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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우리집 옆에는 동갑지기 소꿉친구가 산다.
티격태격하긴해도, 날 위해주려 노력하는모습이 슬며시 드러나니,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나에게 선을 긋는듯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이유를 꼭 말해줘. 우리 친구잖아.

엉뚱발랄한 소녀 로해다와 티격태격 소꿉친구 허민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씁쓸한.. 소중한 러브코미디. (shgprud62@naver.com)

 
#123. 장롱판타지 (1)
작성일 : 20-07-11 18:42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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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장롱판타지 (1)

 

 

 

  바람에 기대어 살짝 열려있는 문의 기울어짐. 그리고 전해 들었던 배경을 눈 앞에 마주한 채 잠시 멈춰 서있는 내 모습. 중심을 잃은 채 자신을 펄럭이고 있는 이 문 안으로 들어가면.. 녀석을 마주할 수 있다. 아까만 해도 어떻게든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막상 앞에 도달하니 뭐든 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달려왔구나 라는 생각이 앞섰다.

 

  끼익 소리와 함께 문 안으로 발을 내딛은 시작점. 녀석의 기분을 낫게 해주고 싶다는 욕심에 의해, 저절로 공백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졌다. 그렇게 진지한 표정을 잔뜩 머금멌고.. 앞서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춘 뒤 살포시 혼잣말을 내뱉었다.

 

  “..흠.. 뭐라고 하면 되는걸까나..”

 

  힘듬이 잔뜩 머금어진 녀석의 표정이 눈 앞에 선해서.. 선뜻 자연스럽게 앞으로 진행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생각 나는대로 섣부르게 전달하기에는.. 녀석의 표정을 마주하자마자 아무 행동도 못하고 있는 뻔한 미래가 그려질 터. 슬픈 듯 휘어있는 힘없음이 날 향해 다가온다면.. 난 분명히 미리 생각해놨던 걸 다 잊어 버리고 말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있을 순 없는 일이었다. 안된다고 고개를 흔든 뒤, 정면을 똑띠 바라보며 바른자세 충전을 거듭한 다음, 건장한 발걸음으로 필드에 소리를 내딛었다. 거실 위에 자국을 남긴 내 그림자가 거듭 움직이며 주변 공기를 흔들어 놓았으나.. 그 누구의 행방도 날 향해 찾아오지 않았다.

 

  “..허스키?”

 

  정적이라는 바람 속에 계속 서 있기에는.. 움직임을 담당하는 발이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있었기에, 소리라는 유기체를 찾고자 ‘녀석의 방’으로 빠르게 종착역을 바꾸었다. 여러 생각을 품은 채 출발하기 시작하는 나라는 이름의 기차. 칙칙폭폭소리가 날까 싶어 조심스레 숨을 쉬는 나 녀석의 치밀함. 마침 살짝 열려있는 방 문의 신호가 블랙홀처럼 나를 더욱 빨리 이동시켰다. 갑자기 술술 풀리는 전개에 의심이 올라올 즈음.. 소심한 마음을 꿀꺽 삼키고 슬쩍 문에 손을 가져가 입구를 열었는데..

 

  “…?”

 

  주변 따위 신경쓸 여유없이 바로 녀석에게로 직진하는 내 시선. 영단어가 잔뜩 적힌 공책이 책상 위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뭘 보냐며 노려보는 공책의 시선과 눈을 마주하니, 그 위에 엎드려 눈을 감은 채로 숨을 내쉬고 있는 녀석의 볼을.. 거만한 시선과 함께 공책 녀석이 자신의 종이로 더욱 감싸기 시작했다.

 

  “..아.”

 

  허나, 나는 그 도발에 반응 할 여유가 없었다. 아까부터 해 왔던게 녀석의 걱정이어서 그런건지.. 지금은 녀석외에 다른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숨의 패턴도 그렇고.. 눈가의 촉촉함이 부족한 걸 보니 방금 잔 건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혹시 아주머니에 대한 얘기.. 아직 듣지 못한 건 아닐까.

 

  안정적인 공기를 발견하고 나서야 눈에 보이는 주변의 모습. 매번 느끼는거지만.. 지나치게 심플하다 못 해, 딱 방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가구들만 공간을 채운.. 장식품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녀석의 정직한 방. 단순함이라곤 1g도 지니고 있지 않은 내 방의 어수선함과 저절로 비교되어, 다시금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아냐, 뭐야. 갑자기 스스로에 대한 한숨은 왜 나오는데?”

 

  자연스레 나온 한숨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가슴 주변을 살짝 때리며 어째서 그랬냐고 추궁을 이었다. 음.. 그렇다고 아예 부정할 순 없었기에, 핑계어린 반론까지 살짝 붙여서.

 

  “야..얌마!! 치울거야.. 치울거라니까!”

 

  형태없는 양심 녀석이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내 찔림을 자극한다.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감각에, 대답을 이으며 미래의 변화할 것이라는 내 포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다짐이라는 건 귀찮음에 빠르게 먹혀버린 다는 걸.

 

  “..팩트랑 얼굴을 마주하니까 진심 할 말이 없네.”

 

  잠시 멍함을 즐기고 있을때, 반대로 돌아가있던 녀석의 고개가 부스럭소리를 내며 공책을 밀었고, 어느새 내 쪽 방향으로 얼굴을 돌렸다. 갑자기 찾아온 녀석의 이목구비. 나도 모르게 그 표정을 마주하고 있는 나. 뭐랄까, 엎드린 상태다 보니 녀석의 얼굴이 상당히 눌려있는데.. 쳇, 하나도 안 못생겨 보인다.

 

  ‘..이게 뭐라고 분하냐.’

 

  자고 일어난 내 모습은.. 음.. 싱싱하다 못 해 부스스한데..

  녀석의 꼬부라진 머리카락은.. 악세사리 느낌이 들 뿐더러 힙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나저나 너 왜 이렇게 자냐, 불편하게..”

 

  아깐 몰랐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마주한 녀석의 인상은.. 저번처럼 또 구겨져 있었다. 주인이 자고 있을때도 열심히 일하는 눈썹 사이 근육. 공로상이라도 줘야할 것 같은 대단함이다. 무슨 꿈을 꾸는 건지 알 수 없어, 꾸불대고 있는 눈썹사이에 검지손가락을 가져가 톡하고 노크를 했다.

 

  “..우와.”

 

  노크 한 번 했을 뿐인데, 손이 닿자마자 긴장이 풀렸다는 듯 녀석의 인상이 촤락 펼쳐졌다. 너무 신기해서 두리번 대며 버튼이 있는 건 아닐까 살폈다. 내 손가락이 다리미도 아니고.. 구김 장난아니었던 녀석의 사잇길을 깨끗하게 펴버리다니. 그 경관이 다시봐도 너무 신기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녀석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궁금증 섞인 행동들을 반복하다, 결과적으로 녀석이 힘든 상태라는 걸 자각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내 할일만 반복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아쉽고 불편하다.

 

  “으유, 넌 왜 매번 혼자 힘드냐.”

  “게다가 뭐가 그렇게 나한테 미안한데.”

 

  물어봤자 답이 되 돌아오지 않는 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허나, 녀석의 숨소리가 대답을 대신해 안정적인 답을 이어가 주고 있었다. 녀석이 주변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잠든 녀석을 방해하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다른 의미로 녀석의 자는 표정을 바라보고 있는 게 즐거웠다. 평소 자주 볼 수 없는 녀석의 긴장 풀린 표정이어서 그런걸까. 지나가는 시간따위 신경쓰지 않은 채 입꼬리를 올리며 녀석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다.. 녀석의 얼굴 밑에 있는 공책 때문인지 자는 느낌에 약간의 불편함이 보이는 것 같아, 부드럽게 녀석의 고개를 살짝 든 다음 공책의 한 쪽 페이지를 잡아당겼..

 

  “..아.”

 

  찌직-

 

  일어나지 말았어야.. 아니, 들리지 않았어야 하는 소리 하나가 내 귀에 놀러왔다. 녀석이 열심히 쓴 흑연 자국들이 내 손에 의해 몸체와 분리되었다. 눈치 없이 팔락이고 있는 종이를 멍하니 바라보다.. 올라오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대체 네가 왜 여기에 있느냐’는 말을 건넸다.

 

  “어,.어어.. 아아악 안돼!!”

 

  당황스러움이 목소리를 조절하지 못하도록 자유롭게 정신을 풀어 놓아 버렸고, 그에 반응한 녀석의 눈꺼풀이 움찔하고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내 몸도 무언가 잘 못했다는 걸 알아챘는지, 발을 동동 구르다 내가 움직임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녀석의 옷장 안으로 스스로의 정체를 숨겨버렸다.

 

  검고 좁은 공간 안에 울려퍼지는 내 숨소리.

  내 위에는 녀석의 향기가 잔뜩 머금어진 옷들이 나에게 더욱 짙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긴장에 숨 막힐 새도 없이 녀석의 향기가 잔뜩 코에 들어와.. 정말..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째선지.. 약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스스로의 반응을 인정할 수 없어, 심장에게 화를 퍼 부었다.

 

  “뭐..뭐야!! 좌심방 우심실!! 이자식 정신차려!!”

 

  코로 들어오는 감각에 두근거림을 품어버리다니.. 나도 세희 못지 않은 상변태 일지 모르겠다!

 

  ..녀석의 옆에 있을때 항상 놀러오는 은은한 비누향.

  향수처럼 자극적인 냄새가 아닌, 갓 씻고 나온 듯한 향기가.. 반대로 내 코를 어지럽게 만든다.

 

  “아..”

 

  검은 공간에 내 이산화탄소가 흩어진다. 내 숨소리와 얽힌 녀석의 향기가 묘한 느낌으로 다른 향취를 만들어낸다. 대체 이게 뭐라고.. 기분까지 묘해지는 것 같다. 아.. 그러고보니, 어렸을때도 향기와 관련된 생각을 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녀석과의 숨바꼭질.

  의도치 않게 찾아온 능력이긴 하지만.. 녀석이 가까이에 있으면.. 나는 바로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흐음."

 

  보호색으로 확실히 무장한 소년의 움직임에도.. 소녀는 후각을 발휘해 빠르게 장소를 탐지한다.

  벌렁이는 코가 주변을 살짝 훑으면, 조그만 손엔 어느샌가 소년의 옷깃이 잡혀 있었다.

 

  “여깄다!!”

 

  매번 자신을 자연스럽게 찾아버리는 소녀가 불만이라는 듯, 뾰루퉁해 있는 소년이 입술을 삐죽이며 이해 안 된다는 느낌을 드러냈다.

 

  “..너, 눈뜨고 숫자 세는거지?”

 

  반대로 소년의 불만 가득한 표정이 마음에 든다는 듯, 소녀의 허리에 양쪽 손이 거만하게 찰싹 붙었다. 콧방귀를 뀌어가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잇는 소녀에게, 왠지 모를 미소가 숨겨져 있었다.

 

  “모르나 본데, 니가 가진 특유의 좋은 향기가 있어!”

  “빨리 찾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네 향기를 따라가게 되니까!”

 

  숨기고 있었던 미소를 활짝 드러내는 소녀.

  그를 마주한 소년의 볼이 자신도 모르게 살짝 붉어진다.

 

  “..뭐?!”

 

  “엥? 너 얼굴 왜 빨개져?”

 

  “저..저리가!!”

 

  ..녀석의 얼굴이 빨개진 확실한 이유를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녀석의 향기는 그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손빨래 한 듯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럽고 달콤한 냄새. 그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코를 킁킁대 버렸다.

 

  “..읏?!”

 

  옷장에 있는 옷들 중에 녀석이 한 번 입었던 옷이 있었던 걸까.

  채취와 함께 스며든 비누향기에, 나도 모르게 다시금 심장이 움찔했다.

 

  “어휴.. 나 대체 왜이래.”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들숨날숨을 이용해 스스로의 생각을 진정시켰다.

  진정되었다 싶을 즈음, 살짝 열린 장롱 문 사이 풍경에서 녀석이 일어나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긴장감을 꿀꺽 삼킬 즈음, 갑자기 녀석이 이쪽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뭐.. 뭐야, 오지마세요!! 안돼!! 저리 안가!! 에비에비!!’

 

  손사래 쳐봤자 오는 걸음이 뒤로 물러나지 않는게 당연했고..

 

  “으아악!! 허스키 진짜 이러지말라고!! 너 행여 옷갈아 입는 다거나!! 옷 갈아입지마!!”

 

  가까이 다가오는 그림자가 틈새라는 빛을 전부 막아 버렸을때.. 나는 눈을 꽉하고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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