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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어느 고등학생의 청춘
작가 : 신수
작품등록일 : 2016.10.15

만사에 부정적인 고등학생이, 우연히 학교 제일의 미소녀가 운영하는 학생상담실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꿈上(5)
작성일 : 16-10-17 00:38     조회 : 577     추천 : 0     분량 : 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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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눈 부릅뜨면서 말하지 마라. 식겁하니까.

 말투는 고급지면서 표정은 풍부하단 말이지. 고전적 미인상인 주제에.

 정상인이라면 둘 중 하나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표정 따라 ADHD같은 말투를 쓰든가 말투 따라 대리석 같은 표정변화를 하든가.

 

 “뭔데?”

 “상담실 홍보문구를 만들 거야.”

 “아, 그래.”

 

 중요한 일이라길래 상담실의 존속이나 인원감축 같은 호재를 기대했건만, 오히려 반대네.

 망할.

 홍보가 중요하긴 하다는 건 배제하고서라도.

 

 “어떻게 할 건데? 안내 책자? 게시판?”

 

 우리 학교는 정기적으로 동아리 등의 홍보 책자를 나눠주곤 한다.

 본관 1층 로비에 있는 게시판도 학교 측에서 사용을 장려하고 있고.

 헌데 한여름의 대답을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것도 할 건데 오늘은 방송용을 만들 예정이야. 게시판엔 이미 붙여놨구.”

 “방송? 점심시간에 틀게?”

 “응. 괜찮지 않아?”

 

 한여름은 내게 동의를 구하듯 눈을 반짝거리며 물어왔다. 괜찮긴 한데...

 

 “방송부에서 우리 걸 틀어주겠냐. 지들 라디오 하느라 바쁠 텐데.”

 

 그러자 의욕 넘치는 상담사께선 그 정도는 문제도 아니라는 듯 웃으며 손사래를 쳐댔다.

 

 “괜찮아! 방송부에 친구도 있고, 정 안되면 교무실에 부탁하면 돼~”

 “뭐, 그럼 상관없지만.”

 

 교무실도 참 할 일이 없나 보다.

 일개 학생 부탁에 교실도 내주고 방송도 틀어준다고? 어디 연줄이라도 있는 거 아냐?

 

 “여기다 할 거야.”

 

 내가 의심을 머리에 품는 동안 언제 갔다 왔는지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들이밀었다.

 방송용문구 만들 게 기대가 되는지 한여름의 볼은 조금 상기돼있었다.

 

 “그...그래.”

 “음~ 어떤 문구가 좋은 거 같니?”

 “분량은 상관없어?”

 “음~ 아마도?”

 “뭐야... 그런 것도 안 정했냐.”

 

 가이드라인을 먼저 정해야겠군.

 무슨 일을 하든 그냥 하는 것보다는 매뉴얼을 만들어놓고 하는 게 훨씬 편하니까.

 

 “어...무슨 내용을 넣고 싶은데?”

 “일단 우리 존재를 알려야지!”

 “그거면 돼?”

 “그리고 여길 오게 만들고.”

 

 뭐가 좋은지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이렇게 대놓고 웃는 건 처음 보는데.

 

 “뭐가 그렇게 좋냐...?”

 “어? 어떻게 알았어?”

 

 놀란 듯 이유를 물어보는 한여름.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건가...

 

 “얼굴에 다 써있잖아 멍청아.”

 “멍청이는 누가 멍청이야. 바보가.” 하더니,

 “그냥...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잖아...”

 

 말을 하는 한여름의 볼은 아까보다 더 빨개져있었다.

 마치 수줍은 것처럼.

 

 “나 없을 땐 안 했고?”

 “그때도 하긴 했는데 허가받은 지 얼마 안 됐어서 게시판에만 붙였거든. 아하하.”

 “......”

 

 진지할 때의 대사 때문에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드라마도 안 보는 나로서는, 이렇게 자기가 뭔가를 한다는 만족감에 기뻐 어쩔 줄 모르는 말은 견딜 수가 없다.

 서둘러 화제를 돌려버렸다.

 

 “야야. 오글거리는 소리 말고 컨셉이나 정하자.”

 

 그 말에 한여름이 눈을 반짝여왔다.

 

 “컨셉? 무슨 컨셉?”

 “그건 니가 정해야지. 예를 들면... 피를 끓어오르게 한다든지, 힐링을 시켜준다고 하든지 등등.”

 “아~ 그런 건 당연히 생각해놨지~” 하더니

 

 마카 뚜껑을 뽁! 따더니 지체 없이 뭔가를 적어나갔다.

 

 “청...춘을...자극?”

 

 한여름이 번쩍 치켜 든 화이트보드엔 ‘청소년들의 청춘을 자극한다’고 써있었다.

 

 “응. 청춘을 자극한다. 어때?”

 

 나야 별로 좋다고 생각 안 하지만... 실장은 얜데 얘 좋다는 걸로 해야지.

 

 “괜찮네. 근데 어떤 걸 주로 상담하려고?”

 “음... 다!”

 “아, 그래. 그 다음은 뭐라고 적게?”

 “그걸 이제 너랑 의논해야지. 그리고...”

 “이것만 다 하면 집에 보내줄게. 어때?”

 

 아무래도 벌써 날 파악한 것 같았다.

 의욕이 샘솟는다!

 

 “좋네.”

 

 빨리 하고 집에 가야지.

 

 

 

 다음날 점심시간.

 평소와 다름없이 라디오만 나올 것 같던 천장의 스피커에서 상담실 홍보문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별관에 위치한 학생상담실 실장 한여름입니다! 오늘 제 목소리가 여기 나오는 이유는 학생상담실을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자 함인데요~]를 시작으로 실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

 

 아직도 어제의, 내 몸을 휘감았던 분노의 잔재들이 느껴졌다.

 저것만 완성하면 집에 보내준다길래 금방 끝날 줄 알았더니 세 시간이나 걸렸다.

 대충하자고 여러 번 말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고, 결국 나의 온 머리를 쥐어짜내서 한여름을 만족시킬만한 지금의 저 문구들을 만들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완성물을 들으니까 조금 감동적이긴 하다.

 저걸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했던가...

 내가 아는 한여름의 실제 성격보다 명랑해서 그런지 사람들을 살짝 속이는 것 같지만.

 ...하고 감회에 젖어있는데, 누가 나를 탁! 쳤다.

 

 “야, 저거 너가 한다던 거 아니냐? 봉사 대신? 저 여자애랑 같이 하는 거?”

 

 내 옆에서 스마트폰 게임을 하던 전재호였다.

 

 “어.”

 “목소리 완전 좋은데? 누구야?”

 

 내 뒤의 이은범도 합류했다.

 

 “어차피 남녀분반이구만 알아서 뭐하게.”

 “누군데.”

 “지금 당장 말해라. 뒤지기 싫으면.”

 “......”

 

 왠지 말하기 싫었지만 날 보는 눈빛들이 너무 사나웠다.

 할 수 없이 내가 아는 한여름의 신상정보를 알려줬더니 놈들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먼저 전재호는 “...한여름 몰라? 완전 존예라고 소문났잖아 등신아. 이 새끼가 한여름이랑 맨날 둘이 있다고? 와...”

 

 이은범은 연신 “진짜 부럽다...”만 반복하다가 갑자기,

 

 “아 맞다. 걔 완전 철벽녀라더라. 너가 한 얼굴 한다지만, 혹시라도 김칫국 마시지 마라.”

 “뭐래는 거야 미친놈들아. 방금저거 생각해내느라 8시까지 있었어. 나대신 맨날 8시까지 있어볼래?”

 “응. 내가 할게.” “그래.”

 “......뭐?”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인데?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내가 한다고.” “아니, 내가 할 건데?”

 “내가 먼저 말했거든?” “뭐래. 꺼져.”

 

 이러더니, 갑자기 둘이 싸우기 시작했다.

 

 “...”

 

 이런 놈들이랑 나름 친한 친구라는 게 쪽팔리기도 하고 욕지거리가 듣기 싫어서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화장실이나 가야지. 마침 한여름의 홍보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언제든지 찾아와주세요. 혹시 직접 찾아오기 부담스러우시다면 게시판에 적힌 톡 아이디나 이메일로 연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음, 내가 생각해도 잘 만들었군.

 역시 나야.

 

 

 

 그렇게 해서 내가 상담실에 합류한지 일주일째.

 

 “야.”

 “응...”

 “궁금한 거 있는데.”

 “...뭔데?”

 “상담받겠다고 오면 어떻게 해줘야 해?”

 “그냥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대해주면 돼.”

 “그래...? 근데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잖아.”

 “그래서?”

 “오는 사람 기분이 더 악화되지 않겠어?”

 “...우리는 아마추어라구. 그런 거 다 적어놨으니까 감안하고 오시겠지.”

 “하긴, 상관없긴 하지. 사람이 안 오는데.”

 “......”

 

 꿀 같은 방학에 농사짓기보다는, 학기 중에 어여쁜 미인과 함께 쾌적한 상담실에 있는 게 훨씬 낫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한테 해당하는 건 아니고 실장에게만 적용되는 문제지만.

 사람이 안 온다.

 원래 이렇게 사람이 안 올 줄 예상하고 있었을까.

 물어보니 손사래만 쳐댄다.

 나야 오든 말든 발가락만큼도 상관이 없지만 실장은 며칠 전부터 풀이 죽어버렸다.

 방송에 홍보까지 했는데 개미 한 마리 지나다니지 않을 정도이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덕분에 내 마음은 일주일 전보단 편해졌다만.

 

 “그럼 얼마나 올 줄 알았는데?”

 “......일주일에 한명 정도.”

 “아, 그래.”

 

 일주일에 한명이라... 그 정도는 와야 일이 된다고 생각하긴 한다.

 상담이라고 해봤자 길지도 않을 텐데.

 근데 얘는 야매상담사잖아? 전문교육을 받은 진짜 상담사가 아니라 야매상담사가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겠어?

 내가 알던 애들 중에 상담실 다닌다는 애는 듣도 보도 못하기도 하고.

 

 “....큽.”

 

 나도 모르게 새나오는 웃음을 급히 삼켰다.

 한여름한테야 실전 경험을 쌓지 못하게 되니까 손해지만 나한텐 아니다.

 문제집을 꺼냈다.

 상담실의 이런 사람 없는 상황은 밀린 숙제가 좀 있는 나에겐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다.

 지금 해놔야 나중에 편하다.

 집에 있으면 그렇게 공부하기가 싫은데 여긴 공부가 잘 된단 말이지.

 역시 이걸 하기 잘했어.

 

 “얘. 넌 어떻게 생각해...?”

 

 열심히 공부에 몰입하려는 나의 계획은 한여름의 방해로 잠깐 늦춰졌다.

 

 “뭘?”

 “사람이 언제쯤 올까...?”

 “니가 일주일에 한명쯤 올 것 같다며? 오늘이 일주일째니까 오늘까지 기다려봐.”

 “그...그런가?!”

 

 내가 대충 던진 말에 한여름은 구원이라도 얻은 표정을 지었다.

 화사한 미소를 곁들이며 으쌰으쌰했다.

 

 “그래! 오늘 꼭 오겠지! 파이팅!”

 “파이팅.”

 

 달래주기도 끝났으니 다시 숙제할 시간이다.

 스륵.

 문제집을 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50분 공부하고 10분 쉬는 게 효율적이라고 하고들 하고, 50분 동안 온힘을 다해 집중하면 기력이 떨이지기 때문에 난 항상 그렇게 한다.

 기지개 한 번 펴고 한여름을 슬쩍 보니 휴대폰을 열심히 보고 있다.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 뭐 하는지 정확히 보이진 않지만.

 시계를 보니 5시 30분이다.

 숙제도 거의 다 했고, 이제 집에 가는 일만 남았다.

 곧 간다는 기쁨에 휩싸여 나의 애마, 는 아니지만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에 들어가려는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나무문을 두드리는 소리에선 경쾌함이 전해져왔다.

 한여름의 순식간에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들어오세요~.”

 

 한여름이 듣기 좋은 미성으로 화답했다.

 

 드르르르-륵

 

 문이 열리고 한 여자애가 우리 쪽을 향해 다가왔다.

 키는 160정도 되는 거 같은데, 꽤 예뻤다.

 정수리쯤에 만든 검은 당고머리와 큰 눈에 짙은 쌍꺼풀이 인상적이었다.

 

 “여기 앉으세요! 넌 내 옆으로 오고.”

 

 한여름이 지시를 내렸다.

 우리 둘 다 자리에 앉자 한여름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전 학생상담실장 한여름이라고 하구요, 이쪽은 서리한이에요.”

 

 내담자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1학년 안소은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여름이 나한테 적으라는 리액션을 취했다.

 

 1학년 안소은... 반이 없네?

 

 “어... 몇 반이세요?”

 “2반이요!”

 

 안소은이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따로 상담일지 같은 걸 안 줬기에 고육지책으로 내가 갖고 온 노트에 적기로 했다. 1학년... 2반... 안소은...

 다 적었군.

 

 “......”

 

 한여름은 같이 상담해달라고 했지만, 왠지 공부를 해도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조심스럽게 덮었던 책을 다시 펴는 내 옆에선 한여름이 내담자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저... 여기가 같은 학생들이 운영하는 곳인 건 알고 오신 거죠?”

 “네. 헤헤.”

 

 안소은의 태도는 놀랄 만큼 당당했다.

 

 “시작하기 전에, 소은씨라고 불러도 되나요?”

 “그럼요! 편하게 대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하면서 한여름은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렸다.

 

 음... 저 자세 인터넷에서 본 거 같은데, ‘난 너에게 집중하고 있어’라는 제스처였나?

 

 “그럼, 무슨 일로 오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신중한 어투다.

 첫 상담이라 신중하게 접근하는 건지, 남일 들어줄 땐 원래 진지한 건지.

 그 진지함을 느꼈는지 활기차던 안소은의 표정에 빠르게 진지함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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