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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The Zombie : 감염자들의 도시
작가 : 임제인
작품등록일 : 2020.7.1

어느 날 갑자기 감염 된 사람들, 뒤바뀐 세상에서 삶의 목적은 오로지 생존 뿐이다. 반복되는 유대와 희생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치지직……국민여러분,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마지막 방송이 될 것입니다. 저희는 백신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치직……대통령께서는…사망…치지직……여러분이 조심해야할 것은 보통 감염자가 아닙니다. 그들 중에……치직…다시 말하지만 지능이 높은 감염자가 있습니다. 그들을 조심해야……」

 
1부 Part 1. 민우 (1)
작성일 : 20-07-01 23:19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5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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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는 동네에서 가장 구석진 곳에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서도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으스스한 길목에 있었다. 가게 이름은 ‘야식 파티’로, 이름이 좀 구린데 그냥 24시간 동안 여는 김밥천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게의 내부는 마치 1990년대 미국의 패스트푸드점 같았다. 흰색 바닥에 흰색 테이블 그리고 빨간색 플라스틱 의자. 소파도 마찬가지로 빨간색이며 광택이 돌았다. 벽면의 반은 검은색인데 천장까지 이어진 윗부분은 또 하얀색이었다. 아무튼, 나는 그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1년 넘게 계속 보아서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주여, 제발 늦지 않게 해주세요.”

 

 나는 평소에는 찾지 않던 신에게 애원하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을 켜서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12시 9분이었다가 이내 12시 10분으로 바뀌었다. 12시까지 가야 하니까…… 완벽하게 늦었군. 그러니 지금부터 다시 무교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는 지각이 잦은 사람이 절대 아니지만, 오늘처럼 알람을 듣지 못해서 늦잠을 자는 일이 가끔 있었다.

 

 “형님? 저 왔어요.”

 

 가게 뒷문을 천천히 열며 말했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서 얼른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여전히 조용하기만 했다.

 

 “형?”

 

 뒷문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창고가 나왔고 창고는 바로 주방으로 이어졌다. 주방에는 늘 사장인 남기 형이 있었다. 형이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아무 말도 없다니 이상했다. 잠깐 화장실에 간 건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주방으로 갔다.

 

 도마 위에 네모반듯하게 썰어놓은 햄이 있었다. 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오늘 팔 음식의 속 재료를 만들고 있을 시간이었다. 역시 화장실에 갔군. 나는 몰래 햄 하나를 집어서 입안에 넣었다.

 

 그때, 홀에서 테이블과 의자가 엎어지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은태야, 그만해!!”

 

 형의 목소리였다. 은태는 형의 친동생으로, 나와 동갑인 스물한 살이었다. 평소에는 대학교에 다니느라 바쁘지만 지금은 방학 중이어서 그런지 형을 도우려고 종종 가게에 나오곤 했다.

 

 나는 홀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상상조차 못 했던 광경을 보게 되었다. 은태가 홀의 한 가운데에 엎드려 있었고, 형은 다리로는 은태의 다리를, 팔로는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형을 말려야 할지 아니면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지금까지 두 사람처럼 사이좋은 형제는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알기로 두 사람은 오래전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줄곧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왔다. 사소하게 말다툼하는 일도 거의 없는 것 같던데, 그런 두 사람이 갑자기 몸싸움한다고? 무언가…… 잘못됐다.

 

 “민우야, 좀 도와줘!!”

 

 형이 다급하게 말했다. 어쩐지 두 사람이 싸우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밑에서 발버둥 치는 은태에게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은태의 팔에…… 지렁이 같은 게 붙어있었다. 저게 뭐지?

 

 “은태를 묶을 것 좀 가지고 와!!”

 

 형이 소리쳤다.

 

 “어째서 은태를 묶으려는 건데요, 형?”

 

 정말이지 너무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얼른 창고로 가서 박스 테이프를 가지고 나왔다.

 

 나와 형은 은태의 팔을 등 뒤로 잡은 뒤에 테이프로 손목을 칭칭 감았다. 그때 은태의 팔에 지렁이가 붙어있는 게 아니라 혈관이 불룩 솟아있어서 그렇게 보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은태의 몸을 일으켜 의자에 앉힌 후 의자와 함께 또 테이프로 감았다. 다리도 움직이지 못하게끔 의자 다리에 은태의 다리를 고정해서 테이프를 감았다.

 

 이렇게까지 철저히 묶는 이유는 은태의 모습이 너무 무섭기 때문이었다. 은태의 눈동자는 회색이었고 얼굴이며 팔이며 혈관이 선명하게 보여서 마치 영화에 나오는 괴물 같았다.

 

 “그으윽……윽. 형…어…어……그으으.”

 

  은태가 침을 질질 흘리며 그르렁거렸다.

 

 “은태가 왜 이러는 거예요?”

 

 나는 두려움을 누르고 간신히 질문했다.

 

 “나도 모르겠어.”

 

 형은 숨을 가쁘게 내쉬며 대답했다.

 

 “119에 전화하는 게 좋겠어요.”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도 계속 불통이었다. 현재 통화량이 많아서 연결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음성 메시지만 반복적으로 들려올 뿐이었다. 형의 재촉에도 전화가 되지 않는다는 말만 하는 내가 답답했는지, 형은 내 휴대폰을 빼앗아 자기가 직접 전화를 걸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은태가 조금 아픈 것 같은데 어쩌지…….”

 

 나는 은태가 감기에 걸린 것처럼 말하는 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은태의 피부는 눈에 띄게 얇아져서 슬쩍 긁기만 해도 피가 흘러나올 것 같았다.

 

 저건 조금 아픈 것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한 그대로 말하려다가 잔뜩 겁에 질린 형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형은 시선을 은태에게 고정한 채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휴대폰이 테이블 위에 있던 리모컨과 부딪쳐 가게 구석에 있는 TV 전원이 켜졌다. TV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긴급 속보입니다. 현재 원인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져……⌟

 

 앵커는 잠시 말하는 것을 멈추고 귀에 꽂은 이어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때, 화면이 일순간 까맣게 바뀌더니 어린이나 심신미약자가 시청하기에 적절치 않으니 주의하라는 자막이 띄워졌다.

 

 까만 화면이 끝나고 곧바로 바깥 상황을 촬영했다는 영상이 나왔다. 그 영상은…… 끔찍했다. 차에 치여 팔이 뒤로 꺾인 여성이 멀쩡하게 일어나, 차에 맹렬히 몸을 부딪치며 운전자를 공격하려 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목덜미의 살점이 뜯겨 나간 어린아이에게 쫓기는 노인이 지나갔다.

 

 영상 속 배경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나오는 상황은 전부 비슷했다. 건물에서 치솟는 검은 연기, 엉망이 된 도로, 미친 사람들. 그러다가 화면에 B&D 백화점이 나온 것을 보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저건 우리 동네잖아.”

 

  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불안한 표정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둘 다 아무 말 없이 다시 뉴스에 집중했다.

 

 ⌜말을 하지 못하고 눈동자 색이 옅어 회색을 띠면 감염자이니 피하셔야 합니다. 또, 피부가 창백하고 투명해 혈관이 선명하게 보여도 감염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니 신속하게 피하셔야 합니다.⌟

 

 화면에 감염자의 사진이 여러 장 띄워졌다.

 

 ⌜감염자는 비감염자를 맹렬히 공격하며, 감염자에게 물리거나 상처를 입으면 100% 감염됩니다. 감염자는 사망 직후 짧게는 5초, 길게는 10분 내로 되살아나는데 죽은 자가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몸에 상처를 입은 사람을 보면 즉각 피하셔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마시고 집 안의 모든 문을 잠그셔야 합니다. 밖에 계신 분들은 서둘러 가까운 대피소로……⌟

 

 앵커의 말이 끝나고 다시 화면이 바뀌며 바깥의 상황이 담긴 영상이 나왔다. 이번에는 상공에서 찍은 것이었고 이 사태가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역시 마찬가지임을 알려주었다. 형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말도 안 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뉴스에서 보도하는 게 전부 사실이라는 걸 알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어느새 손끝이 덜덜 덜리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은태를 쳐다보았다.

 

 ‘눈동자 색이 옅어 회색을 띠면’

 

 앵커가 한 말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피부가 창백하고 투명해 혈관이 선명하게’

 

 은태는……감염됐다. 은태는 감염되었고, 곧 영상 속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변할 것이다! 나는 두려움에 휩싸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침착해지려고 애써봤자 더 무서워질 뿐이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어쩌지? 이 상황에서 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거야?

 

 누군가 나에게 말해줬으면 했다. 예를 들면 남기 형이. 하지만 형에게 그 무엇도 기대해선 안 될 것 같았다. 형은 뉴스를 본 이후로 공황상태에 빠진 듯 멍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까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했다.

 

 “형.”

 

 우선 앵커가 지시한대로 행동하겠다고 결정했다. 가게의 모든 문을 잠그는 것. 당장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살시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형!”

 

 크게 소리쳤지만, 형은 여전히 정신이 나가 보였다. 은태 때문이었다. 원래 이렇게 넋을 놓고 있을 사람이 절대 아니니까. 나는 형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형. 뉴스 들으셨죠? 문 다 잠그라고 하잖아요.”

 “어…… 그래. 문 잠가야지.”

 “제가 밖에 나가서 셔터를 내릴 테니까 형은 뒷문 빼고 모든 문을 잠가 주세요. 창고에 있는 창문도요.”

 

 내가 다시 한번 어깨를 흔들자 형은 내 말을 확실히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가기 전에 뉴스를 한 번 더 확인했다. 과학자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데스크에서 앵커와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화면의 상단과 하단에 ‘긴급 속보, 전 세계적인 대재앙’이라는 자막이 빠르게 지나갔다.

 

 “안녕하십니까, 새뮤얼 박사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질병관리본부의 수석연구원 새뮤얼 김이라고 합니다.”

 “지금 급속도로 확산하는 바이러스에 대해…….”

 

 주의할 사항은 이제 더 알려주지 않을 것 같아서 거기까지 듣고 가게를 나왔다.

 

 잔뜩 긴장한 상태로 조심스레 밖에 나갔는데 가게 밖은 평소와 같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가게가 동네의 구석에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너무나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하긴, 여기까지 오는 길에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으니 감염자도 없는 게 당연했다.

 

 그렇다고 고요한 건 아니었다. 멀리 떨어진 건물에서 발생한 검은 연기가 먹구름 행세를 하며 하늘을 뒤덮었고, 귀를 기울이면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탓에 등줄기가 서늘하고 손에 땀이 났다. 평소처럼 버스를 타고 왔다면 지금쯤 저 혼돈 속에 있었을 게 분명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양손으로 뺨을 찰싹 때렸다.

 

 그만 정신 차리자.

 

 그러고 나서 서둘러 셔터를 내렸다. 가게의 뒷문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 순간, 타닥타닥하고 누군가 이쪽으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쿵쾅 뛰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쪽 다리가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인 남자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의 꺾인 다리는 그가 발을 움직일 때마다 점점 더 휘어서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다.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저 남자는 뭐지? 어째서 나를 보고 뛰어오는 거지? 뛰는 게 이상해. 다리를 다쳐서? 아니, 저런 다리를 하고도 뛸 수 있다는 게 말이 돼?

 

 감염자.

 

 방금 뉴스를 보았는데도 보자마자 깨닫지 못한 것을 보면 나는 사태를 완벽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쨌든 도망쳐야 한다는 걸 모를 정도로 멍청하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돌겠네.”

 

 꾸물거리는 사이에 남자와 나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나는 느리게나마 걷기 시작해 뒷문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가게의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모아둔 함을 지나쳤는데 거기서 맥주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병을 깨서 감염자를 위협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남자가 나를 따라잡았고, 나는 그가 달려드는 것을 피하려다 뒤로 크게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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