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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절망을 씹고 멸망을 뱉다.
작가 : 백익
작품등록일 : 2020.6.30

멸망의 길로 향하는 세상. 생존자들로 이루어진 유일국 '일티니어' 에서 발버둥 치다가 끝내 자신의 손으로 세상을 멸망시킨 존재의 이야기.

 
1. 기억
작성일 : 20-07-09 08:57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4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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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두운 밤. 굵은 비가 내리고 있지만 빗소리는 폭음에 묻혔고 밤하늘은 지상의 폭발로 인해 환했다.

 

  메케한 화약냄새. 하늘에서는 유성우처럼 미사일들이 떨어지며 지상을 유린했다.

 

  "대장님! 통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통하지 않아요!"

 

  뒤에서 겁에질린 목소리로 소리치는 병사의 말을 흘려들으며 신형 전투형 장갑을 낀 손으로 바닥에 널부러진 총기를 들고 전방의 적들에게 쏴갈겼다.

 

  금방이라도 녹아버릴 것 같이 새빨갛게 가열된 총구를 내리며 허망하게 적들을 바라보았다.

 

  일반 총알이 효과가 없다는건 잘 안다. 그래서 정부가 새로운 신형 무기를 만들었잖아? 다른 나라들이 손도 못쓰고 무너질 동안 산과 바다로 이루어진 좁은 땅에서 귀한 시간 보내며 필사적으로 신무기를 만들었는데 뭐? 효과가 없다고?

 

  빠드득!

 

  이가 갈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후퇴! 후퇴해라!"

 

  통신기를 들고 후퇴 명령을 내렸지만 모두가 알고있다. 여기서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건 10명도 되지 않을거란걸. 그럼에도 병사들은 그대로 뒤돌아 도망쳤다. 총으로는 움찔거리지도 않는 괴물들이 유일하게 잠시 멈추는 공군의 활약 시간을 틈타서, 희박한 확률로 살아남기위해 병사들은 도망쳤다.

 

  치지지직!

 

  솨아아아아!

 

  파파파파팟! 찰칵!

 

  이런... 너무 피곤해서 기절이라도 한걸까. 머리가 욱신거렸다.

 

  파팟! 팟!

 

  굵은 비가 내리는 최악의 날씨 속에서도 기자들은 카메라를 들고 비석들과 그 앞에 서 있는 나를 찍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기자들이 질문 같은건 하지 않고 있다는 거겠지. 만약 질문을 한다면 지금의 나는 정상적인 답변을 하지 못하리라.

 

  "인류를 위해 고생해준 그들을 기억 하겠습니다. 역사에 길이남을 희생을 통해, 우리를 지켜준 영웅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동, 묵념!"

 

  사회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고 이 순간 만큼은 현장의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지켰다.

 

  나도 묵념해야 하는데. 모두가 묵념하는 때에 혼자서만 고개를 들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듯이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나의 모습을 남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싶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숙일 수가 없었다.

 

  떠난 이들을 기리는 마음이 없는게 아니다. 오히려 옛날 재난영화 마지막 장면의 주인공처럼 희생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과 미안함을 담아 기도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슬펐지만 눈물도 흐르지 않았고 오직 온몸이 짖눌리는 듯한 무거운 압박감만이 느껴져 현장에서 쓰러지지 않도록 전신에 힘을 꽉 주고 버티고만 있었다.

 

  "영웅들의 전우이자 항상 전장의 앞에서 용맹을 떨치며, 인류의 길을 밝혀주신 아린 리오님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소개에 기자들을 포함한 현장의 모두가 나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힘 빠진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이내 빗소리에 묻혀버렸다.

 

  사회자가 나에게 마이크를 건내주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같은 전장을 나서며 서로 안면을 텃던 전우들을 이렇게 보게 되니 정말 슬픕니다. 제가 살아서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대면할 수 있었던 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나는 몸을 돌려 사망자들의 이름이 적힌 비석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오늘을 잊지 않고 다시 힘을 모아 재도전 할 것 입니다! 패배를 딛고 일어나 다시, 잃어버린 땅과 저주스러운 적들을 몰살 시키겠습니다!"

 

  짝짝짝짝짝!

 

  짝짝짝.....

 

  짝짝......

 

  치직! 치지지직!

 

  "이건 새로운 희망이 될거요. 이것 보세요! '놈' 에게서 떨어져 나온 피부에 불과했던 살덩이가 이렇게 살아서 꿈틀대고 있습니다! 단순히 꿈틀대는게 끝이 아니예요! 지능을......!"

 

  톡! 또독! 토도도독!

 

  "대장님 피곤하세요? 초콜릿 드릴까요?"

 

  "아니, 괜찮단다... 음, 조금만 먹으마."

 

  지끈거리는 머리를 잠시 주무르고 난 뒤 나에게 다가와 자신이 먹고있던 초콜릿을 건내는 꼬마의 호의를 거절했다가 꼬마의 표정이 어두워지는걸 보고 꼬마가 건낸 초콜릿의 귀퉁이 부분만 조금 때서 입에 넣었다.

 

  "에헤헤!"

 

  꼬마는 베시시 웃으며 문을열고 사라졌다.

 

  "아이샤. 폐허에서 주운 꼬마. 3회 그로걸링 기생변환 공생체의 숙주로써 내가 소속된 특수부대의 대원."

 

  "대장! 혼자서 뭘 그렇게 중얼거려? 오늘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나는 그리운 목소리를 들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순식간에 방 안이 검붉은 색으로 물들며 나를 부르는 부하들의 얼굴이... 얼굴이 있어야 하는 곳은 기분나쁜 촉수로 가득차 있었다.

 

  -그르르르륵.

 

  -츠르륵.

 

  이제는 사람의 목소리도 아닌 기괴한 소리를 내며 그로걸링 기생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 대장님? 모두들?"

 

  "아이샤?"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니 지금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을 떠는 아이샤가 보였다.

 

  나는 뭔가에 홀린듯이 아이샤의 손목을 잡고 어두운 공간속을 냅다 달렸다.

 

  "대... 대장님, 아파요!"

 

  "잠시만 참아라!"

 

  나는 아이샤를 데리고 어두운 공간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미친듯이 출구를 찾았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대장님 출구예요!"

 

  "출구? 무슨 말을 하는거니? 여긴 온통 새까만.....?"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함께 달리던 아이샤가 사라져 있었다.

 

  "아이샤? 어디 있니! 아이샤!"

 

  사라진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째서? 라는 의문을 품으며 나는 어두운 공간을 미친듯이 달리며 사라진 아이샤를 부르며 찾아다녔다.

 

  "읏!"

 

  갑자기 저 멀리서 부터 흰 점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커지며 내가 서있는 곳까지 퍼져나갔다. 어두운 공간이 순식간에 밝은 공간으로 전환 되었음에도 눈이 부시거나 하지는 않았다.

 

  -... 님. 눈을......!

 

  멀리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 하지만 더 성숙한 느낌. 나는 이 목소리를 어디서 들었더라?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 세상이 일그러지며 나를 포함한 흰 공간이 압축되고 순식간에 인식하는 공간의 색이 반전되었다.

 

  "대장... 커... 윽, 눈을 뜨셨...... 군요."

 

  "아이... 샤? 너, 왜?"

 

  "콜록! 콜록 콜록!"

 

  나는 지금 악몽을 꾸고 있는걸까? 내 눈앞에는 방금까지와는 다르게 온 몸이 상처와 피로 얼룩진 성인이 된 아이샤가 목을 잡고 기침을 하고 있었다.

 

  이어서 내 눈이 또 다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비췄다.

 

  검고 윤이나는 낮선 손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어어?"

 

  자신도 모르게 병신같은 소리를 내면서 급하게 내 몸을 훑었다.

 

  윤기가 흐르는 반질반질한 껍질? 갑피 같은것이 전신을 뒤덮은 상태였다. 게다가 신체 크기도 인간의 기준에서 한참을 넘어간 상태였다. 내 몸은 인간의 몸이 아니었다.

 

  "대장. 불안해 하지 말아요."

 

  숨을 어느정도 고른 모양인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아이샤가 나에게 어디까지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지 물었고 나는 내가 방금까지 봤었던 기억들을 전부 말해주었다. 얌전히 내 말을 끝까지 들은 아이샤가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그로걸링 기생변환 공생체의 실험은 부작용을 남기고 실패했어요. 1,2회차의 공생체 실험에 참가했던 분들은, 대장님의 꿈에서 보셨던 것처럼 완전히 제거되지 못한 그로걸링의 정신에 먹혀 기생숙주가 되었죠. 3회차 숙주였던 저는, 대장님이 그 자리에서 대피시켜 주셔서 기생체가 완전히 몸을 지배하기 전에, 늦지않게 의료시술을 받아 약물로 분해할 수 있었어요. 이후 대장님이 아직 통제하에 있던 공생체를 폭주시켜 다른 대원분들의 기생체들을 전부 품었고, 폭주한 공생체가 기생체들을 모조리 잡아먹어 얻은 힘으로 대장님까지 집어삼키려고 했어요."

 

  "그 결과 지금의 내 모습이란 거구나."

 

  나는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태까지 폭주한 공생체에게 지배받았던 내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육체를 통제할 수 있는건지는 알 수 없었다. 아이샤에게 물어봤지만 그녀도 모르겠는지 고개를 저으며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다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 나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

 

  "대장님은 기억이 없으시겠지만 대장님이 의식없이 폭주했을때 그로걸링들을 상대하셨어요. 뭐, 학자분들이 가둬놓은 대장님을 그로걸링 무리에 떨구고 간거지만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놈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나?"

 

  인류의 그 어떤 무기도 놈들을 해치지도, 상처입히지도 못했다. 단 3초, 놈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미사일을 사정없이 쏴대고 추가로 포탄까지 쏴갈겼을때 놈들을 멈출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 3초의 멈춤 이후부터는 포탄이 터지는 지옥에서도 멈추지않는 괴물들.

 

  하지만 의식을 잃었던 내가 놈들을 해치웠다면 희망이 생길 것이다.

 

  "똑같았어요. 놈들의 공격만 상쇄시키고 밀어낼 뿐. 흠집도 내지 못했어요."

 

  아이샤는 그런 나의 기대를 박살 내버렸다.

 

  "대신! 폭주하면서 대륙 이곳저곳을 휩쓸던 대장님을 쫒다가 산속에서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어요. 문명의 흔적 같기도 한 기이한 동상이었죠."

 

  "문명의 흔적?"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나는 의미없다는 속마음을 표정에 드러내놓으며 아이샤의 말을 기다렸다.

 

  아이샤가 입을 열려고 할때 군용 비행기가 날아왔다.

 

  "왔네요. 자세한 얘기는 학자님들께서 하실거예요. 특이 문명의 발견이라고 뭔가 저항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었거든요."

 

  그녀의 말에 나도 공감했다. 그 똑똑한 영감들이라면 무언가 실마리라도 얻었으리라.

 

  "그나저나 저거 날 적으로 오인하고 공격하지는 않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경계는 하겠지만 제가 무사한걸 확인했으니 태워줄거예요."

 

  그녀의 말대로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까지도 어떠한 공격이나 위협은 없었다. 이내 문이 열리며 아이샤가 앞장서서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고 나 또한 그녀의 뒤를 따라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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