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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세 여자 이야기
작가 : 네로황제
작품등록일 : 2020.6.29

30대 여성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

 
세 여자 이야기 2장
작성일 : 20-06-29 15:08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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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여자 이야기

 the tales of three women

 

 2장

 

 미진은 그녀가 속한 계층의 관습대로 미대를 졸업하고 바로 결혼을 했다. 이 계층은 보통 세 명의 자녀를 낳았는데 남녀 구별 없이 한 명은 인문계로 진학하여 법학이나 경영학을, 한 명은 의대를 그리고 가장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는 예체능을 전공하였다. 나눠 먹을 게 많은 재벌들이야 크게 욕심 부리지 않으면 계열사라도 하나씩 꿰찰 수 있지만 한국의 흑역사와 전답을 바탕으로 부를 이룩한 그보다 낮은 급의 계층은 동종 업계에서 상속 문제나 경쟁으로 인해 형제 간에 싸움이 날 수 있기에 일찌감치 분란의 소지를 없애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필요에 따른 가지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미대 교수임에도 사실 미진은 미술에 유별난 흥미를 가지진 않았다. 다만 다른 형제들처럼 인문계나 자연계로 좋은 대학을 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선택 불가능한 귀결이었고 어쨌든 물려받은 유전자와 든든한 지원 덕택에 모 사립 여대에 가뿐히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술로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열망이 없었고 가족들 역시 그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관습대로 선으로 만난 비슷한 집안의 남자와 바로 결혼을 했고 역시 관습대로 세 명의 자녀를 낳았고 이 아이들도 관습대로 한 명은 법학이나 경영학을, 한 명은 의대를, 한 명은 예체능을 위해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갖은 학원에서 길러진다.

 

  모든 프로그램은 딱히 그녀의 손길을 거치지 않고도 시댁에서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그녀가 할 일이란 그다지 없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관습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그러나 일을 가지지 못함으로 생기는 결핍이 그녀로 하여금 돈 버는 재미에 눈 뜨게 만들었다. 어차피 돈은 이미 쓰고 남을 만큼 풍족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써도 공허함이 가시지 않는다. 결국 일이 필요하다.

 

  그녀는 미대에서 만난 인맥들을 적절히 활용해 미술 경매로 짭짤히 돈을 벌어 들이고 다시 오피스텔이나 상가를 사들여 또 다른 시세 차익을 얻어내는, 돈이 돈을 늘리는 이 순환 구조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깐이었다. 일을 가진 사람들은 동종 업계 사람들과 우애가 뒤섞인 환담을 주고 받을 수 있지만 돈놀이 뿐인 그녀에겐 이러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 이제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때였다. 중국에 출장을 갔던 남편이 선물 받은 것이라며 마작을 손에 쥐고 돌아왔고 그녀는 마작을 빌미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들였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의 엄마들이었다. 다들 관습대로 사는 건 매한가지, 모두가 놀 거리가 절실했기에 미진이 주최하는 마작 모임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갖은 가십이 마작패 위를 오갔다. 각자가 돈을 벌어들이는 비법도 공유된다. 그러나 이 역시 잠깐이다. 너무나도 비슷한 사람들이다보니 금세 흥미가 시들해진다. 이제는,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 때마침, 지은이 생각났다.

 

  사람들에게는 사촌이라고 소개하지만 촌수 관계가 꽤나 멀었기에 평생을 모르고 살 수도 있는 사이였다. 지은은 12년 전 미진의 집에 잠시 기거한 적이 있었다. 당시 지은의 아버지는 자기 사업을 하겠다며 전국 각지를 유랑하고 있었는데 열정과 패기는 넘쳤지만 사업 수완이 이를 따라오지 못한데다 마침 터진 IMF로 결국 온 집안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그리고 세 살 아래인 지은이 자신의 집에 오게 된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비실비실 흐르는 무더운 여름이었다. 그 집은 거실에도 안방에도 그리고 미진의 방에도 에어컨이 각기 설치되어 있었지만 지은이 머물던 미진 어머니의 안실에만 에어컨이 없었다. 하지만 지은은 그 방에서 숫제 나오지를 않고 방학 숙제를 하고 있었다.

 

 “얘, 덥지도 않니? 내 방으로 와서 해”

 

  고 3인데두 미진은 패션지나 뒤적이며 이따끔씩 이 옷 예쁘지 않아, 지은에게 말을 걸기 일쑤였다.

 

 “언니는 공부 안 해?”

 “내가 공부 같은 걸 왜 하니?”

 

  당연한 말이었다. 미진은 아버지 친구이자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의 교수로부터 과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변수가 없는 한 합격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오히려 미진은 무더운 여름,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방에서 아둥바둥 공부를 하는 지은이 이해되지 않았다.

 

 “넌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니?”

 “공부를 잘 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남편을 만나서 평균 이상의 삶을 살 수 있으니까”

 “평균 이상의 삶? 그게 뭔대?”

 “먹고 싶은 것 먹고 입고 싶은 것 입고 가고 싶은 곳 가고 그렇게 자유롭게 사는 거지”

 

  미진은 지은의 이 말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미진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모든 일이 관습대로 흘러갔기에 무언가를 꿈꿔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이 필요해지자 12년 전의 지은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궁금해졌고 어머니께 물어물어 연락을 하게 됐다.

 

  이후 지은네는 아버지가 서울 인근 중소기업의 월급쟁이 CEO 로 들어가며 삶이 안정세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그녀가 대학에 입학하자 서울 노른자위에 대형 평수 아파트로 집을 옮길 정도로 재산도 꽤 쌓이게 되었다고 한다. 굳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용돈은 넉넉했고 아버지는 결핍된 유년 시절의 보상처럼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면세점 등지에서 고급 화장품이나 럭셔리 백을 선물로 안겨 준다.

 

 “이제는 평균 이상의 삶을 살고 있는 거야?”

 “응?”

 “너가 말했잖아 평균 이상의 삶을 살고 싶다고”

 

  지은은 사립 명문대 영문과를 나와 공기업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었다.

 

 “내가 그랬어? 기억 안나”

 “그나저나 결혼은?”

 “아직 남자친구도 없는 걸”

 “곧 있으면 서른인데 부모님이 선자릴 알아봐 주시진 않아?”

 

  지은은 고개를 가로 젓고 아니 그런 거 없어. 갑자기 미진은 딸이 이렇게 과년한데 어째 부모님이 관심이 없을까 지은에게 측은한 마음과 동시에 이 아이가 꿈꾸는 평균 이상의 삶이 어떻게 완성될지 호기심이 일었다.

 

 “그럼 내가 남자 소개시켜 줄까?”

 “정말?”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리고 이번 토요일에 나랑 마작하지 않을래?”

 

  지은은 자신의 대학 친구들이라며 희림과 수현을 데리고 왔다. 그녀들은 각기 전공은 다르지만 대학 신입생 시절 문학 동아리에서 만난 인연으로 8년 넘게 친구로 지내고 있다.

 

 “인사해 내가 얘기했던 사촌 언니”

 “어서들 와 지은이 사촌 언니 미진이라고 해”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지은이 대학 친구 수현입니다”

 “저는 희림입니다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냐 마작할 멤버가 빠져서 급하게 불렀는데 와줘서 내가 고마운 걸 마작은 처음이지?”

 “수현이는 북경에 어학연수 다녀오면서 몇 번 해봤어요 그치? 희림이는 처음이구”

 “그럼 희림이, 이렇게 불러도 돼지?”

 “네 편하게 부르세요”

 “그래 희림이만 배우면 되네 쉬우니 금세 따라올 수 있을거야”

 

 “희림은 결혼했구?”

 “네 벌써 3년 째 접어들었어요”

 “언니 얘네 부부 정말 밉상이다 만난 지 6개월만에 결혼하더니 아직도 신혼인냥 닭살이지 뭐야? 남자친구 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어?”

 “어머 그렇게나 빨리 결혼한 거야? 더 즐기다 하지 않구서는. 어디서 만난거야?”

 “학교에서요”

 “우리가 먼저 졸업해버리자 그 사이에 만났어”

 “응큼한 계집애라니까요”

 “캠퍼스 커플이구나 첫사랑?”

 “아뇨 그런 건 아니구요”

 “언니는 참. 이미 결혼한 애한테 그런 걸 묻고 그래? 지금 잘 살고 있으면 됐지”

 

 “언니, 수현이는 기자예요 C 일보 알죠? 거길 한 번에 붙을 정도로 유능해요”

 “기사 거리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수현이는 만나는 사람 있니?”

 “얜 인기 엄청 많아 예쁘잖아 TV 에 한 번 스치듯 지나갔는데 그걸 보고 팬이라며 매일같이 꽃배달이 올 정도라니까”

 “아니예요 그냥 다 한 때죠 전 별로 남자에는 관심 없어요”

 “그럼 뭐에?”

 “글쎄 돈?”

 “돈 좋지 나도 돈 많았으면 좋겠다”

 

 “지은아 너 지난 번에 선 본 건 어땠어?”

 “그 선 언니가 해 준 거라면서요?”

 “남편 지인의 고등학교 후배인데 시라큐스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지 아마?”

 “맞아요 지금은 홍콩에서 일하고 있구요”

 “잘 생겼어?”

 “뭐 그냥 그럭저럭 조금 봐줄만한 정도?”

 “아이 뭐야 어땠어? 어땠어?”

 “글쎄 아직 잘 모르겠어”

 “만나자고 연락은 왔어?”

 “홍콩에 있으니 만나기는 쉽지 않으니까 아직인데 매일 연락은 와”

 “오, 너한테 관심 있나 보다 잘 해봐”

 “서른 전에는 결혼해야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니 새로운 이야깃 거리로 마작 모임은 늘 풍성했다. 역시 가장 인기가 높은 건 돈 이야기였는데 미진이 던져주는 돈 버는 비법에는 특히 수현이 귀를 쫑긋 세웠다. 희림은 흥미는 있어했지만 이를 쫓아갈 여력이 못 되었다. 희림의 아버지는 지방에서 교육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라 가난한 건 아니더라도 물려받을 유산이 별로였고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을 하며 한동안 직장을 가지지 못했다가 1년 전부터서야 고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일하고 있다.

 

 “남편은?”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어요”

 “정치인 하려구?”

 “그게 뜻대로 되나요”

 

  그들은 원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고 최근에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데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 병원을 다니며 꽤 많은 돈을 쓰느라 재테크의 여윳돈이 없었다. 대신, 미진을 따라 몇 번, 명품 브랜드의 패밀리 세일을 쫓아 다녔지만 늘 세간살이나 남편 것 뿐이었다.

 

 “네 건 안 사니?”

 “전 괜찮아요 바깥일 하는 사람이나 잘 입고 다니면 되죠”

 “얘는, 너도 일 하잖아”

 “저야 어차피 학교만 왔다갔다 하는 건데 아무 거나 입고 다녀도 되요 그리고 애도 가져야 하구...”

 

  미진은 그제서야 아차, 싶어 희림이 한참이나 만지작 만지작 하던 옷 하나를 자신의 돈으로 계산하며 내어 주었다.

 

 “언니 괜찮아요”

 “아냐 그리 비싼 것도 아닌데 그냥 선물로 받아둬 그리고 결혼 했다고 너무 긴장 풀어지면 안 돼 여자는 평생 꾸미고 살아야 하는 법이라구”

 

  그런데 백화점 식당가에서 희림이 남편 아닌 다른 남성과 그 옷을 입고선 밥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에게는 직감이라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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