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공포물
The Zombie : 감염자들의 도시
작가 : 임제인
작품등록일 : 2020.7.1

어느 날 갑자기 감염 된 사람들, 뒤바뀐 세상에서 삶의 목적은 오로지 생존 뿐이다. 반복되는 유대와 희생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치지직……국민여러분,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마지막 방송이 될 것입니다. 저희는 백신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치직……대통령께서는…사망…치지직……여러분이 조심해야할 것은 보통 감염자가 아닙니다. 그들 중에……치직…다시 말하지만 지능이 높은 감염자가 있습니다. 그들을 조심해야……」

 
1부 Part 1. 아영 (4)
작성일 : 20-07-01 23:21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465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사실, 어렸을 때 이 동네에 살았었다. 그때는 B&D 같은 큰 백화점도, 고층 아파트도 없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주택단지, 구멍가게에 같은 슈퍼 그리고 매캐한 연기를 내뿜던 공장. 그런 것들뿐이었다. 도심치고는 꽤 한적해서 친구들과 함께 곤충을 잡으러 다니곤 했었다. 오늘처럼 무더운 여름에도 살갗이 다 타도록 종일 밖에 있었다.

 

 그러다가 더위에 지치면 항상 터널로 갔다. 정말 특이한 터널이었다. 차가 지나다니지 않는 데다 터널 안에 슈퍼가 있었으니까. 원래 대피소였던 것을 개조해 슈퍼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곳보다 유난히 넓고 깔끔했다.

 

 내가 도망칠 장소는 거기뿐이다. 갑자기 그런 확신이 들었다. 아직도 영업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무언가 마실 게 있으리라.

 

 터널은 이곳에서 멀지 않았다. 나는 차에 기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모든 방향에서 그르렁거리는 신음이 들려왔다. 역시 들킬 수밖에 없었나. 주위를 둘러보니 스무 명 조금 안 되는 수의 사람들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더는 생각에 잠겨 있을 여유가 없었다. 나는 다리에 힘을 주고 바퀴를 굴려 도로를 매끄럽게 달렸다.

 

 저들이 차를 운전하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계속해서 빨리 달리면 도망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짧은 사이 나를 바짝 따라잡은 사람이 있었다. 그가 내 팔을 잡아당겼고 그걸 뿌리치려다가 그만 뒤로 넘어졌다. 그는 내가 넘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 팔을 덥석 물었다. 하지만 인간의 치아로는 팔꿈치 보호대를 뚫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의 머리를 야구 배트로 마구 내리쳤다.

 

 바로 옆에서 머리를 깨부수니 끈적끈적한 피와 뇌수가 얼굴에 튀었다. 이제 그는 확실히 죽은 것 같으나, 나는 바로 일어나서 도망치지 못했다. 인라인스케이트 때문에 중심을 잡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다리가 너무 후들거렸다.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땀이 비 오듯 흘러 눈에 들어갔다. 얼굴은 축축한데 반대로 입안과 목은 바짝 말라붙어서 심장까지 죄어오는 듯 했다. 지금의 나는 얼마나 쓰러트리기 쉬운 사냥감일까? 조금이라도 더 지체하면 꼼짝없이 당할 게 분명했다.

 

 체력의 한계를 시험받는 기분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게 힘겨웠지만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순간 내 뒤에 있는 이들에게 붙잡힐 것이고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테니까. 인라인스케이트는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 안심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사람들과 거리가 점점 벌어졌다.

 

 잠시 후 터널로 이어지는 길목에 들어섰다.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나 회색 눈을 가진 사람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나를 쫓아오던 사람들도 어느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때 서늘한 바람이 훅 불어왔다.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자 터널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마에 난 땀과 뺨에 묻은 피를 소매로 대충 닦으며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터널은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칠이 벗겨진 회색 돌벽, 입구에서 안으로 길게 뻗은 담쟁이덩굴.

 

 차가운 바람은 터널 안에서 불어오는 것이었다. 바람이 더위를 식혀주는 것은 좋았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점점 쌀쌀해졌다. 중간까지 가자 드디어 슈퍼가 나왔다. 그런데 슈퍼는 내 기억과 달랐다. 본 적이 없는 두꺼운 철문으로 막혀있었다. 설마 문이 닫힌 걸까? 나는 잡아 뜯을 기세로 문고리를 격하게 돌렸다. 문은…… 잠겨 있었다.

 

 “안에 누구 없어요? 문 좀 열어 주세요!”

 

 주먹으로 문을 쾅쾅 두드리며 외쳤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전보다 강하게 두드려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더는 서 있을 기운이 없었다. 눈을 뜨는 게 힘들 정도로 극한의 피로감이 몰려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가 내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탈수로 죽음을 맞이하는 게 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자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 상태로 몸에 힘을 쭉 빼자 눈꺼풀이 자동으로 감겼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누군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일어나라고?

 

 ‘자는 척하는 거 다 알고 있어’

 

 귓가에 대고 속삭인 것처럼 생생한 목소리였다. 그 순간 눈이 확 떠졌다. 내가 들은 목소리가 꿈이었음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가슴 속에서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아니, 이 감정은 분노가 아니었다. 갈망이었다. 삶에 대한 갈망이 아드레날린처럼 치솟아 나를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게 했다.

 

 나는 야구 배트로 문고리를 내리쳤다. 야구 배트가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문고리를 부숴서 이 안으로 들어가고 말 것이라. 열려라, 제발, 열려라! 그런데 이 발악에도 결국 끝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헛스윙만 해댔고 이내 바닥에 주저앉은 것이다.

 

 그때였다. 절대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두꺼운 철문이 끼익하고 소리를 내며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문 안쪽에는 긴 생머리를 가진 여성이 서 있었고 나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녀를 바라보며 걸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총 여섯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중년의 여성과 남성,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 그 아이의 손을 잡은 교복 차림의 여자아이,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그리고 마찬가지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문을 열어준 여자.

 

 그들을 본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말고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지 몰랐어요.”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다. 나 빼고 다 변해버렸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멀쩡한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니! 나는 너무나도 기뻤고, 입을 크게 벌리며 활짝 웃고 싶었다. 하지만 미소 대신 눈물을 쏟아냈다. 당신들과 만나서 너무 기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가슴이 먹먹해지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안심해도 괜찮아.”

 

 여자가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슈퍼 안의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나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느라 눈치채는 게 늦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문을 열어준 여자를 제외하고는 전부 골칫덩이가 안으로 굴러 들어와서 껄끄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렸을 수도 있어요. 어서 내보내라고요!”

 

 교복을 입은 아이가 외쳤다. 묘한 적대감의 원인을 알게 되니 마음이 놓였다. 내가 저들과 같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것 정도야 다르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그만이니까.

 

 “안 물렸어요. 확인해 봐도 좋아요. 당장 옷이라도 벗을까요?”

 

 공격적인 말투로 말했다가 바로 후회했다. 지금 이들의 심기를 거슬려서 좋을 게 없는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감염자의 특징을 가지고 있진 않잖아요. 물렸는지는 내가 확인해볼게요. 됐죠?”

 

 여자가 긴 생머리를 목 뒤로 넘기며 말했다. 옆에 서 있는 젊은 남자는 여자를 말리려는 듯 무언가 속삭였지만, 그녀는 그 말을 무시하고 나에게 다가와 어깨를 감싸며 나란히 섰다.

 

 “저쪽에 화장실이 있어.”

 

 나는 여자와 함께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에 물을 세게 틀어놓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얼마 전에 이렇게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봤는데…… 그때와 지금은 너무나도 달랐다. 핏방울이 얼굴 전체를 점묘화처럼 뒤덮었고 바람막이 점퍼 역시 피투성이였다. 적당히 고인 물로 다급하게 세수를 했다. 물은 금세 새빨갛게 물들었다.

 

 “장갑이랑 점퍼를 벗어.”

 

 여자가 재촉했다. 나도 불안해져서 장갑과 점퍼를 벗어 던진 후에 다시 거울을 보며 어디에 물린 상처가 있지는 않은지 샅샅이 살펴보았다. 이런 내 모습이 정신 사나웠는지 여자가 내 양쪽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

 

 “진정해.”

 

 그녀에게 잡힌 양팔이, 아니 온몸이 바르르 떨렸다.

 

 “음…… 역시 물린 상처는 없는 것 같네.”

 

 그녀가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역시’라니? 나는 어째서 그녀는 내가 물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는지 궁금해졌다. 이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녀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화면으로 너를 지켜봤거든. 출혈이 엄청 심한 것 같은데 그런 사람치고는 너무 멀쩡하게 야구 배트를 휘둘러서 말이야. 그래서 네 피가 아닐 거라고 확신했어.”

 “화면……이요?”

 “CCTV 화면. 문 앞에 카메라가 있는데 못 봤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그게 감염자의 피든, 네 피든 그렇게 많은 피를 뒤집어쓰고도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잖아. 너는 감염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

 

 감염자? 감염 증상? 나는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물론 감염되었다고 해도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게 아닌 이상 감염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지. 만약 감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바로 너를 내보낼 거야.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여자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했는데 내가 알아듣지 못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이름이 뭐니?”

 

 여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재빨리 자기소개를 덧붙였다.

 

 “난 오혜린이라고 해. 26살이고…… 여기 오는 길에 엄마를 잃어버렸어.”

 

 진솔함과 슬픔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그 때문에 잠시 길이 엇갈린 게 아니라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인지 윤혜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목이 메어서 본의 아니게 대답을 피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몇 살이야? 어려 보이는데.”

 

 입을 연 순간 기침이 나왔다.

 

 “물 좀 가져다줄게.”

 

 나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6 1부 Part 1. 아영 (4) 2020 / 7 / 1 281 0 4655   
5 1부 Part 1. 아영 (3) 2020 / 7 / 1 251 0 4536   
4 1부 Part 1. 민우 (2) 2020 / 7 / 1 272 0 5507   
3 1부 Part 1. 민우 (1) 2020 / 7 / 1 256 0 5460   
2 1부 Part 1. 아영 (2) 2020 / 7 / 1 259 0 6215   
1 1부 Part 1. 아영 (1) 2020 / 7 / 1 434 0 623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