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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세 여자 이야기
작가 : 네로황제
작품등록일 : 2020.6.29

30대 여성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

 
세 여자 이야기 3장
작성일 : 20-06-29 15:09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5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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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여자 이야기

 the tales of three women

 

 3장

 

 “잠깐 전화 통화 좀 하고 올게요”

 “그래 나도 뜨거운 물을 받아와야겠다 차들이 모두 식었구나”

 

  희림은 거실 구석을 서성이며 전화 통화를 나누었고 주방으로 들어간 미진은 그를 향해 귀를 쫑긋 세워 보았지만 표정의 변화마저 느껴지지 않아 하- 답답하다. 계속 패를 뺏겨 얄밉기도 하지만 그날이 떠올라 기필코 속 사정을 알아 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이제껏 미진이 마음 먹고 이뤄보지 못한 일은 한 번도 없다.

 

  다시 판이 돌아가고 희림이 패를 던지기가 무섭게 건너 자리의 수현이 ‘펑’ 을 외치며 짝을 맞추어 나간다. 여간 얼굴이 어두운데다 가끔 드르럭- 요란스럽게 핸드폰이 울려대었지만 아무도 더욱이 수현조차도 신경 쓰지 않았다 혹은 못했다. 마작판에 앉으면 이겨야 한다는 본능만이 이들을 지배하여 팽팽한 긴장이 풀어지지 않는다.

 

  실상 미진이 마작 멤버를 바꾼 이유 중에 하나는 돈 때문이기도 했다. 정확하게는 마작판에서의 돈내기 때문인데 미진이 마작을 즐기는 건 사람이 필요해서이지 도박이나 놀음처럼 돈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러나 기존 멤버 중 한 명이 유난스레 돈내기를 밝히는 통에 천박스럽게, 그런 건 다른 곳에서 알아 보라며 매몰차게 쫓아내어 버렸고 그 참에 자신의 품격이라는 것도 새삼 떠올려보며 마침 지은이 명문대를 졸업한 게 마음에 쏙 들어 일종의 물갈이를 시도한 것이다. 하루도 다르지 않게 청담동 가십과 돈 벌고 쓰는 얘기만 하는 것도 지겹기도 했다.

 

  지은은 멤버를 잘 구색했다. 미진의 구미에 쏙 맞았다. 이들 역시 돈내기에는 별 다르게 관심이 없었고 타고난 머리가 좋다보니 머리 싸움 자체만으로도 마작판은 끈적끈적 몰입도가 높았다. 또한 세 명 모두 일이라는 걸 가지고 있었기에 각자의 직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가끔 이들이 벌이는 정치 설전도 대항해 시대 탐험가들이 들려주는 이억만리 원시인들의 생활상 마냥 흥미진진했다. 일절 정치나 사회면을 읽지 않던 미진은 이들 덕분에 신문 보기의 즐거움도 익힐 수 있었으니 역시 새로운 사람은 미진에게 적당한 자극이었음이 자명하다. 나아가, 기자였던 수현은 미진이 전해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몇 번 특종까지 쓰게 되자 역으로 미진은, 자신이 이 사회 안에서 어떤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듯한 뿌듯함 마저 느껴졌다. 희림을 따라선 주기적으로 봉사 활동도 다녔는데 이마저도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자극이었다. 미진의 삶에서 이들과의 마작은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는 놀이였다. 그렇다면 희림, 지은, 수현은 무엇 때문에 마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지은을 통해 들은 부유층 즉, 자신들과 다른 부류인 미진의 삶에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한 층에 한 집씩만 거주한다는, 비밀번호를 눌러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는, 지하에는 영화관과 헬쓰장과 수영장이 있다는, 철통 보안의 청담동 빌라촌에 가본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마작 모임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돈내기는 안 한다니, 어떤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서?

 

  미진의 집은 듣던대로 어리어리하고 진기한 것들 투성이었다. 원룸촌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이제 겨우 아파트로 주거지를 옮긴 희림은 미진의 주방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올라 눈을 뗄 수가 없었고 신흥 부촌 목동이래도 변두리 이름 없는 나홀로 아파트에 거주하며 창 밖으로 보이던 하이페리온을 동경하던 수현은 눈 앞으로 펼쳐지는 한강으로 인해 그저 황홀경이었다. 지금에는 형편이 풀렸다지만 어린 시절 자기 방도 없이 이곳저곳 친척집을 전전하며 동냥밥을 얻어먹던 지은 역시 부부 침실에 아이들의 개인방 나아가 부부 개인 안실까지 갖춘 미진의 삶이 부럽기는 매한가지다. 모두가 서로 다른 미래를 그려보며 영영 이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아졌고 이후 미진이 마작을 하자고 부를 때마다 없는 시간도 쪼개어가며 쫓아갔다. 그렇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마작판 위에서 미진이 쏟아내는 수많은 정보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희림은 소소하니 미진이 알려주는 패밀리 세일에서 적은 돈으로도 값비싼 살림들을 들여 놓을 수 있었고 가끔 선물 들어온 것이라며 그릇이나 찻잔을 손에 쥐어주는 게 겉으로는 미안했지만 전혀 싫지 않았다. 심심하다며 자신의 봉사활동에 따라와서는 후원금도 척척 내어 제 입지를 세워주던 미진이 급기야 4선을 노리는 외삼촌의 미디어 정책 관련 보좌관 자리에 남편마저 꽂아주자 두둥실 어깨춤이 절로 난다. 희림은 대학 시절 오래 사귀던 연인이 따로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정외과를 다녔던 희림의 정치적 욕망을 충족시켜주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마침 졸업반 시절 만난 지금의 남편은 비록 가진 것은 없었지만 석사를 졸업하고 정치계로의 진로를 모색하고 있었기에 희림의 남편감으로는 충분한 재목이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하자고 조른 것도 실은 희림이었다. 제 2의 힐러리가 되리라. 그녀는 묵묵히 남편을 내조했다. 방과 후 학교의 일이 아니고서는 여기저기 분주히 봉사활동을 쫓아다니며 밑바닥을 다지는데 전념한다. 그러나 정치도 사람과 돈이 필요한 법. 언제 볕들 날이 올까 전전긍긍하던 때에 3선 의원을 외삼촌으로 두고 경제력마저 갖춘 미진을 통해 어쩌면 든든한 스폰서를 얻게 될 지도 모른다는 꿈이 정말로 현실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미진이 무슨 일이 있어 부를 때마다 더욱 적극적으로 쫓아다니게 되었다.

 

  지은은 미진의 인맥으로 꽤나 많은 소개팅을 할 수가 있었는데 자신의 준거집단이 일거에 옮겨진 것처럼 내심 기뻤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울이 아닌 수도권의 이름 없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이 대학 시절 내내 자존심이 상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 다를 게 없지만 고등학교 얘기만 나오면 언제나 위축된다. 지은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네일 아트 샵과 인터넷 쇼핑몰 속옷 모델, 그나마 자신과 비슷한 친구로는 10대도 아니고 50대 기업 2년 계약직이었다. 그러나 지방이더라도 과학고를 나온 희림과 목동의 외고를 졸업한 수현의 친구들은 대부분 의사나 변호사가 되었고 부모님의 사업체를 물려 받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 세 사람의 현재와는 별개로 어쨌든 그들이 맺어가는 집단의 층위가 완연히 다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는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연락도 시들해지고 희림과 수현을 통해 소개받은 이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다. 지은은, 왜 사람들이 특별한 고등학교에 사람들이 목숨을 거는지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된다. 이제는 대학만이 아니라 고등학교, 나아가 중학교, 초등학교, 유치원마저 어디를 나왔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네가 만난 모든 사람이 당신의 현재를 증명하고 미래를 담보한다. 그녀가 말한 평균 이상의 삶은 태어나자마자 결정되어 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자녀들에게만큼은 자신이 당한 수모를 겪지 않게 하리라. 공기업을 들어간 것도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선시장에서 인기가 높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진과의 마작 모임을 통해 다시 한 번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지은은 미진이 주선하는 소개팅 자리를 분주히 쫓아 다녔고 덕분에 결혼이라는 것도 이제 하게 된다.

 

  수현은, 돈이 좋았다. 세무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모든 걸 원리원칙대로 할 뿐이라 어떠한 사치도 허락하지 않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나 되어서야 목동의 자가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었다. 수현은 원래 방송 작가가 되고 싶었다. 글쓰기에 재능이 뛰어나 드마라를 쓰며 돈도 벌고 화려한 세계에도 흠뻑 취하고 싶었다. 목동의 나홀로 아파트를 떠나 당당히 자신의 힘으로 하이페리온에 입성하고 말리라. 그러나 아버지는 자신처럼 나랏일에 종사하길 바랐고, 절충안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면서 글도 쓸 수 있는 직업인 기자가 되었다. 하지만 수현의 아버지는 수현의 기사를 매일 꼼꼼히 확인하며 데스크 위의 데스크로 군림했다. 그런데 미진을 만나자 그간 억눌려 있던 돈에 대한 욕망이 꿈틀꿈틀 솟아 오른다. 미진만 잘 따라 다니면 본인도 적당한 부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수현은 미진을 만나 한 달도 되지 않아 경매와 주식에서 짭짤한 시세 차익을 거뒀고 비록 중고지만 외제차도 하나 뽑았으며 수익이 보장된다는 상가마저 덜컥 계약했다. 애시당초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넘쳤던 것도 아니었던 바, 수현은 미진이 마작패에서 흘리는 정보를 부지런히 쫓아 다녔다.

 

  이렇게 희림, 지은, 수현은, 따로 또 같이, 각자의 욕망을 확인하게 되자 미진의 마작 모임은 기꺼운 초대이자 기회였고 미진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들의 욕망에 한층 더 가까워진다는 희열에 들떠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푼돈 돈내기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수확이 이미 그들의 머리 속 한 가득이리라. 마작 패를 굴릴 때마다 성공과 결혼과 돈이 제발로 걸어들어오는 환영을 맛보기도 했다. 그들에게 마작은 수단이자 동시에 목적으로 혼연일체가 되었고,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이제 한국도 동남아가 다 되었어 이렇게 비가 쏟아 지는데두 전혀 시원하지가 않으니 말야”

 

  그렇지만 미진은 이들과의 관계도 익숙해지자 다시금 시들해져 버려 영 흥미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내리 판의 선두를 뺏겨 버리니 앉은 자리의 세 계집 모두가 앙큼하다. 더 강렬한 자극이 필요하다. 이 욕망을 충족시킬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라도 영혼을 팔고 싶다는 생각이 슬쩍 오르기도 한다.

 

  보통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이나 삶을 비관하여 무망감의 절뚝발이로 살아간다는 클리셰를 덧씌우지만 그건 명백한 오해다. 관습 위에 몸을 의탁하여 살아도 모든 것이 알아서 해결이 나는 이들 역시 어느 것도 희구하지 않는다. 어느 것도 질문 하지 않는다. 꿈꾸는 것도 추구할 것도 아무 것도 없다. 삶이 지루하고 덧없기는 매한가지다. 대신 필요에 따라 이곳저곳 돌무더미를 갈아타며 징검다리와도 같은 매일을 연명한다. 인간이기에 응당 모두가 느끼고야 마는 순간순간의 결핍만이 그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다만 이들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이들보다 덜 비극적으로 보이는 건 별 다른 힘을 들이지 않아도 결핍이 빠르게 채워지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도 수고스럽지 않다. 그들은 돈과 여력이 충분하다. 이 세계에서는 큰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모든 게 예비된 선물처럼 삶은 안전하게 유지된다. 떨어질 나락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진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어쨌든 이제는 자극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미진이 힘들여 찾지 않아도 충분히 그녀를 만족시키고도 남을 붕괴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큰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모든 게 예비된 선물처럼 미진을 향해 기다리고 있다. 전혀 그녀가 기획하지 않았대두 말이다. 딱히 미진을 탓할 거리는 없다. 미진이 한 일이라고는 이들을 마작 모임에 초대해 세 여자 내부에 잠재된 욕망의 불씨를 아주 살짝, 그저 아주 살짝 틔어준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사실 미진이 아니라면 이들은 자신의 맨 얼굴을 맞대할 기회도 없었을테니 오히려 선물이란 미진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작은 연이어 세 판이 돌아가다, 약속이 있어 이만 일어나봐야겠다는 희림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정리됐다. 시댁에 가 있는 아이들은 내일이나 되어야 돌아오고 남편 역시 싱가폴에 갔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이라곤 없는 미진은, 모두가 분주히 일어서는 틈에 저의 세컨 핸드폰을 진동으로 바꿔놓고 슬며시, 희림의 가방에 떨어뜨렸다.

 

 “지은이 결혼할 때나 보려나? 비가 많이 오는데 모두들 조심히 잘 돌아가렴”

 

  그리고 미진은 인터넷에 접속해 핸드폰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확인한다. 그곳에 희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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