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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우리집 옆에는 동갑지기 소꿉친구가 산다.
티격태격하긴해도, 날 위해주려 노력하는모습이 슬며시 드러나니,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나에게 선을 긋는듯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이유를 꼭 말해줘. 우리 친구잖아.

엉뚱발랄한 소녀 로해다와 티격태격 소꿉친구 허민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씁쓸한.. 소중한 러브코미디. (shgprud62@naver.com)

 
#113. 허리에 닿아오는..
작성일 : 20-06-08 17:28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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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 허리에 닿아오는..

 

 

 

  면이라는 이름의 잇몸. 그에 박혀있던 이빨이라는 실이 세찬 바람을 타고 아슬하게 흔들거린다. 차오르는 불안함에 잡아먹힌 나는, 태연하게 녀석을 따라갈 여유가 없었다. 드러내면 안 되는 피부에 닿아오는 바람내음이 어떻게 할 거냐며 내 심장을 더욱 크게 뛰도록 부추긴다. 아까 투둑소리가 시작되었을 시점이 경고라고 한다면, 지금은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폭발단계에 진입하는 느낌이었다.

 

  한계에 이르는 신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고, 안되겠다 싶어 녀석의 손을 뿌리치려 할 때!! ‘탁’하는 발 끝소리와 함께, 바깥이라는 풍경이 보여졌고.. 다행히 실 이빨이 빠지기 전에 바깥으로 도착했다. 움직임을 멈추니, 흔들리는 실의 지지직 소리도 진행을 멈췄다. 침하나 삼키지 못했던 목구멍을 움직여 입에 고여 있는 긴장 방울들을 꿀꺽 삼켰고, 큰 동작으로 인해 올라가버린 옷 밑단을 잡아당겨 불안의 씨앗이 품은 싹을 최대한 잘라냈다.

 

  “하.. 이제 좀 낫네.”

 

  이제야 숨이 좀 트이는 것 같다. 아까는 정말 어떻게 해야하나 당황스러워, 정신을 놓아버릴 뻔 했다. 그러고보니 녀석은 대체 왜 날바깥으로 데리고 나온 걸까. 다른 의미로 두근거렸던 심장을 가다듬은 뒤, 녀석에게 뭐하는 거냐는 뜻의, 의문점섞인 느낌표를 드러냈다.

 

  “야, 죽을뻔 했..!!”

 

  잔뜩 힘주어 얘기를 잇던 도 중, 손에 있던 중량감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챘다. 빠르게 찾아온 깨달음이 입을 멈추어버려, 다음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온 몸을 더듬으며 내 무릎을 덮어 주었던.. 녀석의 온기가 담겨있던 옷을 찾아 헤맸다.

 

  “..어디.. 어디!!”

 

  몸을 더듬어 봐도 찾을 수 없었고, 주변 풍경을 두리번대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각도를 바꾸어야 할 때. 좌회전부터 우회전.. 후진까지. 의도치 않은 360도 움직임을 두 번 정도 반복했다. 허나, 급한 마음과는 달리 옷의 행방은 묘연했다. 360도 회전을 반복했기에 약간 어지럽긴 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옷’이라는 주제 하나에 정신을 쏟아버린 내 몸은 필사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에 대한 해결책을 갈구하고 있었다.

 

  “..헐, 어떡해.. 없어.”

 

  내 물건이었다면 적당히 스스로에게 타협점을 건넸겠지만, 지금 잃어버린건 내 것이 아니다. 녀석의 것이다. 어떻게든 찾아야 하는 게 맞는 물건. 힘들다고 멈출 수 있는 그러한 탐정 놀이가 아니다. 현실 경찰의 느낌으로 범인인 옷을 찾아 헤매야 한다는.. 해결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목표. 무엇보다 제일 당황한 건 녀석이겠지. 어떻게든 본래의 제품을 찾겠다는 신뢰감을 주기 위해, 녀석에게 확신 어린 목소리와 함께 타오르는 결심을 전달했다.

 

  “허스키, 잠깐만. 지금 없는 거보니까 내가 안에 들어가서 두고 왔나봐. 얼른 갔다올..?”

 

  침착하게 전개되던 말소리에 갑자기 비틀림이 섞였다. 그도 그런게.. 눈 앞에 보여진 이상한 광경에 중심을 잃어버렸다. 시야에 찾아온 녀석의 모습과 함께 시작된 틀린그림찾기. 가장 큰 부분을 먼저 살폈는데.. 곧바로 하나가 닿아왔다. 뭐지, 나에게 있어야할 물건이 녀석에게 섞여있다. 공식적으로 빌린 옷 하나가.. 잠시사이에 녀석의 손에 안착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내 눈을 의심했다.

 

  “…응?!”

 

  옷에 다리가 달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주인에게로 돌아 간 거지?

  무게감도 있었을 뿐더러, 내 다리를 전부 가리고도 남을 정도로 꽤 컸던 아이가.. 어떻게 흔적도 없이 녀석에게로 원상복귀 했단 말인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중, 유력한 가설 하나를 떠올리고 잠시 멍해졌다. 설마 녀석.. 엄청 아끼는 옷이라서 당장 주라고 나를 이렇게 잡아당긴 건가? 뭐, 적당히 이해는 된다. 나도 아끼는 옷이 있다면 하루빨리 내 손안에 두고 싶었을 것이다. 배려는 배려고, 좋아하는 옷은 좋아하는 옷이니까..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뭐야,, 너 혹시 이 옷 달라고 그렇게 잡아당긴거?!”

 

  “….”

 

  ..아무 말 없는 녀석을 보아하니, 내가 한 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아니, 그래도 옷때문에 나를 이렇게 성급하게 끌고 온단 말인가. 녀석도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에라, 치사해서 원.. 말하면 주는데 왜 강제 출국해..”

 

  “….”

 

  다시 한 번 찾아온.. 말 없는 녀석이라는 정적. 침묵 속에 어떤 느낌이 숨어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긍정이 아닐까. 입을 삐죽 내밀며 정적에 대한 답으로 표정변화 섞인 말 없음을 똑같이 드러내주었는데.. 날 바라보고 있던 녀석의 시선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이동했고, 그에 뭔가 명령을 받은 녀석의 오른 손이 옷의 팔자락을 잡았고.. 반응한 녀석의 반대편 왼손이 빠르게 왼쪽 팔자락을 잡았다. 뭐하는 건가 싶어 멀뚱거리고 있었는데.. 이내, 예고 없이 움직인 녀석의 손이 옷을 한 번 털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녀석의 의도는 한 가지 뿐.

  생각해보니 자신의 옷을 빌려준게 너무 아까웠다 >> 더러워 졌을지 몰라 턴다

 

  ‘뭐야, 더럽다고 턴다 이건가?! 어!!’

 

  “얌마!! 내가 조금 썼다고 그게 그렇게 더러워 지겠냐!! 너 진짜..”

 

  한껏 올라간 목소리 피치를 굳이 죽이지 않은 채 바로 드러냈는데.. 바로 섣부른 생각이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옷의 왼쪽 팔과 오른팔을 잡은 녀석의 손에 의해.. 이해안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펄럭’거리는 소리 이후, 나부끼는 옷이 스르륵 나를 향해 둘러졌기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서있는 나는 제대로 된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응?!”

 

  둘러진 옷을 기준으로, 녀석이 천천히 쪼그려 앉는다. 팔자락을 잡은 녀석의 큰 손이, 마치 나를 껴안는 듯한 움직임으로.. 옷의 긴 부분을 이용해 내 허리주변을 둘러감았다. 언뜻 보면 쪼그려 앉아 나를 껴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미묘한 감각이 스며드는 자세였다.

 

  와중에 신기한 걸 하나 발견했다. 이녀석.. 팔이 얼마나 긴 걸까.

  허리를 감다보면 팔부분이 내 몸에 닿기 마련인데, 팔 사이 적당한 공간을 띄운 채.. 살짝 떨어져 날 감고 있다.

 

  진지한 녀석의 표정에 휩쓸린 나는.. 멍하니 녀석이 하는 행동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던 중, 배쪽에 가까워진 녀석의 얼굴을 통해 골반 주변에 따뜻한 숨소리가 닿아왔다. 느낌이 이상해, 나도 모르게 주어없이 살짝 삐걱이고 말았다.

 

  “..읏.”

 

  “..?!”

 

  자신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이제야 눈치챈 녀석이, 내 허리 뒤로 옷을 묶으려던 손을 멈추더니.. ‘에라 모르겠다’ 붉은 얼굴을 감추며 나에게 옷을 던졌다. 공중에서 펄럭이던 옷의 포물선이 살포시.. 아니, 세게 내 얼굴에 달라붙어온다. 과녁을 딱히 조정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고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옷은 왜 하필 얼굴에 던져지는 걸까.

 

  “으윽!! 뭐야!!”

 

  “넌 알고 그러는 거냐, 아니면 모르고 그러는거냐?!”

 

  “뭘 말하는건데!!!”

 

  “입지마 이 옷!! 안 어울려!!”

 

  “뭐래, 안 어울리던 말던 그건 그 쪽 생각이고!! 입는건 내 마음이지!! 왜 갑자기 시비 거시는데요!!”

 

  녀석의 표정을 보니, 진심으로 안 어울려서 짓는 표정이 아니다.

  뭐랄까.. 좀 더 가까이에서 보면 어떤 느낌으로 이렇게 시비를 거는지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러니까!! 읏!!”

 

  궁금증이 보글보글 피어올라, 녀석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간 나.

  나와 시선을 마주한 녀석이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다음.. 다른 한 쪽 손을 자신의 후드티 안에 넣어 갑자기 벗는 시늉을.. 이 아니라 확실히 웃옷을 벗고 있다.

 

  “….”

 

  예상치 못했던 것 이상으로 당황스러운 전개가 펼쳐졌기에.. 어떻게 반응 해야 할지 모른 채 굳어버렸다. 허나, 깜빡이는 눈은 제 기능을 계속 수행하고 있었고.. 녀석의 옷이 조금씩 올라가는 모습을 전부 시선에 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버리려고 생각했지만.. 굳어버린 목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았다. 그 사이에도 점점 올라가는 녀석의 그림자. 무언가가 눈에 닿아오기 시작한다.

 

  ‘..돌아가. 얼른 옆으로 돌아가라고 고개야!!’

 

  나는 바닷물이 부족한 물고기. 평범함이라는 이름의 파도가 찾아와 내 고개를 반대로 이동시켜주어야 평소처럼 있을 수 있을터인데.. 이 세계는 가뭄이라도 온 건지.. 물 한 방울 조차 나에게 전달해 주지 않았다. 급기야 외계어를 품은 채 아무 말이나 외치는 내 모습이 ‘스스륵’ 찾아왔다.

 

  “ …..?@#$@$@!!!!!”

  “으아아악악!! 뭐..뭐야!!”

 

  전달하고 싶었던 왜 그러냐는 말은, 목 끝에서 달랑거린 채 바깥으로 나올 생각을 않았다.

  어떻게든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었기에, 주체가 된 내 부들거림이, 마음 속에서 그만하라고 공명을 내 뱉기 시작했다.

 

  ‘얌마!! 가..갑자기 옷은 왜 벗는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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