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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The Zombie : 감염자들의 도시
작가 : 임제인
작품등록일 : 2020.7.1

어느 날 갑자기 감염 된 사람들, 뒤바뀐 세상에서 삶의 목적은 오로지 생존 뿐이다. 반복되는 유대와 희생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치지직……국민여러분,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마지막 방송이 될 것입니다. 저희는 백신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치직……대통령께서는…사망…치지직……여러분이 조심해야할 것은 보통 감염자가 아닙니다. 그들 중에……치직…다시 말하지만 지능이 높은 감염자가 있습니다. 그들을 조심해야……」

 
1부 Part 1. 민우 (2)
작성일 : 20-07-01 23:20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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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나의 배 위에 올라타더니 알아먹을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내 목을 물어뜯으려 했다. 너무 무서우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던데, 지금이 딱 그랬다. 도와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놈의 턱밑과 목 사이로 팔꿈치를 밀어 넣어 물리지 않게 애썼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결국 어딘가는 물어뜯길 게 뻔했다. 하는 수 없이 손에 든 맥주병으로 머리를 쳐 기절시키려고 했다. 최대한 강하게 내려칠 생각으로 힘껏 치켜들어서 내리꽂았다.

 

 그때 기분 나쁘고 소름 끼치는 감각이 내 손에 전해져왔다. 병의 날카로운 단면이 살을 파고 들어가며 우직 박힌 것이었다.

 

 “으아아악!!”

 

 나는 남자를 밀쳐내고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났다. 넘어졌을 때 병이 깨졌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내가 그의 머리에 병을 꽂아버렸다는 사실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런데 남자는 멀쩡히 살아있었다. 아니,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행동이 눈에 띄게 느려졌고 일어나지 못했으니까.

 

 그때 또다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인 것 같았다. 내 비명을 듣고 온 걸까? 나는 남자를 바닥에 내버려 두고 뒷문으로 달려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는 그 순간, 핏줄이 선명하게 보이는 창백한 팔 하나가 문틈으로 쑥 들어왔다.

 

 “저리 꺼져!!”

 

 나는 악을 내며 소리쳤다. 문을 닫으려고 안쪽으로 세게 당기자 감염자의 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이대로 계속 문을 당겼다가는 팔이 잘리지 않는 이상 절대 닫을 수 없을 터였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담아 팔의 주인의 배를 걷어차 문에서 떨어트리고 다시 잽싸게 문을 닫았다.

 

 이제 문을 잠가야 하는데 아까부터 덜덜 떨리던 손이 말썽이었다. 손잡이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숨을 아주 빠르고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기를 반복했다. 여전히 손아 떨렸지만, 이번에는 문을 잠글 수 있었다. 나는 닫힌 문에 등을 기대고 쭈그려 앉았다.

 내가 살아있는 건가? 설마 감염된 건 아니겠지?

 

 남자가 달려들었을 때 물린 곳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남자의 눈동자였다. 썩은 시체가 연상되는 회색 눈과 내 손에 전해진 역겨운 감각.

 

 내가 사람을 찌르다니……이 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가만히 앉아 차분히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나에게 쉴 틈은 없었다. 홀에서 테이블과 의자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홀로 나갔다. 은태를 묶어둔 의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의자와 함께 두른 테이프는 지저분하게 뜯겨 은태의 옷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은태는 형의 양팔을 잡고 이를 드러내며 물어뜯으려 하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기 전에 형이 먼저 은태를 밀쳐냈다.

 

 “그으윽……가만히 있어, 형. 조, 조금만……아주 조금만 먹을게.”

 

 은태는 눈을 부릅뜨고 입맛을 다셨고 일종의 흥분상태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왜 그러는 거야, 은태야…….”

 

 형과 은태의 몸싸움을 보고 나는 부엌으로 갔다. 무기가 될 만한 게 없을까 찾다가 프라이팬 하나를 집어 들고 홀에 돌아갔고, 은태의 머리를 내려쳤다. 은태는 형을 놓은 뒤에 제자리에서 휘청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너, 너…….”

 

 형이 갑자기 내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은태를, 은태를 왜…….”

 

 나는 실은 형도 나와 마찬가지로 은태가 뉴스에서 말한 감염자임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사실을 아는 것과 인정하는 일이 별개일 뿐.

 

 “남기 형. 제가 은태를 죽일 정도로 세게 내려친 건 아니에요. 그리고……제 생각엔 은태가 감염된 것 같아요.”

 “아니야.”

 

 형은 고개를 저었다. 형에게 은태는 여덟 살이나 어린 동생이자 하나뿐인 가족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의지할 사람은 서로뿐이었고, 형은 은태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면서까지 돈을 벌었다. 두 사람은 늘 서로에게 미안해하면서 여전히 가족이라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나 역시 그런 두 사람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었다. 나라고 이런 말을 하는 게 괴롭지 않을 리가 있을까.

 

 “지금 은태를 제대로 묶어두지 않으면 우리까지 감염될 거예요. 뉴스에서 나온 말 들으셨잖아요, 형.”

 

 형은 TV 화면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러니까, 박사님 말씀은 감염자의 머리를 공격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반드시 두개골에 외상을 가해야 합니다. 만약 가족이나 친구가 감염되었다고 해도 망설이지 마십시오. 감염자는 여러분이 알던 사람이 아닙니다. 영혼 없이 되살아난 ‘시체’일 뿐입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은태를 보았다. 은태의 눈꺼풀과 어깨에서 미약한 움직임이 보였다. 깨어나려는 게 틀림없었다. 은태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던 형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은태가 감염자일 리가 없어.”

 

 형은 다시 뉴스에 시선을 고정했다. 화면에는 감염자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영상이 모자이크 없이 나오고 있었다.

 

 ⌜국민 여러분, 실제상황입니다. 집안에 계신 분은 집안의 모든 문을 잠그시고, 바깥에 계신 분은 안전한 실내로 피하십시오.⌟

 

 “형, 제발.”

 

 나는 은태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애원했다. 금방이라도 은태가 깨어나 내게 덤벼들 것만 같았다. 나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은태를 묶어놓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형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형이 하지 않는다면 혼자라도 해야 한다.

 

 은태에게 다가가 양쪽 어깨를 뒤로 잡아당겨서 몸을 살짝 일으켰다. 그러자 형은 지금 뭐 하는 짓이냐면서 나를 강하게 밀쳤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형이야말로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화내려던 순간, 앵커가 다급하게 외친 말에 우리는 동시에 TV를 보았다.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감염되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몸이 얼음장처럼 차갑다고 합니다. 또 감염자의 신체는……⌟

 

 앵커는 말을 더듬거리다가 이내 침묵했다. 표정에서 당황스러움이 드러났고, 말하기를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앵커는 마치 방에 혼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중얼거렸다.

 

 ⌜잠깐, 이건 완전히 잭 바이러스랑 똑같잖아.⌟

 

 “잭 바이러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기억해내려 애쓰자 그동안 유행했던 병들의 이름이 함께 떠올랐다.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그리고 잭 바이러스. 5년 전인가 전 세계에서 악명을 떨친 바이러스였다.

 

 잭 바이러스는 몸의 체온을 떨어뜨려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고 들었다. 전염력이 강하고 사망률은 어마어마했고,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서 지구 종말을 믿는 사이비 종교가 잠깐 유행했다. 거리에는 지금 종교에 가입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는 내용의 전단지가 나돌았고, 외국에서는 큰 규모의 집회가 열려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다행히 백신이 빨리 나와서 열기가 금방 사그라졌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빠르게 잊혔다.

 

 아무튼, 확실히 증상은 비슷했다. 체온이 떨어지는 것도 그렇고 혈관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도 생각해보니 잭 바이러스와 비슷했다. 하지만 백신이 보급됨과 동시에 예방접종도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그 바이러스는 이제 지구상에서 볼 수 없어져야 했다.

 

 그런데 증상이 비슷하다는 건 혹시 그 바이러스가 변형되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다면 손 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앵커 옆에 있는 저 남자…… 그래, 새뮤얼 박사. 그 당시 백신을 개발한 사람이잖아. 하도 뉴스에서 떠들었던 덕분에 기억이 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영웅이라 추앙했었다. 내가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화면이 바뀌고 지금까지 밝혀진 감염자의 특징을 간추린 설명이 나왔다.

 

  1. 감염되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2. 감염자는 눈동자가 회색이고 혈관이 뚜렷하게 보인다.

  3. 이성과 사고능력이 없어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4. 감염자에게 물리거나 상처를 입으면 100% 감염된다.

 

 하단에 ‘감염경로가 타액인지 혈액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며, 공기감염의 여부 역시 의문’이라는 자막이 띄워졌다. 정리한 내용을 보니 걸리는 점이 한 가지 생겼다. 뉴스에서 알려준 정보나, 내가 바깥에서 직접 본 감염자나 모두 말을 못 하고 괴성만 지르는데 은태는 그러지 않았다. 정상적인 말을 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문장을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후우, 하고 깊게 숨을 내쉰 다음 형과 마주 보고 섰다. 형의 입술은 미세하게 떨렸고 안색은 감염자처럼 하얬다. 내 말을 들어줄지, 아닐지…… 솔직히 후자 쪽일 것 같긴 하지만 어떻게든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됐다.

 

 “형.”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은태는 감염되었을지도 몰라요. 아까부터 행동이 이상하다는 건 형도 알잖아요?”

 

 형은 절대로 바보가 아니었다. 혼란스러워서 모든 상황을 부정하고 있을 뿐이고, 가족이 위험에 처했다면 누구라도 이럴 것이었다. 하지만 형이 마음속으로 뭐라고 빌든 은태는 감염자가 분명했다. 은태가 깨어나면 모두가 위험해질 게 뻔하니 은태가 깨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어딘가에 고정해서 꼼짝도 못 하게 만들어야 했다.

 

 “알아.”

 

 횽운 잠깐 망설이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런데 제가 감염되었을지 모른다고 의문형으로 말하는 건, 뉴스에서 설명한 감염자들과 은태가 조금 다르기 때문이에요.”

 

 형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 말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조금 다르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감염자들은 말을 못 해요. 뉴스에서 그랬잖아요. 셔터를 내리러 나갔을 때 직접 봤는데…… 감염자가 괴성을 지르기는 하지만 그게 언어는 아니잖아요.”

 

 형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은태는 말을 했어……”

 “맞아요. 하지만 이상한 말을 하고 감염자처럼 형을 물려고 했죠. 정상이 아닌 건 사실이니까 은태를 묶어 놔야 해요. 일어나서 형이나 저를 죽이려고 할 게 틀림없는데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나는 형이 대답하기 전에 재빨리 말을 이었다.

 

 “지금 은태를 어떻게 하자는 게 아니잖아요.”

 

 형은 조용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테이프를 주웠다.

 

 “네 말이 옳아.”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의 표정과 말투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나도 은태를 묶어두고 싶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당장 은태가 전처럼 멀쩡해지면 이전의 행동은 말끔하게 잊을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는 은태를 일으켜 다시 의자에 앉혔다. 형은 의자에 묶어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동도 하지 못하게끔 기둥에 대고 한 번 더 묶었다. 이제 다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형이 날씬해진 테이프를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치료제는 언제 개발되는 거지?”

 

 나는 다시 TV를 힐끔 쳐다보았다.

 

 ⌜감염자들은 소리에 크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실내에 계신 분들 모두 조용하게 안에서 기다려주십시오.⌟

 

 “그런 거 말고, 치료제는!!”

 

 형은 분노하며 테이블을 발로 찼다. 그 말에 대답하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자막이 바뀌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백신 개발 연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형이 원하는 대답은 저게 아닐 것이었다.

 

 나는 옆으로 가서 형의 어깨를 토닥였다.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일은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런지 정말 어색했다.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겠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나도 위로받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있기도 했고.

 

 무서웠다. 전 세계적인 재앙이라니……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치료제는 오래 걸릴 수 있다 쳐도 밖에 나갈 수 있게 되는 건 얼마나 지나야 할까. 사흘? 설마 일주일 넘게?……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빨리 해결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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