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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의 끝에서 심판의 나팔을 분다
작가 : 나노
작품등록일 : 2020.7.25

하늘에서부터 정체불명의 나팔소리가 울려퍼졌다. 세계가 뒤틀리는 소리, 사람들은 하늘 저편으로 보이는 거대한 형상에 사로잡힌다. [당신은 ■■■에게 선택받았습니다.]

 
대협곡의 신전 (2)
작성일 : 20-07-26 12:26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5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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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운도 더럽게 없지. 어떻게 연속으로 미친놈들만 만나는 걸까.

 

  도준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그 남자를 바라보았고, 도준과 눈이 마주친 그는 살짝 인상을 썼다. 그는 자신의 흑발의 머리를 한번 쓸어 넘기고는,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까지, 동행하지."

 

  그가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협곡의 중턱에 위치한 신전이었다. 도준이 그의 제안에 대해 생각을 해보기도 전에, 한유진이 앞장서 말했다.

 

  "싫어."

 

  그 남자는 한유진의 단호한 대답에 눈썹을 꿈틀거렸고, 다시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한유진의 얼굴을 한 손으로 감싸 그를 땅으로 처박았다. 어째서, 같은 인간일 텐데 저런 말도 안 되는 힘이 나오는 걸까.

 

  한유진은 충격을 느낄 세도 없이, 불꽃의 검을 만들어 내 망설임 없이 그에게 휘둘렀다. 그는 한유진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귀찮다는 듯 말했다.

 

  "잘 생각해봐. 누구에게 더 득이 될지."

 

  "그래, 넌 더럽게 강하지. 근데 내가 본 게 있거든, 너 같은 놈은 딱봐도 최악의 상황에서 우릴 미끼로 쓰려 들게 뻔해."

 

  "한유진, 잠깐만."

 

  도준은 으르렁거리며 곧이라도 그에게 달려들 것 처럼 구는 한유진을 진정시켰다.

 

  옥상에서 도대체 뭘 봤길래 이러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었으나, 본인이 바로 앞에 있는 상황에서 그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았다.

 

  도준은 지끈거리는 머리에,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좋아, 동행하지. 그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

 

  "아니 형...! 미쳤어요?"

 

  "조용히 해."

 

  도준은 불평불만이 가득한 한유진을 밀어내고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도준을 응시했고 도준은 그에게 대뜸 손을 내밀어 말했다.

 

  "신전에 도착하기 전까지, 내 손을 놓지 마."

 

  "풉."

 

  이 상황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류시아는 웃음을 터트렸고, 한유진은 벙찐 모습으로 도준을 바라봤다.

 

  구식 작업멘트도 아니고, 이게 무슨 참신한 개소리일까. 그 말을 꺼낸 도준도 본인도 그리 생각했으니 그들의 반응이 이상할 건 없었다.

 

  장난 같은 소리 일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일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 남자가 강하다는 건 그의 공격 몇번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한유진의 말도 배제 시키고 싶진 않았다. 그가 역으로 우릴 공격하거나 버릴 수도 있는 가능성.

 

  그러니 여차하는 순간에는, 그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을 들여놓고 싶었다. 그러려면 손이 닿아 있어야 하니까.

 

  도준은 그의 표정을 살폈고, 그는 정말 벌레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도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해하지 마, 그냥 믿음 장치라고 생각 해."

 

  "... 손을 잡는 건 전투에 방해가 된다."

 

  "이걸 사용 해."

 

  류시아는 자신의 빙결체로 만들어낸 수갑을 건넸고, 도준은 그것을 받아들고서 그에게 말했다.

 

  "그럼 이걸로."

 

  사슬이 길어 움직이는 것에 있어 제약이 없었고, 이래 봬도 빙결, 즉 신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도구이기에 극의 상성을 만나지만 않는다면 쉽게 부서질 일도 없었다. 여차하면 줄을 당겨 그에게 닿으면 그만이니까.

 

  그는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며 내키지 않는 듯 한쪽 손을 내밀었고, 도준은 그에게 자신의 손목과 연결 된 다른 한쪽의 수갑을 채웠다. 철컥 소리가 나며 수갑이 채워지자, 그는 도준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정말 최악이군."

 

  "이쪽이야 말로."

 

  한유진은 그런 상황이 재미있기라도 한 듯 큭큭거리며 웃고 있었고, 류시아는 협곡의 전체적인 풍경을 눈에 담고는 말했다.

 

  "저 괴수가 어디까지 지켜보고 있는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최대한 싸움을 피하려면 강과 절벽사이 숲이 우거진 곳으로 가는 게 제일 좋아 보이는데."

 

  "그럼 그렇게 가는 걸로 하자."

 

  도준은 그녀의 판단을 믿었고, 수갑을 만지작거리던 그 남자는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눈에 띄지 않는 건 불가능해."

 

  "어째서?"

 

  "숲의 안쪽에도 괴수들이 있을 테니까."

 

  "그럼 어떻게 하길 원하지?"

 

  "괴수들이 우리를 발견하는 즉시 저 절벽 위의 괴수는 우리의 존재를 알아챌 거다. 그럼 나와 넌 공중전, 밑의 잔챙이들은 저 여자와 불을 쓰는 녀석이 처리하는 걸로 하지."

 

  말투가 재수 없는 것 만을 제외한다면 그는 꽤 말끔한 결단을 내렸다. 도준은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고, 한유진과 류시아도 그의 의견을 승낙했다.

 

  공중전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럴만한 권능을 받았다는 것. 추측해보자면 창공과 빛의 신이나 공기와 마음의 신, 이 둘 중 하나였다.

 

  처음부터 우리를 벌레 보듯 대한 그가 굳이 우리에게 동행을 요청한 이유는 아마도 지상의 괴수들을 의식한 탓이라 생각되었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무리 지어 지상과 공중, 양쪽에서부터 쏟아지는 공격을 홀로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을 없을 테니. 공중전이 가능해지면 우리 쪽에 있어 더욱 이득이었다.

 

  결정이 내려지자, 일행은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발길을 옮겼다. 숲의 내부로 들어가니 빽빽한 나무에 빛이 차단되어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를 풍겼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물컹거리는 질감이 신발 바닥으로 전해졌다. 강이 주변에 위치해서인지, 토질이 질척였다. 그런 것들을 제외한다면 딱히 특별 할 것 없는 숲이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앞장서 걸어가던 류시아가 그 자리에 멈춰서서 말했다. 그제야 도준은, 숲의 공기가 어렴풋이 바뀌었다는걸 알아차렸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 지고 있었다.

 

  어디서?

 

  -꿀럭

 

  도준은 순간 발밑을 의식했고, 질척이는 토지 아래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직감했다. 아차, 도준은 급히 소리쳤다.

 

  "발밑이야! 조심해!"

 

  -파아아아앗

 

  땅속에서 거대한 괴수가 쏫아 올랐다. 절벽을 지키고 있던 그것보다는 작았지만, 뱀같이 기다란 몸을 늘어뜨린 괴수는 마치 이곳이 물속인 것 마냥 축축한 땅속을 헤집고 다녔다.

 

  한유진은 재빨리 무기를 꺼내어 요동치는 그것의 꼬리를 잘라내었고, 류시아는 빠르게 독을 품은 빙결체를 만들어 괴수의 몸통 중앙에 박아넣었다.

 

  도준은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재빨리 몸을 돌렸지만,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에 다시 뒤돌아보았다. 수갑이 이어진 사슬을 휘어잡은 남자는 도준에게 소리쳤다.

 

  "오기 전에 한 말, 잊지 마."

 

  그는 그림자 같이 기분 나쁘게 일렁이는 날개를 펼쳤고, 하늘로 날아 올랐다. 도준은 사슬에 딸려 함께 하늘 위로 올라갔고, 어느 정도 중심을 잡자 절벽 위의 괴수가 이쪽으로 돌진하는 것이 보였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그리핀과도 같이 생긴 그 괴수는 몸짓에 맞지 않게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도준은 그것을 피하지 않는 남자의 행동에 그를 올려다보았고, 그는 처음 봤을 때 본 이상한 공격을 구현하고 있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여 만들어 낸 촉수 같은 무언가는 하늘을 날아 돌진하던 괴수를 공격했고, 괴수는 방향을 틀어 다시금 크게 하늘을 한 바퀴 돌았다.

 

  "쯧, 말도 안 되게 단단한 게 느껴져."

 

  남자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고, 도준은 또다시 이쪽으로 돌진하려는 괴수를 보고는 말했다.

 

  "야, 나를 던져."

 

  "뭐?"

 

  "될 수 있으면 입 말고 몸통 쪽으로."

 

  "하... 뭐 원한다면이야."

 

  그는 다시금 돌진하는 괴수를 보고는 조금 전의 공격을 퍼부었지만, 괴수의 날갯짓에 도준과 남자는 멀리까지 밀려 나갔다.

 

  생각보다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 괴수의 부리 같은 입 속에 구슬 같은 무언가가 뭉쳐져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괴수는 다시 한번 허공을 빙 돌더니, 입 속의 구슬을 깨트려 거대한 검정 빛 불을 뿜어냈다. 본능적으로, 저걸 맞으면 한 번에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수는 빠른 속도로 도준에게 돌진했고, 그걸 본 남자는 아슬한 순간에 방향을 틀어 괴수의 불 속성 공격으로 빙결로 만들어진 쇠사슬을 끊어내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도준의 복부를 힘껏 겆어차 그를 괴수의 몸통 방향으로 날려버렸다.

 

  저 미친놈이! 아주 날 죽이려고 작정을 했구나!

 

  도준은 허공에 날아가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괴수의 몸통으로 손을 뻗었다. 괴수의 모든 시간을, 마지막 순간으로.

 

 -쏴아아아아

 

  도준의 손이 닿자, 방금 전까지 검정 빛 불을 뿜어내며 날뛰던 괴수가 한 순간에, 재와 같이 허공에 휘날렸다.

  그리고 한유진의 칼을 소멸 했을 때와는 달리, 어렴풋이 보이는 커다란 시계 모양이 공중에 뜨더니, 이내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절벽의 괴수 아텐을 처치했습니다.]

 

  도준은 짧은 순간 펼쳐진 그 광경을 지켜보다 문득 느껴진 현실감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사슬이 끊어진 지금, 안전장치 따위는 없었다. 도준은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풍덩!

 

  다행히도 바로 아래에 있던 강 속으로 빠진 도준은 빠르게 수면 위로 헤엄쳐 올라왔고, 육지로 들어서자 자신을 허공에서 매몰차게 차버린 그 남자는 뻔뻔하게도 도준의 앞에 말짱히 서 있었다.

 

  도준은 속에서 부 터 끓어오르는 화를 꾹 누르며 머리를 대충 털어내고 옷의 물기를 짜내며 말했다.

 

  "던지라고는 했지, 내팽개치라고 한 적은 없는데?"

 

  "방금 그건 뭐였지?"

 

  "알 거 없잖아."

 

  도준은 괘씸함에 뒤돌아 서서 그대로 자리를 옮겼고, 그 남자는 도준을 붙잡으며 광기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당장 말해."

 

  그의 뒤로는, 좀 전에 본 일렁이는 무언가가 나오고 있었고, 도준은 그의 팔을 쳐내며 말했다.

 

  "어디서 명령질이야."

 

  빌어먹을 성격 하나는 최악인 놈이었다. 도준은 그대로 터벅터벅 숲속으로 걸어갔고, 공중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지켜 보고는 한달음에 달려 온 류시아와 한유진을 만났다.

 

  류시아는 도준의 상태를 보고는 자신이 입고 있던 가디건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느껴진 살기에, 도준은 휙 뒤돌아보았고, 바로 코앞에서 멈춘 그 남자의 공격에 흠칫했다. 가까이서 보니 이 남자의 기분 나쁜 공격이 어떤 형태로 되어 있는지 보였다.

 

  마치 끈적이는 검정 액체 같은 질감의 무언가. 그가 받은 권능이 무엇이 되었건 이런걸 구현해냈다는 게 신기했다.

  그는 무기의 형태를 생각해내는 대신 형체가 없는 무언가로 만들어 필요한 상황에 따라 그것을 변형시켜 사용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생각 방식이었다.

 

  도준은 그것을 손으로 쥐어 잡아 없애버렸고, 짜증이 섞인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 남자에게 말했다.

 

  "이제 알겠네. 네가 힘을 쓰는 방식."

 

  "... 끝까지 대답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 군."

 

  그 남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포기한 듯 도준의 쪽으로 걸어왔고, 그대로 그를 앞질러 신전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믿을 만 한지도 모르는 이에게 자신의 능력을 까발리는 것 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었다. 도준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뒤를 따랐다. 역시 재수 없는 놈이다.

 

  일행은 더 이상의 방해 없이 신전의 입구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딱히 문이랄게 없는 신전이었다. 탁 트인 공간에, 그 중앙에는 비석 같은 것이 하나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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