근한 섬유유연제 향 때문인지, 너무 바짝 다가 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미열 때문인지, 할망은 덕분에 숨을 참으며 잔뜩 몸의 신경을 곧추 세워야했다.

 

 

 "드론이요. 그냥 신경 꺼요. 저러다 말겠죠."

 

 

 한서유는 성의 없는 대답을 남기곤, 커피를 든 채 그대로 자기 방으로 사라져갔다. 아침의 안부 인사 따위는 기대할 것조차 못되었다. 명색이 신혼 생활인데 말이다.

 

 할망은 피식 조소가 흘러 나왔다. 신혼은 무슨... 너한테나 신혼이겠지...

 

 

 대중들의 한서유를 향한 관심은 상상이상이었다. 신혼집으로 드론을 띄워 안을 살피질 않나, 산 속 깊은 곳까지 사생팬이며 기자들이 몰려 들어 그의 은둔 생활을 취재하려 열을 올렸다.

 

 

 

 

 할망에겐 이 모든 것이 숨막히게 두려웠다.

 

 인간을 피해 전 세계의 산 깊은 곳을 떠돌며 99년을 보내왔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그녀에게 이젠 뾰족한 묘수가 필요했다. 이러자고 한 결혼이 아니었으니까...

 

 

 차라리 어서 끝내주는 편이 저쪽에게도 바라는 바 일테니까.

 

 

 

 ***

 

 

 

 깊은 밤, 할망의 부름에 한서유가 할망의 방 안으로 들어섰다. 컴컴한 방 안에 기묘한 빛을 내뿜는 할망의 머리카락이 침대 밖까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할망은 침대 가운데 앉아 곱게 머리를 빚으며 고개를 살짝 틀어 한서유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곤 넌지시 말을 건넸다.

 

 

 

 "나를 좀 도울텐가?"

 

 

 

 싹, 싹, 싹- 규칙적으로 머리를 빗어내리는 소리가 꼭 절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새벽의 파도소리 같았다. 섬뜩한 악몽 속의 배경처럼.

 

 

 

 “이리와서 내 머릴 좀 빗어. 관절이 안 좋아서 손이 안 닿아.”

 

 

 

 한서유는 게임을 하다 온 듯 아까 그 파자마 차림 그대로에 머리엔 헤드폰을 걸치고 있었다. 그는 할망의 말에 별 대꾸 없이 헤드폰을 화장대 위에 내려두더니, 빗을 받아 들어 침대 위로 올라섰다. 그리곤 엉성한 손길로 할망의 머리카락을 쓱 쓱 빗어 내려갔다.

 

 

 

 "이렇..게요?"

 “아야, 아프단 말야. 살살.”

 “아 죄송해요…”

 

 

 한서유는 할망의 머리를 슥 슥 빗어내리다 문득 할망의 목 뒷덜미를 내려다 보았다. 흉측한 혹과 검버섯이 번진 거친 살결 속에서 은빛 실같은 무언가가 살랑대고 있었다.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 보려 했지만, 할망이 갑자기 몸을 틀어 한서유를 쳐다보는 통에, 그는 헛기침을 하며 괜히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야 했다.

 

 

 "아무래도 이상해."

 "뭐..가요?"

 할망이 한서유의 손을 덥썩 쥐었다. 한서유는 움찔하기야 했지만, 손을 굳이 빼진 않았다.

 

 

 "분명.. 그 날 네가 날 만졌고, 사랑한단 말도 들었고, 결혼까지 했는데 말야... 어째서 내 몸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거지? 대체 왜...이 망할 인생은 끝이 안나는 거지...?"

 

 

 한서유는 말 없이 빗을 내려놓았다.

 

 

 "신의 저주였라면서요. 신의 방식이 있겠죠... 그러니까 쉬지 말고 빌어요. 어서 끝내달라고."

 

 

 "너도 이 저주가 어서 끝나 자유의 몸이 되길 바라지?"

 

 

 

 한서유는 빗을 내려두더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빗질 이 정도면 다 된 것 같은데요..?"

 

 

 

 

 그 때, 할망이 한서유의 팔목을 턱 하고 잡아챘다.

 

 

 

 

 "생각해봤는데 말야... 마지막 수가 있어...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

 

 

 

 "합방. 합방을 해보자... 그 땐... 진짜 이 저주가 끝날지..."

 

 

 

 한서유는 할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매정하게 팔을 떼어냈다. 할망은 덕분에 몸이 옆으로 고꾸라져 넘어질 듯 허우적거렸다.

 

 

 "꿈 깨요. 제대로 된 방법을 찾아요... 납득 가능한."

 

 

 

 방문을 쾅 닫고 한서유가 사라져간 곳을, 할망은 멍한 눈을 껌뻑이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비참함과 수치스러움 속에서.

 

 

 

 ***

 

 

 

 “요즘 제일 눈 여겨보는 후배 그룹이요? 음~”

 

 

 걸그룹 투문의 비주얼 센터, 채린의 라이브 방송에는 오늘도 40만명이 넘는 팬들이 몰려들었다. 채린의 미모를 찬양하고 열광하는 댓글로 도배된 채팅창 속 누군가의 질문글에,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던 채린은 씨익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로 답했다. 그녀의 미소엔 늘 어딘지 소악마처럼 짓궂고 장난스러운 그러면서도 천진하고 해맑은 구석이 있었다. 제 아무리 철옹성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을만큼의 순수, 좀 더 솔직하자면 순수악.

 

 

 

 “음~ 솔직히 말하면 혼날 것 같은데? 저.. 솔직해도 돼요?”

 

 

 

 그녀는 베시시 웃더니, 핸드폰을 들어 음원 어플을 켰다. 그리고 하이브를 검색하려던 찰나, 그녀의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음원 차트 1위... 하이브...'

 

 

 

 채린은 손톱을 깨물며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왜 갑자기 떡상이야? 뭐야?... 무슨 일이지...?'

 

 

 그녀는 빠르게 포털 사이트로 들어갔다. 검색어와 기사들을 검색해보던 그녀에게 채팅창에선 '대체 뭐하냐', '뭘 보고 놀랐느냐'고 묻는 팬들의 댓글이 가득 한 상황. 방송을 지켜보던 소속사 관계자도 채린에게 곧장 문자를 보내왔다.

 

 <방송 켜고 뭐해? 채팅창 봐.>

 

 

 ...

 

 ..

 

 채린은 문득 방법을 바꾼 듯 싱긋이 웃어 보였다.

 

 

 “좋아요. 제가 요즘 관심있게 지켜보는, 애정하는 후배를 공개할게요! 딱 3초 보여줄게요. 맞춰보세요. 맞추는 사람한테 선물이 있을지도?”

 

 

 

 채린은 한쪽 입꼬리를 묘하게 올린 채 핸드폰에 사진을 카메라 가까이 가져갔다. 화면엔 채린 그리고 한서유가 함께 찍힌 셀카가 띄워졌다. 채린은 천천히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캡쳐해보라는 듯, 어서 이곳저곳에 이 소식을 퍼날라 달라는 듯이.

 

 

 

 “자… 정답 댓글로 띄워주세요. 셋, 둘 …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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