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용주골에 처음 들어간 건 친구 부탁 때문이었어요... 아마 아실 겁
니다.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소라요... 소라와 난 친구였어요.
어떻게 만났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왜냐면 그 친구가 회장 비서실이 아
니라 평사원으로 일할 때부터 알았으니까요... 어느 날 연락이 왔어요.
동생이 용주골 사창가에 있는 거 같으니 내가 어떻게 손을 써주면 안되겠
냐고... 고작 시골에서 철물점이나 운영하고 있던 내가 무슨 힘이 있었겠
어요... 어쩔 수없이 삼정그룹 명예를 팔고 경찰 제복을 입었습니다. 약
간의 협박을 했더니 통하더군요...]
순찰차에 탄 성현이 막상 용주골에 도착하니 용기가 나질 않았다. 동생
얼굴도 가물거리고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몰라서였다.
"어. 어디서 봤더라...."
큰언니가 문틀에 서서 성현을 봤다.
"그 사람이네. 소문만 무성한 삼정그룹 아들..."
"아.. 맞다."
큰언니와 아가씨가 주고 받는 얘길 미령이 엿들었다.
삼정 그룹 아들?
"그래. 근데 구멍가게 하던 인간이 경찰 제복을?"
"에이. 사람 잘못 봤겠죠. 똑같이 생긴 사람 좀 많아요......"
"그런가..."
큰언니가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미령은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내가 그 집에 서자 한 여자가 날 뚫어지게 쳐다봤어요. 언뜻 스쳤을 뿐인
데 심장이 두근거리더군요... 은미령... 그녀였어요. 근데 그녀가 날 보
고 웃더군요. 마치 날 오래전부터 알아온 사람처럼 친근한 웃음을 지었어
요. 나도 모르게 그만... 그녀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미령이 속옷까지 벗어던지고 성현 앞에 섰다.
"뭐해요. 안 벗어요?"
"네?"
"나 그쪽 마음에 드는데... 그쪽은 싫은가봐요?"
수줍어하는 성현을 대신해 미령이 옷을 벗겼다.
"이러지 말아요...."
성현이 손을 막고 제지했다. 미령이 짜증나는 듯 서랍에서 담배를 꺼내
피웠다. 담배 연기가 방안의 공기를 흐리자 성현이 기침을 했다.
"어머! 담배 못 피시는 군요. 그쪽 만날 때 담배 안 필게요.."
"왜 나한테 이러는 거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
미령이 속옷을 입고 풀어진 성현의 셔츠 단추를 꿰맸다.
"나도 원래부터 이 일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무시 받을 만큼 못된 짓
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시한 적 없습니다."
미령이 생긋 웃고 성현의 뺨을 부드럽게 만졌다.
"이름이 뭐에요?"
"조.. 조성현이요."
"성현... 조성현... 내가 좀 어려도 말 놔도 되죠?"
성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싫어?"
"아니..."
"나 좋아해?"
"응..."
"그럼 날 데리고 도망쳐죠...."
촉촉한 눈동자가 성현을 응시했다. 성현 마음속에서 찡하고 울렸다.
"도망쳐준다고 약속해죠...."
"그럴게......."
미령이 성현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서로의 타액이 번져갔다. 성현
도 미령을 두르고 뜨거운 김을 부었다. 감았던 눈을 뜨자 벽면 가득 덮
을 만한 포스터가 있었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그레이스 켈리....
성현이 다시 눈을 감고 미령을 애무했다.