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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The Zombie : 감염자들의 도시
작가 : 임제인
작품등록일 : 2020.7.1

어느 날 갑자기 감염 된 사람들, 뒤바뀐 세상에서 삶의 목적은 오로지 생존 뿐이다. 반복되는 유대와 희생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치지직……국민여러분,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마지막 방송이 될 것입니다. 저희는 백신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치직……대통령께서는…사망…치지직……여러분이 조심해야할 것은 보통 감염자가 아닙니다. 그들 중에……치직…다시 말하지만 지능이 높은 감염자가 있습니다. 그들을 조심해야……」

 
1부 Part 1. 아영 (3)
작성일 : 20-07-01 23:21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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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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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롱한 시야 안으로 밝은 형광등 빛이 들어왔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내 팔에 닿은 무언가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상체를 일으키며 눈을 떴다. 그 순간 썩은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손으로 다급하게 입과 코를 막았으나 헛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

 

 바로 옆에 누운 시체에서 풍기는 냄새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앉은 상태로 거의 기어가다시피해서 뒤로 물러났다. 부패가 한창 진행 중인 몸의 주인은 남성이었고 사인은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가느다란 철근이 남자의 오른쪽 눈을 뚫고 비스듬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나와 함께 넘어지면서 철근이 튀어나온 콘크리트 덩어리 위로 쓰러진 듯 했다. 나 역시 같은 콘크리트 덩어리에 머리를 부딪쳐서 기절한 게 분명했지만 내가 부딪친 부분에는 다행히도 철근이 없었다.

 

 그나저나 무너진 건축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게 왜 바닥에 있는 걸까? 나는 일어서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천장은 아무것도 가려진 게 없이 환풍구와 전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벽면과 바닥이 시멘트 그대로였다. 보수공사라도 진행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칙칙하고 어두운 회색으로 가득한 이 공간에서 바닥에 퍼진 핏자국만이 유일하게 다른 색을 띄었다.

 

 얼룩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죽은 사람 둘이 보였다. 정확하게는 내가 죽인 사람들이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들을 지나쳐 문 앞에 섰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렸고, 문을 아주 살짝 열어서 좁은 문틈으로 바깥을 살펴보았다.

 바깥은 내가 기절하기 전 그대로였다. 아니, 그때보다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쇼핑객은 어디에도 없고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괴물들만 가득했다.

 

 내가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정신을 잃은 채로 있었을까. 입안이 텁텁하고 갈증이 많이 느껴지는 걸 보면 꽤 오래 누워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런데 어째서 아무도 나를 구하러 오지 않는 걸까? 머릿속에 대고 끊임없이 질문했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터져 나온 울음 때문에 숨을 조금 크게 들이마셨을 뿐인데, 다시 구역질을 시작하게 되었다. 만약 뭐라도 먹었더라면 남김없이 토해버렸겠지만 나오는 것은 침밖에 없었다. 온몸에 기운이 쭉 빠져서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윤혜야, 유진 언니……”

 

 누가 나를 좀 구하러 와줘. 여기서 꺼내줘, 제발.

 

 주저앉아 소리를 죽이고 울었다. 눈을 감으니 윤혜가 떠올랐지만 내가 떠올린 모습은 늘 나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며 상냥하게 미소 짓던 모습이 아니었다. 초점이 없는 듯한 옅은 회색 눈동자를 손과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힌 괴물의 모습이었다.

 

 잠시 후,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다시 문을 열고 바깥을 보니 나를 구하러 올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절망감에 헛웃음이 나왔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건, 이곳에 계속 숨어있건 어느 쪽이든 그 길 끝에는 죽음만이 있을 게 분명했다.

 

 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야구 배트를 집어 들었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최대한 빨리 죽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구석에 쌓여있는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자는 전부 세 개였고 세로로 높이 쌓여있었다. 나는 맨 위의 상자를 바닥에 내려서 내용물을 확인해보았다.

 

 안에는 손바닥 부분만 붉은 하얀 면장갑, 녹색 등산 가방, 새까만 바람막이 점퍼가 들어있었다. 마치 땅에 묻어두었다가 꺼낸 것처럼 더러운 걸 보니 자주 사용한 물건인 게 틀림없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공사하던 사람의 물건이겠지. 이런 것보다는 뭔가 마실 게 있으면 좋겠는데.

 

 두 번째 상자에는 신체 보호대와 줄넘기가 들어있었다. 첫 번째 상자에 들어있던 물건과 달리 전부 새것처럼 깨끗했다. 그러고 보니 문 밖은 스포츠용품 판매점이었다. 공사 전에는 이 공간을 창고로 사용했고, 이 상자는 그때 미처 치우지 못한 물건이 아닐까?

 

 나는 마지막 상자를 열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마실만한 것은 없었다. 상자 안에는 인라인스케이트만 가득했다. 별생각 없이 크기가 가장 작은 것을 꺼내서 신어보았는데, 발에 딱 맞지는 않았다. 하지만 약간 큰 정도라서 꽉 조이자 그럭저럭 신을 만했다.

 

 공상에 가깝겠지만, 갑자기 멋진 생각이 떠올랐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질주하면 붙잡히지 않고 도망칠 수 있을 거야! 음, 아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의 수를 생각하면 붙잡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밑으로는 또 어떻게 내려가겠는가? 내가 나타나는 순간 나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위아래로 덤벼들 텐데.

 

 “나가는 문…….”

 

 중얼거리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나가는 문이 과연 저곳뿐일까? 백화점처럼 큰 건축물의 경우 창고가 직원용 출입구와 연결되어 있는 일이 흔했다. 나는 뒤돌아서 주위를 자세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대각선 방향에 경고 표시가 붙은 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서둘러 문 앞으로 걸어가 문고리를 잡았다. 매장으로 이어진 문을 열 때처럼 조심스럽게 열었다. 누군가 문 앞에 서 있을 것 같아서 심장이 쪼그라들었는데, 텅 빈 복도와 엘리베이터만 보일뿐 아무도 없었다. 엘리베이터에는 ‘직원 전용’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 옆에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문이라면 안에 계단이 있을게 분명했다.

 

 어쩌면 저 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다시 창고로 돌아가서 상자를 거꾸로 들어 내용물을 탈탈 털었다. 안에 있던 팔목과 팔꿈치 보호대를 몸에 차고 바람막이를 입은 다음 장갑을 두 겹씩 겼다. 마지막으로 등산 가방에 인라인스케이트를 넣고 야구 배트를 손에 꽉 쥐었다. 이 정도면 쉽게 당하지는 않겠지. 가방을 메고 다시 복도로 돌아가 문을 열었다. 내 예상대로 계단이 나오는 것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마치 암시를 거는 것처럼 중얼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주위가 상당히 고요했고, 다행히 그 고요함은 1층 바닥을 밟을 때까지 유지되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여기부터였다. 나는 눈앞에 있는 문 앞에 서서 잠시 흐느껴 울었다. 이 문은 또 어디로 이어졌을까?

 아니, 그게 중요할까? 어디로 이어지든 바깥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지금까지 몰래카메라였습니다!’ 라고 말하는 TV 프로그램 진행자가 아닐 텐데.

 

 그들. 그 끔찍한 것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무서웠다. 나가기 싫고, 또, 나가고 싶었다. 온갖 감정들이 두려움에 뒤덮여 손을 덜덜 떨게 했다. 차분해져야만 했다. 이런 상태로 밖에 나가봐야 득이 되는 건 없으니까. 나는 울음을 그치고 신발을 인라인스케이트로 갈아 신었다. 발 크기에 알맞게 꽉 조이면서 다짐했다.

 

 절대, 절대로 이곳에서 죽지는 않겠다.

 

 그 순간, 손의 떨림이 멈추었다. 문고리를 돌려 천천히 문을 열자, 뜨거운 공기와 강렬한 햇빛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지금까지 건물 안에 있었던 덕분에 이 더위를 잊고 있었다. 벌써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입안은 사막 같았고 물이 너무나도 간절하게 마시고 싶었다.

 

 나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바닥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바닥에 쳐진 흰 금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니 주차된 차 몇 대가 보였다. 계단은 야외 주차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차를 타고 가면 정말 좋겠지만 키가 꽂혀있을 확률이 낮았고, 무엇보다 난 시동도 걸 줄 모르니 아무래도 걷는 게 나을 것이었다.

 

 걸음을 뗄 때마다 드르륵하고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화점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은 백화점 안에 있는 사람들과 비슷했다. 살점이 덜렁거리거나, 내장이 드러나 있거나. 몸이 성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야구 배트를 두 손으로 꽉 쥐며 도로를 향해 나아갔다. 이내 그들이 나를 발견했고 하나둘 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침착하게 야구 배트를 휘두르며 덤벼오는 순서대로 머리를 내리쳤다. 그다음부터는 예상보다 쉬웠다. 다들 한 번씩 차에 치였는지 몸이 성하지 않아서 쫓아오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고, 나는 인라인스케이트로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으니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한 채로 주차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도로의 풍경은 백화점 안보다 더 처참했다. 자동차와 트럭이 뒤집혀있거나, 아니면 가로수와 건물에 부딪혀 범퍼가 박살나 있었다.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들 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데다 수가 상당히 많았다. 열? 열다섯? 스물? 아니, 그 이상. 아직은 내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으나, 나를 쫓아오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대로 가다가면 이 일대의 모든 사람에게 둘러싸일 터였다.

 

 나는 재빨리 나무에 부딪힌 자동차 뒤로 가서 몸을 숨겼다. 잠시 숨을 고르려 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 짧은 휴식조차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나무와 자동차 범퍼 사이에 몸이 끼인 사람이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였는데, 나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가래 끓는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목뼈가 부러졌는지 고개가 괴이한 각도로 꺾여있는데다 갈비뼈가 가슴을 뚫고 튀어나와있었다. 어린 나이에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입을 다물어줄 필요가 있었다.

 

 “미안해.”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야구 배트로 머리를 내리치자 아이는 금세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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